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94)
594화 쇄국정책의 장점 (3)
“정답입니다!”
박수를 한 번 치며 환히 웃는 윤기.
종전 협정은 정전 협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사실, 무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정전 협정’ 대신 ‘휴전 협정’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였다.
특히, 군대의 영향이 컸는데, 군대에서 간부들이 병사들 겁줄 때마다 ‘휴전’, ‘휴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왜 ‘휴전 협정’이라는 단어를 쓴 것일까?
가설이 하나 있는데, 당시 대통령 L이 정전 협정을 반대했기 때문에 번역할 때, ‘정전’이 아닌 ‘휴전’을 사용하게 했다는 분석이 있다.
정전과 휴전은 의미에서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
전쟁 행위를 전면적으로 중단한다는 의미를 가진 정전.
반면, 휴전은 ‘잠깐 쉬자?’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물론, 윤기와 YS는 ‘정전’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이제는 정말로 종전 협정이 가능하겠는데?”
이제는 YS도 N도 북한이 윤기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안다.
이미 소련에서 그 사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YS.
당시에는 김일성과 사진을 찍는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윤기의 말을 들어 보니 거기서 더 나아간다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렇죠?”
“일단, 한국과 북한에서 반대가 나올 일은 전혀 없겠군. 그렇다면, 남은 것은 미국인데 말이야. 자네가 미국을 설득할 생각인가?”
윤기는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번에는 각하께서 미국으로 가 주세요.”
“내가?”
“네, 그게 오히려 그림이 살 거거든요.”
윤기는 자신의 계획을 YS에게 전달했다.
* * *
사실, 부시는 심기가 조금 불편했다.
왜냐하면, YS가 미국에 아무런 언질 없이 소련과 북한을 방문해서 김일성과 평화 무드를 조성했으니까.
그런데, 때마침 YS가 만남을 요청하자, 부시는 요청을 수락했다.
그리고 지금.
부시와 YS는 비공개회담을 하고 있었다.
서로 통역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을 모두 물린 상태.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통역의 구성.
부시의 통역은 폴슨이었고, YS의 통역은 윤기였다.
한 마디로 지금 이 자리는 윤기에게 완벽히 장악된 상태라는 것.
다만, 부시는 지금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리가 불편한 게 아니라, 최근 YS의 행동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그나마 윤기가 옆에 있어서 기색을 다소 숨기고 있는 것이지, 윤기가 없었으면 대뜸 섭섭함을 표했을지도 모른다.
“후 아 유(Who are you)?”
뜬금없이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말하는 YS.
그러자, 부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으로 YS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열리는 윤기의 입.
“각하, ‘후 아 유’가 아니라 ‘하우 아 유’입니다.”
“엥?”
순간 이 광경을 바라보던 부시가 자신도 모르게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
‘하우 아 유(How are you)’는 영어로 ‘요즘 어떠세요’, ‘잘 지내세요’ 정도로 쓰이는 말.
그런데 YS는 이걸 착각해서 ‘너는 누구냐’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눈치챈 덕분에 웃음이 터져 버린 부시.
여기에 아예 윤기가 확인 사살을 날렸다.
“각하, 죄송합니다. 저희 대통령님이 영어를 전혀 못 하시는데, 영어로 한마디 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하우 아 유’를 ‘후 아 유’로 착각하는 바람에…….”
“쏘리, 쏘리.”
연신 고개를 숙이는 YS의 모습.
그렇기에 부시는 연신 큭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실제로 YS는 서울대학교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 중, 영어 실력이 최하위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 YS의 ‘후 아 유’는 윤기가 시킨 거다.
바로 지금처럼 부시의 불편한 기색을 거의 풀어 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실제로 윤기의 계획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뭔가 모처럼 웃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최 회장님이 통역으로 올 줄이야, 조금 의외로군요.”
부시의 말은 윤기에 의해 통역되었고, 이후 폴슨과 윤기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어중간한 통역을 써서 정보가 밖으로 새느니, 차라리 최 회장이 나을 것 같아서 제가 부탁했습니다. 각하도 최 회장이 편하지 않습니까?”
‘흐음, 혹시 이번에 소련과 북한을 방문한 것도 최 회장님이 YS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일까?’
부시는 이번 일의 흑막이 혹시 윤기는 아닌지 생각되었다.
갈수록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윤기.
미국에서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아주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의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겠지.
다만,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통역이 윤기였으니까.
‘혹시 이걸 노리고?’
점점 의심의 단계가 높아지는 부시.
하지만, YS의 말이 빨랐다.
“각하, 이번에 각하와 상의 없이 소련과 북한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예…?”
뜬금없이 나온 사과에 잠시 얼이 빠진 부시.
부시 역시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심지어 미국 대통령까지 하고 있는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최 회장님이 하는 말인지, YS 대통령이 하는 말인지 도대체 감이 안 잡혀.’
자신과 상의 없이 YS를 소련과 북한으로 보낸 것을 사과하는 것일까, 아니면, YS가 윤기를 통해서 하는 말일까.
