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75)
575화 하지 말라면 하지 마! (2)
겸직했다가 걸리면 즉각 해고!
윤기는 진심이었다.
물론, 지금은 제도가 시행된 지 처음인 상황.
따라서 윤기는 최소한의 경고는 해 줄 요량이었다.
그리고 그 경고의 방법은 매우 복지가 가득한 방법이었다.
“그럼, 나 다녀올게.”
모처럼 저택 밖으로 나서기로 결정한 윤기.
물론, 놀러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응, 다녀와.”
윤기가 차량에 오르자 물 흐르듯 저택 바깥으로 운전을 시작하는 운전사.
지금 윤기가 향하는 곳은 바로 출산 휴가를 받은 용인 거주 직원의 집.
다른 지역이 아니라 같은 용인이면 가는 시간에 부담이 없으니, 용인에 거주하는 직원을 택한 것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윤기는 어느 단독주택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적당히 세월의 흔적을 보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단독주택.
그곳에 윤기가 탄 차량이 멈췄다.
딩동-
윤기의 옆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경호원.
잠시 후, 살짝 피곤한 안색의 남자가 문을 열었다.
“네, 누구…, 으헉!”
평범한 사람이라면 윤기의 얼굴을 혹시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와이케이의 직원이라면 윤기의 얼굴을 모르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
따라서 휴직 중인 남자 직원은 윤기의 얼굴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는 잠이 확 달아난 표정을 지었다.
“출산을 축하드리려고 왔는데, 괜찮을까요?”
윤기는 자신이 들고 있는 미역을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아, 무, 물론이죠! 당연히 괜찮습니다! 아, 아니, 영광입니다!”
거의 ‘어서 옵쇼’ 같은 자세로 윤기를 안으로 안내하는 직원.
요즘이야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90년대에는 자체적으로 대문을 가지고 있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이 직원의 집 역시 마찬가지.
마당을 돌아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윤기를 보고는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었다.
“역시 개는 시고르자브종이죠.”
“네? 시고르자브종이요?”
“시골 잡종을 좀 있어 보이게 말한 거예요. 강아지 귀엽네요.”
꼬리를 마치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리는 강아지.
윤기는 그 강아지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는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강아지는 곧바로 배까지 발라당 보였다.
“아, 이거 협박 좀 잘하는 강아지네.”
윤기가 관심을 보이자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 직원.
이후, 좀 더 강아지를 만져 준 윤기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만요, 여기 앉아 계시면, 아내를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아, 상황이 애매하면 그냥 둘이서만 얘기해도 돼요. 그냥 가볍게 축하하러 온 거니까요.”
“아닙니다. 아내도 좋아할 겁니다.”
거실 벽 쪽에 놓여 있는 17인치 TV.
그 앞에 놓여 있는 테이블과 함께 1인용 소파와 3인용 소파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이 집은 윤기 거다.
윤기는 전국에 토지와 집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데, 집의 경우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완전 공짜는 아니고, 와이케이가 윤기의 집에 월세를 내는 방식.
액수 자체를 전혀 높게 받지 않기 때문에 국세청에서 시비를 걸려고 해도 전혀 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요약하자면, 이 직원은 복지형 연봉을 선택한 직원이라는 뜻.
“회, 회장님, 이렇게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어떻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직원의 아내.
급하게 세수를 했는지 얼굴이 촉촉해 보였고, 육아로 인해 관리하기 힘든 머리는 파마가 많이 풀어져 있었다.
“누추한 곳이라뇨, 행복이 이렇게 넘실넘실 흐르는데,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윤기의 말에 직원과 직원의 아내 모두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면서도 웃었다.
실제로 윤기의 행동에는 ‘위선’이 전혀 없었다.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시장에서 떡볶이나 도너츠 먹을 때 보면 표정이 참 대단하다.
오죽하면, 2010년대에 ‘먹는 거로 당선된 사람’이라 불렸던 대통령이 있겠는가.
윤기 역시 화려한 저택에서 생활하다가 직원의 집에 왔음에도 전혀 눈살을 찌푸리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는 윤기.
“그래도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직장 상사가 찾아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거든요.”
윤기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회장님 덕분에 이렇게 따뜻한 집에서 살고, 아이도 낳고, 또 이렇게 휴가를 받았지 않습니까. 회장님은 여기서 같이 사셔도 됩니다.”
“어라? 진짜요?”
장난기 가득한 윤기의 표정에 직원이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직원의 아내가 한술 더 떴다.
