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12)
612화 먹고 싶지? 먹고 싶지? (1)
순간 모두의 시선이 윤기와 박경자에게로 향했다.
당연히 깜짝 놀라는 박경자.
“나, 나를……?”
박경자는 손이 덜덜 떨렸다.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안이 들어왔기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리는 것.
반면, 윤기는 매우 평온했다.
“네, 함바집에서 일하셨던 가락이 있으니 대량 조리도 문제없이 하실 것 같은데, 아닌가요?”
“나, 나를……?”
박경자는 자신이 한 말을 다시 반복했다.
지금 박경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과거 자신이 윤기한테 했던 일.
비록 용서도 받았고, 그 이후로 윤기가 스스럼없이 대해 주고 있긴 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남편인 최철민이 와이케이가 사용할 식자재에 대한 관리와 구매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것도 총책임자로.
물론, 아직까지는 국산 밀의 독점 구매와 관련한 일밖에 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식자재 총괄을 맡게 되겠지.
그런데, 자신에게까지 사업체의 일을 맡기려고 하다니.
이는 윤기가 박경자에게 그 어떠한 악감정도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야말로 뒤끝 없는 남자 윤기.
윤기는 박경자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미역국 맛있더라구요. 직원들한테도 작은어머니의 음식을 맛보여 주고 싶어요.”
“……….”
박경자는 눈물을 참기 위해 위아래 입술을 입안으로 말아 넣은 후,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1월 1일에 당직자들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신년에 일을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신년에 일을 부탁드리는 게 죄송한 일인 건 아는데, 마케팅적인 의미로 꽤 효과가 좋을 거거든요.”
1월 1일에 근무하라는 악덕 회장.
하지만, 일을 하게 된 당사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만 일하면 돼?”
“에이, 그럴 리가요. 와이케이에 한 번 몸담았으면 계속 가야죠. 이곳 식당과 관련해서는 제가 처리해 드릴까요? 작은어머니도 작은아버지도 더 이상 식당 운영을 하실 생각이 들지 않게 되실 테니까요.”
정정해야 한다.
윤기는 악덕 회장이 아니다.
동네 사람들에게서 박경자와 최철민의 맛집을 빼앗아가려는 악덕…… 회장이다.
* * *
어느새 12월 31일.
11월 1일에 금융실명제를 발표했고, 12월에 주식 자격 제도를 도입해서 주식 시장이 연일 하한가를 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대한민국은 평온했다.
원래 주식이 폭락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언론들이 난리를 쳐야 하는데, 윤기의 역사에서는 언론의 30퍼센트만이 난리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MEV에 납품하는 신문사들 중 일부도 주식이 요동치자 나라가 망한다는 내용을 싣기는 했다.
하지만, 해당 신문들은 그대로 계약 해지.
위약금 따위 우습게 지불하는 윤기였기 때문에 신문사들은 눈치를 보다가 슬며시 해당 기사들을 마감 전에 뺐다.
그렇다면, 왜 주식 시장이 요동치면 신문사들이 난리를 치는 것일까?
간단하다.
주가지수가 떨어지게 되면 당연히 주식의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의 ‘측정 재산’ 역시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은 누가 가지고 있는 걸까?
적어도 서민은 주식을 가지고 있을 돈이 없다.
인터넷에서 장투니 뭐니 하면서 여윳돈으로 주식을 사라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서민한테 여윳돈이 어딨나?
따라서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이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예외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단 얘기다.
따라서 주식이 폭락할 경우, 돈이 있는 사람들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거지, 서민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돈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 반드시 어디선가 그 하락분을 메꾸려고 한다.
그 결과가 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거다.
[아, 주식으로 손해 본 거, 다른 곳에서 메꿔야지.]그런데, 주식이 오른다고 해서, 이 녀석들이 물가를 내리나?
그것은 또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윤기는 주식 시장을 서민들의 적으로 판정하고 있는 것이다.
올라 봤자 가진 자들의 배만 불리고, 내릴 때는 없는 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거니까.
‘주식의 가격이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하는데, 헛소리야. 작전주를 비롯해서 회사가 차명으로 자사 주식을 매입해서 억지로 시세를 끌어올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윤기는 거실에서 아들 서준이와 딸 하윤이의 모습을 보고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서준아 할아버지한테 와!”
“하윤아 아빠야!”
“서준아, 하윤아, 외할아버지다!”
“언니한테 올 거지?”
“애들은 할머니를 좋아하거든요?”
서준이와 하윤이 앞에 서서 너나 할 것 없이 양팔을 벌리고 있는 다섯 사람.
지금, 서준이와 하윤이는 ‘배밀이’를 하고 있었다.
아기들이 기는 시기는 대체로 8개월쯤.
서준이와 하윤이는 아직 6개월이 살짝 안 되었기 때문에,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배밀이를 하며 자기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준이와 하윤이의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연신 양팔을 벌리는 가족들.
윤기와 메릴은 소파에 앉아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꺄아, 하-!”
서준이의 웃음소리.
이제는 표정에서부터 웃는다는 것이 명확히 느껴질 정도였다.
따라서, 최기현은 거의 자지러질 듯이 좋아했다.
“어이구, 우리 서준이. 할아버지 보고 웃는 것 보소?”
“야! 네 쭈글쭈글한 얼굴을 보고 누가 좋아한다는 거야? 나를 보고 웃는 거거든?”
“할아버지들, 싸우지 마요. 저 보고 웃는 거거든요?”
서준이의 애교를 독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세 사람.
반면, 최철호와 박연지는 배를 밀고 있던 하윤이를 안아 들고 하윤이의 미소를 둘이 공유하고 있었다.
