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17)
617화 진상, 규명 (2)
“예? 그렇게 하게 해 주시는 겁니까?”
“네, 이처럼 화끈하게 허락해 주셨으니, 저도 소소한 도움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소소한 도움이라뇨! 이건 엄청난 도움입니다. 부탁드립니다. 꼭 하게 해 주십시오!”
이 회장은 무료로 해 줍니다!>
최덕배의 농담에 순간 뿜을 뻔한 윤기는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하며 미소를 유지했다.
“얼마든지요.”
먼저 짐 시네갈을 향해 손을 내미는 윤기.
짐 시네갈은 윤기의 마음이 바뀔까 황급히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다음 날, 미국 각종 신문에는 윤기와 짐 시네갈이 악수하고 있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 * *
사실, 원래 역사에서 코스트코는 홍보비를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가 되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기와 악수하는 사진을 무료로 홍보에 쓸 수 있다니.
더군다나 윤기가 코스트코에 배우러 왔다는 내용도 실을 수 있다니.
윤기는 자연스럽게 또 한 명의 추종자를 남기고 한국에 귀국했다.
물론, 윤기는 딱히 한국 언론에 홍보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윤기 입장에서는 이득 볼 게 없는 호의였으니까.
그래도 이번 윤기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만약, 윤기가 코스트코와 협의 없이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고, 그대로 몇 년이 지났다면?
[최윤기 회장, 코스트코의 경영 전략을 마음대로 베껴!]한국에 윤기를 비방하는 30퍼센트 콘크리트 언론이 있다면, 미국에도 당연히 존재한다.
윤기는 민주당이 섭섭할 정도로 공화당에 올인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아무 문제 없다.
짐 시네갈이 문제 삼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합의서까지 작성한 데다가, 사진까지 찍어서 홍보까지 했다.
따라서 윤기가 한국과 소련에서 무엇을 하든 미국 언론이 책 잡을 일은 없을 것이다.
“회장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이제 와이케이 백화점에 도입할 멤버십 제도에 대해서 설명해 줄게요.”
윤기는 설명 전에 류근태에게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그것은 바로 개요가 담긴 종이.
한 장에 이번 운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월 회비가 존재한다고요?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거부감이 장난 아닐 텐데요?”
그나마 2020년에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구독제 서비스에 대해 많이 관대해졌다.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왓챠 등의 구독자가 상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비명이 나올 수준.
당장, 온라인 게임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무료일 때는 너무 재밌다고 칭찬이 자자하던 사람들이 월 2만 원짜리 유료로 바꾸는 순간, 악마로 변한다.
까도 그렇게 신명 나게 깔 수가 없다.
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에서 유료 서비스를 시행한 게임 중 성공한 게임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게임들이 결국 유료로 전환했다가 서버를 종료하거나 유료에서 다시 무료로 전환했다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따라서 지금 류근태의 판단은 아주 정확했다.
단순 구독제 서비스라면 말이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와이케이 백화점의 모든 제품은 7퍼센트 세일에 들어갈 거예요.”
“예? 전 품목 7퍼센트 말입니까?”
“물론 본점은 제외지만요.”
윤기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4월이 되면 세일을 12퍼센트로 늘릴 거예요.”
“12퍼센트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걸 연회비로 충당하는 거죠. 연회비는 2만 원이에요.”
1993년에 2만 원의 회비는 절대 적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멤버십 가입으로 12퍼센트 할인을 받아서 열심히 쇼핑한다면 분명 2만 원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 사실.
“어디 보자…, 3월까지 7퍼센트 할인을 통해서 멤버십 할인을 홍보하고, 가입하면 오히려 7퍼센트에서 더 오른 12퍼센트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거군요?”
“맞아요. 그리고 2월과 3월, 한 달 동안 가입 신청을 받아서 미리 처리를 해 두는 거죠.”
현재 와이케이는 국내 굴지의 전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1993년임에도 멤버십 관리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했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대답한 류근태가 한 가지 의아한 점이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회장님.”
“네?”
“저번에 그 살생부는 이번 일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확실히 윤기가 살생부로 삼은 것은 카드 업체.
그런데 윤기는 그저 코스트코를 다녀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일은 여기서 끝일까?
당연히 아니다.
“아, 그거요? 이제부터 처리할 거예요.”
윤기의 날개가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 * *
금융실명제와 주식 자격 제도 이후, 한국에 도입해야 할 필수적인 제도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전자 거래의 안착이다.
일단은 신용카드.
다들 알겠지만, 대한민국은 위로 아래로 탈세가 어마어마하다.
당장 중국집에서 짜장면 현금으로 결제 시 깎아 주는 거.
이건 카드 수수료 때문이 아니다.
사장들은 ‘카드 수수료 때문이라곳!!’ 하면서 게거품을 물지만, 이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탈세하기 위함이 크다.
짜장면 카드 가격이 7천 원일 경우, 일단 부가가치세 700원이 발생한다.
그런데, 현금 결제하면 7천 원짜리 짜장면을 4천 원이나 5천 원에 주는 곳을 봤을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업장이 벌어들이는 1년 순익이 최소 억 단위라고 보면 된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내가 가는 곳은 현금 내면 2천 원 싼데도 현금 영수증 해 주는데?]그건 소수의 사람들만 현금 영수증을 요청하기에 마지못해 해 주는 곳이다.
현금으로 5천 원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격이 싸니까 미안해서 현금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컴퓨터 살 때의 용산도 마찬가지.
