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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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화 이 정도면 되겠지? (6)
이것은 강민정이 기다리다 사용하던 필살기.
[아, 진짜 이 새끼 언제 나와.]강민정은 지금까지 윤기가 저택의 바깥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일단 윤기가 나와야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테니까.
“여보! 여보! 정신 차려!”
그야말로 호들갑을 떠는 유선일.
이제 윤기가 자신들을 보고서 동정심을 보내 주기만 하면 모든 것은 강민정의 계산대로였다.
그러나 세상이 자기 생각대로 일이 풀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박경자도 자기 생각대로 일이 풀릴 거라 생각하고 과거에 그런 짓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가다 시절 윤기의 역사에서도 최철민이나 정기가 삼우를 승계하는 일은 없었고, 그것은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민정의 얄팍한 술수 역시 마찬가지.
“날이 조금 덥긴 하지만, 그래도 저택 안이랑 밖이랑 느낌이 다른 것 같아.”
윤기는 강민정 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메릴에게 말을 걸었다.
“난 안이든 밖이든 아무래도 좋아.”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윤기가 하는 일에 굳이 참견하지 않으려는 메릴.
그렇기에 윤기와 메릴 두 사람은 완벽하게 강민정과 유선일을 지나쳤다.
경호원들 역시 마찬가지.
“저기요! 사람이 쓰러졌는데 도와주지도 않아요?!”
유선일이 목 놓아 외쳤지만, 경호원들조차 둘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강민정과 유선일이 여기에서 죽게 되면 윤기에게 법적인 문제가 생길까?
전혀 안 생긴다.
물론, 사회적인 질타가 생길 수는 있겠지.
하지만, 머리가 나쁘면 언론플레이도 제대로 못 하는 법.
만약, 지금 쓰러진 것이 유선일이고, 외치는 것이 강민정이었다면 조금은 나은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민정은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자신이 쓰러지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 윤기가 눈길도 주지 않고 사라져 버린 상황.
‘아니, 상황이 이렇게 됐으면 119를 불러야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강민정은 유선일이 119를 부르길 원했다.
하지만, 유선일에겐 그럴 눈치가 없었다.
“………해.”
“응…?”
“……고해.”
“응? 뭐라고? 안 들려.”
“119 신고하라고!”
강민정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바닥에 쓰러져 연기를 시작했다.
그제야 뭘 해야 하는지 상황을 파악한 유선일.
그렇기에 유선일은 50분 떨어진 공중전화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경비실에서 빌려달라고 하면 되잖아!”
누운 상태로 유선일의 등에 고함을 지르는 강민정.
더운 날씨에 짜증 지수까지 올라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파악이 안 되고 있는 강민정이었다.
“아, 그, 그렇지!”
황급히 경비실로 뛰어가는 유선일.
“저기요, 전화 좀 빌려주세요.”
“전화 없어요.”
경비는 서류만 작성할 뿐, 유선일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아니, 그거 전화잖아요.”
“이거 내선 전화라 외부 전화 안 걸려요.”
당연히 거짓말.
“아니, 그런 전화가 어딨어요. 어디 줘 봐요.”
“하아, 업무 방해로 경찰 부를 겁니다?”
고압적인 경비의 태도에 결국 유선일이 꼬랑지를 말았다.
강자에게 한없이 약한 유선일이 이런 경비에게 어떻게 이기겠는가.
결국, 유선일은 공중전화가 있는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50분은 족히 떨어진 곳으로 말이다.
쓰러진 상태로 확인하던 강민정은 그야말로 꼭지가 돌 것 같았다.
“아, 됐어! 진짜!”
결국, 화를 씩씩 내며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온 강민정.
“아, 안 불러도 돼? 119…?”
“시끄러워! 닥쳐!”
그래도 무릎 꿇는 것은 계속하는 강민정과 유선일.
약 40분 정도 지났을 때, 윤기와 메릴은 꽝꽝 언 쭈쭈바를 하나씩 들고 그들의 옆을 지나갔다.
“아…….”
부러움에 군침을 질질 흘리는 유선일.
이날 저녁, 강민정이 텐트에서 지쳐 잠들었을 때, 유선일은 강민정 몰래 조용히 텐트를 벗어났다.
* * *
윤기의 저택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는 공중변소가 있다.
윤기의 저택 부근은 허허벌판.
그런데 왜 공중변소가 있는 걸까?
