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9)
#59화 밑 준비 (1)
하……, 그런 말 들으려고 지금까지 살아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땅이 꺼질 정도의 한탄을 하는 최덕배를 바라보며 윤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농담이 아니에요.”
저것 봐, 저거. 끝까지 자뻑하는 거.>
윤기의 쓴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농담이 아니라니까요? 진짜 이번 일은 제 외모로 성사시킬 생각이에요.”
그러자 최덕배가 한탄하는 표정에서 다소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진짜……?>
“네, 진짜요.”
이해가 안 되는데.>
최덕배의 말을 들은 윤기가 픽 하고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현재 한국에는 명품이 그다지 유행하지 않고 있어요. 지난 정권에서 P가 그러한 것들을 최대한 탄압을 했던 이유가 가장 크죠.”
하긴, 생각해 보니 백화점이 별로 유행하지 않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오네.>
“하지만, 우리는 JSD를 아군으로 두고 있죠.”
JSD는 그저께 청와대 경호실장으로서 영전을 완료했다.
경호실장에 영전한 다음 날, JSD는 곧바로 최철규와 윤기를 자택으로 초대했는데, 이것만 봐도 영전 이후에 JSD가 윤기와 최철규를 홀대하지 않을 것을 증명했다.
더군다나 미니 백화점 중 일부에 JD와 JSD의 친인척이 자리를 잡기로 확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 명품을 들여오는 것은 제한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명품을 수입할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계약을 할 수 있냐 없냐는 거 아냐.>
“그렇죠. 그런데 중고가 명품이라면 쉽게 계약할 수 있겠지만, 초고가 명품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엄청나게 신경 쓰기 때문에 계약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외모로 어떻게 계약을 할 거냐고, 이해가 안 되네.>
최덕배의 모습을 바라보며 윤기가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냥 직접 보세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윤기의 행동에 최덕배는 그저 답답해 미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 *
오늘 회의실에는 윤기와 최철규만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독대.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현재 윤기의 인재풀이 상상 이상으로 좁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학교 1학년임을 생각해 보면 최측근 둘에 엘리트 건축 디자이너 한 명을 데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기는 하지만, 윤기는 자신의 인재풀이 좁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조만간 유럽에 잠시 다녀온다고 하지 않았어? 나야 이렇게 불러 주니까 좋지만.”
사석이었기 때문에 최철규는 윤기에게 말을 놓고 있었고, 윤기 역시 최철규에게 다소 마음을 터놓고 편히 이야기했다.
“지금까지는 제가 일을 진행하면서 류 비서 정도만 있었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슬슬 법무 관련해서 전문가가 한 명쯤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 류 비서가 법에 대해서 전문가도 아니고, 매번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도 일이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최철규가 가벼운 제안을 했다.
“괜찮은 변호사 사무소랑 전속 계약을 맺는 것은 어때? 꽤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다른 곳하고도 거래를 하고 있는 쪽을 고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커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비밀이 많은 집단인데, 정보에 구멍이 날 가능성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죠. 전속 계약 같은 건 최소 제가 성인이 된 이후여야 해요.”
“그렇다면 삼우 그룹의 법무팀을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서 빌리는 것은 어떨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그것도 그다지 선택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아는 한 이성원 비서실장은 제가 아직 완전히 컨트롤할 수가 없는 사람이거든요.”
최철규도 그 말에는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룹 법무팀을 쓰게 될 경우에는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지.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성원 비서실장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를 대비해서 자신의 가치를 축적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배신이 확정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최기현이 추후 사망했을 때, 자신을 섭섭하게 대한다거나 팽할 경우 자신의 정보를 들고 그대로 다른 기업으로 투신할 수 있는 것이 이성원 비서실장이었다.
물론 윤기가 적절한 대우를 해 주기야 하겠지만, 현시점에서 굳이 리스크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게 윤기의 지론이었기에 삼우 그룹의 법무팀은 일단 선택지에서 탈락되었다.
“윤기야, 네가 원하는 걸 축약하자면 이런 건가? 첫 번째는 나나 류 비서같이 언제든지 너의 비서처럼 행동할 수 있는 인물, 두 번째는 법에 대해서 해박한 인물. 맞지?”