“그럼요. 여기 살아 주세요!”
아기를 안은 상태로 살짝 농담을 던진 직원의 아내.
윤기는 미소와 함께 직원의 아내를 향해 물었다.
“아기가 얼마나 됐나요?”
“네, 지금 5개월이에요.”
방싯방싯 웃고 있는 생후 5개월 아기의 모습.
“우리 애들도 조만간 그렇게 웃을 수 있겠죠?”
“네? 회장님도 애가 있으세요?”
깜짝 놀란 직원의 아내.
그도 그럴 것이 육아에 바빠서 뉴스나 신문이랑 좀 거리를 두고 있었던 터라 윤기가 쌍둥이를 얻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직원의 아내였다.
“네, 아들 하나, 딸 하나, 쌍둥이예요.”
“어머, 쌍둥이…. 사모님이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래서 많이 도와주려구요. 제가 육아 휴직이랑 출산 휴가를 개선한 이유가 육아를 해 봐서예요.”
“어머~, 사모님한테 감사드려야겠다. 사모님한테 감사한다고 좀 전해 주세요.”
“네, 꼭 전할게요!”
정말 스스럼없는 대화.
사실, 이런 대화는 일반적인 기업에서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회장이 직원과 이런 대화를 나누려고 하질 않는다.
근엄한 모습과 함께 상대에게 절대적인 예절을 강요하는 것이 대부분의 노사 관계.
하지만, 윤기는 지금껏 친근한 이미지를 정말 많이 쌓아 왔다.
그리고 그 어떤 기업가보다 자사 노동자들을 챙겨 주는 것이 윤기.
그간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바로 지금의 대화라고 보면 된다.
“아, 그리고 이건 미역이에요. 그냥 미역이 아니라, 특별히 엄선한 미역이니까 잘 챙겨 드세요.”
“어머, 이 귀한 걸 저희한테…….”
“저한테는 직원이 더 귀해요. 아무튼, 1년 뒤에 꼭 다시 복직할 수 있도록 남편분 잘 잡아 놓으세요. 다른 곳에 가게 하시면 안 됩니다?”
아내가 대답하기 전에 직원이 먼저 기겁했다.
“아니, 제가 가긴 어딜 갑니까. 저 와이케이에 뼈 묻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이 사람 불러주는 곳 없어서 와이케이에 뼈 묻어야 해요.”
농담조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회장이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합니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얼마나 가슴이 벅찰까.
그렇기에 직원과 직원의 아내, 그리고 직원의 아내가 안고 있는 아기까지 웃고 있었다.
“자, 그러면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뵙도록 하죠.”
“아, 회장님! 잠시만요!”
“네?”
직원의 아내는 아기를 남편에게 잠시 맡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의 냉장고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회장님, 이거 전복장인데 저희 친정어머니가 만든 거예요. 음식 솜씨는 고향에서 소문나신 분이니까 사모님 가져다드리세요.”
“어이쿠, 뭘, 이런 걸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전혀 스스럼없이 반찬통에 담긴 음식을 받아드는 윤기의 모습.
잠시 후, 윤기는 두 번째 직원의 집으로 향했다.
* * *
두 번째 직원의 집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집에서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
그렇기에 윤기는 마지막 집인 세 번째 직원의 집으로 향했다.
‘유종의 미’라는 말처럼, 세 번째 직원의 집에도 직원이 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세 번째 직원의 집에는 직원이 없었다.
“누구…?”
빼꼼 열린 대문을 통해 윤기를 바라보는 직원의 장모.
평상시 윤기와 달리 전혀 꾸미질 않았기 때문에 직원의 장모는 윤기를 빠르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마 1~2분 정도 바라봤다면 그제야 알아챘겠지.
하지만, 윤기가 그보다 먼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 최윤기입니다. 혹시 박영신 주임은 집에 없나요?”
“예? 어? 에구머니나! 회, 회장님!”
그야말로 기겁을 하는 박영신 주임의 장모.
“잠시 박영신 주임을 만날 수 있을까요? 선물 가져왔거든요. 이야기도 나누고 싶구요.”
앞서 방문했던 직원들의 집처럼 미역을 흔드는 윤기.
“저, 그, 그게…, 지금 지, 집에, 없, 없는데요….”
“네? 집에 없어요?”
“네, 네!”
“왜요?”
상대의 반응이 너무나 뻔해서 윤기는 상황을 거의 예측했다.
