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02)
602화 다 알아 (3)
윤기의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그룹은 무려 수십 개에 달했다.
이들이 도청 장치를 설치한 너무나 당연한 이유.
결국 와이케이와는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일까?
간단하다.
경제 관련해서 더러운 짓들을 너무 많이 저질렀으니까.
와이케이와 같은 편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회계가 대단히 깨끗해야 한다.
하지만, 회계가 깨끗한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와이케이는 이미 국세청에 몇 번이나 닦였음에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된 기업.
반면, 다른 기업들은 국세청이 조사 나온다고 하면 아주 벌벌 떨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국세청장이나 국세청 간부들에게 돈 좀 쥐여주고 어떻게든 문제를 최소화했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왜?
윤기가 국정을 장악한 상태였으니까.
윤기는 N이나 YS에게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리만 저지르지 마세요.]물론, 윤기는 N과 YS에게, 그리고 굵직한 정치인들에게 꽤나 많은 액수의 후원금을 비밀리에 주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후원금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었다.
[시킨 게 없네?]그렇다.
뇌물 가지고 걸고넘어지기 위해서는 뇌물을 받고 무언가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와이케이는?
분명 JD 시절 때도 와이케이 백화점을 통해 JD를 비롯한 군부 인사들에게 이득을 줬다.
하지만, 이득을 줬을 뿐, 무언가 불법적인 이익을 취한 게 없었다.
그저 와이케이와 삼우를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게 조건이라면 조건일까?
상황이 이런데, 다른 기업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아내서 국민들에게 와이케이를 호도한다면?
이 시기에 뇌물과 관련한 죄가 성립하려면 ‘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윤기의 청탁을 증명할 방법이 다른 기업들에 없었다.
그래서 그 기업들이 윤기의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거다.
뭐라도 증거를 찾아내면 그것을 빌미로 역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
오죽하면 윤기가 최철민을 불렀을까.
“내가 여기 앉아 있어도 될지 모르겠네…?”
어색하게 웃는 최철민.
오래전, 최철민은 와이케이 백화점과 관련해서 윤기에게 뒷공작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실패로 돌아갔고, 이후로 아주 오랜 기간 가문에서 쫓겨나 생활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윤기는 뒤끝이 있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어색해하는 최철민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히 있으셔도 되죠. 혹시 불편하신 부분이라도 있을까요?”
거실 1인용 소파에 앉아 3인용 소파에 앉은 최철민을 향해 말하는 윤기.
최철민은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아냐, 아주 편해. 정말로 편해. 그냥 단지, 옛날 일이 있으니까…?”
확실히 불안해 보이는 최철민을 향해 윤기는 픽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무 그렇게 불안해하지 마세요. 옛날 일은 옛날 일이니까요. 저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 사람이지 않나요?”
“아, 그건 진짜 확실하지.”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최철민.
최철민조차도 윤기가 자신의 아내인 박경자를 용서했을 때 놀랐다.
평생 용서받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용서를 받다니.
심지어 한 달 전, 최철민은 아내인 박경자, 그리고 정기와 함께 윤기의 집까지 방문했었다.
그러니까 지금 방문은 최근을 기준으로 두 번째 방문인 셈이다.
“식당은 잘 되세요?”
“응, 그냥 무탈하게 운영 중이야.”
성업 중인 최철민, 박경자의 식당.
건물에 입점해 있는 작은 점포를 빌려서 시작한 식당이 어느새 큼직한 단독 식당을 운영할 정도가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와이케이 부장급보다는 확실하게 많이 벌고 있지 않을까?
“다행이네요. 제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지만요.”
“아니야, 진짜로 네 덕분이야. 만약 내가 삼우를 물려받았으면, 아마 기업 말아먹었을 거야.”
원래 역사에서도 최철민은 삼우를 물려받지 못하지만, 만약 최철민이 삼우를 물려받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은 고인이 된, 오래전 삼우그룹의 비서실장이었던 이성원이 삼우를 꿀꺽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에서야 ‘그런 사람도 있었지’하는 수준이 되었지만 말이다.
“만약 지금이라면 어떨 거 같아요?”
순간 최철민은 지금 윤기의 말에서 뭔가 불안감을 느꼈다.
물론, 윤기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최철민의 경험을 통해서 나온 결론.
그렇기에 최철민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냐! 나 이제 진짜 그런 욕심 없다니까? 그냥 지금처럼 계속 식당 운영하면서 소탈하게 사는 게 꿈이야.”
그야말로 진심이 담긴 목소리.
오히려 윤기가 조금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그런가요? 사실 오늘 작은아버지를 부른 이유가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 때문이었거든요.”
“응? 뭐? 사업?”
깜짝 놀라 단문으로 말을 잇는 최철민의 모습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업이요. 작은아버지랑 작은어머니가 하실 만한 일이 있거든요.”
“우, 우리가…? 우리는 오랫동안 식당만 운영해서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데…?”
“혹시 하기 싫으신 건가요?”
최철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가 부탁하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그런데, 우리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니까….”
옛날의 최철민이었으면 신나서 달려들었을 기회.
하지만, 지금의 최철민은 자신을 나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아, 제가 부탁드리는 건 뭐, 기업을 경영하거나 하는 어려운 게 아니에요. 일종의 보직을 부탁드리려는 거죠. 물론, 해당 보직의 총책임자 개념이지만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
“지금 우리 와이케이가 납품과 관련해서 경매로 받고 있는 거 아시죠?”
“아, 그거야 나도 들은 적은 있어.”
와이케이 백화점은 유통과 관련해서 경매를 하고, 그에 따라 낙찰을 받는 방식이다.
“그 방식을 바꾸려고 해요.”
