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70)
570화 최고의 행복 (2)
“한 번 더 축하드립니다! 왕자님과 공주님입니다!”
쌍둥이 남매의 탄생.
그런데 말을 들은 윤기는 갑자기,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고개를 숙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서 있는 상태 그대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윤기.
“아, 아니, 왜 우세요?”
당황한 의사였지만, 이내 윤기가 왜 우는지 알 수 있었다.
입은 웃고 있었으니까.
눈으로는 울고, 입으로는 웃고 있는 윤기의 모습.
“신기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그냥…, 눈물이 나네요.”
“그런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지요. 자, 회장님, 들어오시죠!”
“어…? 들어가나요…?”
“네, 만나셔야죠!”
윤기는 워낙 바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출산 현장에는 참석한 적이 없다.
더불어서 물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의사의 말을 그저 따랐다.
그러자 보이는 메릴의 얼굴.
한껏 지쳐있던 메릴은 윤기를 보자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얼굴 곳곳에 땀이 말라붙은 흔적이 보이고, 새로이 흘렀던 땀이 말라가는 모습.
윤기는 메릴을 보기가 무섭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다소 축축해진 이마를 쓸어 주었다.
“고생했어….”
그야말로 아내에게 한없이 자상한 윤기의 행동에 메릴은 미소를 지었다.
“응….”
눈을 감으며 미소를 지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눈 끝을 타고 흐르는 작은 물방울.
“자, 여기 손가락, 발가락 열 개씩 제대로 있는 거 보이시죠? 첫째 왕자님입니다. 안아 보세요.”
윤기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담요에 싸인 아들을 건네받았다.
“우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
윤기는 짧은 순간에 노가다 시절의 힘든 인생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머릿속에서 다시 경험했다.
정말, 노가다 시절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지금의 인생.
아기를 낳는 것은 고사하고 결혼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다.
아니, 결혼은 무슨, 연애조차 못 해 봤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부인에 사랑의 결실인 아기까지 안고 있었다.
‘진짜로…, 행복하다….’
또다시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맺히는 윤기.
하지만,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들의 금발이었다.
그리고 넓은 시야에 잡히는 흑발.
“둘째, 공주님도 안아 보셔야죠?”
“아, 그렇죠.”
“첫째, 왕자님은 사모님이 안으시면 되겠네요.”
약간 지쳐 있는 모습이었지만, 메릴은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들을 넘겨받았고, 윤기는 마찬가지로 사랑스러운 자신의 딸을 새로이 안았다.
금발인 아들과는 달리 흑발인 딸.
윤기가 흑발이고 메릴이 금발인 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딸이 아빠를 닮고, 아들이 엄마를 닮은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외모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진짜…, 너무 행복하다…….”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진심을 꺼낸 윤기.
이 모습에 의사도, 메릴도, 간호사들도 미소를 지었다.
윤기 나이 어느새 25살.
68년생이 68살을 먹고서야 아빠가 되었다.
* * *
“아가, 고생했다.”
병실에서 메릴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 주는 박연지의 모습.
“아니에요, 어머님…….”
“아니긴, 고생한 거 맞아. 네가 아니라고 하면, 내가 예전에 고생 안 한 게 되잖니? 그러니까 얼른 고생했다고 해.”
박연지의 너스레에 메릴이 푸흐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님. 많이 힘들었어요.”
왼손으로 메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박연지.
“정말…,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날이 진짜로 오는구나…. 20년도 더 전에는 내가 지금 네 자리에 누워 있었는데…….”
“어머님도 이 병원에 입원하셨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메릴.
솔직히 약간 어벙한 질문이었기에 박연지는 큭큭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니? 그냥 같은 경험을 했다는 얘기지.”
호호 웃으며 다시 입을 여는 메릴.
“농담이에요, 어머님. 그런데 두 분은 어머님 때도 저러셨나요?”
메릴의 말에 박연지가 고개를 뒤로 돌려 최기현과 최철호를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최기현은 연신 창문 쪽에서 왔다 갔다 걸어 다니고 있었고, 최철호는 큼직한 자신의 손, 그중에서도 엄지손톱을 이로 잘근잘근 물어뜯고 있었다.
