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59)
559화 고래 잡지 마! (3)
순간 벙찐 표정을 짓는 비뇨기과 협회장.
50대 초반인 자신에게 반말하는 20대라니.
협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봐야 한다.
윤기는 기본적으로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존대를 해 준다.
그런 윤기가 각 잡고 반말을 하는 상황.
이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빨리 알아채야 하는데, 의사들은 그러질 못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목소리에 날이 선 협회장.
이들이 윤기를 우습게 보는 근본적인 이유에는 바로 ‘경멸감’이 있었다.
사실, 이런 경멸감을 가지는 일은 흔하다.
당장 직장인들만 하더라도 상사가 무능하다고 생각하면서 경멸감을 가지니까.
협회장을 비롯한 의사들이 윤기에게 가진 경멸감은 그 이상.
타고난 머리가 엄청난 사람들이니, 윤기가 운으로만 성공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대상을 향해 경멸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그걸 내보이지 않는다.
그게 바로 사회성이니까.
하지만, 지금 바로 앞에 있는 의사들은 자신들의 경멸감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쫓아내.”
다시 한번 내려지는 윤기의 명령.
윤기는 비뇨기과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렇기에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의사들.
그리고 잠시 후.
윤기는 의사협회장을 불렀다.
* * *
“아,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살짝 긴장한 것으로 느껴지는 의사 협회장.
50대 중반의 나이로 비뇨기과 협회장보다는 몇 살 더 많은 의사협회장이었다.
“어서 오세요.”
존댓말을 해 주고는 있지만, 그다지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는 윤기.
그렇기에 의사 협회장은 다소 당황했다.
“저…, 혹시,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의사협회장은 아까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몰랐다.
왜냐하면, 비뇨기과 협회장을 쫓아내면서 의사 협회장을 부른 것이니까.
물론, 윤기는 의사협회장과 따로 인맥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맥을 쓰면 부르는 것이 가능한 법.
그렇기에 지금 의사협회장은 세계 최고의 재벌이 자신을 부른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의사 협회장은 비뇨기과 협회장과 달리 이런 공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눈앞의 이익이라는 차이 때문.
비뇨기과 협회장은 당장 포경수술이라는 거대한 이익을 빼앗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사 협회장은 아직 이익을 침해당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불똥이 튈 것이 걱정되는 상황.
따라서 비뇨기과 협회장과 달리 의사 협회장은 윤기의 눈치를 살살 보며 말을 기다렸다.
“방금 그 자리에는 비뇨기과 협회장이 있었어요.”
“비뇨기과 협회장이요? 아…, 왜인지 알 것 같습니다.”
포경수술을 냅다 두드리고 있는 윤기였기에 의사 협회장은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도 얼추 추측할 수 있었다.
“비뇨기과 협회장이 저에게 아주 핏대를 세우더군요.”
다소 머리가 복잡해진 의사 협회장.
윤기의 편을 들어주자니,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자니, 이득만 된다면 팔도 밖으로 굽을 수 있지 않겠는가?
애초에 협회라는 것 자체가 이익을 위해서 세워진 것인데, 협회장이라는 자리는 그 이익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사람이 앉는 곳이니까 말이다.
“협회장님, 그래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협회장님은 포경수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너무나도 빨리 다가온 가불기.
하지만, 윤기가 일단 무언가 이득을 주겠다고 말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의사 협회장은 최대한 온건하게 비뇨기과 의사들의 편을 들었다.
“제가 그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라서 감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이 추천한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지 않겠다는 교과서적인 대답.
그렇기에 윤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외국에서 전문가들을 데려올 수밖에.”
순간 의사 협회장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예? 예에? 회장님, 지,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무래도 국내에는 전문가들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그러니 외국에서 의사들을 데려와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
윤기는 이번 일을 토대로 병원을 세워야겠다는 확신을 내렸다.
하지만, 의사 협회장의 태도에 따라서 세우는 시기를 좀 미뤄 줄 요량은 있었다.
애초에 의사들의 전폭적인 반대를 감당해 가며 세울 만한 이유까지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윤기의 병원 설립과 관련한 언급은 일종의 뻥카.
하지만, 의사 협회장 입장에서 지금 윤기의 말은 작두 위를 맨발로 걸으란 것보다 무서운 말이었다.
‘당장, 판검사들도 박살 낸 게 최윤기 회장님인데…….’
의사 협회장은 그래도 비뇨기과 협회장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이게 다 조금이라도 제3자의 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
만약, 윤기가 처음 한 행동이 ‘외국에서 의사를 들여오겠다!’였으면, 비뇨기과 협회가 아니라 의사 협회가 난리를 쳤겠지.
눈앞의 의사 협회장도 윤기를 향해 핏대를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그러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 병원을 세운다거나 의사를 데려온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가정’.