가려운 곳을 팍팍 긁어 주는 최철규를 보며 윤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죠.”
“그렇다면 첫째 자형은 어떨까?”
“첫째 고모부요?”
“응. 자형이 지금 부장 검사인데 저번에 정권 교체되면서 라인 무너지는 바람에 지방으로 발령 났잖아. 아마, 이야기를 해 보면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올걸?”
“고모부 나이가 몇이었죠?”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40대 후반 정도지?”
가물가물해 하는 최철규를 바라보며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나이가 너무 많아요.”
“으음……, 그런가?”
“첫째 고모랑 나이가 비슷하다면 모를까, 첫째 고모랑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저를 휘어잡으려고 되지도 않는 수를 쓸 가능성이 너무 커요.”
“솔직히 말해서 부정은 못 하겠네. 아무래도 부장 검사 생활하면서 골목대장 놀이에 익숙해진 것도 있을 테니까. 혹시 내가 상대하는 방식은 어떨까?”
“그것 역시 위험하다고 봐요. 최종적으로 일은 제가 진행해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일이 이중적으로 돌아가니까요. 더군다나 조만간 유럽에 갈 때 데리고 갈 생각인데, 그래선 더더욱 안 되죠. 유럽에 같이 가기엔 작은아버지는 한국에서 할 일이 있잖아요?”
“흠…….”
최철규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둘째 매제는 어때?”
“셋째 고모부요?”
“응. 내가 알기로 사법 연수원에 들어갔다가 성적은 좋았는데 애가 좀 어리숙해서…….”
“어리숙하다고요?”
어리숙하다는 말이 오히려 윤기의 관심을 끌었다.
“응. 로펌에서 스카우트하겠다고 검사나 판사 지원을 하지 말라고 했다나 봐. 그 말만 믿고 판검사 포기하고 변호사로 마무리 지었는데…….”
“지었는데?”
“로펌에서 입 싹 닦은 거지. 대충 들어 보니까 다른 녀석이 대신 들어갔다던데, 애꿎은 매제만 인생 나가리 된 거야.”
“할아버지가 항의 안 했어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아무 말씀 안 하신 것을 보면 우리보다 더 힘이 센 그룹의 입김이 들어간 거겠지.”
“아이고야…….”
삼우 그룹은 현재 100대 그룹 안에는 확실히 들어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100대 그룹이라는 말은 역으로 생각해 보면 최소 90개 이상의 더 강한 그룹이 있다는 얘기.
만약 사위가 아니라 아들이 그러한 일을 당했다면 발 벗고 나섰겠지만, 사위가 당했기 때문에 최기현은 부글거리는 속을 삭이며 참은 것이다.
“그럼, 지금은 뭐 하고 있어요?”
“애초에 성격 자체가 변호사 할 성격이 못돼서 검사나 판사를 했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연수원 성적이 좋아서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은 로펌에 들어갔다가 잘리고, 이후로 괜찮은 사무소 들어갔다가 잘리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개인 사무실 열고 있는데, 푼돈도 못 벌고 있나 봐.”
슬픈 이야기였지만, 윤기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일단 들은 내용만으로 따지면 전 그쪽이 더 마음에 드네요. 오늘 저녁에 약속을 잡을 수 있을까요?”
“아마 신나서 올걸? 그런데 혹시 모르니까 자형도 불러 보는 건 어때? 둘 중 선택하는 게 한 명만 만나는 것보다 더 좋잖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고, 최철규는 거실로 나가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 * *
한여름에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는 삼우 중공업 사장의 집.
아내의 오빠인, 처남의 집에 찾아온 현직 부장 검사 서종오와 풋내기 변호사 조청우의 반응은 둘의 직급만큼이나 달랐다.
“그리고 보니 요새 변호사 일을 한다면서?”
아직 주인이 없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상황에서 지루했는지 서종오가 조청우에게 말을 걸었다.
“네? 아, 네…….”
“변호사 일은 할 만해?”
