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50)
550화 특채 받고 싶은 사람? (1)
허공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곡선.
쿵-!
“컥!”
윤상구는 신류영에 비해 나이가 좀 많이 많다.
그렇기에 자칫하다간 크게 다칠 수도 있던 상황.
하지만, 그나마 한 달 내내 업어치기만, 그것도 차필규에게 특훈을 받았다 보니 신류영은 막판에 정신을 차렸다.
“여, 여보!”
그나마 막판에 힘 조절이 성공해서 다행.
윤상구는 나름대로 큰 충격을 받긴 했지만, 중상을 입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긴장이 풀리면 염좌 증상으로 병원에 가야 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아이고…, 여보, 유도 배운다고 하더니 장난 아니네…….”
윤상구는 눈물을 찔끔 흘린 상태였지만, 이내 눈물을 닦으며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여보 내가 유도 배우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이야기를 다 들었거든. 방금 팔 뻗은 것도 명철이 귀싸대기를 때리려고 한 게 아니라,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한 거야. 정말로 다 들었어.”
“아…….”
신류영은 윤기가 자신의 남편인 윤상구한테도 무언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명철아.”
아버지 윤상구의 목소리.
항상 엄하고 무섭기만 했던 목소리와 달리, 아직 미숙하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부드러움이 담긴 목소리였다.
“네, 네…!”
그래도 다소 몸을 떠는 윤명철.
이런 윤명철의 머리를 윤상구가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미안했다….”
살면서 처음 들어 본 아버지의 사과.
윤명철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쏟았다.
그리고 이내 끅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대성통곡을 하는 윤명철.
“하아…, 내가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아가지고…….”
윤상구는 아들인 윤명철을 안아 줄까 하다가 이내 자신은 그런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내인 신류영에게 무언의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아들을 안아 진정시켜 주는 신류영.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윤명철이 진정되자, 세 사람은 거실 소파에 각자 앉았다.
1인용 소파에는 아버지 윤상구가, 왼쪽과 오른쪽 3인용 소파에는 각각 신류영과 윤명철이.
“솔직히 말해서, 난 정말…, 내 교육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질 않았었어.”
윤상구의 말은 이어졌다.
“내가 그렇게 자랐거든. 당장 일제 강점기도 경험했었고, 학교 다닐 때, 이유 없이 선생님들한테 무던히 맞았고…….”
목소리에는 변명이 담겼다기보다는 그저 과거를 솔직하게 토로하는 느낌이 났다.
“당시에는 내가 당하면서도 그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뒤지게 맞으면 하지 말라는 행동을 안 하게 됐거든.”
윤상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최윤기 회장님이 나를 찾아와서 여러 이야기를 해 주시더군. ‘공포로 짓누르는 것과 교육으로 교정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라고 말이야….”
그렇다.
윤기 극약 처방을 사용할 때가 있다.
사회화가 불가능한 교도소의 악질 녀석들 말이다.
하지만, 극약 처방이 필요 없는 아이들에게까지 걸핏하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가벼운 체벌, 예를 들어서 30센티 자로 손바닥을 때리는 정도야 어떻게 보면 이해라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체벌을 하는 사람들이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는 정말로 많았다.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과한 체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정말로 흔했다.
공포로 짓누르니 당장은 효과가 좋았겠지.
하지만, 이러한 공포는 결국 나중에 고스란히 원죄가 된다.
‘다 너 잘되라고 그랬던 거야’라고 해 봤자, 맞은 자식들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되니까.
“그래서…, 많이 후회가 되더라고. 나는 내가 많이 맞아서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특이한 거였다고나 할까….”
실제로 맞으면서 그게 불합리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바로 윤상구.
불합리한지 모르니, 자신이 훈육을 할 때도 당연히 체벌이 들어가는 거다.
그게 좋은 훈육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당신은 이번 한 달 동안 유도를 배웠잖아? 나는 한 달 동안 심리치료를 받고 배웠어. 그리고…,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정말 많이 후회돼. 명철아…, 이 아빠가 정말로 미안했다. 선생이라는 직함을 달고…, 아니 부모로서 해선 안 될 짓을 했어….”
아버지인 윤상구가 깊이 고개를 숙이자 윤명철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어린 시절, 윤상구는 정말 무던히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체벌을 당했으니까.
그래도 지금.
윤명철이 아버지의 사과를 거절하지 않는 것은 그나마 중학교부터는 윤상구가 타지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맞은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
만약 얼마 전까지 맞았다면 윤명철은 절대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체벌의 공백이 가져온 약간의 기회.
그렇기에 윤명철은 아버지의 사과를 깊이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유예 기간을 줄 정도는 되었다.
“아직…,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도 이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일이 무마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그냥…, 앞으로 내가 변한 모습을 보여 주마. 그리고 나도 변하려고 노력해야겠지.”
이러한 남편의 모습은 신류영 역시 본 적이 없었다.
“여보….”
자리에서 일어난 신류영은 남편과 아들의 사이로 가서 섰다.
그리고는 남편의 오른손을 잡고, 아들의 왼손을 잡았다.
그리고 포개어지는 세 사람의 손.
위에는 남편 윤상구의 손이.
가운데에는 아내 신류영의 손이.
그리고, 아래에는 아들 윤명철의 손이 있었다.
“우리 지금부터는 서로 잘해 봐요. 어렵게 얻은 기회잖아요.”
신류영의 말에 남편 윤상구가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 때.
“휴, 전 업어치기 하시는 줄 알았네요.”
아들 윤명철이 어머니의 중재를 받아들였다.
* * *
다음 날, 윤명철은 윤기의 부름을 받았다.
“정말 고생했어. 네가 한 달 동안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평판이 자자하더라. 이제 다시 비서실로 복귀할래?”
