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95)
595화 쇄국정책의 장점 (4)
“아, 그렇겠군…!”
6‧25 전쟁의 정전협정 당시, 서명한 것은 총 세 명이다.
한 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또 한 명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마지막 한 명은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원.
사령원은 중국 인민지원군에서 사령관을 부르는 호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국제연합국 총사령관의 서명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바로 유엔군 사령관이니까요.”
2020년에 남북통일과 관련하여 미국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엔군 사령관을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어찌 보면 소련은 사실 문제가 안 되는 거였어.”
실제로 소련은 6‧25 전쟁 당시 소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했기 때문에 정전협정 때 서명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소련의 눈치를 엄청 보는 이상, 소련의 의지가 북한의 의지이긴 했지만 말이다.
“맞습니다. 물론,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긴 합니다. YS 대통령이 북한의 동의를 받아왔으니까요.”
“그렇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중국뿐이군?”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각하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나의 의지? 중국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각하, 각하께서는 지금 미국의 외교 스탠스를 유지하실 생각이십니까?”
갑자기 본론이 바뀐듯한 폴슨의 말.
하지만,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 미국의 외교 태도라…….”
윤기는 미국에 꾸준히 ‘장래 미국의 최고의 적은 중국이 될 거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석학들의 시뮬레이션 결과 가능성이 충분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고, 미국 역시 이에 따라 중국과의 교류를 극단적으로 줄였다.
그것은 바로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막는 것.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난리가 날 뻔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기업가들에게 소련에 위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까지 추가되었다.
달러만 받던 일본과는 달리 농축산물과 위탁받은 생산품으로도 지불받는 소련.
덕분에 중국만큼 싼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열기를 식힐 정도는 되었기에 공화당 정부는 아슬아슬하게 기업가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지 않나?”
만약, 이제 와서 공화당이 외교 자세를 바꾼다?
그렇게 되면 일단 윤기부터가 공화당에서 이탈할 것이다.
애초에 중국과의 교류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부터가 교류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똑같으니까.
그리고 윤기가 공화당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공화당의 최고 후원가 한 명이 이탈하는 것과 똑같았다.
당장 제약회사를 통해 공화당이 얻는 이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미 소련에 세워 둔 공장들은?
거기에 위탁 생산을 해 줄 곳을 또 어디에 찾는단 말인가?
물론, 중국과 교류를 재개하면 몇 년 안에 다시 설비를 만들 수 있겠지.
하지만, 그 효용에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중국과의 교류를 시작하게 된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소련과 다시 험악한 관계로 돌아가게 되겠죠.”
“결국 중국과 소련,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중국을 택해서 생기는 이득과 소련을 택해서 생기는 이득 중, 더 높다고 판단되는 것을 각하께서 선택해 주시면 제가 그다음의 일을 말할 수 있습니다.”
폴슨을 일부러 ‘이럴 땐 이런 이득이 있고, 저럴 땐 저런 이득이 있습니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표현은 자칫하다간 상대에게 ‘얘가 걔 편을 드는 건가?’ 하는 의심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폴슨은 가능하면 부시가 직접 판단을 내리게끔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으음…….”
생각에 잠기는 부시.
‘지금처럼 소련을 계속 택하면 최윤기 회장님이라는 확고한 공화당의 지지자를 유지할 수 있지. 하지만, 중국을 택하면……?’
중국을 택한다면, 분명 다른 기업가들이 대단히 좋아하겠지.
아무리 소련과 대한민국에 제조업을 위탁한다고 해도, 중국의 12억에 가까운 인구가 가져오는 저렴한 인건비를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른 기업가들은 불확실한 파트너라는 게 문제야.’
윤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민주당의 인사들에게 후원한 적이 없었다.
물론, 결례를 범하거나 한 적은 없었지만, 직접 나서서 물질적인 후원을 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마치, ‘공화당이 몰락하면 나도 죽는 거야’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한 행보.
따라서 공화당 역시 이런 윤기의 행보를 적극 지지하며 VVIP 대접을 해 주고 있었다.
당장, 인종차별주의로 유명한 소속 의원들조차도 윤기와 만나면 스스럼없이 악수를 할 정도였으니까.
‘민주당과 우리 공화당 두 곳에 로비하는 기업가들보다는 차라리 안전책이 낫겠지. 애초에 지금 지지율을 생각하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잖아?’
마침내 부시가 마음을 굳혔다.
“나는 지금의 외교 상황을 바꿀 생각이 없어.”
“그렇다면 미국과 소련, 대한민국의 연합, 그리고 중국과 일본, 서유럽의 연합이 됩니다.”
미국이 중국과의 교류를 거의 중단함으로써 생긴 나비효과.
그것은 바로 중국과 서유럽의 교류였다.
미국 정부는 기업가들의 중국 진출을 막았지만, 유럽의 각국 정부들은 그러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은 자연스럽게 유럽에 더욱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고, 이는 일종의 세계 구도를 만들어 냈다.
분명 세계 최강국은 미국이 맞지만, 유럽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이니 티가 날래야 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한 20년 정도가 지나면, 유럽의 기업가들은 감히 중국 정부의 말에 반항할 수 없겠지.
“서유럽을 우리 쪽에 끌어들일 수는 없겠나?”
