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04)
604화 이유를 모르겠지? (2)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지시를 하달하겠습니다.”
“명심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자 프랜차이즈의 가동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돼!”
“예!”
이경준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빠르게 밖으로 튀어 나가는 비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경준은 그야말로 손발이 벌벌 떨리는 기분이었다.
‘피자 프랜차이즈는 무조건 지켜야 해!’
이경준은 몇 년 전, 일본의 소규모 피자 프랜차이즈의 상표권을 구매했다.
그리고 해당 프랜차이즈는 얼마 가지 않아 망했다.
왜?
간단한 이유다.
일본의 경제가 버블 붕괴로 인해 그야말로 박살이 났으니까.
은행에 예금이 동결된 일본 국민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외식 같은 걸 하겠는가?
자고로 외식 산업이 발달하려면 국민의 경제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일본은 국민의 경제력이 70년대 초반 한국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
따라서 피자 같은 고급(?)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당연히 망하게 된 일본의 본점.
이경준은 해당 브랜드의 주인과 협상을 했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 밀가루에 대해 40퍼센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성산그룹.
따라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대한민국의 외식 산업에 발맞춰서 성산그룹 휘하의 피자 프랜차이즈 역시 직영점 숫자를 무지막지하게 늘렸다.
당연히 수익 역시 아주 짭짤.
내년부터는 가맹신청까지 받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만약 밀가루를 구하지 못한다면 이는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우리 밀가루가 없다면, 다른 그룹 밀가루라도 구매하면 되잖아?’
성산의 밀가루가 아니라면 다른 그룹의 밀가루가 있다.
그것은 바로 오성, 금철, 대상.
괜히 성산그룹의 이경준이 이 세 그룹의 회장들과 어울린 것이 아니다.
국내 밀 수입, 그리고 밀 제분과 가공에 있어서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네 개의 그룹.
이경준은 못 해도 피자 프랜차이즈를 유지할 수준의 밀은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아니, 밀가루라도 좋다.
정 안 되면 밀이 아니라 밀가루라도 써야지, 방법이 있겠는가?
그렇기에 이경준은 일단 오성그룹의 회장에게 연락했다.
“아, 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 다름이 아니고 말입니다…….”
이어서 이경준은 금철과 대상그룹에도 연락했다.
그리고 통화를 마친 이경준은 주먹을 세워 책상을 내리찍었다.
“이런, 싯팔!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모든 그룹의 밀 수입이 중단되다니, 이게 말이 돼?!”
얼마나 흥분했는지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오는 이경준.
물론 이론상으로는 말이 안 되겠지.
하지만 윤기는 이론을 능가하는 자.
윤기는 농장주들에게 성산그룹에 팔지 못하게 된 밀을 자신이 사 주겠다고 함과 동시에 오성, 금철, 대상에 판매하는 밀가루 역시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농장주들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이 세 곳의 그룹 총수들도 윤기의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
금융실명제와 관련해서 성산과 같은 길을 걷기로 한만큼, 이들 모두 이경준과 똑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따라서 순식간에 국내 밀가루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네 개의 그룹이 영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마, 맞아! 다른 녀석들도 국내 밀 농장에 눈독을 들일 거 아니야! 미국에 다른 밀 농장은 없나?!”
현재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출과 수입에 있어서 엄청난 페널티를 주는 상황.
따라서 기존 수입 길이 막힌 이상, 새로운 미국 판매자를 찾거나, 얼마 안 되는 국내 밀 농장을 빠르게 장악해야 했다.
일단 미국에서 들어오던 화물도 철회가 된다고 한 만큼,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국내 생산 밀.
만약, 이대로 자리에 앉아 있다가는 100퍼센트 오성, 금철, 대상에게 국내 시장을 뺏기겠지.
평소에 교류하는 것은 맞지만, 사업 이익을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기에 이경준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빠르게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국내, 일단 국내라도 전부 확보하자!’
