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44)
544화 나는야 재벌 3세 (3)
“아,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윤명철.
그 모습에 선임 비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자신이 할 일에 집중했다.
비서라는 직업은 대충 회장님 옆만 졸졸 따라다니는 직종이 절대로 아니니까.
그렇기에 윤명철이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그걸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당장 비서실장의 지시가 따로 없는 상황.
따라서 비서들은 자신들의 업무에 집중했고, 윤명철은 이런 상황에서 대기를 하면 되는 거다.
하지만, 윤명철은 어느 순간 사라졌고, 비서 중 하나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걔 어디 갔어?”
“아까 일어나서 나가던데요? 화장실 간 거 아닐까요?”
“그게 언젠데?”
“그것까지는 저도 잘….”
“한번 화장실 가서 찾아봐.”
“예.”
사무실에 있던 비서들 중 막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소변기 쪽에서는 일단 윤명철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비서는 대변칸의 문을 하나씩 열어 보기 시작했다.
안에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에 전부 반쯤 열린 대변칸.
그곳에도 윤명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디 갔어?’
이대로 사무실에 돌아가서 ‘걔 화장실에 없는데요?’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막내 비서는 일단 다른 곳도 더 찾아보기로 했다.
‘사무실에 있는 탕비실에는 없었으니까….’
혹시 휴게실에서 잠이라도 자고 있나 싶어서 찾아간 휴게실에는 건물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이 잠시 쉬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 혹시 저희 막내 안 왔나요?”
“거기 막내는 김 비서님 아니에요?”
건물을 청소한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정규직.
그렇기에 둘 사이의 관계는 꽤 원만했다.
“아뇨, 그…, 이번에 새로 한 명 왔어요. 아무튼, 못 보신 거네요?”
“일단, 저희가 있는 동안에는 아무도 안 왔어요.”
“답변 감사합니다. 하…, 이 자식 어디 간 거야….”
낮은 한숨을 내쉰 비서는 혹시나 싶어서 회사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슈퍼로 향했다.
“아주머니, 여기 혹시 이상한 양복 입은 애 안 왔어요?”
윤명철이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떠올린 추측.
교문을 넘어서 슈퍼에 가는 애들처럼, 회사 밖 슈퍼에 올 수도 있겠지.
“아, 걔? 아까 저기로 지나가던데?”
그렇다.
윤명철은 회사 내부도 아니고, 심지어 회사 앞도 아니고, 아예 회사 근처에서 사라져 버렸다.
* * *
자유시간!
윤기가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자리를 비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윤명철이 떠올린 것은 바로 자유시간이었다.
‘어차피 비서라는 게 형 옆만 따라다니면 되는 거잖아?’
윤명철이 이해하고 있는 비서라는 직업.
그것은 바로 회장 옆에 붙어서 이야기 상대나 좀 해 주고, 차에 탈 때 손동작으로 ‘어서 타십시오’라고 해 주는, 그런 직종이었다.
한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직업.
그렇기에 이렇듯 자리를 비운 것이다.
‘일단 양복부터 바꿔야겠어.’
솔직히 말해서 쪽팔렸다.
몸에 제대로 맞지 않는 아버지의 양복.
더군다나 낡아서 삭은 부분까지 보일 정도였다.
따라서 지금 윤명철이 자리한 곳은 다름 아닌 양복점.
문을 열고 위풍당당하게 들어온 윤명철을 본 주인의 평가는 아주 간단했다.
‘뭐지, 이놈은?’
주인 입장에서 윤명철은 일단 어려 보였다.
그런데 양복을 등신같이 입고 있었다.
만약 2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이 이렇게 입고 왔으면, 자동적으로 ‘어서 옵쇼~’라는 소리가 나왔겠지.
하지만, 윤명철은 너무 어렸다.
얼굴에 여드름이 나 있는 미성년자.
당연히 양장점 주인이 손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좀 있었다.
“아저씨, 양복 하나 주세요. 멋진 거로요.”
양복을 사겠다는 윤명철.
