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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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화 금융실명제 (1)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백설공주가 살았어요.”
동화책을 읽기 시작하는 윤기.
서준이와 하윤이는 그런 윤기의 앞에 누운 상태로 방싯방싯 웃고 있었다.
“그런데 왕비가~”
스토리에 따라 목소리를 바꿔가며 박진감 넘치게 읽어 주는 윤기.
서준이와 하윤이 역시 윤기의 음색에 따라 표정이 바뀌고 있었다.
쾌활한 목소리가 나올 때는 미소를, 다소 무서운 톤이 나올 때는 깜짝 놀란 표정을.
생후 3개월의 발달과정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서준이와 하윤이의 모습에 가족들은 모두 기뻐하며 자신들의 역할에 몰입했다.
“내 빵이 절반으로 줄었어!”
최철호의 외침.
“내 포도주도 절반으로 줄었어!”
박연지의 외침.
“내 고기도 절반으로 줄었어!”
최기현의 외침까지.
“내 침대도……, 어?!”
마지막으로 정아가 외쳤다.
지금 윤기와 가족들이 연기하는 대목은 백설공주가 왕비에게서 도망치다가 숲속의 난쟁이 집들을 발견한 부분이다.
난쟁이들의 집에 들어가서 일곱 개의 식사와 침대를 보고, 한 사람이 독박 쓰지 않게 조금씩 물품을 빌린(?)다는 내용.
소설에서는 난쟁이 하나가 독박을 쓰는 일이 없었지만, 현실에서는 있었다.
“아니, 나는 왜 일곱 번째 난쟁이인 건데!”
콜슨의 외침.
그렇다.
콜슨은 아무런 대사가 없는 일곱 번째 난쟁이 역할을 맡게 되었다.
“아니, 자기가 가위바위보 져 놓고 왜 저래?”
급작스레 중단된 동화책 읽기.
사실, 일종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일곱 번째 난쟁이를 배역에 넣었는데, 콜슨이 가위바위보에 져서 독박을 쓴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재밌겠다고 동의한 콜슨이었지만, 자기가 당첨되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 사람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최기현과 콜슨의 우스꽝스러운 설전이 시작되었고, 서준이와 하윤이는 그 모습을 보며 꺄하하 웃었다.
웃기도 잘 웃고, 타인의 목소리 톤에 반응할 줄 알게 되는 것이 생후 3개월.
이 모습을 바라보며 윤기와 메릴은 서준이와 하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육아.
아기들이 아무리 말을 못 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도 태어나고 1년 동안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고, 음악도 들려주고, 표정도 많이 보여 줘야 한다.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
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윤기네 가족들이 서준이와 하윤이에게 정성을 쏟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준이와 하윤이의 미래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은 확실했다.
“서준아, 할아버지들 재밌지?”
“아-!”
순간 윤기와 메릴의 눈이 동그래졌다.
최기현과 콜슨도 마찬가지.
박연지와 정아 역시 다를 게 없었다.
“옹알이!”
박연지의 외침.
그렇다.
드디어 옹알이의 시기가 온 것이다.
아기가 말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는 시기는 돌이 지나서부터지만, 옹알이는 생후 3개월이면 한다.
아기 나름대로 무언가 의사 표현을 하려는 것이 바로 옹알이.
그렇기에 가족들 모두에게서 웃음꽃이 피었다.
“서준아, 얘보다는 내가 좋지?”
콜슨을 가리키며 하는 최기현의 말.
“오-!”
“봤냐? 서준이는 내가 더 좋단다.”
“개소리하지 말어!”
콜슨은 후다닥 서준이의 앞으로 가더니 자신이 물었다.
“얘보다 내가 좋지?”
“아-!”
“거봐, 너보단 내가 좋다잖아.”
“아니, 나를 더 좋아하거든?”
“아냐, 나야!”
아기가 보는 앞에서 그야말로 어린애처럼 싸우는 두 사람.
그 두 사람을 보며 이번에는 하윤이가 옹알이를 시작했다.
“아, 아, 아-!”
마치 둘의 모습이 재밌다면서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하윤이의 모습.
나날이 성장해가는 아들과 딸의 모습은 윤기에게 있어서 세월이 흐른다는 것을 더욱 체감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1월 1일.
마침내, 금융실명제가 시행되었다.
