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52)
552화 이중 국격 (1)
[[[[[우와아아아아!!]]]]]거스터 공화국에 윤기가 탄 전용기가 착륙하자 수많은 요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윽고 전용기의 문이 열리고 윤기와 메릴이 나타난 순간 다시 한번 울리는 함성.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앗!!]]]]]흡사 왕과 왕비를 향해 환호하는 국민들의 모습.
실제로 윤기는 PMC 요원들에게 거의 왕과 같은 존경을 받았다.
“와…, 여기 아프리카 맞아?”
그야말로 깜짝 놀라는 메릴.
“대단하지?”
“응…, TV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라.”
TV에서 표현하는 아프리카는 아이들이 팬티만 입고, 손으로 밥을 먹는 모습이다.
사실, 이런 건 죄다 ‘빈곤 포르노’라는 이름의 사기다.
어떻게든 기부금을 끌어모아서 거대해진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 페이크 다큐와 선정적인 기부 광고를 쏟아내는 것이 현실.
그렇기에 지금 메릴이 본 거스터 공화국은 정말 아프리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멋졌다.
“진짜 전기라는 게 엄청 중요하더라구.”
처음 거스터 공화국을 세울 때만 하더라도 전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오죽하면 샤워조차도 자유롭게 하기 힘들어서 정점에 있는 윤기가 물티슈로 샤워를 했을까.
하지만, 스마트원자로라는 존재를 알게 된 덕분에 핵잠수함을 빌려 많은 전기를 수급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PMC의 걸프전 참전, 그리고 윤기의 유전 판매를 통한 막대한 재화의 지원.
전기와 재화가 안정적으로 투입되니 많은 공사가 전혀 차질없이 이어진 것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상향된 요원들의 복지.
그렇다 보니, 거스터 공화국에서 윤기는 사실상 왕이 되었다.
윤기가 왕이면 메릴은 왕비.
“으으…….”
물론, 메릴 입장에서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많은 인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직접’ 받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사진 모델도 따로 촬영한 사진이 잡지 등에 실린 것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힘들어? 들어가라고 할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메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익숙해져야지.”
대신 메릴은 윤기에게 팔짱을 좀 더 강하게 꼈다.
‘아, 좋다.’
속으로 씨익 웃은 윤기는 요원들에게 손을 좀 흔들어 주다가 오늘의 행선지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별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수심 6미터의 별장에 두 사람이 설 수 있게 되었다.
“우와…, 바닷속에서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다니…….”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
푸른 세상에 물고기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본 메릴의 눈이 반짝였다.
“아마, 우리가 세계 최초로 장비 없이 바닷속에 선 사람들일 거야.”
세계 최초의 수중 레스토랑은 2005년 몰디브에 완공된다.
그런데, 윤기는 그것보다 무려 13년이나 더 빠르게 완공시켰다.
물론, 기술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저택처럼 만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침실과 화장실, 그리고 주방만이 존재하는 작은 별장.
하지만, 시대를 생각했을 때,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것이 맞았다.
심지어 가구들도 그야말로 최고급.
페르난데즈가 직접 개입한 이곳의 인테리어는 그 자체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수준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은 항상 메릴, 너와 함께하고 싶어.”
윤기의 말에 메릴은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함께 있는 시간이 아주아주 길었건만, 아직도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두 사람.
그렇게 둘만이 있는 해저에서 후끈한 열기가 실내를 한번 훑고 지나갔다.
주변이 온통 푸르고 시원한 바다지만, 실내만큼은 후끈한 지금.
시간이 꽤 지나고, 허기를 느낀 두 사람은 간단히 밥을 먹고 설거지를 했다.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하는 윤기.
그리고 두 사람은 침대 머리에 기대고 앉은 상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우리 아이들도 이곳에 같이 오겠지?”
얼굴이 살짝, 아주 사알짝 상기된 메릴의 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런데, 난 우리 둘이서만 계속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아이, 참….”
메릴은 주먹으로 윤기의 허벅지를 약하게 쿵쿵 내리쳤다.
“너무 그러지 마, 흔들린단 말이야.”
“20대 중반은 좋겠다.”
“진짜로 좋게 해 줄래?”
“아니, 아니야. 나는 지금 체력 다 썼어.”
황급히 고개를 젓는 메릴.
메릴은 어떻게 화제를 전환할지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별장을 좀 더 세심하게 둘러보았다.
“아, 저거는 뭐야?”
창문 쪽에 설치된 어떠한 장치.
그러자 윤기는 아쉬워하면서도 대답해 주었다.
“아, 저거? 망원경이야.”
“어? 망원경?”
“응. 저걸로 보면 좀 더 먼 바닷속도 잘 볼 수 있어.”
“보고 싶어!”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보고 싶어진 메릴.
“좋아!”
윤기는 메릴이 흥미를 보이자, 역시 설치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먼저 망원경을 체크했다.
[별장에 수중 망원경 설치할 수 있을까요?]안 되면 되게 하라.
돈이 있는데 안 될 이유가 있을까.
애초에 망원경 설치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윤기의 별장에는 수중 망원경이 최신형으로 설치되었다.
‘어디 보자~.’
윤기 역시 사용법만 외워 뒀을 뿐,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
그렇기에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망원경을 사용했다.
그러자 보이는 바닷속의 풍경.
‘모든 것이 아름답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바닷속을 바다 위에서나 TV를 통해 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고도에 서서 본다는 것은 너무나 진귀하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윤기는 무언가가 자신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는 것을 느끼고 겨우 환상의 경험에서 빠져나왔다.