사무실을 떠나 멀어져 가는 이경준의 발소리를 듣는 한 명, 아니 귀신이 하나 있었으니.
키야, ‘전지적 관찰자 시점’은 정말 꿀잼이라니까.>
누군가는 결말을 알면 재미없다고 한다.
하지만, 결말을 알아도 상대가 정해진 결말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보는 건 참 재미있는 법이다.
그게 적이라면 말이다.
* * *
“아니, 어디랑 계약하셨는지 제발 말씀 좀 해 주시라니까요.”
비서는 그야말로 환장할 것 같았다.
[이미 계약했는데요?]그룹 산하에서 밀가루 관련 일을 하던 직원들이 국내 밀 농가에 가서 들은 말.
직원들이 아무리 설득을 해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비서실장이 직접 와서 농장주를 설득하고 있었다.
‘돌겠네. 꼴랑 몇십 톤 생산하는 사람한테 내가 이렇게 고개를 숙여야 해?’
비서실장의 속마음.
솔직히, 어느 정도 권력을 잡았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당장, 성산그룹이 한해 수입하는 밀의 양은 수십만 톤이 넘었으니까.
그런데, 수십만 톤의 천분의 일, 아니 만분의 일을 위해 그룹의 비서실장이 직접 찾아와 이렇게 고개를 숙이다니.
아니, 애초에 이런 일을 그룹의 비서실장이 하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비서실장은 답이 없었다.
[야! 무조건 계약해! 다른 그룹들도 밀 수입 파기됐어!]이경준에게서 직접 걸려온 전화.
따라서 지시를 내려놓고 보고를 기다리던 비서실장은 직원들이 계약에 실패했다는 소리에 그나마 국내에서는 규모 있는 농장에 직접 왕림했다.
하지만, 비서실장이 직접 왔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은 딱히 없었다.
“그러니까, 계약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니까요.”
최철민은 윤기의 지시를 받아 계약한 농가들에 한 달 동안 계약 상대가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넣었다.
따라서 농가들은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참았다.
와이케이가 ‘기존 수매 가격’대로 사 준다고 했는데, 미쳤다고 계약이 박살 날 행동을 하겠는가?
애초에 1990년, 국내 밀 생산량 비중이 0.05퍼센트로 폭락했던 이유가 바로 수매제도 철폐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철폐 이후 국내 밀 제분 기업들은 국산 농가를 완전히 버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윤기의 와이케이는 밀을 독점으로 계약하고 싶다고 찾아오더니 정부가 수매해 주던 가격을 제시했다.
당연히 농가 입장에서는 구세주가 강림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야! 최윤기 회장이 우리 밀 정부 수매 가격으로 사 준대! 전부!]물론, 한 가지 추가 조항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밀가루의 추가 생산을 하지 않을 것.
하지만, 농가들은 충분히 만족했다.
애초에 추가 생산을 해 봤자 똥값에 팔아야 하는데, 지금 생산하고 있는 거 수매 가격으로 파는 게 훨씬 이득 아니겠는가.
물론,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비서실장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 되었다.
“아니, 그러면 얼마를 받기로 하신 겁니까? 하다못해 그것이라도 알려 주십시오. 상대가 누군지는 말씀 못 하신다면, 이건 말 하실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일종의 편법.
고민하던 농장주는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이 정도는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와이케이와의 계약 금액을 말했다.
“아니, 지금 장난하십니까?”
어처구니가 없어 인상까지 찌푸린 비서실장.
솔직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지금 어디서 약을 팔아?’
성산그룹의 비서실장이고, 지금 일에 대해 계속 긴급 보고를 받은 만큼, 기존 수매제도 당시의 수매가격 역시 알고 있는 비서실장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오히려 조금 더 비싼 가격이라니?
“아니,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요?!”
지금까지 비서실장이 양복 입은 화이트칼라에 높은 직급의 사람 같아 보여서 말을 높여 주던 농장주는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헉!’
비서실장은 정말로 깜짝 놀랐다.
