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6)
#56화 유행의 선도자 (2)
“아이고는 무…….”
김명환이 진수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순간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윤기의 책상이 각도기의 궤적을 그리며 바닥을 향해 넘어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윤기의 주먹이 김명환의 턱을 향해 쏘아졌다.
딱!
빠작!
김명환의 윗니와 아랫니가 엄청난 속도로 충돌하며 끔찍한 소리를 냈고, 동시에 바닥에는 부서진 이빨들이 후드득하고 쏟아졌다.
엄청난 충격에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놓은 김명환이었지만, 윤기의 징벌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뒤돌려차기가 허공에 잠시 떠 있던 김명환의 배에 정통으로 꽂혔고, 덕분에 김명환은 분단 제일 앞쪽까지 날아가 다른 아이가 앉아 있던 의자에 등을 부딪쳐 바닥에 떨어졌다.
“케헥!”
고통으로 기절했다 고통으로 깨어난 김명환은 원치 않게 기침을 해 댔지만, 몸을 가눌 시간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윤기의 눈은 아직 뒤집혀 있었으니까.
“사, 살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윤기를 향해 어눌해진 말로 자비를 구한 김명환이었지만, 윤기는 그런 김명환의 얼굴을 발로 짓밟기 시작했다.
퍽퍽 거리는 소리와 꽈드득 하는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지만, 이걸 말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미 첫 일격을 목격한 급우들 입장에서는 감히 다가갈 엄두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 마, 말려 봐!”
김명환의 친구인 윤신규가 다급하게 진수와 원희에게 말했지만, 둘 다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저건 우리도 못 말려. 죽기 직전은 되어야 말릴 수 있으려나?”
원희의 말에 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 앞에서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부모 욕이야. 4학년 때도 부모 욕 한 녀석 있었는데 그 녀석은 오른쪽 팔꿈치 뼈가 박살 났지?”
“그래도 걘 어려서 봐준 거라고 윤기가 나중에 말해 주긴 했는데, 쟤는 정상 참작도 안 될 거 같아. 3학년 때 눈 돌아갔을 때보다 더 심한데?”
원희의 말처럼 윤기는 ‘도둑놈’을 팰 때보다 더 잔인하게 김명환을 짓밟고 있었다.
“야, 슬슬 말리자. 저러다 진짜 죽겠다.”
“에휴, 멍청한 새끼들이 윤기 외모만 보고 덤비다가 꼭 저렇게 돼요. 윤기가 마음만 먹으면 학교 짱 따위는 일도 아닌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진수와 원희가 윤기에게 달려들어 각각 하체와 상체를 끌어안았다.
“윤기야, 참아!”
“이러다 얘 죽어! 죽으면 고통도 끝나잖아!”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합리적인 원희의 말에 윤기의 눈동자에 평소처럼 검은자위가 돌아왔다.
“……흥.”
윤기는 콧방귀를 뀌더니 옷매무시를 잠시 가다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 난리를 쳤는데 숨도 거칠어지지 않은 윤기를 보며 윤신규와 이상우는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아주 작은 윤기의 말에 순간 움직임이 멈추고 말았다.
“꿇어.”
순식간에 교실에는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는 소리가 들렸고, 윤신규와 이상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윤기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볼펜으로 대가리 찍어 보지 그래?”
순간 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아까 창고 쪽에서 자신들이 나눈 대화를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명환의 모습과 자신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된 것이다.
덕분에 둘은 자신들도 모르게 널브러져 있는 김명환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서 진수와 원희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가 양호실로 데려가.”
“미쳤어? 이 새끼랑 내가 무슨 관계라고.”
“그러면 내가 데려가? 윤기가 저 새끼들 상대로 폭주하면 너 혼자 말릴 수 있어?”
“아이 씨…….”
윤신규와 이상우는 제발 원희가 김명환을 양호실로 데려가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 기도가 닿았는지 결국 원희가 김명환의 양쪽 발을 붙잡은 상태로 바닥에 질질 끌며 양호실로 향했고, 진수가 윤기를 향해 다가왔다.
“윤기야, 걱정하지 마. 얘들 똑같이 만들어도 너랑 나랑 하나씩 붙잡고 양호실로 데려가면 돼.”
