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99)
599화 금융실명제 (2)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1억에 징역 1년을 누가 가려고 하겠습니까?”
오성그룹 회장의 말.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부에는 경제사범과 관련해서 한 가지 규칙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피해액 1억당 징역 1년이라는 규칙.
하지만, 성산그룹 회장은 자신감이 있었다.
“이 경우 피해액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힘들 걸요?”
확실히 그럴듯한 논리.
“물론 회장님이야 별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창구 직원과 은행은 어떻게 해결하시려구요?”
“은행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창구 직원만 꼬드길 생각이에요.”
만약, 재벌 전쟁을 하기 전이었다면 재벌들이 연합해서 아예 은행을 꼬드겼을 거다.
하지만, 지금 재벌들은 현금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
따라서 은행권을 설득할 만한 돈이 부족했다.
물론, 지금도 재벌들 전부가 연합한다면 가능성이야 있겠지.
하지만, 재벌들이 하나의 구심점으로 뭉친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곳으로 나뉜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다.
“얼마나 돈을 쓰시려고 하는 겁니까? 창구 직원도 자신의 직장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라 어지간한 금액으로는 불가능할 텐데요?”
“푸흐흐흐, 다들 요새 너무 순진해지신 것 같습니다?”
음산하게 웃는 성산그룹 회장.
그제야 다른 세 명은 깨달았다.
성산그룹 회장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말이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오성그룹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떠올린 것을 말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의 신분을 노출 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이어서 금철그룹 회장이 말했다.
“더불어서 우리가 약속한 돈을 전액 지급할 이유도 없구요.”
마지막으로 입을 여는 대상그룹 회장.
“우리가 요즘 너무 법의 눈치를 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들키지 않으면 그만인데 말이지요.”
세 사람의 말을 들은 성산그룹 회장은 씨익 웃으며 양주잔에 양주를 따르더니 하늘 높이 들었다.
“다들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 봅시다!”
[[[[위하여!!]]]]짱! 하고 잔이 깨질 듯한 소리가 실내에 자욱하게 울려 퍼졌다.
* * *
“정 비서님이 생각하시기에는 어떠세요. 과연 재벌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아, 법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할 것 같나요?”
이제는 나이가 지긋해진 정동윤.
세스홀딩스에서 일할 때도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었는데, 윤기가 20대 중반이 된 지금은 말할 것도 없겠지.
그래서 윤기는 다른 비서들과 달리 정동윤에게는 ‘비서님’이라고 존칭을 해주었다.
“당연히 안 지킬 겁니다. 원래 사람들이 그렇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하기 마련이지요.”
오늘 윤기의 서재에 있는 것은 류근태나 최철규가 아니었다.
왜?
의외로 당연한 이유.
류근태는 윤기의 옆에서 일을 시작했기에 기업의 더러운 행동에 대해 그렇게 해박한 편은 아니었다.
최철규 역시 마찬가지.
비록 삼우에서 약간 일을 하긴 했지만, 직급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나 이런 대화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반면 정동윤은 세스에 있던 때부터 이러한 일을 도맡아 하던 인물.
물론, 윤기의 고모부인 정우호가 더 나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었지만, 일선에서 물러난 데다가 육아에 바쁜 고모부를 부를 생각은 없었기에 정동윤이 당첨된 것이다.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를 향해 정동윤이 감탄하는 눈빛을 보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회장님이 추가한 조항 덕분에 금융실명제에 사용될 편법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니까요.”
“국가 공무원들로만 규정을 만들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원래 역사에서 금융실명제에 허점이 많았던 이유.
그것은 당연히 공무원들이 모여서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자문?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격이겠지.
당장 자신들의 목줄을 움켜쥐는 규정인데, 미쳤다고 이걸 정성을 들여서 대답해 주겠는가?
실제로 2020년, 온라인 게임들이 클로즈베타를 잘 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래 클로즈베타는 버그 같은 것을 신고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신청자들을 소수 선발하여 제한적으로 먼저 게임을 하게 해 주는 제도.
하지만, 악용할 수 있는 버그를 발견할 경우, 신고하지 않는 유저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따라서 클로즈베타는 유저들에게 ‘오픈베타 때 쓸 버그를 미리 알아 두세요!’라고 광고하는 꼴.
금융실명제에 대해 기업에 자문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무원들끼리 법률을 만들게 되는데, 이러면 한계는 명확.
물론, 원래 역사에서는 의외로 자문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일부 기업들이 금융실명제에 대비한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주장도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판단은 개인의 몫.
윤기의 역사에서는 적어도 이러한 편법을 쓸 수 있는 기업들이 없었다.
“정 비서님이 생각하시기에 어떤 편법이 있을 것 같나요?”
“너무 뻔합니다.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말씀해보세요.”
“창구 직원을 매수해서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인출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데요?”
빙글빙글 웃고 있는 윤기의 표정.
이것은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고의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큰 처벌을 하기가 어렵죠. 은행에는 피해가 가겠지만, 창구 직원이 고의가 아니라고 우긴다면, 고의를 입증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맞아요. 법이라는 게 그래서 참 힘들죠.”
법에서는 ‘고의성’을 정말 중요시한다.
하지만, 이 ‘고의성’을 증명하기가 너무 힘들다.
살인죄와 폭행치사의 차이가 뭘까?
그것은 바로 고의성.
살인죄는 ‘너 죽일 거야!’라고 마음먹은 거고, 폭행치사는 ‘아니,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라는 차이가 있다.
