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85)
585화 아낌없이 주는 회사 (2)
“일반적인 부모들은 주로 어떤 제품을 사나요?”
“5만 원에서 8만 원 정도 되는 제품을 주로 삽니다.”
2020년의 기준에서 보면 분명 의아하겠지만, 지금은 1992년이다.
직장인 월급이 학력에 따라 2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인 시절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유모차 가격이 5만 원에서 8만 원이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다.
“혹시 사람들이 30만 원짜리는 전혀 안 물어보나요?”
지점장의 얼굴이 묘하게 밝아지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문의는 자주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대부분 안 사더군요. 사실, 못 사는 거에 가깝겠지만요.”
‘확실히 SNS의 차이 때문인가? 2020년이면 무리해서라도 30만 원짜리를 사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말이야.’
실제로 2020년의 맘카페에 들어가서 유모차에 대해 물어보면 결국에는 비싼 걸 사게 된다.
댓글의 50퍼센트 이상이 ‘그래도 비싼 게 값을 해요’라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평범한 제품도 별 차이 없어요’라는 댓글도 있긴 하지만, 사람은 대부분 전자의 댓글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비싼 게 좋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SNS가 없는 시대다 보니, 오히려 자주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했다.
비록 실패한 구매가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자기 주관대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돈이 있었다면 대부분 30만 원짜리를 샀을 것이다.
당장 메릴만 해도 한눈에 30만 원짜리를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살까?”
물론, 선물로 들어온 유모차 중에 더 좋은 것들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유모차에 애를 태우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아냐, 이거 한 달 월급이라며, 내가 너무 사치 부리는 거 같아….”
“아, 아닙니다. 그냥 드리겠습니다! 가져가십시오!”
다급한 지점장의 말.
“그럼, 지점장님의 한 달 월급이 사라지는걸요?”
“아뇨, 그…, 그러니까……, 괘, 괜찮습니다!”
어떻게든 눈도장을 찍고 싶은 지점장.
하지만, 윤기는 이런 거로 굳이 사람을 중용하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지점장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면서 고개는 메릴을 향했다.
“괜찮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써야 경제가 활성화되는 거야. 당장 내 돈이 아니라 지금까지 스스로 번 돈으로도 충분히 사고도 남을 액수잖아?”
“음~.”
메릴이 번 돈을 관리했던 것은 거스터와 헨드릭.
당연한 일이다.
메릴이 누군가와 함께 모델 활동 비용을 교섭하는 것이 상상이 되는가?
당연히 메릴은 모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보니까 내 미국 통장에 찍힌 0 개수가…….”
잠시 생각에 잠긴 메릴이 배시시 웃었다.
“사도 되겠구나.”
“그래, 그러니까 사도 괜찮아.”
“응! 살래!”
이후로도 메릴은 윤기와 함께 이런저런 육아용품을 구경하고, 구입했다.
특히 의류 코너에서도 메릴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거 서준이가 입으면 너무 예쁘겠다!”
“이건 하윤이한테 괜찮을 거 같지?”
분명 이곳은 명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일반적인 아기용 의류를 파는 곳.
그곳에서 한국 제일의 부자 부부가 신난다는 듯이 쇼핑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많은 사람들의 동공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겼다.
시간이 흐르고, 윤기와 메릴이 쇼핑을 끝내고 자리를 떠났을 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육아용품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다.
* * *
쇼핑이 그래도 활력소가 되었는지, 집에 돌아온 메릴은 한껏 밝아진 얼굴로 서준이와 하윤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물론, 슬픔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겠지.
원래 이별의 고통은 한 번에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떠올라서 자신도 모르게 울게 되는 것이 바로 이별의 슬픔.
분명 메릴도 지금은 괜찮아도 며칠 있다가 혹은 몇 시간 후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분명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옆에 또 다른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메릴을 보면서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
‘괜히 미군 대장 하신 게 아니라니까.’
윤기 입장에서 거스터의 죽음은 1년쯤 전에 있었던 일이었기에 픽 웃거나 쓴웃음이나마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슬픔이라는 감정은 똑같지만 말이다.
그래도 살 사람은 열심히 살아 주는 것이 먼저 떠난 사람을 위한 일.
그렇기에 윤기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경영을 시작했다.
“회장님이 한국에 계시니까 만날 기회가 많아져서 참 좋네요.”
윤기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되면 류근태는 와이케이 백화점의 사장이 된다.
반면 윤기가 한국에 엉덩이 붙이고 있으면 윤기의 비서가 된다.
류근태가 선호하는 것은 당연히 후자.
그렇기에 류근태는 윤기가 이렇게 자신을 불러주는 것이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저도 류 비서를 자주 봐서 좋네요. 예전에는 둘이 자주 붙어 있었는데 말이에요.”
윤기의 말에 류근태가 ‘으흐흐’ 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하지만, 와이케이가 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참고 있습니다.”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어요. 이제 와서 보니 류 비서도 많이 늙었군요.”
어느새 50살을 눈앞에 두고 있는 류 비서.
