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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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화 다 알아 (1)
“자, 찍겠습니다.”
임시 입구마다 배치된 경호원들이 분주하게 사진을 찍고, 주민등록증과 사진의 인물을 대조하고 있었다.
“이걸 꼭 해야 하나?”
살짝 심기가 불편해진 재벌 총수 중 한 명의 말.
그러자 경호원은 공손하지만 굽히지 않는 태도로 답했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오늘 이곳은 국내 200위 안쪽의 재벌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 따라서 초대받지 않은 자가 테러라도 일으키면 대한민국에 큰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럭저럭 납득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총수의 모습.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아주 흔한 스토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이 어떤 파티에 몰래 들어가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다른 참석자의 초대장을 훔쳐서 들어가는 것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진을 찍어 둘 경우, 후에 어떤 문제가 터졌을 시, 약간의 대처가 가능하다.
물론, 이것은 윤기가 경호원들에게 적당히 둘러대라고 한 근거 중 하나.
다른 입구의 경호원은 또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인상이 유난히 서글서글하고 붙임성이 있어 보이는 경호원은 심기가 불편한 재벌 총수를 향해 씨익 웃으며 은근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 회장님이 다른 분들과 교류가 너무 없었지 않습니까. 이렇게 사진을 찍어 뒀다가 보시면서 기억을 더 잘하시게 될지 누가 압니까?”
“호오….”
사진을 통해 윤기가 자신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
이것도 윤기가 경호원들에게 알려 준 근거 중 하나였다.
따라서 차곡차곡 쌓이는 출입자들의 사진.
사진 뒤에는 이름까지 기재되었기 때문에 적어도 초대받지 않은 자가 올 일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윤기가 굳이 이런 것 때문에 사진을 찍으라고 한 것일까?
아니다.
“체크.”
상황실에서 윤기가 두 글자로 된 단어를 말하자, 경호원 하나가 빠르게 종이에 지금 시간을 적기 시작했다.
열 명의 경호원이 각자의 CCTV 박스 앞에 앉은 모습.
그리고 윤기는 그 열 명의 경호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종종 ‘체크’라는 말을 하며 어깨를 툭 건드렸다.
마찬가지로 입구에서 찍는 사진에도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추후 어떤 시간에 누가 들어왔는지 혼동될 일은 없겠지.
“회장님, 모든 입장이 끝났습니다.”
경호원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지금부터 추가 출입은 받지 않습니다.”
[[[[[예!!]]]]]믿지 못하겠지만, 오늘 같은 날에도 지각하는 사람은 있었다.
물론, 못 들어왔지만.
* * *
바깥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소수 재벌들을 제외하고, 모든 초대받은 재벌들이 윤기의 대저택에 입장했다.
그리고 윤기는 임시로 만든 단상에 서서 360도 반경에 있는 재벌들을 향해 가벼운 축사를 들었다.
“여러분, 이렇게 제 초대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우렁차게 울리는 박수 소리.
그 소리가 잦아들 즈음, 윤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여러분은 그저 먹고, 마시고, 노시면 됩니다. 그 목적으로 연 파티니까요.”
윤기의 목소리는 묘하게 ‘뒷말이 있다’라고 알려 주고 있었다.
게다가 몸마저 천천히 한 바퀴 돌렸기에 재벌들은 눈치 있게 윤기의 뒷말을 기다렸다.
“요즘 금융실명제 때문에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여러 이유로 불안하신 분들도 있겠죠. 저는 그저 다음번에 제가 연회를 열 때도 지금 오신 분들이 그대로 다시 오셨으면 좋겠네요.”
씨익 웃으며 ‘하하하하!’ 하고 크게 웃는 윤기의 모습.
동시에 포도 주스가 들어있는 잔을 높이 들어 올렸기에 재벌들의 큰 박수를 마지막으로 윤기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금융실명제 관련해서 개짓거리 하면 알지?]윤기가 이번 연회를 연 목적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순간.
따라서 재벌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냥 지나가듯이 한 말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걸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와이케이에 맞섰던 재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들이 누구보다도 잘 안다.
하지만, 반발심이 생기는 것도 너무나 당연했다.
‘아니, 지가 어쩔 건데?’
애초에 아직은 비실명계좌다.