상대의 반응을 보아하니, 정말로 해당 가격으로 계약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가 자신을 떠보는 거라면 저런 모습이 절대 나올 수 없다.
하늘이 내린 연기자가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그렇기에 비서실장은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진짜 믿기지 않은 금액이 나와서…. 그런데, 진짜 그 금액이 맞습니까? 아니, 진짜 믿기지가 않습니다만….”
“맞다니까. 나도 밀 농사 접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그 가격에 사준다고 하길래 절하면서 도장 찍었어. 당신 성산이랬지? 성산에서 언제 우리 같은 국내 농가 신경이나 써 줬어?”
흡사 침이라도 퉷 하고 뱉을 것 같은 농장주의 모습.
실제로 농장주가 성산에 좋은 인식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단지, 대기업의 관계자이니까 비서실장에게 조금 예의를 갖췄던 것뿐.
하지만, 비서실장이 먼저 선을 넘은 만큼, 어느새 둘의 관계는 역전되어 있었다.
“으윽…, 죄송합니다. 그래도 혹시…, 저희하고 계약해 주실 수는 없으시겠습니까? 이제는 섭섭하실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거짓말.
하지만, 비서실장은 어떻게든 밀을 확보해야 했기에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얼마 줄건데?”
하지만, 농장주 역시 멍청이가 아니었다.
이미 국내 대기업한테 호되게 당해 봤는데 또 당할까?
그렇기에 비서실장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네…?”
“얼마 줄 거냐고. 적어도 지금 계약된 금액보다는 더 줄 거지? 그것도 아니면서 입 턴 건 아닐 거야. 그렇지? 어?”
농장주는 당연히 와이케이와의 계약을 파기할 생각이 없었다.
5년짜리 계약.
더군다나 와이케이와의 계약이다.
갑질 ‘안 하기’로도 국내 1위인 와이케이.
농장주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번 계약을 유지할 생각이었다.
단지, 지금 이러는 것은 평소 국내 밀 수입 기업에 가졌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뿐.
물론, 이를 알 리 없는 비서실장은 그저 고개를 숙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저기…, 지금 사정을 조금 봐주시면 어떻게든 좋은 대우를…….”
“그러니까 얼마 줄 거냐고 시팔. 이제 말만으로 하는 건 절대 안 믿어. 이번 계약 상대는 어음이 아니라 현금 준다고 했고, 정산도 빨리해 준다고 했어. 근데 뭘 믿고 당신 말만 따르냐고. 어?”
“예? 어음이 아니라 현금이요?”
을 입장에서 제일 개 같은 결제 방식인 어음.
그런데 어음이 아니라니.
비서실장은 계약 상대가 누구인지 얼추 짐작이 가는 듯했다.
100퍼센트 확신은 못 하지만 말이다.
“사장님, 만약 그 금액보다 더 드린다면 혹시 저희한테 파실 수 있으십니까?”
윤기는 최철민에게 전권을 주다시피 했지만, 이경준은 비서실장에게 전권을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비서실장은 반드시 이경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생각은 해 볼게.”
“아, 알았습니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일단 급하게 농장을 떠난 비서실장은 그보다 더욱 급하게 회장인 이경준을 찾았다.
* * *
“회장님, 큰일입니다. 국내 모든 농장들이 기존 수매 가격 이상으로 독점 계약을 마쳤다고 합니다. 이를 설득하려면 그 이상을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은 이경준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하! 너 미쳤냐? 그 가격으로 사면 절대 채산성 안 나오는 거 몰라? 그거 농장주들이 구라치는 거잖아!”
“아닙니다. 어디랑 계약했는지 추측이 갑니다.”
“뭐? 어디랑 계약한 건데! 어떤 미친놈들이 밀가루를 수매 가격 이상으로 사!”
“그건……”
비서실장이 대답하려던 찰나, 문이 벌컥 열리며 비서 하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회장님! 와이케이에서 직원 식당에 국산 밀가루를 쓰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