“아, 미, 미안!”
볼을 불룩이며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릴.
윤기는 황급히 자리를 비켜 메릴이 망원경 앞에 설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면…….”
친절한 설명에 금세 망원경에 익숙해진 메릴.
“와…….”
메릴의 입에서 나온 것은 바로 감탄사였다.
솔직히 황홀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멋진 장소에서 함께하는 진귀한 경험이라니.
이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메릴은 정말 천상의 행복감을 느꼈다.
“나 허리 좀 잡아 줄 수 있을까?”
“응? 당연하지.”
아무래도 망원경에 눈을 대야 하다 보니 자세를 낮춰야 하는 상황.
윤기는 메릴이 편하게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어쩐지 애국가를 부르고 싶어지는걸?’
메릴이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윤기가 황홀한 망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메릴 쪽의 반응이 이상해졌다.
“앗…….”
“왜, 그래?”
“꺅!”
순간적으로 망원경에서 몸을 떼는 메릴.
“왜! 무슨 일이야?!”
메릴은 대답 대신 옆으로 물러서며 망원경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리켰다.
곧바로 망원경에 눈을 갖다 대는 윤기.
“아, 씨…….”
망원경에는 포경에 피를 흘리며 몸부림치는 고래가 한 마리 있었다.
* * *
윤기가 해저 별장에 메릴을 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렇다면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당연히 태교가 들어 있다.
솔직히 말해서 수중 망원경으로 포경 장면을 보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렇기에 윤기는 상당히 분노한 상태로 브라운을 호출했다.
그것도 해저 별장이 아니라 위로 올라가서 말이다.
메릴 역시 올라왔다.
그저 별거 아닌 경험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바닷속에 있으면 계속 그 고래의 모습이 떠오른 탓이다.
그래도 지상에 윤기의 별장이 또 있어서 다행이다.
훨씬 넓고, 훨씬 쾌적한 장소.
그렇기에 메릴은 다행히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윤기는 아직 안정을 찾지 못했다.
“이 주변에서 고래를 사냥하는 놈들은 도대체 뭐죠?”
윤기의 물음에 브라운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지 바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고개를 깊이 숙이는 브라운.
무언가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한 윤기는 브라운에게 화를 내는 대신, 전후 사정을 물었다.
“자세하게 이야기해 봐요.”
“지금으로부터 조금 전, 선박 하나가 우리 거스터 공화국의 영해를 침범했습니다.”
윤기는 브라운의 말을 끝까지 기다렸다.
“이런 변명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만…,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거스터 공화국은 인력 부족이 좀 크지 않습니까? 따라서 해당 선박에 무선으로 경고를 보냈지만, 해당 선박을 퇴거시키기 위한 배를 보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으음…….”
“뒤늦게 잡고 보니 일본의 ‘조사 포경’을 위한 선박이더군요. 그리고 메릴 님께서 보신 장면이 하필…, 그런 겁니다…. 죄송합니다….”
“아…, 이런 쌍놈의 새끼들…….”
한국말로 중얼거리며 양손으로 양 눈을 비비는 윤기.
솔직히 브라운은 죄가 없었다.
현재 거스터 공화국의 인력상 해전을 벌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따라서 해상에 완벽한 치안력을 보이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 일본의 포경선이 영해로 불법 침입을 하는 데도 빠르게 손 쓰지 못한 것이겠지.
“일단 그들의 배를 압수했고, 신병을 구속한 상황입니다.”
“그건 잘했어요. 제가 성에 찰 때까지 그들을 절대 풀어주지 말고, 대우도 ‘한국 거스터 교도소의 특급 대우’에 준하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절대 죽지는 않게 해놓겠습니다.”
거스터 공화국은 제네바 협약이 이루어질 때 없었던 나라.
‘감히 우리나라 영해에 불법 침입한 것도 모자라서 메릴에게 최악의 장면을 보여 줘? 너희들 어지간해서는 일본 절대 못 돌아갈 줄 알아라.’
이를 빠득빠득 간 윤기는 메릴에게 돌아간 후, 최선을 다해서 즐거운 이야기만 들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 * *
그래도 이번 여행은 메릴에게 있어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윤기와 둘이서 다른 목적 없이 순수 여행만을 즐긴 것은 너무나 오랜만이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가족 여행 아닐까?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 메릴의 배 속에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메릴은 일본의 포경선에 의해 생긴 나쁜 기억을 거의 잊었다.
“이번 여행 너무 즐거웠어.”
“만족했다니 다행이야. 다음에는 어디에 갈까?”
“글쎄…?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그저 우리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니까.”
“그래도 기회가 있으면 또 갈 수 있도록 할게.”
“응!”
즐거웠던 열흘간의 휴식.
물론, 윤기는 포경선에 대해 전혀 잊지 않았다.
잊을 리가 없지.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1월 중순이 되어서도 윤기는 거스터 공화국에 구류된 녀석들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브라운에게 따로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저 시간만이 흐르는 상황.
어떻게 보면 ‘윤기가 잊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옆 나라 일본에서 먼저 난리가 났다.
[속보, 조사 포경선 1척, 행방불명 돼]그렇다.
윤기는 포경선과 관계자들의 구속 사실에 대해 일본에 통보하지 않았다.
잊었을까?
아니다.
일부러 통보하지 않은 거다.
그렇기에 일본은 모든 사실을 자기들의 추론을 통해 알아내야 했다.
[속보, 행방불명된 조사 포경선, 최종 연락 지점은 앙골라 부근 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