“아니, 그, 그게…, 그! 치킨 사러 갔어요. 제 딸내미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이 말을 통해 윤기는 상대가 박영신 주임의 장모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렇군요. 그럼, 곧 오겠네요. 안에서 기다려도 될까요?”
“아니, 그게…, 저기…, 그…….”
“흐음…, 안 되나요?”
“아…, 그…, 드, 들어오세요!”
결국, 대문을 활짝 연 장모.
윤기는 장모의 안내를 받아 거실로 향했고, 이어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영신 주임의 아내를 볼 수 있었다.
‘젊네. 하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거의 20대 극초반으로 보이는 박영신 주임의 아내.
90년대는 결혼이 빨랐던데다가 와이케이 그룹 특성상 학력을 보지 않기 때문에 대학을 가지 않은 직원의 배우자가 젊은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박영신 주임도 아마 젊었지?’
여기 오기 전에 직원의 신상명세서를 가볍게 읽은 덕분에 파악하고 있는 박영신 주임의 나이.
생각해 보니 장모도 꽤나 젊었다.
지금 막 안방에 들어가는 장모를 보아하니 40대 초반 정도? 아니, 어쩌면 다소 노안인 30대 후반으로 보이기도 했다.
‘거실에는 전화기가 없구나.’
윤기는 장모가 안방에 들어간 이유를 추측하며, 미역을 건넸다.
“이건 나름 엄선한 미역이에요. 잘 끓여서 드세요.”
“가, 감사합니다.”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고개를 숙이는 박영신 주임의 아내.
“박영신 주임은 치킨을 사러 갔다고 들었어요. 치킨을 좋아하시나 봐요.”
슬쩍 떠보는 윤기.
그러자 반응이 너무 확실했다.
“네? 아, 네, 네…!”
여기서 아니라고 대답하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을 느끼는 박영신 주임의 아내.
윤기는 일부러 대화를 끌며 시간을 보냈다.
“흐음, 치킨을 꽤 멀리까지 사러 갔나 보죠? 40분이 지났는데 올 생각을 안 하네요.”
“어유, 얘가 좀 먼 곳에 있는 치킨을 좋아해서요. 그렇지?”
호호호호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하는 장모.
박영신 주임의 아내 역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온몸에 시멘트 가루를 묻히고 있는 박영신 주임이 집 현관으로 들어오다가 윤기와 눈이 딱 마주쳤다.
“치킨 사 오셨네요.”
시멘트 가루가 잔뜩 묻은 목장갑.
그 목장갑을 낀 손으로, 박영신 주임은 치킨이 들어 있는 봉투를 들고 있었다.
“아, 네, 네…! 회장님, 오셨습니까!”
박영신 주임은 그야말로 몸을 덜덜 떨면서 윤기에게 허리를 숙였다.
“어유, 진짜로 치킨을 사 오셨구나. 전 또 제가 한 말을 지켜야 하는 때가 왔나 싶었죠.”
씨익 웃으며 박영신 주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는 윤기.
박영신 주임은 정말로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
“시간이 좀 늦어서 전 이만 가 볼게요. 박영신 주임이랑 이야기를 별로 못해 봐서 아쉽네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 제가 박영신 주임의 장점을 많이 기억해 놨을 텐데 말이죠.”
윤기의 말에 박영신 주임은 울먹거렸고, 박영신 주임의 아내는 도저히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가 윤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황급히 표정을 풀었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박영신 주임, 꼭! 집에서 아내분과 함께 추억을 만들길 기원할게요.”
여러 의미를 담은 윤기의 말.
윤기가 자리를 떠나자, 마침내 박영신 주임의 아내가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아, 엄마! 그냥 집에 가! 엄마 때문에 이게 다 뭐야!”
타인에게 휘둘려 살면 정말 큰 기회가 왔을 때, 그걸 놓치는 법이다.
* * *
용인은 윤기, 다른 지역은 다른 측근들이 직접 찾아가서 미역을 전달했다.
그리고 나온 신문 기사.
[최윤기 회장, 육아 휴직 사용한 직원들에게 직접 미역 돌려]정말 사회성이 제로가 아니라면, 윤기가 왜 돌아다니는지 알 수 있겠지.
그렇기에 이상한 마음을 먹었던 사람들이 대부분 다시 육아 추억을 만들기에 전념했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예? 부부가 쌍으로 미국에 출국해요? 애는 한국에 두고?”
정동윤의 보고에 윤기는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