“어유, 우리 하윤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여울까?”
최철호의 말에 박연지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닮아서?”
“내가 양심이 있지, 그건 아닌 거 같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것일까?
하윤이가 갑자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꺄하하하-!”
“봐, 하윤이도 웃잖아. 역시 날 닮은 건 아니야.”
“호호호, 당신도 참.”
4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 박연지였지만, 여전히 최철호와 사이가 좋았다.
역시 둘은 천생연분.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고용인 중 한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철준 사장님, 오유진 사모님 오셨습니다.”
최기현의 넷째 아들인 최철준과 최철준의 아내인 오유진의 방문.
확실히 연말인 만큼, 집안사람들이 윤기의 집에 찾아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 왔느냐?”
최기현은 최철준을 향해 흘깃 인사를 해 주고는 다시 서준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살짝 머쓱해진 최철준.
“어쩐지 우리는 찬밥인 거 같아.”
“어쩔 수 없죠. 한창 귀여울 때니까요. 우리 애들 때도 저러셨잖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최철준과 오유진에게도 자식이 있다.
다만, 그 자식들은 지금 나름대로 다 큰 상황이고, 지금 최씨 일가에서 ‘아기’는 서준이와 하윤이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두 아기는 그야말로 최기현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우리 애들도 얼른 결혼해서 손주를 보여 줘야 할 텐데 말이야.”
“당신도 참, 아직 일러요.”
“그런가?”
최철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걷더니 서준이의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준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최철준.
“서준아, 작은할아버지다. 우리 서준이, 할아버지처럼 뒤에 ‘준’ 자가 들어가네?”
나름대로 미소를 짓는 최철준.
하지만…….
“우애애애애애애애앵!!”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터뜨리는 서준이.
“어머, 서준아!”
“서준아!”
메릴과 윤기는 서준이를 향해 황급히 뛰어갔고, 메릴은 자지러질 듯이 우는 서준이를 품에 안았다.
짝!
최철준의 등짝에 작렬하는 오유진의 손바닥.
“당신! 뭐 하는 거예요!”
그렇다.
최철준은 야쿠자가 오줌을 지릴 정도의 인상을 가진 사나이.
나이를 먹어도 이는 변함이 없다 보니, 최철준은 본의 아닌 오해를 사곤 했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공포.
“아니, 내가 뭘…….”
최철준은 고개를 숙이다가 우연히 하윤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당연히…….
“으아아아아아아아앙!!”
하윤이 역시 자지러질 듯이 울기 시작했고, 덕분에 윤기 역시 하윤이를 안아 들어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윤아, 울지마, 아빠야. 얼룰룰루-!”
쉬이 잦아들지 않는 서준이와 하윤이의 울음.
덕분에 다른 가족들은 최철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정아까지도!
“아, 아니…, 저번에는 애들 안 울었잖아요…….”
솔직히 최철준은 억울했다.
분명 저번에는 안 울었단 말이다.
하지만, 최철준이 모르는 게 있었다.
“작은할아버지! 애들은 생후 6개월이 되면 시력이 0.1이 된다구욧!”
양손을 양 허리에 붙이고는 허리를 살짝 앞으로 숙인 상태의 정아.
얼마나 부루퉁한 표정인지 최철준을 향해 도끼눈까지 뜨고 있었다.
“정아가 나한테 저런 표정을 지어….”
“당신 잘못이에요. 하다못해 가면이라도 쓰던가요.”
“그래, 방에 있는 하회탈 하나 가져와라.”
최기현의 말에 박연지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더 난리 날지도 몰라요. 하회탈 무서워하는 애들도 있어서….”
“하이고, 내가 자식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저런 얼굴이 다 태어나냐.”
가슴을 탕탕 치는 최기현의 모습에 최철준은 삐졌다.
“다들 너무해!”
거의 만화 캐릭터 같은 느낌으로 현관을 향해 뛰어가는 최철준.
하지만,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아버지! 맛있는 거 가져왔……, 악!”
양손에 직접 만든 음식들을 포장해 들고 오던 최철민은 최철준과 부딪쳐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자연스럽게 온 바닥을 뒹굴게 된 음식들.
다행히도 뜨거운 음식이 없어서 둘 다 화상을 입진 않았지만, 모처럼 최철민이 준비해 온 음식들이 먹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또, 또, 또! 아주 사고를 연속으로 쳐요!”
최철준의 가슴을 찌르는 최기현의 두 번째 말.
아내인 오유진조차도 최철준을 쉴드치지 못했다.
“하이고…….”
바닥에 주저앉아 멍한 표정을 짓는 최철준.
최철민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나, 차마 최철준을 향해 화를 내진 못했다.
“철준아, 형이랑 한잔할래…?”
한때 가족 전체에게서 버림받았던 최철민.
지금 최철준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최철민밖에 없었다.
* * *
윤기는 최철민에게 박경자도 같이 오시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박경자는 거절했다.
윤기가 싫어서?
당연히 아니다.
박경자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12월 31일, 이른 잠자리에 들었고, 1월 1일 새벽, 부리나케 와이케이 본사로 출근했다.
목에 와이케이 사원증까지 당당하게 걸려 있는 박경자.
이미 며칠 동안 와이케이 본사에 있는 직원식당에서 예행연습을 했기 때문에, 박경자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은 1월 1일.
당연히 당직자와 소수 경비밖에 없는 만큼 박경자에게 조리에 대한 부담은 더더욱 없었다.
‘좋아, 시작하자.’
도마 앞에 선 박경자.
그리고 박경자의 앞에는 현재 국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국산 밀 밀가루’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