마찬가지로 창구 직원 역시 ‘실수예요’ 하고 우기면 제대로 된 형사처벌을 먹일 방법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뭔가 청탁과 관련한 증거를 찾아낸다면 모를까, 이런 일을 하는 녀석들이 증거를 남기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사실상 잡을 수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
“회장님, 혹시 무언가 생각해 두신 방법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네, 정 비서님. 국내 상위 200위 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제 ‘개인 명의’의 파티 초대장을 발부하세요.”
윤기는 언제나 생각이 있다.
* * *
[여러분, 우리 집에 오셔서 마음껏 노시다 가세요!]딱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윤기의 초대장.
이러한 초대장을 받은 각 기업의 총수들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아니, 이거 진짜임?]]]]]너무 당연한 반응이었다.
왜?
지금까지 윤기는 다른 재벌들과 제대로 된 교류를 한 적이 없었으니까.
JD, JSD, N 하고나 놀았지, 다른 재벌들하고는 정말 제대로 된 접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강석호나 정우호 같은 경우도 존재했지만, 이들은 교류라기보다는 사실상 밑으로 들어간 자들.
따라서 지금까지 정말 많은 재벌가 인물들이 윤기와 만나려고 했지만, 그러한 요청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끽해야 최기현이나 만날 수 있을까?
당연히 윤기의 집에 온 적이 있는 재벌들도 거의 없었다.
가~끔 윤기의 사촌인 인기를 통해 놀러 오는 재벌가 자제들이나 조금 있을까?
심지어 득남과 득녀를 축하한다고 찾아오는 재벌가 사람들이 있었지만, 윤기는 이것도 거절했다.
국내 1위의 재벌, 더불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대저택.
그렇기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보고 싶은 재벌들이 많았지만, 절대다수의 재벌들은 윤기의 집 내부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윤기가 파티를 연다니.
그렇기에 모든 재벌들이 일단 참석하겠다고 긍정적인 답신을 보냈다.
물론, ‘집구경’이라는 원초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이들은 딱히 등신이 아니었으니까.
[[[[[안 가면 큰일 날 거 같아.]]]]]일단 이것이 첫 번째 이유.
윤기가 자신의 이름으로 집에 초대했다.
그것도 대상을 콕 찝어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기한테, ‘아, 못 갈 거 같아요’라고 한다면 어떤 후폭풍이 몰아닥칠까.
그리고 두 번째 이유도 있었다.
[[[[[기회야!]]]]]윤기가 여는 파티라면 당연히 윤기와 대화할 기회도 생기겠지.
신상 그룹의 강석호, 세스 출신의 정동윤.
이 두 명을 비롯한 윤기 측근들의 100억 신화.
하위권 재벌 기준으로, 100억이라면 솔직히 기업 총수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일이었기에 이들은 ‘최윤기 드림’을 꿈꾸고 참석을 준비했다.
마지막은 자제들의 연줄.
자신들의 연줄 역시 중요하지만, 재벌들은 자제들의 연줄을 위해서도 참석을 결심했다.
그리고 11월 11일.
수천 명이 넘는 재벌가 인원들이 윤기의 저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 * *
윤기의 대저택 주변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다.
하지만, 그 허허벌판이 오늘만큼은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임시 주차장의 역할.
대저택 주변을 가득 메운 수많은 고급 차들.
최고가 국산 차량도 있었지만, 미국을 통해 구입한 외제차량도 상당히 많았다.
N의 정부 때부터 미국을 제외한, 타 국가와의 민간 무역을 상당히 강하게 압박한 결과랄까?
따라서 유럽의 명품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에 있는 기업들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가격이 좀 더 비싸졌지만, 재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자기 돈으로 사는 게 아니니까.]부자들이 돈을 많이 쓰면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낙수효과.
이건 정말 헛소리다.
애초에 부자들은 자기 돈을 안 쓰니까.
그렇다면 어떤 돈을 쓸까?
당연히 회삿돈이다.
회삿돈으로 외제 차를 사고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한다.
비용은 당연히 세금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이건 당연히 탈세.
하지만, 부자들은 이러한 탈세를 탈세라고 절대 인정하지 않고 ‘절세’라는 표현을 쓴다.
곧 죽어도 나쁜 놈 되기는 싫다는 결연한 의지!
지금 주차장을 봐도 95퍼센트 이상의 차량이 회사 명의의 차량이었다.
분명 윤기는 ‘와이케이’의 이름이 아니라 ‘최윤기’의 이름으로 ‘개인 연회’를 연다고 초청장을 보냈는데도 말이다.
분명 사적인 일인데 회사 차량을 이용하는 모습.
총수들이야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 치자.
하지만, 재벌 2세와 3세들이 ‘회사 명의의 스포츠카’를 타고 ‘회삿돈으로 구매한 명품’을 몸에 둘둘 감고 입장을 위한 줄을 서고 있었다.
“와, 이거 도대체 언제 들어가냐? 우리나라에 재벌이 이렇게 많았어?”
선글라스를 끼고, 밑단을 접어 올린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는, 오렌지색 머리의 20대 재벌 3세의 말.
“그러게, 개나 소나 다 재벌이네. 그나저나 너는 오늘 같은 날 그런 복장을 입냐?”
똑같이 회삿돈으로 산 명품이지만, 정장을 입고 있는 재벌 3세의 말이었다.
“야, 이런 날일수록 이런 복장을 입어야 확 튀는 거야. 그것도 모르냐?”
“너답다. 그래도 뭐 그리 늦지는 않겠는데? 입구가 하나는 아니잖아.”
정문은 하나였지만, 초청장을 확인하기 위한 임시 입구는 열 개.
그 임시 입구에서는 출입하는 재벌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