그래도 양장점 주인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뜰 뿐이었다.
“학…, 아니, 손님. 돈은 있으시죠…?”
윤명철은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떠올렸다.
지갑에 돈이 별로 없다는 것.
물론, 윤명철의 집은 나름대로 부유한 편이다.
신미라가 지방에서 나름 돈 있는 집안 출신이듯이, 그 동생인 신류영 역시 당연히 집에서 지원받은 게 많았으니까.
더불어서 윤명철의 아버지는 교감.
이 시대에서 가장 유명한 단어가 ‘촌지’라는 것을 감안하면, 집이 절대 가난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것과 윤명철이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조금 별개.
분명 또래보다 조금, 아니 상당히 많은 액수의 용돈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급 양복’을 단박에 살 만한 돈까지는 없었다.
“으음~.”
윤명철은 지갑을 꺼내 지폐들을 세어 보더니, 주인을 향해 말했다.
“아저씨, 이 정도면 좋은 양복 살 수 있어요?”
양장점 주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대충 15만 원은 넘어 보이는 액수.
“아, 당연히 있죠.”
물론, 좋은 양복은 아니다.
하지만, 15만 원에 팔 수 있는 양복은 있다.
더군다나 상대는 애.
그렇기에 양장점 주인은 15만 원에 팔아 봄 직한 양복들을 윤명철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아니, 이런 후진 양복들 말고요. 딱 봐도 있어 보이는 그런 양복 있잖아요.”
윤명철은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으며 자랐다.
그러니, 당연히 기본적인 눈썰미는 있는 편.
따라서 주인이 보여 준 양복들은 윤명철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했다.
‘최소한 비서실장님이 입는 수준은 입어야지.’
아까 본 비서실장의 양복.
한눈에 봐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것이, 윤명철도 그런 양복을 입고 싶었다.
“아! 저 양복은 얼마예요?”
윤명철이 가리킨 것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고급 양복.
“아…, 저건 100만 원이 넘어서…….”
당연히 살 수 없는 양복.
하지만, 윤명철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아저씨, 일단 한번 입어 봐도 돼요? 전화 한 통만 하면 되거든요.”
“예? 뭐….”
일단 지갑에 15만 원을 넘게 들고 다니니, 어디선가 돈 나올 구석이 있겠지.
그렇기에 주인은 그렇게까지 달갑지는 않지만 일단 허락을 해 주었다.
그 결과, 정말 윤명철에게 꼭 맞는 양복.
“우와, 이거 완전 딱이네! 아저씨 저 이거 살게요! 전화 어딨어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에 아주 만족한 윤명철의 말.
그렇기에 주인의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돋았다.
“저기 있는 거 쓰시면 돼요.”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전화기.
윤명철은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집에 전화하면 어머니인 신류영이 있으니 이곳으로 돈을 가져오라고 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뚜루루루-
뚜루루룽-
뚜루루루루루…….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절대로 연결되지 않는 전화.
“아, 엄마는 이런 날 도대체 어디에 나간 거야.”
윤명철은 짜증을 내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집에 가 봤자 어머니가 없으면 옷을 못 산다.
집에 현찰이 막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에게 부탁할 수도 없다.
아버지는 아예 다른 지역에 있었고, 윤명철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무서운 존재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아!’
윤명철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아저씨, 집이 전화를 안 받아서 그런데, 이거 외상 안 돼요?”
주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예?”
“아니, 왜 눈을 그렇게 뜨세요? 저 집에 돈 있어요. 그런데 집이 전화를 안 받거든요. 그리고 저 와이케이 비서실 직원이라서 이깟 양복 얼마든지 살 수 있거든요?”
주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냥 옷 갈아입고 나가세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주인의 행동에 윤명철의 얼굴이 벌게졌다.
“아니, 저 진짜 와이케이 그룹 비서실 직원이거든요? 전화로 확인해 드려요?”
“아니, 전화 가지고 뭘 믿어요? 그냥 나가세요. 경찰 부릅니다?”