* * *
금융실명제는 단어대로 해석하면 ‘금융 활동을 할 때 실명을 쓴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해하면 금융실명제를 절반만 이해하는 거다.
금융실명제의 진정한 의의.
그것은 바로 ‘금융거래를 할 때 반드시 신분확인을 한다’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금융실명제 이전에는 통장에 실명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더군다나 인출할 때, 인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온갖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금융실명제는 검은돈의 생성을 막기 위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하는 제도.
그렇기에 YS는 원래 역사에서처럼 금융실명제를 ‘긴급명령권’을 동원해서 시행했다.
YS가 최측근만 동원해서 준비한 금융실명제.
따라서 YS가 금융실명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사실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일은 없었다.
최측근들의 입이 무거워서?
아니다.
윤기가 해당 최측근들에게 돈을 주는 대신 감시를 붙였기 때문이다.
돈을 받는 대신 감시도 받는 것에 동의한 최측근들.
따라서 최측근들을 통해 정보가 새어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왜 YS는 11월 1일에 금융실명제를 발표한 것일까?
마음만 먹었으면 10월 하순이 시작될 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YS의 금융실명제에는 맹점이 있었다.
비실명 계좌에서 인출하기 위해서는 신분을 확인해야 함.
순인출 3천만 원 이상일 경우, 금융기관은 국세청에 보고해야 하며,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의 권리를 가진다.
여기까지는 아주 좋다.
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세 가지 사안이 있었다.
그래서 살짝 늦춰진 금융실명제.
그리고 윤기가 추가한 조항 덕분에 은행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 * *
“죄송합니다. 이 법인으로는 실명 등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은행 직원의 사과.
그러자, 창구 앞에 서 있던 40대 남자가 길길이 날뛰었다.
“아니,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야!”
오른눈에 세로로 긴 흉터가 있었기 때문에 인상이 대단히 흉악해 보이는 사내.
누가 봐도 조폭으로 보였는데, 실제로도 조폭이 맞았다.
“법적으로 법인 설립 시기가 계좌 생성 시기보다 늦을 경우 실명 등록이 불가능하고, 인출 역시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윤기가 추가한 첫 번째는 ‘계좌 생성 시기보다 늦게 설립된 법인의 인출 불가’였다.
만약, 이러한 제한을 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바로 지금 창구에서 길길이 날뛰는 사내가 손쉽게 돈을 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딴 게 어디 있어! 빨리 내 돈 내놔!”
조직의 검은돈이 잔뜩 들어있는 비실명계좌.
그런데, 이것을 조직 보스의 이름으로 등록을 하게 되면 당연히 경찰 수사망에 오르게 된다.
‘이 돈을 어떻게 번 거지?’라면서 말이다.
따라서 조직은 한 가지 꼼수를 생각해냈다.
그것은 바로 노숙자의 명의와 조직에 빚을 진 녀석들의 명의를 이용하는 것.
따라서 조직의 자금책인 사내는 해당 명의들로 사업자등록을 했고, 해당 사업자등록증을 기반으로 법인을 세웠다.
원래 법인 설립에는 3~5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인맥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설립한 법인.
그런데 정작 그 법인이 지금 쓸모없게 된 것이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 하실 일이 없으시면 다음 분 받겠습니다.”
“내 돈 내놔! 내 돈 내놓으라구!”
“그러면, 고객님의 실명으로 계좌를 등록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딱 규정대로만 대응하는 창구 직원.
여기에 바로 윤기가 도입한 두 번째 규칙이 있었다.
바로 금융권에 대한 처벌.
금융실명제의 시행 이후, 가장 흔히 쓰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가짜 주민등록번호’다.
즉, 금융사 직원과 결탁하여,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적고 예금을 인출해 가는 것이다.
이는 비실명계좌에 상당한 액수를 가지고 있던 자들이 주로 사용한 방법.
큰돈을 인출해 갔으니 국세청이 추적을 시작할 것인데, 금융사 직원이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받고 돈을 인출해 줬으니 당연히 국세청은 추적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윤기는 이러한 실수에 대해 은행의 영업정지, 해당 직원 및 관리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역시 넣었다.
따라서 각 은행은 창구 직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무조건 규정대로만 해!]덕분에 지금, 인상 험악한 사내들이 찾아와서 창구 직원들을 협박해도 전혀 통하질 않았다.