뜨악한 표정을 짓는 둘을 바라보던 윤기가 표정을 전혀 바꾸지 않은 채 둘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너희……, 내일부터 학교 나오면 나한테 죽어…….”
이 말을 끝으로 윤기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는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윤신규와 이상우는 감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어나는 순간 윤기의 주먹이 입을 향해 날아올 것 같았으니까.
““으으으…….””
결국, 둘의 무릎은 선생님이 들어오고 나서야 펴질 수 있었다.
“너희들 뭐야. 빨리 자리에 안 앉아?”
수학 선생님의 짜증 섞인 목소리.
굉장히 위화감 넘치는 지시라는 것쯤은 중학생이 된 아이들이라면 다 알 수 있었고, 종례 시간 때 담임 선생님의 행동은 학급 모두에게 윤기의 힘을 각인시키는 데에 충분했다.
“다들 조심히 돌아가도록.”
양호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김명환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모습.
특히 6교시 쉬는 시간에 김명환이 체육 선생님의 등에 업혀서 병원으로 갔다는 소식을 학생들이 알고 있음에도 담임 선생님은 아예 김명환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름 소식이 빠른 아이들을 통해 윤기의 집안 배경이 전교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빼곡히 채워져 있는 책상들 중에는 정확히 세 자리가 비어 있었다.
김명환, 윤신규, 이상우의 자리.
윤신규와 이상우는 쭈뼛거리며 교실을 향해 들어오려고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윤기를 보고는 기겁하며 교문 밖으로 튀어 나갔다.
정문에서 지도를 하고 있는 선도부원들이 두 명을 잡으려고 했지만,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둘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덕분에 ‘등교 시간에 교문으로 도망친 2인조’에 대한 이야기 역시 전교에 퍼졌다.
“저기……, 윤기야.”
아버지가 현재 육군 원사로 근무하고 있는 같은 반 급우인 박상현이 윤기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응?”
굉장히 어렵게 말을 건 것에 비해서 윤기가 매우 부드러운 미소로 반응해 주자, 박상현은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며 말을 잃었다.
“상현아, 윤기 너무 무서워하지 마. 윤기는 부모 욕만 안 하면 정말 관대하거든. 어저께 그 새끼가 윤기한테 한 말을 생각해 봐. 그게 사람 새끼가 할 말이냐?”
진수의 말에 박상현은 어제 김명환이 윤기를 향해 한 말을 떠올렸다.
다시 생각해도 선을 한참 넘은 말이었기에 박상현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윤기를 향해 말했다.
“하긴……, 그 새끼가 좀 심하긴 했어. 그런데 윤기야 너 싸움 진짜 잘하더라. 운동해?”
이번 대답은 윤기도 아니고 진수도 아닌 원희가 대신했다.
“윤기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운동 꾸준히 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윤기 따라서 운동하는 거였는데…….”
“야, 네가 운동해 봤자 윤기처럼 될 거 같냐. 기본 바탕이 다른데?”
진수의 핀잔에 원희가 벌떡 일어나더니 진수에게 헤드록을 시도했지만, 헤드록이 걸린 것은 도리어 원희였다.
“어쭈, 머리는 네가 더 좋을지 몰라도 몸은 내가 더 좋거든?”
“으아아아악!”
마치 덤앤더머 같은 둘의 모습에 윤기는 큭큭 거리며 웃다가 다시 박상현을 바라보았다.
“운동을 꾸준히 한 것은 사실이야.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체력이 있어야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구나……. 운동하면 공부에 도움이 돼?”
“확실히? 근처에 권투 도장 있으면 다니는 걸 추천할게. 거기가 짧은 시간에 빡세게 굴려 주는 걸 잘하거든.”
“우리 아빠도 나 운동하라고 하시던데……. 아 참, 이걸 물어보려고 한 게 아니지.”
박상현은 이번엔 쓴웃음이 아니라 픽 하고 웃으며 긴장이 꽤 풀린 상태로 윤기를 향해 진짜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우리 아빠가 육군 원사시거든. 아빠가 그러시는데, 너 JSD 대령님 집에서 과외하고 있다던데 맞아?”
윤기는 전혀 부정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러한 둘의 대화는 다른 아이들의 관심을 확 끌었다.
