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63)
563화 욕받이를 부탁해 (2)
“이미 연금 제도 자체를 시행 중이라서 생긴 좋은 점이 하나 있거든요.”
“좋은 점?”
N의 물음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미 세금이 걷히고 있다는 거죠.”
“그렇지. 그렇다면, 자네는 연금 제도를 폐지해서 세금도 폐지되는 상황은 바라지 않는 건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
“맞아요. 저는 연금 제도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거거든요.”
“다른 방법?”
“네. 미래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현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해요.”
“현재를 보장한다고?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장할 필요는 없을 텐데? 아, 혹시…?”
“네. 사회에서의 연금은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먹여 살린다’가 아니라, ‘현재 일하는 사람이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을 먹여 살린다’가 되어야 해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납득할까?”
YS의 의문.
“어떻게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죠. 그리고 그것은 제가 할 일이구요.”
윤기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N과 YS를 안심시켰다.
* * *
[귀하의 뛰어나신 역량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저희 회사에 지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 [불합격되었습니다.]우편함에 꽂혀 있는 무수히 많은 불합격 통지서.
20대 중반의 사내는 편지들을 읽고 그저 눈물만 줄줄 흘렸다.
수십 곳의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었는데 모두 불합격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서 공부, 공부, 공부.
오직 공부!
그런데도 계속해서 면접에 떨어지니 사내는 점차 자괴감에 온몸이 젖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내는 생활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가족도 없고, 모아 놓은 돈도 다 떨어졌고, 취직도 안 된다.
그렇기에 사내가 시작한 일은 바로 조간·석간 신문 배달.
공부하는 와중에 짬짬이 신문을 배달하는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내는 자전거로 신문을 배달하다 차에 치였고, 이내 일자리를 잃고,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까지 갚아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퇴원 후, 후유증까지 생긴 사내.
반지하 월세로 돌아오자 월세를 내라며 독촉하는 집주인에, 병원비를 빨리 지불하라는 병원의 전화.
이후로 남자는 끊임없는 독촉과 더불어 돈을 벌지 못해 이틀을 굶기까지 했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칼을 들고 은행 주변을 서성이는 사내.
그리고 사내는 방금 은행에서 나온, 인출한 돈을 세면서 걷는 아줌마를 발견하게 되는데…….
누가 봐도 미래가 예상되는 상황.
영상에서 갑자기 커튼이 열리는 듯한 효과가 나더니 윤기가 나타났다.
[국민연금, 이렇게 바뀝니다!]그야말로 눈을 동그랗게 뜨는 MEV 관객들.
그렇다.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은 MEV에서 제작한 공익 광고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광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모아 오른눈 부근에서 가볍게 경례하듯 흔드는 윤기의 모습.
이후로 영상에서 마치 소용돌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더니 다시 조금 전 사내가 나타났다.
이제 막 병원에서 퇴원하는 모습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영상.
역시나 병원 원무과에서 병원비를 빨리 갚을 것을 독촉받은 사내였지만, 이번에는 미래가 조금 달랐다.
“그래, 이럴 때야말로 국가를 믿어야지.”
그야말로 90년대 공익 광고 출연진의 발성법.
사내는 목발을 짚고 있긴 했지만, 씩씩한 표정과 함께 동사무소로 향했다.
“저기요. 긴급생활비 지원받으러 왔는데요.”
그러자 환한 얼굴로 사내를 맞이해 주는 30대 동사무소 공무원의 모습.
“아, 그래요? 이 서류를 작성해 주세요.”
그리고 3일 후, 사내의 집으로 등기가 도착했다.
그것은 바로 체크카드.
“하하, 이걸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이후 사내가 체크카드로 뜨끈한 국밥을 사 먹는 장면이 나왔고,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아줌마를 보고도 별생각 없이 지나치는 모습 역시 나왔다.
그리고 6개월 후, 완쾌된 사내가 합격 통지 서류를 받는 것으로 영상은 끝.
[[[[[휴.]]]]]그저 공익 광고였을 뿐인데,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사내가 사회에 대한 분노와 굶주림으로 인해 아주머니를 칼로 찔렀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겠지.
윤기가 만든 공익 광고는 그야말로 사람들의 심리를 확 파고들었다.
[[[그러네…, 저런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게 하려면 연금 제도 개혁이 필요하겠네.]]] [[[어휴, 내가 만약 아까 그 아줌마였으면…….]]]그야말로 완벽한 공익 광고.
