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54)
554화 이중 국격 (3)
“예? 그게 포경이 아니라 군사 목적의 선박이라는 말입니까?!”
깜짝 놀라 헛바람을 들이키는 스미스.
윤기는 그런 스미스와는 대조적으로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분명 영해에서 떠나라고 했는데도 무리해서 접근하지 않았겠죠?”
“아니, 잠깐만요. 그 포경선이 거스터 공화국의 영해에서 잡힌 겁니까?”
“모르셨나요?”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윤기.
스미스는 더욱 어처구니없어했다.
왜냐하면, 일본을 통해서 나온 신문들에는 영해와 관련된 언급이 전혀 없었으니까.
“아니…, 저희가 아는 거로는 거스터 공화국이 일본의 포경선을 구속했다는 것뿐이라서요. 그런데 거스터 공화국의 영해에서 구속된 거라니…….”
“거스터 공화국의 영해에서 구속된 게 맞습니다. 애초에 우리 거스터 공화국은 인력이 부족해서 공해에 나가서 포경선을 잡아들이거나 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아…, 확실히 그렇겠군요.”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근거.
인력이 부족한데 공해까지 나가서 선박을 납치한다?
솔직히 말해서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어선이 아니라 주요 무기, 예를 들어서 핵무기 같은 것을 운반하고 있는 선박이 납치된 거라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근거가 통하지 않겠지.
하지만, 이번에 구속된 것은 포경선.
당연히 이런 근거가 먹혔다.
“그리고 보니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해당 배에 실려 있던 고래 중에 희귀한 고래도 있었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보호종도 당연히 잡았을 것 같네요.”
“아니, 어떻게 그런!”
스미스는 이를 악다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아, 물의 양은 완벽하게 맞춘 것 같네.’
밥솥의 취사 버튼을 누른 윤기.
이제 스미스가 뜸을 들여줄 것이다.
* * *
[일본의 포경선, 알고 보니 군용 목적의 위장?]미국과 유럽에는 이러한 내용의 기사들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스미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간 내용으로 인해 만들어진 기사들.
특히, 일본의 포경선이 공해가 아니라 거스터 공화국의 영해에서 잡혔다는 것이 이러한 가설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 주었다.
당연히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짜증 날 일.
일부러 그걸 숨겼는데, 윤기가 월드 돌핀에 후원까지 하면서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도 일본의 이러한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 좋아하는 국가.
당장 2020년에 방사능 오염수를 유출하는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자국의 여론과 세계의 여론을 우습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하물며 90년대는 오죽할까.
하지만, 일단 해당 포경선이 영해까지 들어간 것에 대해서 밝혀진 이상, 일본 정부는 추가적인 행동을 해야만 했다.
“이런 빌어먹을! 왜 하필 거스터 공화국의 영해에 들어가서 우리를 귀찮게 하는 거야!”
대신들 앞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총리.
윤기와 맞설 명분을 얻은 것은 좋았지만, 상대의 가설이 일본 입장에서 너무나 치명타였다.
[일본의 포경선들은 군사 목적을 가지고 있다!]가뜩이나 세계에 욕을 먹어가면서 포경을 하는 중인데, 여기에 스파이 혐의가 씌워진다?
더더욱 입지가 좁아지겠지.
심지어 일본 포경선들의 영해 침범은 이번 한 번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아니, 고기 좀 잡다가 영해에 조금 들어갈 수 있는 것 가지고, 뭘 이렇게 난리랍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법무 대신’의 말.
더불어서 다른 대신들 역시 거스터 공화국의 ‘인간미 없음’을 성토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정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물론 자기들이 당할 때는 불같이 화내는 것이 이 녀석들.
일본의 포경선들이 영해를 침범하는 것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경고를 받는 일은 2010년대에도 계속 벌어진다.
그냥 어업도 영해를 침범당하면 화날 텐데, 세계의 국가들이 사랑하는 고래를 잡기 위한 포경선이다.
당연히 더 화가 나겠지.
하지만, 일본의 포경선들은 그래도 타국의 영해를 침범했다.
왜?
고래를 먹어야 하니까.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합니까? 국민들한테 지지를 받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우리는 분명 무언가 성과를 내야 합니다.”
외무대신의 말은 어쨌거나 현재 상황을 관통하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총리는 외무대신에게 물었다.
“혹시 뭔가 대책이라도 있으십니까?”
“일단 해당 포경선의 인원들하고 이야기라도 나눠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자초지종을 확실히 파악해야 할 테니까요.”
일단 일본은 거스터 공화국으로 인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 * *
이번 일로 인해서 수혜를 본 다른 국가가 있다.
물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국가.
그렇다면 어디일까?
바로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일본의 그 어떠한 비행기도 거스터 공화국에 착륙할 수 없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을 경유해서 오십시오.]일본의 선박 인원 면회 요청에 대한 거스터 공화국의 답변.
어쩔 수 없이 일본은 거스터 공화국의 말을 따라야 했다.
만약, 거스터 공화국의 허가 없이 비행기를 날릴 경우, 거스터 공화국이 비행기를 격추시킬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미 콩고민주공화국에 언질을 준 거스터 공화국.
바가지를 옴팡지게 씌우라는 말.
실제로 일본의 인원들은 2월 9일, 콩고민주공화국에 도착해서 엄청나게 고생했다.
평소 콩고민주공화국의 외국인 상대 물가가 아니었다.
진짜 각 잡고 비싼 가격.
더군다나 호텔의 시설이나 음식의 수준도 매우 열악했다.
따라서 연신 거스터 공화국에 언제 입국이 가능하냐고 묻던 일본 공무원들.
하지만, 그들이 거스터 공화국에 올 수 있었던 것은 2월 16일이었다.