윤기의 말에 윤명철은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는 비서실에 갈 만한 능력도 인성도 못 되는 녀석이었더라구.”
윤명철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지금껏 보고로 윤명철이 바뀌었다고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들으니 솔직히 조금 놀란 윤기였다.
“이야…, 진짜 변했네.”
“다 형 덕분이지, 뭐.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컸지만, 그래도 형이 이런 기회 안 줬으면 난 평생 망나니짓이나 하면서 살았을 테니까….”
윤명철은 요새 자면서 이불을 차는 일이 많다.
자기가 했던 망나니짓이 자기 전에 특집 방송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곤 했으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네 어머니가 내 작은어머니의 은인이라서 도움을 준 거야. 그러니까 어머니한테 잘해.”
“그래야지. 크리스마스 때 선물로 목도리랑 장갑 사 드렸는데, 오늘 그거 쓰고 아버지랑 외출하시더라.”
“효자 됐네?”
“에이, 효자는 무슨…….”
윤명철은 지금까지 얼굴이 붉어지면 화가 나서 붉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윤명철은 부끄러움에 목덜미까지 몸이 붉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비서실로 복귀하지 않겠다면 학교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야? 뭐, 그래도 졸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긴 하겠지만.”
“그래서 형한테 부탁이 하나 있는데, 이야기라도 들어줄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말하는 윤명철의 모습.
정말 한 달 정도 만에 사람이 이렇게 바뀐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래, 말해 봐.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줄 테니까.”
노력하고, 바뀌려는 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윤기.
그렇기에 윤기는 윤명철이 다소 어려운 부탁을 하더라도, 이유가 있다면 들어줄 생각으로 답했다.
“나를 와이케이 그룹에서 가장 힘든 곳으로 보내 줄 수 있을까?”
상상도 못 한 요청.
그렇기에 윤기도 깜짝 놀라 되물었다.
“가장 힘든 곳으로? 진심이야?”
물론, 가장 힘든 곳이라고 해도 윤명철의 능력상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을 꼽자면 역시나 와이케이 상하차 사무실.
“응, 그리고 좀 다양한 직종을 경험해 보고 싶어. 제일 힘든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내가 지금까지 워낙 생각 없이 살아서 힘든 일에 대해 좀 알고 싶거든. 그리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힘든 일을 하는지도 알아야 할 것 같고….”
강동규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모로 깜짝 놀란 윤명철.
그렇기에 윤명철은 자신이 좀 더 사회를 알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은 자기가 좀 바뀌었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심이 무뎌질 수가 있으니까.
“호오, 후회하지 마라?”
“응, 절대 후회하지 않게 노력할게.”
“좋아, 그러면 상하차부터 시작해 볼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열심히 해 볼게!”
불쌍한 윤명철.
상하차를 모르는 아이였다.
* * *
“그동안 고생했어요.”
윤기의 말에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고생이라고 해 봐야 일주일 조금 넘은 건데요. 오히려 다른 비서들이 많이 아쉬워합니다.”
“그렇겠죠. 성빈이가 김인수 사장의 직속 비서니까요.”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
그렇다.
황성빈은 김인수 사장의 직속 비서였다.
와이케이 그룹의 IT 계열사 사장을 담당하고 있는 김인수.
더불어서 마석일의 수제자.
류근태의 직계가 마석일이라면, 마석일의 직계는 손민관 작가, 그리고 김인수가 있다.
김인수는 덕분에 사장의 반열에 올랐고, 당연히 김인수 역시 직계라 부를 만한 부하가 생겼다.
IT 계열사의 전직 용팔이 삼총사는 직계라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한 존재.
따라서 김인수는 황성빈이라는 녀석을 발굴해서 아예 비서로 쓰고 있었다.
어쨌거나 비서 한 명은 필요하니까.
그리고 윤기는 바로 그 황성빈을 이번 일에 투입한 것이다.
윤명철이 내기에 뛰어들도록 말이다.
그리고 황성빈의 나이는 22살.
괜히 옥상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운 게 아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다른 녀석들한테 이번 일의 진상을 말해 주니까 대단히 아쉬워했습니다.”
혹시 몰라서 윤기는 황성빈을 방금까지 비서실에서 일하도록 시켰다.
하지만, 윤명철이 비서실로 복귀할 의사가 없고, 황성빈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황성빈은 김인수에게로 돌아갔다.
비서들 입장에서는 똘똘한 막내가 사라졌으니 너무나도 아쉽겠지.
“지금이라면 명철이가 비서실에 가도 나름대로 일을 수행할 수 있긴 하겠죠?”
“안 될 건 없지만, 업계 용어 중에 모르는 게 너무 많은 데다가, 타고난 머리가 부족해서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다른 녀석들한테 생긴 선입견도 그리 쉽게 부서지진 않을 테고요.”
“하긴,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하겠네요.”
윤기는 나중에 윤명철이 능력과 인성을 갖춘다면 그때는 진심으로 비서실에 발령해 줄 생각도 조금은 했다.
최철민에 이어서 윤명철이라. 의외로 정이 있는 녀석이란 말이야?>
비록 몸이 닿지는 않지만, 윤기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시늉을 하는 최덕배.
윤기는 그런 최덕배를 향해 웃으면서 단호하게 답했다.
‘물론, 박경자는 규격 외 존재예요.’
* * *
이번 윤명철과 관련된 일은 윤기에게 한 가지 영감을 주었다.
그렇기에 윤기는 곧바로 측근들을 소집했다.
모처럼 서재에 모인 측근들.
그런 측근들을 향해 윤기는 일종의 폭탄선언을 했다.
“특채와 관련해서 한 가지 조건을 걸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