전화로 확인하는 것은 애초에 전혀 의미가 없다.
상대가 가짜 전화번호로 얼마든지 장난칠 수 있는 거니까.
더불어서 만약 이 전화가 성사되었다면 비서실장이 뒷목을 잡았을 거다.
[비서실장님! 저 비서실 직원 맞죠? 여기 주인한테 뭐라고 말 좀 해 주세요!]그나마 윤명철이 비서실장의 휴대폰 번호를 몰라서 다행이다.
만약, 윤명철이 비서실장의 휴대폰 번호를 알았다면?
비서실장 입장에서 대참사가 벌어졌겠지.
지금 비서실장은 윤기가 보고를 듣는 것을 보좌하는 중이었으니까.
“나가라고!”
결국, 윤명철은 씩씩거리며 양복을 벗었고, 양복을 바닥에 패대기치려고 했다.
“그거 던지면 진짜로 경찰 부른다.”
미리 눈치를 챈 주인이 서슬 퍼렇게 충고하자, 윤명철은 씩씩거리는 얼굴과 별개로 조신하게 양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윤명철이 나간 자리에 소금을 뿌리는 양장점 주인이었다.
* * *
자유시간(?)에 양복을 사려고 했던 윤명철의 계획.
이것은 이미 어그러졌다.
그렇다면, 윤명철은 이제 무엇을 할까?
양복을 사려고 한 것은 정말 좋게 설명한다면 업무의 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러니 다시 업무를 위해 비서실로 복귀할까?
아니다.
윤명철은 지금을 정말로 자유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윤명철이 먼저 떠올린 것은 당구장.
지금까지 당구장에서 마쎄이라는, 큣대를 당구대에 내려찍듯 하는 기술을 쓰다가 얼마나 많은 수리 비용을 당구장에 물어줘야 했던가.
그 정도로 당구를 좋아하는 윤명철이었기에 당구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윤명철은 당구장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죄의식이 떠올라서?
아니다.
자신의 옷 상태 때문이었다.
진짜, 누가 봐도 노숙자가 의류 수거함을 뒤져서 입은 것 같은 모습.
그렇기에 차마 당구장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상의를 벗어 볼까?’
상의를 벗은 윤명철.
하지만, 이내 윤명철은 상의를 다시 입었다.
왜?
추웠으니까.
그렇기에 윤명철은 차선책을 선택했다.
이번에도 역시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없다.
차선책은 바로 오락실!
‘아, 딱 2시간만 놀다 가자. 3시간 걸린다고 했지?’
선임 비서는 분명 2시간에서 3시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명철은 이미 3시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이야, 여기 오락실 좋네.’
윤기가 오락 산업에 대해 꽤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오락실들은 역사에 비해서 좀 더 잘 나가고 있었다.
대한민국 1위 재벌이 ‘저 오락실 좋아해요’라고 하고, 실제로 오락실에서 게임하는 모습이 종종 신문에 뜨는데, 세상 누가 ‘오락은 악이다’라는 말을 하겠는가.
더군다나 윤기가 직영하는 오락실들이 흡연 금지와 더불어 오락실 내 치안 유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오락실들 역시 관리 상태가 꽤 좋았다.
‘히야, 이 시간의 오락실은 아주 쾌적하네?’
더군다나 지금은 아직 오전.
학생들은 학교에, 직장인들은 직장에 있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윤명철은 평소에 사람이 많이 몰려, 하지 못했던 게임의 앞에 앉았다.
오락기 위에 쌓이는 무수히 많은 100원짜리 동전.
돈이 15만 원이 넘게 있으니, 게임을 하기 위한 총알은 그야말로 충분.
따라서 윤명철은 그야말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혼자서 신나게 게임을 즐기던 윤명철은 갑자기 누군가가 자기의 허락도 안 받고 100원을 넣고 2인용으로 전환하자 얼굴을 와락 구겼다.
“아이 씨, 누구……, 헙!”
윤명철이 이리도 깜짝 놀라는 이유.
100원을 넣은 것은 다름 아닌 윤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