따라서 윤기가 무슨 수를 써도 아직은 비실명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아무리 윤기의 정보력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기에 총수들은 연회를 즐기기보다는 열심히 저울질을 하며, 동맹 관계의 총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쨌든 지금 이곳은 국내 Top 200위 재벌들이 거의 모두 모여 있었으니까.
물론, 이런 고민은 어디까지나 다른 재벌들의 몫.
총수들이 고민에 빠진 덕분에 윤기는 쓸데없이 다른 총수들과 말을 섞을 필요가 없어졌다.
“오늘 여기서 형 결혼식이라도 할 걸 그랬나요?”
윤기의 말에 입꼬리가 쭈욱 올라가는 차필규의 모습.
원래는 윤기의 경호원이지만, 최근 와이케이 제약의 연구원 류드밀라와 사랑에 빠져 한동안 소련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한국에 있는 차필규.
물론, 약혼자인 류드밀라와 함께였다.
“에이, 그런 폐는 끼칠 수 없지.”
다른 경호원들과 함께 경호를 수행 중이라면 존댓말을 썼겠지만, 지금은 일종의 사석.
따라서 차필규는 윤기에게 편히 말을 놓았다.
“류드밀라는 아쉽지 않아요?”
“전 그냥 필규 씨만 있으면 돼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차필규의 팔짱을 끼고 있는 류드밀라의 모습.
차필규는 팔에서 느껴지는 감촉 덕분인지 살짝 헤벌쭉한 표정이었다.
“형 아버지가 진짜 좋아하시죠?”
“응, 어디서 나보다 젊은 여자를 데려왔냐고 하시더라.”
물론, 류드밀라는 차필규보다 나이가 많다.
하지만, 류드밀라는 놀랍게도 슬라브족 여성인데도 아직 꽤 젊어 보였다.
그것은 살면서 햇빛을 거의 안 보고 살았기 때문.
학창시절에는 공부만 하면서 실내에 있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연구소에 틀어박혀 있느라 햇빛을 볼 일이 없었다.
햇빛은 피부 노화의 지름길이니, 당연히 류드밀라의 피부는 아직까지 탱탱한 것이 차필규보다 젊어 보였다.
“진실은 밝혀졌나요?”
씨익 웃는 윤기의 말에 차필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처음에는 좀 놀라셨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외모가 젊어 보이는 게 어디냐’라고 하시더라구.”
“그래도 형도 많이 젊어졌어요.”
“젊어졌다기보다는 그냥 늙은 모습이 유지된 거지?”
“그래도 그 덕분에 경호실장 자리에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잖아요?”
“그래, 그 덕분에 내가 이렇게 우리 예쁜이를 만나게 된 거지.”
류드밀라의 볼을 살짝 잡아당기는 차필규.
‘내가 만약 유럽에 진출했으면 엘레아노랑 이어졌으려나?’
어쩐지 비슷한 포지션의 사람이 떠오른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픽 웃었다.
윤기가 웃자 이유는 몰라도 덩달아 웃는 차필규와 류드밀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이 세 사람과 달리, 엄청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재벌 2세와 3세들.
오늘 윤기의 대저택은 서재와 가족들의 침실 등을 비롯해서 사적인 공간을 제외하고 전면 개방되었기에 이들은 많은 곳들을 구경 다니고 있었다.
“우와! 무슨 집에 영화관이 다 있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초대형 스크린.
단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스크린 대비 좌석 수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거였다.
고용인들도 쓰라고 나름대로 좌석을 배치해 두긴 했지만, 다 합쳐도 수십 석.
오늘 윤기의 집에 들어온 사람들의 숫자는 무려 수천 명에 달했기에 영화관에 들어온 사람도 당연히 많았다.
그렇다는 건?
당연히 좌석이 부족했다.
하지만, 좌석이 부족한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아니, 이 영화 미국에서도 아직 개봉하려면 한 달 남은 건데?”
오늘 윤기가 공수해 온 영화는 몇 년 전,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2부.
아직 미국에서조차 개봉하지 않은 미개봉 영화였다.
따라서 재벌 2세와 3세들은 그냥 바닥에 앉아서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른 곳에도 재벌 2세와 3세들이 있었다.
그것은 오락실.
윤기는 집에 아예 오락실을 만들어 놨는데, 여기에는 최신형 기기들이 가득했다.