“어떻게?”
“산지와의 계약이죠.”
“으음…, 쉽지 않을걸?”
의외로 최철민은 바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째서요?”
“애초에 유통업체가 왜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지.”
2020년에야 유통업체가 욕을 엄청나게 먹는다.
하지만, 유통업체는 분명 필요할 때가 있다.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일단 산지에 유통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
윤기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뒷말을 기다렸다.
“목장 운영하는 사람이 냉장, 냉동 트럭 열 대쯤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산지 공급이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거든. 게다가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아.”
“어째서일까요?”
어려운 상대인 윤기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 드문 기회.
그렇기에 최철민은 어쩐지 신이 났다.
“가뜩이나 일이 너무 많은데 유통 쪽까지 감당하기가 힘든 거지. 그래서 유통은 일종의 위탁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돼.”
“다른 문제는 없나요?”
“당연히 있지.”
최철민은 말을 이었다.
“유통업체는 일종의 품질 보증서 같은 거야.”
“그래요?”
“응. 산지에서 품질을 속이지 말라는 법은 없거든. 물론, 유통업체가 속일 수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통업체도 기업을 상대로는 사기를 잘 못 쳐. 그랬다가는 큰 건수가 날아가는 거거든.”
“산지의 유통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안정적인 품질을 위해 유통업체가 필요하다는 거죠?”
“응.”
고개를 끄덕인 최철민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윤기야.”
“네?”
“혹시, 알면서 물어본 거 아니니?”
윤기의 입가에 생성되는 미소.
최철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알면서 물어본 거구나. 왜 물어본 거야?”
“작은어머니 말씀으로는 식자재를 작은아버지께서 구매하신다면서요?”
“그렇지. 아, 설마…?”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산지의 물품들을 검수하는 자리에 작은아버지를 생각 중이거든요. 어떠세요, 생각 있으세요?”
“으음….”
“어려울까요?”
최철민은 뒤통수를 긁다가 윤기를 바라보았다.
“윤기야.”
“네?”
“나를 믿을 수 있니?”
윤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난 일은 이미 용서했잖아요? 그런데 만약, 작은아버지가 또 저를 배신하신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겠죠.”
순간 최철민은 오금이 저리는 기분을 느꼈다.
믿을 때는 확실히 믿지만, 그 믿음을 배반한다면 확실히 보복하겠다는 윤기의 말.
이미 최철민은 ‘보복’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경험했기에 절대 윤기를 배신할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아니, 절대 배신 안 한다니까. 그런데, 내가 정말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최고 품질의 물건만 사라는 게 아니에요. 시장에 유통될 만한 수준의 품질을 가려내는 게 중요한 거죠. 산지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을 경우, 산지에서 배짱을 부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 유통업체랑 계약하면 유통업체를 다그쳐서 유통업체 물건 중 최상품을 받을 수 있지만, 산지 공급은 그게 힘드니까.”
실제로 산지와 독점 계약을 맺을 경우, 상대가 잘 모르는 것을 이용해서 품질을 속이거나, 심한 경우 일을 대충하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공급할 곳이 있으니까 굳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품질 검수가 꼭 필요한데, 윤기는 그 자리에 최철민을 앉힐 생각이었다.
“음…, 구체적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뭘까?”
기다렸다는 듯 윤기의 입에서 대답이 나왔다.
“일단, 와이케이에서 운영하는 직원 식당에 납품되는 식자재에 대해서 유통업체 계약 대신 산지 계약으로 바꿀 거예요.”
“그러면 산지에서 올려보낸 식자재들을 내가 검수하면 되는 건가?”
“그것도 있지만, 먼저 어디와 계약할지 결정해 주셔야죠.”
“아, 농장, 목장, 양식장 같은 곳을 방문해서 내가 정하라는 거야?”
“그렇죠.”
“걱정되는데…, 혹시나 내가 욕심부리면 어떻게 하려고?”
“정 불안하시면 경호원 붙여 드릴게요.”
“아, 그러면 안심이야.”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다.
최철민이 와이케이의 직원 식당에 납품할 식자재를 사러 돌아다니면, 분명 상대 중에는 최철민에게 뇌물을 쓰려는 사람도 있겠지.
최철민은 괜히 자신의 욕심이 되살아날까 걱정되었고, 윤기 역시 이를 인정했기에 경호원을 붙여 주기로 한 것이다.
“아, 그리고 가장 먼저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어요.”
“뭔데?”
“국내 밀가루 생산 농가들을 전부 장악해 주세요.”
성산그룹의 효자 상품 중 하나가 바로 밀가루였다.
* * *
1990년 ‘국산 밀가루 생산량’은 국내 소비량의 0.05퍼센트에 불과했다.
0.05퍼센트면 도대체 분량이 얼마일까?
당시 국내 소비량은 161만 톤.
따라서 국내 생산량은 고작해야 805톤에 불과했다.
밀가루 생산량이 폭락한 이유는 정부가 판매량을 보증하는 ‘수매제도’를 80년대 말에 폐지했기 때문.
수매제도가 부활한 2010년대의 수매가는 40kg에 39,000원 정도다.
따라서 1992년 11월 중순인 지금, 윤기가 국내 밀가루를 전부 사들인다고 해도 고작해야 1년에 5억도 들지 않았다.
따라서 최철민이 일차적으로 맡게 된 국내 밀가루 장악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려운 일은 수입 밀가루.
성산그룹은 미국산 밀가루를 수입해서 아주 톡톡한 이득을 보고 있었는데, 윤기는 성산그룹의 밀가루 수입 경로를 완전히 틀어막을 작정이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간단했다.
“각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그렇다.
윤기에게는 슈퍼맨, 아니 부시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