그렇기에 7일이라는 시간 동안, 일본의 인원들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살인적인 물가와 다분히 의도적인 열악한 시설을 맛봐야만 했다.
오히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좀 더 시간을 끌어주면 안 되냐고 아쉬워했을 정도.
하지만, 모든 일에는 선이라는 게 있었기에 7일로 끝낸 것이다.
일본의 눈이 무서운 게 아니라, 이번에는 세계를 대상으로 명분 싸움 중이라는 것이 이유.
그래도 거스터 공화국은 콩고민주공화국에 한 번 더 호의를 베풀었다.
[두 명만 올 수 있습니다.]따라서 나머지 일본의 인원들은 계속 콩고민주공화국에 남아 살인적인 물가와 열악한 시설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빨리 돌아와야 하네!]호텔에 남은 상사의 지시.
물론, 상사가 직접 오는 게 맞았지만, 상사는 혹시나 거스터 공화국에 자신도 구속될까 봐 자신은 호텔에 남고 적당히 부하 두 명을 골라 보냈다.
전부 다 같이 가는 거라면 혹시 몰라도, 둘만 가게 될 경우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그렇기에 상사는 차라리 비싸고 더러운, 열악한 환경을 선택했다.
부하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짜증 나는 상황.
하지만, 어쩌랴.
까라면 까야지.
“따라오십시오.”
거스터 공화국 병사들 중 소위 계급장을 단 인물의 말.
어쨌거나 일본을 대표하는 두 명이 왔는데, 윤기는커녕 사령관 브라운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소위와 병사들만이 무장한 상태로 와서 그들이 갇혀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상황.
그렇기에 강제로 대표가 된 두 명의 일본인, 마에다와 사카이는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영접도 없고, 심지어 흔한 차 한 잔도 없다.
그저 곧바로 포경 인원들이 갇혀 있는 시설로 향하는 둘.
그리고 그들은 포경 인원들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적당히 열 명씩, 대충 가둬 둔 데다가, 영양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난다 고랴(뭐야, 이거)?”
일본어로 중얼거리는 마에다.
이러한 마에다의 말에 갇혀 있던 포경 인원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우리나라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이야!”
“저기요! 우리 구하러 온 거 맞죠?”
“살려 줘요! 배고파!”
마에다와 사카이는 어이가 없어서 소위를 바라보았다.
“우리 일본 국민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어쨌거나 영어를 할 줄 아는 마에다와 사카이.
하지만, 대답으로 들려오는 영어는 담담했다.
“일반 교도소 배급량의 절반은 배식 중입니다. 인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3개월 후에는 정량 배급이 될 겁니다.”
“아니, 그 이상으로 말라 보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배식량을 절반으로 줄였다는데 누구는 살에 윤기가 돌고 있었고, 누구는 살이 푸석한 상황이었다.
“빼앗아 먹었나 보죠.”
그렇다.
이곳에 갇혀 있는 녀석들은 배식량이 만족스럽지 않자, 힘의 우열을 통해 배식량을 자체적으로 조정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니, 당신들은 관리도 안 합니까?! 세상 그 어떤 수용소가 이따위로 관리를 합니까?!”
핏대를 세우며 화를 내는 사카이의 행동에 소위는 다른 병사에게서 무언가를 건네받아 둘의 앞에 보였다.
그것은 바로 사진.
그것도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제국이 운영하던 수용소의 사진이었다.
깡말라,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나는 미국의 포로들.
소위는 사진으로 말한 것이다. ‘우리가 너희들보다는 훨씬 나을 텐데?’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마에다와 사카이는 할 말을 잃었다.
“일본인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민족이라고 하길래 딱히 그런 쪽의 관리를 안 했습니다만, 뭐…,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관리를 하겠습니다. 관리할까요?”
그야말로 가불기.
만약, 여기서 관리를 해달라고 하면 일본인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민족이라고 인정을 하는 것이 된다.
지금 마에다와 사카이를 절박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굶다시피 하는 인원들.
하지만, 마에다와 사카이는 결국, 그들을 버렸다.
“크흠! 관리는 지금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요.”
곧 죽어도 자존심은 못 버리는 모습.
그렇게 마에다와 사카이는 살이 빠지지 않은, 혈색이 멀쩡한 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대부분 지금 이곳이 너무 힘들다고, 빨리 빼내 달라고 토로하는 것.
결국, 마에다와 사카이는 직접 물어보았다.
왜 거스터 공화국의 영해에 들어갔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두 사람, 아니 콩고민주공화국에 일본 인원들이 온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의 답변은 너무나 뻔했으니까.
[[[항상 하던 대로 한 건데요?]]]일본 국민들의 세금이 물에 들어간 솜사탕마냥 사르륵 녹은 순간이었다.
* * *
결국, 일본이 난리를 쳐서 얻은 것은 전혀 없었다.
거스터 공화국에 인원을 파견해서 얻은 소득은 그야말로 전무.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명분을 얻어낸 이상, 성과는 반드시 내야 했으니까.
그렇기에 결국, 일본 총리를 비롯한 대신들은 윤기와 직접적인 협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일본 국민들을 돌려받고 싶습니다. 협상을 하고 싶으니, 시간과 장소를 지정해 주십시오.]그러자, 의외로 윤기는 이러한 협상 요청을 받아들였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총리가 직접 오라’라는 조건 말이다.
그렇기에 총리를 비롯한 대신들은 또 한참을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총리가 직접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총리’ 이미지라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윤기가 지정한 장소는 미국.
그런데, 총리는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겪어야만 했다.
회담장에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총리.
그런데, 나타난 인물이 윤기도 아니고, 브라운도 아니고, 류근태나 최철규도 아니고, 마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