“그게……, 쉽진 않네요.”
입맛을 다시는 조청우를 바라보며 서종오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사실 서종오는 지금 조청우가 어떤 상황인지 아내에게 들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판검사가 되었거나 일류 로펌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어쩌다 보니 경기도 한적한 곳에 사무실을 세웠고, 월세도 건지지 못한다는 이야기.
물론 장인이 어느 정도 생활비를 대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힘든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그래? 무슨 이유라도 있어?”
분명히 힘든 이유를 알면서도 서종오는 일부러 조청우에게 모르는 양 물어보았다.
자신도 정권이 바뀌고 좌천당해서 지방에서 생활하게 되었지만,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종오는 조청우를 향해 명백한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냥……, 적성에 잘 안 맞나 봐요.”
어물쩍 말을 흐린 조청우였지만, 서종오는 대화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러기에 내가 뭐랬어. 변호사 적성 안 맞을 테니 검사나 판사를 하라고 했잖아. 검사로 들어왔으면 내가 알아서 끌어 줬을 텐데 말이야, 쯧쯧.”
조청우가 변호사 생활을 한 것은 아직 1년. 2년 전에 좌천을 당한 서종오가 끌어 줄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어차피 공수표였기에 서종오는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며 마음껏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하하…….”
허탈한 웃음을 짓는 조청우의 모습에 서종오가 만족하고 있을 때, 안방에서 최철호가 나왔다.
“아, 미안. 통화 중이었거든.”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서도 구릿빛 피부와 건강미 넘치는 육체를 자랑하는 최철호의 등장에 서종오도 조청우도 본능적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이것은 법조인이라 해도 다를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서종오는 속으로 최철호를 비하하고 있었다.
‘쯧쯧, 머리에 든 게 없으니까 나이 먹어서도 저렇게 몸이나 쓰고 있지. 어떻게 저런 사람 밑에서 윤기 같은 녀석이 나왔는지 모르겠어. 엄마 쪽 유전자가 셌나? 하긴, 머리는 엄마 닮는다는 말도 있기야 하지.’
하지만 이런 말을 고스란히 내뱉을 수는 없는 노릇. 대신 서종오는 은근히 돌려서 최철호를 놀리기 시작했다.
“형님은 언제 봐도 몸이 탄탄하신 것 같아요. 건강하신 게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허구한 날 위에서 양주니 뭐니 불러서 마시다 보니 운동을 할 시간이 있어야죠.”
자신은 권력자들과 함께 양주를 마시러 다닌다는 자랑이었지만, 최철호는 그저 사람 좋게 웃으며 입을 열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어. 그냥 열심히 몸으로 뛰는 거지. 그래도 골프도 꼴에 운동이라고 적성에 맞아서인지 할 만해. 뭐, 나는 골프만 치고 일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하지만.”
전혀 숨겨진 의도가 없는 최철호의 말이었지만, 서종오는 이 말에서도 자격지심을 느꼈다.
‘흥, 자기는 골프 치러 다닌다 이건가?’
속으로 인상을 구긴 서종오가 다시 한번 최철호의 속을 긁어 봤다.
“그나저나 요즘 장인어른의 윤기 사랑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형님의 차례를 건너뛸지도 모르겠어요.”
잘 생각해 보면 정말 불손한 말이었지만, 이번에도 최철호는 껄껄 웃어넘겼다.
“그러면 나야 좋지. 그렇지 않아도 나중에 머리 쓰는 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효도하겠다면 아버지 입장에서 당연히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하지 않겠어? 나는 효자를 뒀어. 효자를. 하하핫!”
전혀 대미지가 없었다는 사실에 이번에도 서종오는 속으로 인상을 구겼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잠시 대화를 더 이어나갔다.
“참, 윤기는 서재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안 들어간 거야?”
지금까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종오와 조청우는 깜짝 놀라며 서재 쪽을 바라보았고, 최철호의 채근에 어물어물 서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셨나요?”
문을 열고 보이는 풍경.
그것은 바로 상석에 앉아 있는 윤기의 모습이었고, 서종오와 조청우의 표정은 상반되게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