그러자 한숨을 지으면서도 쓰게 웃는 박연지.
“그래, 똑같구나. 네 시아버지도, 시할아버지도 말이야.”
“정말,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네요.”
“그래, 있지. 그래서 너도 자주 고생하잖니.”
‘밤에’라는 표현이 빠진 박연지의 말.
“어머님, 혹시, 어머님도…?”
다시 한번 한숨을 내뱉음과 동시에 쓴웃음을 짓는 박연지.
“그래,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말이 있잖니. 뭐, 그 힘 다른 여자한테 쓰는 게 아니라 나한테 쓰는 게 참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동병상련.
메릴 역시 쓴웃음을 짓다가 뭔가 이상한 점이 생각났기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보니 애들 아빠는 어디 갔어요?”
“아, 그리고 보니 내가 나 때랑 광경이 너무 똑같다고 느낀 이유가 그거였구나. 윤기가 지금 자리에 없어.”
박연지가 출산했을 때는 시어머니가 박연지 자리에 앉아 있었고, 최기현과 최철호는 지금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메릴의 출산인데도 광경이 그때와 너무도 똑같았다.
윤기라는 한 명이 추가되었음에도 말이다.
물론, 박연지는 윤기가 어디 갔는지 알고 있었다.
“윤기는 지금 신생아실 쪽에 있단다. 애가 혹시나 바뀔까 봐 걱정된다나?”
* * *
윤기 인생 최대의 트라우마.
이것은 솔직히 말해서 고칠 방법이 없다.
애초에 정신과 관련한 문제는 흉터와도 같아서 치료한다고 해서 완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내 애들에게 똑같은 경험을 하게 할 수는 없어.’
물론, 경호원들에게 이 일을 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윤기는 너무나도 불안했다.
만에 하나라도 자신의 자식이 다른 가정으로 가게 된다면?
그로 인해서 고통받는 인생을 살게 된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 괴로웠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윤기가 박경자를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물론, 찾아가서 괴롭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윤기는 박경자와 마주치는 것조차 싫어했다.
정기나 최철민과는 만난다.
하지만, 박경자만큼은 안 된다.
아마, 죽을 때까지 박경자가 용서받을 일은 없겠지.
나중에 박경자가 죽어서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면, 참석은 해도 박경자의 영정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인 것이 현재 윤기의 심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야, 그냥 걱정하지 말고 병실로 가라.>
보다 못한 최덕배가 개입했다.
솔직히 최덕배도 윤기가 이해되긴 했다.
노가다 시절에 윤기가 겪은 인생은 필설로 말하기 힘든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윤기가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절대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그래도…, 불안해요.’
걱정하지마. 네 아들이랑 딸, 내가 다 접촉 끝냈으니까. 어디를 가더라도 내가 다 찾아낼 수 있어.>
처음, 아들과 딸을 만났을 때, 윤기의 본능 속에서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다.
[착각할 만했네…….]만약, 아들과 딸의 머리카락 색깔만 아니었다면, 자신조차도 둘을 구분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
어렸을 때의 자신이 머리카락이 없이 태어났다면, 아니 설사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검은색 머리카락이었다면 부모님이 착각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야, 임마! 평생 트라우마 가지고 살 거야? 네 손주 태어났을 때도 지금 같은 행동 할래? 얼른 네 아내한테 가지 못해?! 너 만약 셋째가 태어난다면, 그때도 이럴 거야?!>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최덕배.
이런 최덕배의 모습을 그야말로 처음 경험했기에 윤기는 순간 당황하며 최덕배가 있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가! 가서, 아내 옆에 있어!>
‘네, 네.’
그야말로 ‘위엄’이라는 걸 실로 오랜만에 보인 최덕배.
비록, 윤기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윤기는 적어도 옳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귀엽구만…….>
신생아실에 있는 자신의 후손 둘을 바라보는 최덕배.
어쩐지 얼굴에 쓸쓸함이 감돌고 있는 최덕배.
멍청한 녀석…….>
오래전 죽은 아들 녀석이 떠오른 최덕배의 주억거림이었다.
* * *
마침내 윤기의 아들과 딸이 신생아실에서 나와 메릴이 있는 병실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4시간.