전통시장이나 수산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윤기는 이러한 세금 탈세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일단 신용카드를 최대한 빨리 퍼뜨리려고 했는데, 마침 살생부에 적당한 그룹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영원그룹.
영원그룹은 국내 점유율 2위의 카드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윤기는 이 영원그룹의 총수인 안재익을 저택에 초대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 소리가 바깥에 들릴 정도로 쿵쿵 뛰는 안재익.
당연한 일이었다.
안재익은 윤기의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던 인물이었으니까.
원래 비실명계좌에서 돈을 몰래 인출하려고 했었는데, 성산그룹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 그마저도 중단했다.
게다가 최근, 성산그룹은 ‘내가 성산그룹의 비자금을 인출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경찰에 출두해서 진통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재벌 총수들은 더더욱 비실명계좌의 돈을 인출하는 데 고민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탈세를 인정하고 온갖 세금을 뒤늦게라도 낸 후에 푼돈이나마 건지는 총수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을까.
어쨌거나 이건 기껏해야 여담.
지금 안재익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지은 죄가 있어서였다.
“제가 술을 안 마시긴 하는데, 술이라도 한잔 드릴까요? 술 자체는 많거든요.”
지금은 낮.
거실에서 안재익을 향해 술을 권하는 윤기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가득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마치, 군대에서 이등병이 실세를 대하는 듯한 모습.
무려 6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안재익은 감히 윤기와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어디 불편하신가 봐요?”
“아, 아뇨!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성산을 비롯한 네 개의 그룹이 고꾸라지는 것을 고스란히 본 안재익이다.
무섭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먼저 사죄를 할 수도 없었다.
영원그룹의 총수인 안재익은 대상그룹의 고신근 회장과 친분이 깊은 사이.
덕분에 고신근 회장에게서 도청 장치를 고백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렇게 안재익이 고민하고 있을 때, 윤기는 일단 운을 띄웠다.
“우리 와이케이 백화점은 조만간 멤버십 제도를 개편할 생각이에요.”
“아, 그, 그렇습니까?”
“그리고 결제할 때, 현금과 카드를 받을 생각이죠.”
너무나 당연한 말.
결제할 때, 현금과 카드를 받지 무엇을 받는단 말인가?
그렇기에 안재익은 속으로 의아했지만, 불안한 기색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감히 떠오른 의문을 묻지 못했다.
“그리고 카드는 딱 한 종류의 카드만 받을 생각이에요.”
순간 안재익의 마음속에서 아주 작은, 정말 티끌 같은 희망이 하나 떠올랐다.
[혹시 우리 영원카드를 그 카드에 도입할 생각인가?!]하지만, 이 생각은 떠올랐을 때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아니, 그럴 리는 없을 텐데…. 내가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을 모른다면 가능한 일이긴 한데,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으니…….]조금 더 머리를 굴린 안재익의 얼굴이 어느새 새하얗게 변했다.
[서, 설마?!]안재익이 떠올린 생각.
그 생각이 윤기의 입에서 아주 정확하게 흘러나왔다.
“그래서 카드사를 하나 사고 싶은데, 회장님께서 마침 카드사 하나 가지고 있잖아요? 어때요, 팔지 않으실래요?”
영원카드는 비상장회사.
따라서 윤기가 주식을 100퍼센트 사게 되면, 영원카드는 윤기의 것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영원카드는 상장을 준비하던 회사라는 것.
물론, 최근 금융실명제와 더불어서 주식 가격 제도가 도입되면서 주춤하긴 했지만, 어쨌든 안재익은 영원카드를 상장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윤기가 영원카드의 판매를 요구하다니.
따라서 안재익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싫으신가 봐요?”
아직도 생글생글 웃고 있는 윤기.
안재익은 침을 꿀꺽 삼켰다.
“회, 회장님. 영원카드에는 우리 영원그룹 계열사의 대출 보증이 묶여 있습니다.”
“그거야 알아서 해결해 주시리라 믿어요.”
윤기의 속뜻은 아주 간단하다.
[알짜배기 하나만 넘기든가, 아니면 나하고 전면전을 하든가.]사실, 지금 와이케이의 인사 인력들은 상당히 바쁜 상황이다.
당장, 성산그룹을 비롯한 4개 그룹의 제분 업체에서 흡수한 인력들을 관리해야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윤기는 쓸데없이 영원그룹을 박살 낼 생각까지는 없었다.
지금 윤기가 필요한 것은 건실한 카드사와 그곳에서 많은 노하우를 습득한 인재들.
물론, 윤기가 아예 기초부터 카드사를 세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4월부터 멤버십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지금 이 방법이 필수적.
따라서 오늘 윤기는 깡패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물론, 안재익이 먼저 해선 안 될 짓을 했으니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주는 것뿐이지만.
“회장님, 지금 당장 대답해 드릴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 확실히 급하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긴 하죠.”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의 모습에 안재익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이제 돌아가서 참모들과 대화를 나누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윤기는 호구가 아니다.
“오늘 저녁 7시까지 답변 주실 수 있죠?”
만약 물을 마시고 있었다면 바로 푸학! 하고 뱉었을 말.
안재익은 멍한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왜.그.러.시.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딱딱하게 말하는 윤기.
안재익은 지금 이게 제안이 아니라 협박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했다.
“내일 정오, 내일 정오까지 답변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정오는 절대로 넘기지 않으리라 믿을게요.”
결국, 울면서 윤기의 저택을 나간 영원그룹의 총수 안재익.
다음날 정오.
윤기는 영원카드를 손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