이 광고는 MEV뿐만 아니라, 방송 3사에서까지 송출되기 시작했고, 이어서 신문들이 바뀌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보도했다.
나이 먹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제도가 아니라,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지원금을 주는 제도로 말이다.
내가 봐도 이쪽이 더 나아 보이긴 하네.>
최덕배는 미래 대한민국에서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노인들을 떠올렸다.
어차피 말만 정년인 세상이었고.>
실제로 정년이란 기업이 고임금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일 뿐,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정년을 핑계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이후로 일 안 하고 먹고 살 수 있던가?
전혀 아니다.
그나저나 절묘하네. 일 안 하고 연금 받아서 놀려는 녀석들이 많을수록 수령액이 줄어드는 거잖아?>
보험료는 9퍼센트로 고정인데,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수령액이 줄어들 테고, 그렇게 되면 더러워서라도 일할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그렇죠. 어차피 국가가 안락한 노후를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연금을 투자해서 돈을 늘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게 안 돼서 기금이 바닥난다고 하는 걸 미래에서 봤으니까요.”
실제로 연금 제도라는 것은 인구가 끊임없이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어야 가능하다.
청년층, 즉 경제 활동이 가능한 인구가, 노년층, 즉 이제는 경제 활동이 하기 싫은 인구보다 많을 것.
하지만,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현실적으로 알고 있다.
이미 2020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박살 났으니까.
아니, 애초에 2020년 경제 활동 인구에 속하는 사람들은 2020년의 노년층을 감당할 경제력이 없다.
그렇다는 건?
연금이 결국에는 고갈 난다는 얘기다.
따라서 노년층도 어쨌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윤기는 연금 제도를 바꾼 것이다.
일하고 싶은데도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진짜, 연금 제도 처음 생각한 녀석의 머리를 열어 보고 싶네요.”
쓴웃음을 짓는 윤기의 모습에 최덕배는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연금 제도 자체가 옛날부터 자기 부하들한테 환심 사는 방법이잖아. 조선 시대 때도 공신들이 받는 연금 때문에 나라 곳간에 문제가 생겼었지.>
“아,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요….”
조선은 땅으로 개국 공신들에게 연금을 주었고, 이는 두고두고 조선 재정에 부담을 주었다.
오죽하면, 왕들이 계속해서 해당 법률을 개정하려고 했을까.
“역시 이번 일은 제가 잘하는 게 맞는 거 같네요.”
윤기는 이번 일에 더욱 확신을 갖고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 *
윤기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은 절대 노는 사람에게 무작정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일을 하지 못하는 사유가 있을 것.
1항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제시하는 직장에서 일할 것.
2항에서 국가가 신청자에게 적합한 직장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긴급생활비를 받을 수 있음.
즉, 공익 광고에서 사내가 긴급생활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번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서 이 긴급생활비는 취직하는 순간 해제된다.
모든 직장은 신규 노동자를 고용하는 순간 정부에 ‘즉각’ 보고할 의무가 생겼으니까.
더불어서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공무원이 알아서 해 준다는 것.
기존의 복지 제도는 신청자가 온갖 서류를 바리바리 싸 들고 동사무소에 가야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개인정보 위탁 동의서’ 한 장만 쓰면 공무원이 서류를 비롯한 모든 것들을 대행해 준다.
물론, 개인정보에 대해 걱정할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윤기는 개인정보를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쪽이었다.
당장 2020년에도 쇼핑몰을 통해서 무수히 많은 내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이 현실인데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남의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놈들이 문제인 거 아닌가?’
그래서 윤기는 남의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녀석들에게 살인적인 처벌을 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 굳이 개인정보 관리하라면서 여러 귀찮은 일을 발생시킬 생각이 없었다.
아, 물론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더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공무원이 힘들다는 거.
그런데, 의외로 또 할 만했다.
왜냐하면, N의 정부는 정말 꾸준히 공무원의 숫자를 늘려 왔으니까.
애초에 공무원이 일을 안 한다 안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숫자가 부족해서 일을 못 하는 것이 현실.
그래도 N의 정부는 인원을 늘리면서 일을 하라고 하는 쪽이었다.
“이거 공무원 숫자를 나도 계속 늘려야 하겠는걸?”
윤기가 작성해 온 서류를 확인한 YS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그렸다.
“당연하죠. 공무원 비율을 최소 15퍼센트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해요.”