만약, 창구 직원이 힘들다 싶으면 상사가 찾아와서 돌려보냈고,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경찰을 부르는 순간, 사내들은 모두 도망갔다.
괜히 잡혀서 계좌와의 연관성을 추궁당하면 곤란하니까.
그렇기에 창구 직원은 다음 손님들을 받을 수 있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창구 직원.
솔직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후 2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꽉꽉 들어찬 사람들.
그나마 번호표를 더 이상 못 받게 해 놔서 다행이지, 만약 번호표를 계속 발부했다면 이따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왜 자기는 일을 볼 수 없냐고 말이다.
“고객님, 이 계좌의 경우, 실명화를 한다면 국세청에 보고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예, 예?”
30대 초반의 여성.
남편의 사업이 망하면서, 남편과 위장 이혼을 했고, 위자료는 자신의 실명 통장에, 남편이 부도 전 뒤로 빼돌린 회삿돈은 자신의 비실명계좌에 넣었다.
그런데 지금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 국세청에 보고가 들어간단다.
“그, 그런 게 어딨어요?!”
국세청에 보고가 들어가면 자신 역시 감옥에 들어가게 되겠지.
여성은 그런 일은 절대로 겪기 싫었다.
“법이 그렇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창구 직원.
이번 여성 손님 역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으나 결국, 경찰의 손에 붙들려 은행 밖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쫓겨난 것은 한 명뿐, 은행에는 아직도 수많은 손님들이 남아있었다.
“하아아.”
다시 한숨을 내쉬는 창구 직원.
이 한숨은 전염이라도 된 듯, 모든 창구의 직원들이 손님이 있건 없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11월 1일인 오늘.
모든 비실명계좌의 주인들이 은행에 찾아온 걸까?
아니다.
숨을 죽이고 꼼수를 생각해내려고 하는 자들 역시 존재했다.
‘재벌’이라는 자들 말이다.
* * *
“돌아 버리겠습니다. 이거 우리들 보고 죽으라는 거 아닙니까?”
오성그룹의 회장이 미쳐버리겠다는 듯, 볼멘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자리를 가득 채우는 나머지 세 사람의 한숨 소리.
오성그룹.
성산그룹.
금철그룹.
대상그룹.
현재 국내 2~5위를 순서대로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연합을 통해 국내에 영향력을 끼치는 그룹들이었다.
물론, 이런 연합체가 국내에 다섯 개 정도 더 있긴 하지만, 지금은 이 네 사람이 모인 장소.
이들은 현재 ‘금융실명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비자금.
비실명계좌에 비자금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걸 실명으로 돌리라니, 그렇게 되면 자금 출처를 증명해야 하는데, 증명할 방법이 없다.
왜?
세금 신고를 하지 않고 탈세한 돈이니까.
물론 뒤늦게 세금을 내면 된다.
단지, 세금을 내면 될 뿐.
그렇다.
이들은 탈세에 대한 세금을 내기가 싫어서 지금 이렇게 자리에 모인 것이다.
“맞습니다. 죽으라는 거지요. 하지만,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와이케이 그룹에 거역할 수 있겠어요.”
자조적인 금철그룹 회장의 말.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10년 안에 신고하지 않으면 국고로 돌아가 버리니까요.”
대상그룹의 말처럼, 윤기는 비실명계좌에 대한 실명화를 의무로 하는 조항을 넣었다.
이유는 눈치를 보는 자들 때문.
원래 역사에서는 금융실명제로 인해 함부로 돈을 인출하기 힘들어지자, 아예 비실명 상태로 계좌를 놔둔 자들이 존재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그 계좌가 무려 154만 개에 잔액은 1,438억.
따라서 ‘10년 안에’ 비실명계좌를 실명계좌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불온한 목적의 돈이라 판단하고 국세로 전환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것은 ‘휴면계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비실명계좌’를 언급하는 것.
아무리 귀찮아도 10년 동안 은행 한번 안 갈 이유가 없고, 비실명계좌의 특성상 휴면계좌일 가능성도 없으니 까먹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공산주의지!”
역시나 빨갱이를 부르짖는 자들.
이들은 신이 나타나서 세금 제대로 내라고 해도 빨갱이라고 할 자들이다.
“은행 직원들을 꼬드겨보는 게 어떨까요?”
성산그룹 회장의 말에 대상그룹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과 관련한 처벌 기준이 생겨서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성산그룹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은 더 큰 돈으로 사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