윤기를 처음 만났을 때는 30대 중반이었고, 그때는 나름대로 젊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새삼 류근태의 얼굴을 다시 보니 이마에 주름도 확연하고, 피부도 많이 안 좋아진 것이 나이 먹은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회장님도 정말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도련님이라고 불렀을 때가 있었는데, 벌써 아이를 가지셨으니 말이죠.”
“이게 세월이라는 거겠죠.”
류근태는 윤기의 속 나이가 68살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렇기에 류근태 역시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야말로 빛처럼 흐른 세월.
어떻게 보면 류근태 입장에서 윤기는 자신의 인생에서 했던 선택들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증거라고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쭉, 제 몸이 부서지는 그 날까지 회장님을 보필하겠습니다.”
“노후에는 조금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어쩐지 잘못 이해될 여지가 있어서 못하겠네요.”
계속해서 함께하자는 윤기의 표현.
윤기와 류근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었고, 이어서 윤기는 오늘의 본론을 꺼냈다.
“류 비서, 복지형 연봉에 육아용품 지원을 추가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그렇다면 혹시 증여일까요?”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대여예요. 회사의 명의로 물품들을 구매한 다음 육아를 하고 있는 사원들이 신청하면 대여해 주는 거죠.”
실제로 육아용품은 중고로 얼마든지 돌려쓸 수 있는 물품이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새것을 사 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겠지만, 여러 이유로 중고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윤기는 이러한 사원들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물론, 처음 신청하는 사람들은 새것을 쓸 테니, 참으로 이득이다.
“분부하신 대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물품 중에는 ‘소비’가 되는 물품은 당연히 제외해야 하겠죠?”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독을 통해서 다시 쓸 수 있는 제품, 그리고 세탁 및 수리, 도색을 통해 다시 쓸 수 있는 제품이면 좋겠네요.”
“어떠한 제품군인지 알 것 같습니다.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윤기를 만날 때부터 나름대로 유능했던 류근태.
류근태는 이후로도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에 특별히 감정적으로 당황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언제나 윤기의 의중을 잘 읽었다.
“회장님, 한 가지 더 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품의 가격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부분.
예산을 얼마나 잡느냐도 회사의 복지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근속연수에 따라서 프리미엄 제품부터 보급형 제품까지 차등을 둬서 지급하세요.”
“아, 이번 지원의 의의를 알 것 같습니다.”
씨익 웃는 류근태.
“그렇다면, 복지형 연봉을 선택한 사람들만 신청할 수 있다는 것도 눈치채셨겠죠?”
“그렇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자주 나온 이야기지만, 와이케이 그룹의 연봉은 금액형과 복지형으로 나뉜다.
그리고 금액형은 대기업 중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연봉을 개인 협상이 아니라 근속연수와 부서에 따라 조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책정 방식.
그렇다면 이런 연봉에 불만을 가진 사원들이 없었을까?
의외로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숫자가 적은 편이 아니다.
왜?
복지형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사원들도 있었으니까.
복지형 연봉이 제대로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가족들을 자기가 부양해야 한다.
따라서 결혼한 사람, 그중에서도 부모님과 배우자의 부모님이 경제적 능력이 떨어진다면 확실히 이득이었다.
와이케이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6명 이상이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지원해 줬으니까.
하지만, 1인 가구라면?
이 경우라면 복지형 연봉을 선택해도 그다지 이득이 못 되었다.
그렇다고 금액형 연봉을 선택하자니, 이건 대기업 중위권 수준의 연봉.
따라서 와이케이를 퇴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동시에 근시안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
어차피 나이를 먹다 보면 결혼할 가능성이 크고, 결혼하면 복지형 혜택을 볼 텐데, 당장의 돈이 아쉬워서 와이케이를 퇴사하는 것이다.
더불어서 ‘위험’을 선호하는 사람들 역시 와이케이를 퇴사했다.
고성장 시대, 자신의 돈으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 말이다.
그리고 와이케이 역시 이런 사람들을 붙잡지 않았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어. 나는 나를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베풀기만 하면 돼.’
와이케이의 복지형 연봉.
그야말로 숙련 노동자를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 * *
윤기가 지시한 육아용품 지급을 위해서는 당연히 육아용품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물품들을 어디서 수급할까?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아니다.
전국에 있는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물량을 수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쓸데없는 물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방향성은 정해진다.
그것은 바로 국내 업체 하나를 정해서 독점거래를 하는 것.
따라서 류근태는 와이케이 백화점에 근무하는 사원들을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했던 육아용품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가벼운 보너스가 동반된 설문.
더불어서 가장 마음에 들게 작성한 사원에게는 제대로 된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공지에 사원들은 꽤나 정성 들여 설문을 작성했다.
그 결과 결정된 업체.
류근태는 해당 업체에 육아용품 대량 구매에 대한 의사를 보냈다.
업체 입장에서야 당연히 쌍수 들고 환영할 일.
따라서 적절한 가격에 업체와 와이케이 둘 다 만족하는 거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류근태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류근태가 업체 하나를 정해서 독점거래를 한 진짜 이유.
그것은 단순히 가격 때문이 아니라, 다른 본질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 업체에서 해고당한 사람 목록 좀 조사해 주실 수 있을까요?”
모처럼 류근태가 임시찬 부장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