“15퍼센트나?”
“그래도 OECD 평균에는 부족해요.”
2010년대 한국의 국민 대비 공무원 비율은 불과 7.6퍼센트.
반면, OECD의 평균은 18.1퍼센트다.
반도 안 될 정도로 적은 수준.
“하긴, 그렇게 5년 동안 공무원 숫자를 늘렸는데도 아직 OECD 평균의 절반을 겨우 넘은 수준이지?”
“한꺼번에 확 늘리면 어려운 데다가, 연금 문제도 있었으니까요. 이왕이면 각하의 시대 때 많이 늘려야죠.”
“각하라…, 크으, 이제 나를 총리라고 안 부르는구만.”
“뭐, 각하 앞에서야 총리님이라고 부르긴 했지만요.”
윤기가 처음 각하라고 부른 것은 YS를 각하라고 불러준 것이고, 두 번째로 각하라고 부른 것은 N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YS는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선 운동을 하는 중이었으니까.
단지, N과 YS를 동시에 만날 때만 N을 각하, YS를 총리라고 부를 뿐이다.
“아무튼, 공무원 숫자가 많아야 돼요.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예?”
“식당 위생과 관련해서 점검하러 다니는 구청 공무원이 있죠?”
“그렇지.”
“그 공무원들이 식당 하나를 점검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구청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 점검하는 시간까지 하면 20분에서 30분은 걸리지 않을까?”
“그럼 서울에는 식당이 몇 개나 있을까요?”
“아, 공무원이 많아야 하는 이유를 알겠어.”
2017년을 기준으로 서울에 있는 식당만 무려 8만 개.
공무원 한 명이 8만 개의 식당을 점검하려면 하루 24시간 근무를 해도 1년 안에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불어서 주말 얌체 주차 역시 마찬가지.
주말에 일하는 공무원이 있어야 하는데, 공무원 숫자가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데 어떻게 주말 순찰을 하겠는가?
좋은 규정을 만들어도 감독관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법.
더군다나 공무원의 숫자는 국민의 편의를 의미하기에 윤기는 공무원의 숫자를 상당히 중요시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무원들에게 온갖 특혜를 주는 것은 또 아니었다.
“아무튼, 현재의 여론을 보면 부정적인 반응은 별로 없네요. 아마 연금 제도를 시행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봐요.”
“그런 것도 있을 거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으니까.”
만약, 지금이 2000년대 중반쯤이었으면 아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것이다.
1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낸 사람들이 엄청나게 쌓였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1992년.
일단 대부분의 국민들이 연금을 낸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든지 자신도 불운한 상황이 닥치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공익 광고를 통해 각인된 상황.
따라서 국민들의 반응은 동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대는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공무원 연금이나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쪽은 괜찮을까? 아마 자네가 부탁한 욕받이 부분이 그쪽이겠지?”
말을 들은 윤기는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오른뺨을 가볍게 긁었다.
“음~, 사실 연금 개혁과 무임승차, 두 가지 부분에서 거국적인 욕을 먹지 않을까 싶었던 건데 생각보다 욕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응?”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YS.
윤기는 정공법이지만 기발한 방법으로 공무원, 교직원들의 불만을 상쇄시켰다.
* * *
[공무원 연금 폐지!]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폐지!] [군인 연금 폐지!]흔히, 위의 직종들에게 퇴직 후 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부정부패.
하지만, 과거에 공무원과 군인의 연금을 보장했던 것은 그들에게 주는 봉급이 그야말로 답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68년 공무원 월급 기록 중에는 1만 550원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걸 단순 물가지수로 변환할 경우, 2019년의 가치로 불과 30만 원조차도 되지 못한다.
감이 잡히는가?
사실상 부패를 저지르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2020년의 공무원들은 1호봉도 월평균 200만 원 정도는 받는다.
과거에 비해서 최소 7배 이상은 올랐다는 얘기다.
즉, 1960년대에 공무원과 군인의 연금법을 급하게 만든 것은 비리 저지르지 말라고 약간의 당근을 준 것이기에 현재의 실정과 맞지 않았다.
따라서 공무원과 군인 연금을 없애려는 윤기.
하지만, 당연히도 소식을 들은 공무원과 군인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들은 연금이 폐지된다는 서류의 마지막 줄을 본 순간 잠시 진정했다.
[지금까지 낸 보험료는 그간의 기준금리에 따라 복리로 인정하여 일시에 지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