소련으로 일본 개발자들 상당수를 이주시켰으니 그곳에서 게임이 개발되는 것은 당연한 일.
특히 한국에 없는 것들까지 있었기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는 재벌 2세와 3세들은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나름 건전한 재벌 2세와 3세들.
당연한 일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야! 여기 술 다 공짜래!”
윤기 본인은 찾아오는 일이 없지만, 손님들을 위해 운영하는 바(Bar).
이곳에는 정말 무지하게 비싼 술들이 많았고, 윤기는 손님들에게 이러한 술을 언제나 무료로 제공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찾아온 재벌 2세와 3세들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놀기 시작했다.
“야! 음악 틀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재즈.
“이딴 음악 말고 좀 신나는 거로!”
결국 윤기의 바에는 비트가 쿵쿵 울리기 시작했고, 남녀가 모여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심지어 게 중에는 무언가 허전한 듯,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녀석들이 있었고, 이내 팔에 무언가를 주사하는 시늉까지 하며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이놈의 자식! 이 자식이 미쳤나!”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총수 한 명.
“아, 아빠! 이것까지만 마시고요!”
총수이자 아버지에게 귀를 붙잡혀 바깥으로 끌려나가는 재벌 2세.
“이 년이 여기서 뭐 하는 짓거리야! 다른 날도 아니고 오늘 같은 날!”
“아, 엄마! 그냥 술만 마시는 거라고!”
비슷하게 어머니에게 귀를 붙잡혀 끌려나가는 재벌 3세.
뒤늦게 소식이 돌자, 재벌 총수들은 헐레벌떡 바에 뛰어 들어와 자신의 자식들을 강제로 끌고 나갔다.
그나마 재벌 1세들은 사회성이라는 게 존재해서 그런지, 윤기의 바가 초토화되는 결과가 미연에 방지된 셈이다.
그렇기에 재벌 2세와 3세들은 아쉬운 대로 샴페인잔이나 맥주잔을 들고 저택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 인기야!”
윤기의 사촌인 인기라면 당연히 이런 날에 참석하는 법.
인기는 다른 재벌 2세와 3세들에게 둘러싸였다.
“너도 그 뭐냐, 서민체험 했어?”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염색한, 찢어진 청바지 차림의 재벌 2세를 본 인기는 그다지 반갑진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예전에 끝났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아무튼, 이해가 안 간다니까. 그런 걸 뭐 하러 시키냐?”
인기는 상대의 말에 대답하기보다는 단어를 정정했다.
“서민체험이 아니라, 하위소득 체험이야.”
“그게 그거 아니냐? 밑바닥 인생이면 서민이지.”
재벌 2세와 3세들의 인식을 명확히 보여 주는 모습.
인기는 하위소득 체험을 하기 전부터 인식이 올바르게 잡혀 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말에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 마, 너도 언제 서민이 될지 모르는 거라고.”
하지만 상대는 인기의 말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야, 내가 왜 거지새끼가 되냐? 절대 그럴 일 없어. 애초에 서민 자체가 능력이 부족해서 서민인 건데 무슨.”
“너는 아직 일도 안 해 봤으면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물론, 일을 해 봤다고 해도 전혀 달라질 건 없다.
약속된 낙하산 자리, 약속된 일감 몰아주기, 약속된 공적 몰아주기.
재벌 2세나 3세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공짜로 얻은 성공을 ‘자신의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라 생각하고 서민을 비웃는다.
[야, 네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따위 인생 사는 거잖아.]실제로 지금 이 오렌지 머리의 재벌 2세를 비롯해서 와이케이의 3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타 그룹 재벌 2세와 3세들은 와이케이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우리가 서민체험을 왜 해야 하는데? 서민 될 일이 없는데?]]]]]물론, 이미 하위소득 체험을 완료한 와이케이 3세들 중에서도 이에 동의하는 소수가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와이케이의 3세와 타 그룹 2, 3세들 사이에 간극이 벌어져 있는 모습들이 오늘 연회에서 목격되었다.
하지만, 오늘 연회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분이 아니었다.
연회가 끝난 다음 날.
차필규는 윤기의 예상대로 한 가지 보고를 해 왔다.
“윤기야 이 새끼들 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