특히 과외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한다는 말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신기한 반응을 보이며 어제와 달리 윤기 근처로 모이기 시작했다.
“와, 그러면 너 국민학생 때도 JSD 대령님 아들들 과외한 거야?”
“과외한 건 첫째만.”
“신기하네. 그게 가능해?”
“선행학습을 미리 다 해놨거든. 어쩌다 보니 과외 선생으로 추천을 받아서 하게 됐어.”
“와……, 요즘 JSD 대령님이 육군에서 알아주는 실세라고 들었는데, 너 진짜 대단하다. 어쩐지, 어제 김명환 그 새끼가 그렇게 곤죽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 없더라니…….”
마치 해설과도 같은 박상현의 말은 모두의 귀에 쏙쏙 들어박혔다.
그 모습을 본 윤기는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어제는 미안해. 원래 그렇게 시끄러운 일은 벌이면 안 되었는데, 내가 부모님 욕만큼은 못 참거든. 아마,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
윤기의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되어 아이들에게 인식되었다.
하나는 앞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뜻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 부모 욕을 할 간 큰 녀석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윤기의 사과(?)는 아이들에게 확실히 인식되었고, 덕분에 멀기만 했던 첫날의 인식과 달리 ‘가깝고도 먼’ 존재가 되는 데에 성공했다.
“윤기야, 그 샤프 말이야. 혹시 미제야?”
박상현이 아닌 다른 급우, 김민종이 윤기를 향해 조금 가까이 다가와 묻자, 윤기가 스스럼없이 샤프를 들어 김민종에게 건넸다.
“맞아, 미국에서 직접 사 온 거야. 하버드 다니는 미국인 형이 있는데, 거기 교수님이 쓰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사 봤지.”
“와, 몽블랑 맞구나!”
김민종은 재벌 수준은 아니지만 부자 축에는 확실히 드는 아이로 윤기가 차고 있는 손목시계나 옷, 그리고 필기도구 등의 가치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몽블랑이 뭔데?”
박상현의 물음에 김민종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몰라? 샤프계의 끝판왕 브랜드잖아. 내가 알기로 이 샤프 20만 원도 더 넘어.”
현대 가치로 따지면 100만 원이 넘는 가격.
물론 현대에는 인터넷이 발전하여 반 정도의 가격이지만, 이 시대에는 마진율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정 덕분에 대기업 한 달 치 봉급 정도의 가격을 자랑했다.
“우리 아빠 월급보다 비싸네…….”
박상현의 말에 같은 반의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이야, 이건 펠리컨 만년필……. 나 이거 사달라고 했다가 부모님이 대학 입학 선물로 사 주신다고 했던 건데…….”
“그건 얼만데?”
박상현의 물음에 이번에도 김민종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내가 알기로 50만 원도 더 넘어. 이거 애초에 구하기도 힘든 거로 알아. 문방구에서 이 비싼 것을 팔 리가 없잖아? 만년필 전문 가게에서도 쉽게 구하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1교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윤기의 물건을 토대로 한 ‘김민종의 진품명품’이 계속되었고, 이러한 일은 이후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계속되었다.
당연히 소문이 퍼지는 것도 순식간.
국민학교 때 짱을 먹던 김명환을 순식간에 병원 신세를 지게 한 것도 모자라, 현재 육군의 실세인 JSD 집의 가정교사, 거기에 외할아버지가 미군 준장이라는 사실까지 퍼지면서 윤기는 그야말로 학교 최고의 유명인이 되었다.
게다가 외모마저도 받쳐 주기 때문에 분반인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었는데, 덕분에 다른 학교에도 윤기라는 존재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달.
시험성적마저도 톱을 달리자, 윤기가 다니는 학교를 비롯해서 근처 학교까지 있는 집 자제들이 윤기가 쓰는 물건을 똑같이 쓰려고 하는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록 완전히 똑같은 제품은 쓰지 못하더라도 같은 브랜드를 쓰려는 노력이 있었고, 같은 브랜드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보다 바로 아랫급을 쓰려는 유행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생길 타이밍에 마침내 백화점의 외장 공사가 슬슬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몇 달 뒤부터 행해질 내장 인테리어는 페르난데즈의 전문 분야.
더불어 입점할 브랜드를 확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