이유는 윤기의 집을 찾아오는 진상들 때문.
방문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야 윤기의 집 화장실을 쓰면 되는데, 진상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녀석들은 당연히 윤기의 집 화장실을 못 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급하면 그냥 저택 부근에서 실례를 해대니 일종의 민원을 넣은 것이다.
그래서 생긴 화장실.
강민정과 유선일 역시 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밤에는 미리 준비한 텐트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다시 무릎을 꿇는다.
그야말로 규칙적인 일과.
하지만, 이러한 일과도 2주가 다 되어 가니 강민정은 미칠 지경이었다.
‘아니, 도대체 언제 용서해 주는 거야? 어?! 아, 짜증 나!’
마치 용서를 맡겨 놓은 듯한 생각.
하지만, 이런 생각도 너무나 피곤했기 때문에 강민정은 어느새 곯아떨어졌다.
아직 9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온종일 무릎을 꿇고 가짜 사죄를 하는 것도 생각보다 엄청나게 힘든 일.
그렇기에 세상 모르고 잠이 든 강민정을 뒤로한 채, 유선일은 빠른 걸음으로 민가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거의 뛰듯이 주파한 30분.
유선일은 슈퍼가 문 닫기 직전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아줌마, 잠깐만요!”
아까 몰래 강민정의 지갑에서 3천 원을 빼낸 유선일.
유선일은 탄산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돈이 되는 대로 최대한 산 다음에 슈퍼 앞에서 미친 듯이 입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푸하아아아!”
그야말로 청량감에 몸을 떠는 유선일.
2주일 동안, 모자를 쓰고, 헐렁하지만 긴 흰옷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고 해도 뜨거운 태양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건 너무나 힘이 들었다.
밥도 라면이나 과자, 땅콩 같은 보존식으로 식사했다.
가스 폭발의 문제 때문에 가스버너도 못 쓰고, 생라면을 햇살에 뜨거워진 생수와 함께 마셔야 하는 괴로움.
아내인 강민정한테 시켜 먹으면 안 되냐고 했다가 맞을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선일은 지금까지의 모든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차갑고 달콤한 얼음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어, 뜨거워진 위장을 찌르르 차갑게 만들어 주는 이 느낌.
그야말로 극락 아닐까?
그렇기에 유선일은 다시 텐트로 돌아왔을 때, 나름대로 홀가분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역시나 무릎을 꿇고 있는 강민정과 유선일에게 복면을 쓴 사내 하나가 빠르게 툭 하고 신문을 하나 던지고는 사라졌다.
“웬 신문…?”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강민정은 본능적으로 신문을 들었다.
오늘 자 석간신문.
그리고 뒤집힌 신문의 1면을 본 순간 강민정의 얼굴은 경악에 차 새하얗게 변했다.
“이, 이, 이, 이건……!”
“자기야, 왜…?”
무슨 일인가 싶어 자신 역시 신문 쪽으로 눈을 돌린 유선일.
“……자, 자기야, 이건…, 그러니까…, 그게…….”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서 무언가 변명을 하려는 유선일.
그전에 강민정의 귀싸대기가 유선일의 뺨에 작렬했다.
쫙-!
그야말로 찰진 소리.
“으꺅!”
눈에 별이 번쩍한 유선일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이 개새끼야!”
아직도 분이 안 풀려 벌떡 일어나 유선일을 향해 발길질을 하려는 강민정.
하지만,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기 때문에 다리에 쥐가 난 강민정 역시 반쯤 일어나다 말고 옆으로 철푸덕 넘어졌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으아아아아아악!!”
그야말로 괴성.
강민정이 들고 있는 신문 1면에 나온 기사.
그것은 바로 유선일이 슈퍼에서 게걸스럽게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먹고 있는 사진이었다.
[모든 것이 연기였다. 무릎 꿇은 부부의 추악한 진실]* * *
강민정과 유선일은 신문에 기사까지도 났지만 계속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무릎을 꿇어서 진심인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실패했다.
강민정 스스로가 포기해서?
아니다.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여론의 몽둥이질.
[우~~~, 꺼져라!!] [연기 그만해라!] [애는 지금 어디 있냐!]지금까지는 기사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찾아온다고 해도 우호적인 사람들뿐이었다.
‘순간의 실수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 ‘힘내라’ 등의 말을 해 주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석간신문에 기사가 나간 이후, 그 기사가 여기저기 퍼져서 많은 국민들이 강민정과 유선일에게 악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자칫하다간 돌팔매질까지 당하게 될 상황.
