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03)
603화 이유를 모르겠지? (1)
“아, 무엇입니까? 뭐든 말씀하십시오.”
윤기가 부시의 열렬한 지지자이듯, 부시 역시 윤기의 열렬한 지지자.
따라서 부시는 윤기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물론, 귀로 잘 들어줄 용의가 있다는 거고, 요청을 들어주는 것은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 윤기의 요청은 부시 입장에서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제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거든요.”
말을 듣는 순간 크게 확장되는 부시의 동공.
동시에 부시는 소파에서 반쯤 일어나며 소파 테이블을 양 손바닥으로 쾅 하고 내리쳤다.
“아니!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어떤 겁대가리 없는 국가가 감히 최윤기 회장님의 저택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요?”
이어지는 부시의 말.
“혹시 북한이 다시 겁대가리를 상실한 겁니까? 아니면 소련과 문제라도 있었어요? 그것도 아니라면, 중국이나 일본입니까?”
부시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럴 만한 국가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시의 생각은 틀렸다.
윤기의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은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었으니까.
“아, 그건 아니고……”
윤기가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부시는 다급하게 윤기의 말을 잘랐다.
“아! 그렇다면 아직 누가 범인인지 모르시나 보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CIA의 최고 요원들을 보내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 드리겠습니다!”
확실히 합리적인 부시의 추론.
부시는 빠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윤기의 뒷말을 파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저 다 틀렸다는 게 아쉬울 뿐.
“어…, 음…, 그렇게 격이 있는 집단은 아니에요. 범인도 이미 알고 있구요.”
“…예?”
살짝 머쓱해진 부시는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죄송해요, 제가 설명을 빨리했어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사실 윤기가 사과할 일은 아니었다.
뭐라 설명하기도 전에 부시가 나서서 말을 쏟아낸 거니까.
그래도 윤기는 기분이 오히려 좋았다.
부시가 이렇게까지 나서 주는 건 절대 싫은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뇨,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너무 나섰군요. 흠, 흠!”
헛기침을 하며 윤기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부시.
윤기는 그런 부시가 더 머쓱해지는 일이 없도록 빠르게 입을 열었다.
“제가 최근에 국내 재벌들을 모아 파티를 열었었거든요.”
최근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윤기.
설명의 끝에 윤기는 성산그룹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니, 한 기업의 총수가 직접 도청 장치를 설치했단 말입니까?”
그렇다.
성산그룹의 회장 이경준은 무려 자신이 직접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
물론, 총수들이 직접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경우는 흔했다.
윤기의 집에 설치한 것을 기준으로 말이다.
하지만, 윤기가 이경준을 콕 집어 1순위로 삼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화장실에도 도청 장치를 설치했기 때문.
‘오줌 싸는 소리밖에 안 들릴 텐데, 그 미친놈은 도대체 왜 화장실에도 도청 장치를 설치했대?’
물론, 다른 곳에도 도청 장치를 설치한 성산그룹의 회장 이경준.
그런데, 화장실에도 설치했다는 것이 워낙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에 윤기는 성산그룹을 제거 대상 1호로 삼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윤기의 부시와의 독대인 것이다.
“심지어 화장실에도 설치했습니다.”
“예…? 어째서죠…? 오줌싸는 소리를 녹음한 거로 협박이라도 할 셈인 겁니까…?”
부시조차도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
윤기 역시 해줄 대답이 없었기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아무튼, 그런 짓을 했는데 도저히 그냥 놔둘 수가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부득이 각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찾아왔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부시는 자신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보았다.
하지만, 쉽게 나오지 않는 답.
의외로 답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들어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납득하는 형식의 답이었지만 말이다.
“성산그룹은 수입 밀가루 판매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기업이에요.”
말을 듣는 순간 부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아, 생각하신 것과 살짝 다른 방식으로 부탁드리고 싶어요.”
윤기의 방식은 오히려 부시에게도 좋은 방법이었다.
* * *
“여러분, 바쁜 와중에 이렇게 모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곳에 모인 미국의 밀가루 농장주들.
기본적으로 농장주들은 공화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부시의 요청에 따라 중대형 농장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농장주들을 향해 말하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직원.
선거철도 아닌데 굳이 부시가 직접 농장주들에게 설명할 이유가 없었고, 부시가 아니어도 충분히 성사될 일이었다.
물론, 부시가 아예 안 온 것은 아니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떠났기에 농장주들은 꽤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최윤기 회장님과 관련된 일이라니, 무엇이죠?”
대형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장주의 말에 공무원이 정장 목 부분에 드러난 스웨터를 살짝 만지작거렸다.
11월 하순.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 농장주들이 모이는 장소에 며칠의 유예를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곳에 모인 만큼 오늘의 발표는 효과가 확실하겠지.
“여러분,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가 최윤기 회장님의 자택에 도청 장치를 불법으로 설치했다고 합니다.”
순간 농장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술렁이는 수준을 넘어섰다.
애초에 미국에서 대형 농장이 존재하는 지역들은 대부분 상남자들이 생활하는 지역.
그런 만큼 농장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붉혔다.
[어떤 새끼야!] [누가 우리 최윤기 회장님의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어!] [당신은 일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뭐한 거야?!]자칫하다간 공무원이 두들겨 맞을 것 같은 상황.
공무원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낸 상황입니다.”
범인이 밝혀졌다는 사실에 농장주들은 얼굴은 아직 붉히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리에 앉았다.
흠흠거리는 헛기침 소리.