한국어를 모르는 부시 입장에서는 판단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YS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제 대통령 임기가 각하의 임기와 거의 일치하지 않습니까?”
“아,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임이 된다면의 이야기지요.”
원래 역사를 기준으로 부시는 연임을 하지 못하고 민주당의 클린턴에게 정권을 넘겨주게 된다.
“에이, 지금 각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당연히 연임하실 수 있으시겠지요.”
씨익 웃으며 하는 YS의 말에 부시는 쑥스러운 듯 코를 쓱 훑었다.
어쨌거나 연임이 된다는 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저는 아무래도 확률보다는 확실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각하께 찾아오기 전에 일의 매듭을 좀 짓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최종 결정권자인 각하에게 찾아오기 전에 다른 일들을 마무리 짓고 온 것이지요.”
“호오…….”
자신을 최종 결정권자로 치켜세워 주는 YS의 말.
물론, 부시가 이런 말에 헬렐레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YS의 뒷말을 기다리는 부시.
“각하, 혹시 노벨 평화상 받아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순간 눈이 크게 떠지는 부시.
아무리 평정심을 가장하려고 해도, ‘노벨 평화상’이라는 단어는 평정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노벨 평화상 말씀이십니까?”
2020년까지 미국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은 총 4명.
시어도어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 지미 카터, 오바마.
그나마 지미 카터는 부시 이후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현재, 윤기의 역사에서 우드로 윌슨 이후로 70년 이상 미국 대통령 중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부시가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다면?
미국 역사에 아주 이름을 제대로 남기게 되겠지.
따라서 부시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꿀꺽하고 실내에 명확하게 퍼지는 소리.
하지만, YS는 듣지 못한 척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이번에 소련, 북한에 다녀오면서 한 가지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약속이라함은…?”
더 이상 말을 길게 기다리지 못하고 뒷말을 묻는 부시.
YS는 이런 부시를 굳이 애끓게 하지 않았다.
“종전 협정입니다. 만약 각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각하의 주도로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은 종전 협정을 맺고 싶습니다.”
“오……!”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린 부시.
이미 노벨 평화상이라는 단어 덕분에 심계 깊은 생각을 바로 하기는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미국의 대통령.
그렇기에 부시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통일이 아니라요?”
“안타깝지만, 통일까지는 동의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종전 협정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알기로 루스벨트 대통령께서도 러일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각하께서도 받으실 수 있겠지요.”
확실히 그럴듯한 논리.
하지만, 부시는 이 자리에서 허가를 내줄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있는 안건이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부시는 폴슨에게 비밀 신호를 보냈고, 그 신호를 받은 폴슨이 조용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어떤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집무실에 들어오는 부시의 비서 하나.
“각하, 급한 사안입니다.”
회담은 자연스럽게 내일 다시 하기로 결정되었다.
* * *
“이번 제안,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떤가? 독이 든 성배일까? 아니면, 잘 익은 사과일까?”
다른 참모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폴슨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부시.
폴슨은 지난 3년간, 부시의 밑에서 적절한 조언을 통해 레이건에 이어 부시의 제1 참모격까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지금 상황.
윤기가 폴슨의 엄청난 후원자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부시였기에 폴슨은 마음 편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만약, 부시가 폴슨의 스위스 은행 계좌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사실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내용이긴 합니다.”
“역시 자네 생각도 그런가?”
“그렇습니다. 일단, 우리가 애치슨 라인을 재설정하면서 한반도의 중요성이 더욱 올라갔습니다.”
몇 년 전, 일본은 레이건이 악수를 해 주지 않자, 홧김에 중국과 동맹을 맺었다.
이에 격분한 미국은 일본을 아예 극동방위선에서 빼 버렸고, 이로 인해 한반도의 중요성은 더욱 올라갔다.
다만, 이 결정은 미국 입장에서 ‘자충수가 아니냐’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만약, 중국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중국이 일본이라는 태평양 진입로를 얻게 된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폴슨을 비롯한 참모들은 잘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소련이라는 확실한 대중 방위선을 얻었는데, 일본 정도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렇지. 그러니 한국과 북한이 종전 협정을 맺는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
“아마, 소련이 남북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면모를 보인 것은 시베리아 철도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소련 입장에서 대한민국과 철도가 이어진다면 여러 부분에 있어서 이득을 볼 테니까 말이야. 아, 최윤기 회장님이 이번 일에 참가한 이유가 혹시?”
폴슨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아마, 그럴 것으로 보여집니다. 철도가 이어질 경우,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 바로 와이케이 그룹이니까요.”
“흐음, 역시. 그러면, 북한은 왜 동의한 걸까?”
“소련의 압박이 가장 클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재 북한은 소련을 통해 식량과 전기를 지원받고 있는데, 소련이 이를 끊어 버리면 정권에 좋을 게 없으니까요.”
“거기에 주북소군도 있고 말이지?”
“맞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부시.
그런 부시를 향해 폴슨이 조용히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 일에 있어서 가장 난관이 되는 것은 중국입니다. 종전 협정에는 자신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