그렇기에 강민정과 유선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여론이 이렇게 악화된 이상 무릎을 천만 년 꿇어도 소용없겠지.
“정말, 회장님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일이 알아서 해결됐군요.”
거실에서 윤기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류근태.
윤기에게 강민정과 유선일에 대해 보고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는데, 당연한 일이지만 윤기는 이미 보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물론, 류근태도 그럴 줄 알았지만, 일종의 찾아올 핑계가 필요했을 뿐이다.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는 것보다야 그냥 작은 핑계라도 있는 것이 좋으니까.
“여론을 향해 말해야 할 때가 있고, 침묵을 지켜야 할 때가 있는데, 이번 일은 침묵을 지켜야 할 때였어요. 모든 상황에서 대답할 필요는 없거든요.”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뭔가 문제라도 있을까요?”
류근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신문들이 신나서 유선일이라는 자의 사진을 실은 것은 회장님의 육아 휴직에 대해서 비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제목의 신문기사들이 나왔었다.
[애랑 지내라고 육아 휴직 줬더니…….] [육아 휴직 줘 봤자 여행가는 데 쓴다.]어떻게 보면 윤기의 정책을 모략하는 기사들.
하지만, 윤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에요. 우리 와이케이가 다년간에 걸쳐서 육아 휴직을 보급하면, 다른 기업들 중 일부도 어쩔 수 없이 따라 할 거예요. 인재를 얻기 위해선 당연한 일이거든요.”
육아 휴직에 대한 인식 변화는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
“그래서 제가 법을 제정한 게 아니라, 와이케이 그룹으로 스타트를 끊은 거예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류근태를 향해 윤기가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걸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강민정과 유선일 사이에 있는 아기만 불쌍하군요. 사랑받기가 힘들 텐데….”
“여론이 시퍼렇게 눈뜨고 있을 텐데 감히 학대할 수는 없겠죠. 만약, 둘이 학대를 한다 치면 우리 와이케이의 고아원이 있잖아요?”
윤기의 희망재단이 운영하는 고아원.
이곳이라면 안심.
그렇기에 윤기는 딱히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저도 아무래도 아직 애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니, 제가 짬 날 때마다 한 번씩 알아봐야겠습니다. 아기가 학대당하고 있는지 말이지요.”
“네, 그럼, 그 건에 대해서는 류 비서에게 맡길게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윤기.
박경자와 관련한 심리적 요인이 평화롭게 풀어져 마음이 편안한 윤기였다.
* * *
어느새 서준이와 하윤이는 생후 6주가 지났다.
이제 웃을 수 있는 시기.
물론, 윤기는 물론이고 저택의 다른 사람들 역시 ‘6주면 애들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래’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러니 어느 순간 찾아오는 축복이 되겠지.
그렇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윤기와 메릴은 육아 삼매경이었다.
힘들지만, 참으로 행복한 나날.
그런데, 언젠가는 왔을, 하지만 무서운 손님이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헨드릭.
“아빠 왔다!”
헨드릭의 등장에 메릴은 바로 헨드릭에게 달려가서 안겼다.
“아빠!”
너무나 반가워서 눈물까지 흘리는 메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보고 싶었다고!”
“미안, 미안. 일이 있어서 늦었어. 그래도 이렇게 늦게라도 왔잖니.”
“할아버지는?”
“아직. 그런데, 그 전에 손주들 얼굴부터 보면 안 될까?”
헨드릭은 최기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눴고, 윤기와도 묘한 인사를 나눴다.
“남자애는 서준이, 여자애는 하윤이.”
“이야, 딱 너희들을 닮았네!”
헨드릭은 서준이와 하윤이를 번갈아 가며 안았다.
그야말로 만족스러운 미소.
하지만, 헨드릭의 얼굴에는 어쩐지 그늘이 감돌아 있었다.
“아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냐, 그나저나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 잔 줄래?”
“아, 응!”
거실에 모여 차와 과일을 나누는 윤기와 가족들.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결국엔 때가 왔다.
“사실, 너한테 전해 줘야 할 것이 있어.”
“응? 뭔데?”
“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야.”
“할아버지가? 왜…?”
어쩐지 불안한 기색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메릴.
헨드릭은 그런 메릴을 바라보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8mm 비디오테이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