태어난 아기는 여러 가지 검사와 더불어서 목욕 등의 추가 진행 사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분만실에서 잠깐 만난 이후로 잠깐의 헤어짐이 필요하다.
검사 결과 모든 것이 완벽한 윤기의 아들과 딸.
“자, 산모님. 수유하실 시간이에요.”
아기가 태어나면 모유 수유는 최대한 빨리하는 게 좋다.
아기가 세상에 나오고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수유해야 면역력이 빠르게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1시간 이내.
하지만, 이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신생아실에서 각종 검사와 후처리가 끝난 상태에서 최초 수유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우와, 증손주!”
“우와, 손주!”
신나서 윤기의 아들과 딸에게 다가가는 최기현과 최철호.
그 모습에 박연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하세요?”
“응?”
“엥?”
둘 다 어벙한 말을 내뱉는 최기현과 최철호.
“수유해야 되니까 나가요!”
박연지가 소리를 빽 지르자,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최기현과 최철호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증손주, 그리고 손주가 들어온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 수유라는 단어를 못 들은 것이다.
“저도 나갈까요?”
윤기의 말에 박연지가 혀를 찼다.
“네가 나가면 어떡해. 너도 배워야지.”
“네? 제가 젖을 물려요?”
솔직히 지금 윤기는 평소의 윤기가 아니었다.
평소의 윤기가 지극히 판단력이 좋은 인물이라면, 지금은 미지의 경험으로 인해 솔직히 다소 어벙해져 있는 상태.
그렇기에 박연지는 다시금 혀를 찼다.
“하아…, 윤기야…….”
그제야 윤기는 정신을 살짝 차렸다.
“아, 죄, 죄송해요. 제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그래도 최덕배가 조금은 도와줘서 다행이다.
적어도 트라우마에서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 정도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거다.
“자, 산모님. 쌍둥이는 젖을 물리는 방법이 일반적인 방법과 조금은 다르니까 잘 기억해 두셔야 해요?”
‘애는 두면 알아서 큰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절대적으로 거짓말.
출산하고 나면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다.
특히, 막 출산을 끝낸 아내가 간호사에게서 배운 것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기는 힘들기 때문에 남편도 최대한 알아 두어야 한다.
육아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사실, 교대로 젖을 물릴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지만, 아기라는 게 참을성이 있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자세를 잘 기억해 두세요.”
솔직히 윤기도 ‘교대로 물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조하는 베개가 있었고, 그걸 통해서 물리는 방법이 있었다.
따라서 지금, 윤기의 아들과 딸은 동시에 메릴의 젖을 먹고 있었는데, 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메릴은 힘든 와중에도 절로 웃음을 지었다.
“뭐야…,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양쪽 눈에서 눈물을 한 방울씩 흘리는 메릴.
윤기 역시 마찬가지인 표정을 지었고, 박연지는 자애로운 모습으로 아들과 며느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후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야 수유가 끝났고, 그제야 최기현과 최철호는 다시 들어오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이야! 증손주!”
“우와! 손주!”
최기현과 최철호는 각각 윤기의 아들과 딸을 안고는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콜슨이 헐떡거리며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 젠장! 차가 왜 막혀 가지고는!”
콜슨은 일이 있어서 잠시 타지에 나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연락을 듣기는 했지만, 정말 짜증 날 정도로 막히는 도로 덕분에 지금 도착하게 된 것.
“어, 벌써 다 끝난 거야?”
콜슨은 최기현과 최철호가 안고 있는 아기 둘을 보고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야, 나도 안아 보자!”
“싫어, 임마! 내 증손주야!”
“내 증손주이기도 하잖아!”
티격태격하는 최기현과 콜슨.
박연지는 최철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자 윤기의 딸을 넘겨주는 최철호였지만,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아, 아빠를 똑 닮았구만.”
얼룰룰루 까꿍 등을 외치며 한동안 신난 모습을 보이던 콜슨이 윤기에게 꽤나 중요한 사항 하나를 물었다.
“참, 이제 애들 이름 지어야지? 태어나면 짓는다고 했잖아.”
윤기와 메릴을 제외한 모두의 눈빛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