“어렵습니다. 서유럽은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든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제조업을 타국에 위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자들이 돈을 벌려면 결국 또 다른 착취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폴슨의 입에서 나온 정답.
부자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오자고 하고, 외국에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다 필요 없고, 그냥 자기들 돈 벌려고 하는 거다.
자국에서 노동자를 고용하면 임금을 제대로 줘야 하고, 자국에 공장을 건설하려면 제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까.
기업은 절대 자국의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
심지어 지금 윤기가 미국에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소련이 일본보다 싸게 제조해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추후 대한민국과 소련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게 되면 완전 내수를 돌리는 것이 윤기의 목표.
물론, 이러한 윤기의 계획을 꿈에도 모르는 부시는 현재 상황을 토대로 판단을 내렸다.
“하긴…, 서유럽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없겠군. 우리가 소련의 인력을 나눠 줄 수도 없으니 말이야.”
현재 소련은 미국의 위탁을 전력으로 하는 중이기 때문에 서유럽의 의뢰를 받을 여건이 되지 못했다.
더불어서 소련이 서유럽과 긴밀한 교류를 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소련과 대한민국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오로지 미국이면 충분하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호주 정도인가?”
“그렇습니다. 다만, 호주는 아무래도 돈이 좀 있는 국가이니까, 굳이 따진다면 아프리카와 남미를 신경 써야겠죠.”
이들이 말하는 남미에는 멕시코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역시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 CIA가 이란 반군 지원을 반대해서 다행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남미는 지금쯤 반미 성향을 띠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래, 만약, 그때 레이건 대통령이 이란 반군인 콘트라를 지원했다면…, 어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부시.
원래 역사에서는 ‘이란-콘트라’ 사건이라고 해서, 미국이 이란으로부터 짜증 나는 일이 발생하자, 이란의 반군인 ‘콘트라’라는 단체에 불법 자금을 지원한 사건이 있다.
불법적인 일이다 보니 당연히 CIA의 비중이 높았고, CIA는 이 과정에서 콘트라가 현지에서 세금으로 받은 ‘코카인’을 위탁받아 미국에 판매했다.
CIA가 나서서 코카인을 위탁 판매를 해 주니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중남미 국가의 카르텔들은 신나서 마약을 재배하게 된다.
따라서 카르텔의 힘이 급격히 강해지는데, 이 때문에 반미시위가 일어나고, 정권이 바뀌어 좌파 정부가 수립되는 중남미.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별일이 없었다.
당연히, 남미의 국가들은 대부분 아직 우파 정부에 친미 성향을 보이는 상황.
이래서 나비효과가 무섭다는 거다.
만약, 윤기가 CIA의 윗선을 매수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남미는 카르텔로 인해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었겠지.
어찌 보면 윤기는 남미 시민들의 구원자라고 할 수도 있었다.
물론, 남미 시민들은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부시와 폴슨은 알고 있었다.
“좋아, 다시 말하자면 나는 지금의 외교 자세를 바꿀 생각이 없어. 이제 종전 협정과 관련해서 다시 말해 보게.”
“알겠습니다.”
폴슨은 자세를 다시 한번 공손하게 고쳐잡더니 담담한 어조로 설명을 잇기 시작했다.
“일단 중국은 당연히 한반도의 종전 협정에 관여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 중공군이 참전했으니까.”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북한의 사이가 좋아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한국과 소련의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까요.”
“거기에 우리 미국까지 있지.”
“그렇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자신들이 힘을 키울 때까지 우리 미국과 소련, 그리고 대한민국 사이에 애매한 기류가 흐르기를 바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종전 협정을 막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이거 골치로군.”
부시의 머릿속에는 순간 ‘노벨 평화상’이라는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70년도 더 지나서 드디어 미국 대통령이 다시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이미 종전 협정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부시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노벨 평화상이었다.
“사실, 별문제는 안 됩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적이 없으니까요.”
“응?”
“간단합니다. 당시 중국은 추후 있을 전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인민지원군’이라는 이름으로 병력을 보냈습니다. 한마디로 ‘의용군이지 정규군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이었지요.”
“그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 아닌가?”
“하지만, 중국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CIA의 정보에 의하면 인민지원군은 중국공산당의 정규군인 ‘중국인민해방군’이 부대 이름을 바꿔서 참전한 것이라고 합니다.”
“허허…….”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 탄식을 흘리는 부시.
폴슨은 이런 부시를 보며 말을 이었다.
“따라서 중국은 종전 협정에 참여할 권한이 없습니다. 중국 인민지원군은 1959년에 해산했거든요. 주체가 사라진 이상, 이제 UN 사령관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합의하면 종전이 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강행하시겠습니까?”
이미 마음을 굳힌 부시였기에 즉답이 나왔다.
“그래, 강행하지!”
바야흐로 한반도의 종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부시는 세계 언론에 남북 종전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서 종전 협정에 참여할 국가로는 미국과 북한으로 한정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중국에선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종전은 중국 입장에서 결코 바라는 일이 아닌데, 갑자기 종전 협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생겼으니까.
따라서 중국은 미국에 대놓고 불만을 표했다.
[우리 중국의 의사도 묻지 않고 종전 협정을 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하지만, 이에 질세라 미국 역시 중국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