따라서 의사 협회장은 교섭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윤기를 향해 자세를 한껏 낮췄다.
“회장님, 어디까지나 제가 그쪽 방면에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뿐입니다. 다른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분명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오늘 포경수술 때문에 사망사고 난 거 아시죠?”
“예? 아, 아아…,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안이 생각보다 급박하다는 것도 아시겠군요?”
“그,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그 전문가’를 부를 수 있을까요?”
만약 여기서 안 된다고 한다면?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
따라서 의사 협회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부, 부르겠습니다!”
“전화는 편히 쓰세요.”
윤기는 의도적으로 의사 협회장에게 ‘다른 방’에 있는 전화를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거실에 있는 전화를 쓰기에는 아무래도 의사 협회장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할 테니까.
약 50분 후.
의사 몇 명이 윤기의 집에 나타났다.
그리고 2분도 안 돼서 끝난 아주 짤막한 인사치레.
윤기는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포경수술이 꼭 필요한 수술인가요?”
“아닙니다. 포경수술은 솔직히 말해서 별로 필요 없는 수술입니다.”
대답을 들은 윤기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번뜩였다.
‘됐어, 성공했어.’
이제 의사 협회가 윤기의 대리가 되어 비뇨기과 협회와 싸우게 될 것이다.
* * *
다른 의사들과 약간의 대화를 나눈 후, 윤기는 의사 협회장에게 본격적인 요구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대한민국 의사들의 실력을 믿습니다. 하지만, 비뇨기과에서 엄청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도 반성의 태도가 없어서 큰 결단을 내리려고 했지요.”
의사 협회장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숨기며 윤기의 뒷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협회장님이 이렇게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여 주시니 아무래도 그 생각은 잠시 미루고, 의사 협회의 어깨를 조금 빌릴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말씀만 하십시오.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일단 첫 번째. 이번에 의료사고를 일으킨 비뇨기과 의사들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의사 협회의 의사들이 그 증언을 해 줄 수 있습니까?”
“헙…!”
사실, 윤기도 의료과실이라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당장 제약회사를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포경수술은 긴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니다.
더군다나 의사들이 평소 영업하던 시간을 넘어서, 새벽까지 수술을 하다가 문제를 일으켰다.
심지어 의사 본인이 수술한 것이 아니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심한 경우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시킨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관행이 다른 진료과에서도 분명 있겠지.
하지만 지금 포착된 것은 비뇨기과이고,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잘 살리려면 반드시 다른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따라서 선택한 것이 의사 협회.
윤기는 조용히 협회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 회장님. 어제와 오늘 새벽까지 행해진 수술이 정말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증언하는 의사는 그 의사들과 모두 척지게 될 텐데…, 부담이 크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돈에 미쳐서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들에 대한 증언만 하면 될 테니까요. 자신이 직접 영업 시간 중에 집도했는데 의료사고가 났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협회장은 자신이 데려온 의사들을 바라보았다.
당연하지만 표정으로 난색을 표하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좀 더 명확하게 당근을 보여 주었다.
“제가 나중에 병원을 세울 수도 있어요.”
협회장은 순간 ‘방금 그걸 철회하신다고 하셨지 않나요’ 하고 말하려다가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는 일단 말을 아꼈다.
“물론, 그 병원에는 외국인 의사들이 아니라 한국인 의사들이 들어오겠죠. 그때, 제가 과연 어떤 의사들부터 영입할까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못 알아들으면 사회성이 없는 거겠지.
다행히도 협회장이 데려온 의사들은 사회성이 그래도 있는 의사들이었다.
“으음…,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증언을 하겠습니다.”
“예, 저도 증언하겠습니다.”
의사들의 대답.
윤기가 지금까지 약속 하나는 정말 칼 같이 지켜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재벌이 약속한다고 해도 신용이 없다면 믿을 수가 없으니까.
괜히 청탁을 넣을 때,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다.
‘이 사람 소개를 통해 만나면 믿을 수 있어’ 같은 확증.
하지만, 윤기는 징검다리가 필요 없다.
윤기가 된다고 하면 되는 거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니까.
“좋아요. 그리고, 두 번째.”
“예, 말씀하십시오.”
“의사 면허와 관련해서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은 재취득이 불가능하게 만들고 싶네요.”
의사 협회장은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회, 회장님.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됩니다. 그건 저라도 절대 다른 의사들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물론, 윤기도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다.
“그렇다면, 해당 의사들을 그 어떠한 병원에서도 고용하지 않는 것은 가능할까요?”
“…협회 소속이라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습니다.”
윤기는 그 정도면 그래도 나쁘지 않다는 듯, 눈동자를 밑으로 내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분명 불만족한 부분이 있다는 뜻.
따라서 윤기는 뒤이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병원 입구에 반드시 기재하는 정도는 어때요?”
어떤 의미로는 가불기에 걸린 협회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