공무원은 이때를 틈타 오늘의 본론을 꺼냈다.
“여러분, 최윤기 회장님의 저택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자들의 숫자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최윤기 회장님을 가장 분노하게 만든 자는 ‘성산그룹’의 ‘이경준 회장’이라고 합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이름.
하지만, 농장주들 중 일부는 이경준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성산그룹이라는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 그거 한국의 밀 수입 기업 아냐? 그 기업을 운영하는 새끼가 최윤기 회장님의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어?!”
미국의 밀 생산량은 한 해 약 5천만 톤 이상.
그리고 한국의 밀 수입량은 160만 톤을 약간 넘는 정도였다.
특히, 원래 역사 대비 수입의 미국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진 한국인만큼, 160만 톤의 수입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
더군다나 성산그룹은 국내 기업들 중 밀 수입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기업이었다.
따라서 미국 수출량의 약 1퍼센트를 차지하는 만큼, 일부 농장주들이 성산그룹을 기억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성산그룹에 밀 수출을 중단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까짓거 그깟 푼돈 안 벌어도 돼! 당장 중단하겠어!”
멜빵 청바지를 입고 있는, 수염이 붕숭붕숭한 40대 백인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쩐지 영화에서 ‘농장주’ 하면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외모.
다른 농장주들 역시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 안 팔아도 돼! 아니, 안 팔아!!]]]]]농장주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윤기가 ‘큰손’이기 때문이다.
현재 윤기의 주도로 소련과 와이케이가 소련으로 수입해 가는 곡물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
따라서 농장주들은 큰손의 뜻을 거스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상남자’라는 것.
여기서 ‘상남자’라는 말이 무조건 긍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지금 표현하는 상남자라는 단어는 양날의 검이었으니까 말이다.
코드가 딱 맞는 사람을 만나면 보증도 서 줄 수 있지만, 코드가 조금 틀어진다 싶으면 바로 샷건을 꺼내 드는 그런 상남자.
윤기는 이러한 상남자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가격으로 장난도 안 치고, 계약도 당연히 언제나 우호적으로 하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공화당을 똑같이 열렬히 지지하는 윤기.
따라서 이들은 윤기를 직접 만나 본 적이 없음에도 윤기를 막역지우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분, 계약을 파기하게 되면 위약금을 무시게 될 텐데 괜찮으십니까?”
슬쩍 농장주들을 떠보는 공무원.
당연하지만, 상남자들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물론, 윤기는 농장주들에게 손해를 떠안길 생각 같은 건 없었다.
“여러분,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최윤기 회장님은 여러분이 판매하지 못하게 될 밀에 대해서 따로 한국으로 수입하신다고 합니다.”
위약금을 물어준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대신, 윤기는 농장주들이 생산량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밀의 판매처를 새로 구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준 것이다.
따라서 농장주들은 그야말로 감동했다.
그렇지 않아도 도청 때문에 힘들 텐데, 그 와중에 자신들을 생각해 주다니.
[[[[[최윤기 회장님, 최고다!!]]]]]이렇게 성산그룹은 밀가루를 수입할 방법을 잃었다.
* * *
쾅 쾅 쾅!
평상시의 똑똑똑 소리가 아니라, 문이 터질 듯이 두드려지는 노크 소리.
그렇기에 회장은 짜증을 내려고 했지만, 밖에서 다급한 비서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회장님!”
급박함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음색.
성산그룹의 회장 이경준은 깜짝 놀라 자세를 고쳐 앉으며 바깥을 향해 외쳤다.
“드, 들어와!”
그야말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비서의 모습.
“문은 닫아야지!”
이경준의 다그침에 황급히 문을 닫는 비서.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이경준이 목소리를 착 깔고 물었다.
“저번 일이 잘못됐어?”
저번 일이라 함은 비실명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것을 말하는 것.
당연히 비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뭐야, 그러면 큰일이랄 게 있나?”
이경준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큰일이랄 게 없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스치고 지나간 게 있다면 윤기의 저택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
하지만, 이것은 비서한테도 비밀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만약 회사를 통해 해당 사항이 연락 왔다면 눈앞의 비서가 이것보다 더더욱 크게 당황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정답은 곧 비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 성산그룹과 계약하고 있는 미국의 모든 밀 농가가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요!”
“뭐, 뭐라고?!”
이경준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밀을 수입해서 가공하고 판매하는 것은 성산그룹에서도 꽤나 중요한 사업.
그런데 미국의 모든 농가가 계약을 파기했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위약금까지 바로 보내겠다며 계좌를 물어왔습니다. 이를 어떻게 합니까? 심지어 지금 운송 중인 배에 있는 화물마저 회수해 간다고 합니다!”
“아니, 이런 미친! 보낸 것까지 회수한다고? 도대체 이유가 뭐야?”
“그걸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파기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공무원은 상남자들에게 파기 이유를 반드시 비밀로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윤기의 요청이라면서 말이다.
상남자들 특성상 이런 약속은 정말 잘 지키기 때문에, 성산그룹은 왜 계약이 파기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당장 미국에 가서 설득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지금 미국으로 출장 보낼 직원들을 선발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다른 타개책을 생각해야 합니다!”
비서의 말에 이경준 역시 빠르게 머리를 돌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국산 농가들한테라도 연락해서 밀을 확보해! 피자 프랜차이즈 운영만큼은 계속해야 해!”
현재 성산그룹은 피자 프랜차이즈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국내 유일의 국산 피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