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18)
618화 진상, 규명 (3)
정오, 윤기의 저택.
다른 장소에서 실무진들이 만나 서류를 작성했고, 이제 안재익이 도장만 찍으면 영원그룹은 완전히 윤기의 손으로 들어온다.
얼굴이 그야말로 흙색이 된 안재익.
지옥 불로 걸어가는 상황이라면 이런 표정이 나올까?
하지만, 안재익은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눈까지 질끈 감으며 도장을 찍고 있는 안재익.
그렇게 도장을 전부 찍은 안재익을 향해 윤기가 말했다.
“훌륭하신 선택이셨어요. 만약 회장님께서 저한테 말 못 할 비밀이 있더라도, 하나쯤은 제가 별 신경을 안 쓸 것 같네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안재익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었구나…….’
계열사 하나 바치면 면죄부가 한 장!
물론, 바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거래였지만, 상장만 하면 훨씬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던 안재익이었기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도청 장치 하나 설치했다가 이게 얼마나 큰 피해란 말인가.
물론, 이번 거래를 통해 안재익 개인의 명의로는 돈이 생겼다.
하지만, 상장된 계열사들은 부채가 생겼다.
기존에 영원카드가 가지고 있었던 부채들을 다른 계열사들이 떠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 영원그룹은 휘청.
부도의 길에 크게 한 발자국 다가서게 되었다.
물론, 안재익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용을 쓰겠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이사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데려가실 거죠?”
“예? 그대로 쓰실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이사는 분명한 계약직.
당연한 말이지만, 윤기는 이사급 직원들을 데리고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글쎄요. 알아서 나갈걸요?”
윤기는 능력 없는 자는 종용하지 않는다.
* * *
영원카드가 와이케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윤기에게 매각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간단하다.
능력 없이 월급만 높은 자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루아침에 주인이 바뀌어 버린 영원카드.
따라서 직원들 역시 영원카드가 윤기의 소유가 되었다는 사실을 당일 오후에 알게 되었다.
물론, 업무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기술만 산 게 아니라, 영원카드 그 자체를 산 거니까.
하지만, 윤기는 영원카드를 사기가 무섭게 직원들에게 연봉 테이블을 공개했다.
해고된 사람을 고용할 때 와이케이가 인정하는 호봉은 경력의 절반.
반면, 이번 경우는 해고된 사람이 아니라 기존에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윤기는 이들의 호봉을 그대로 인정했다.
당연히 과장 이하급 직원들은 모두가 환호.
부장급들도 대부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사급 직원들이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뭐야!”
영원카드의 사장은 자신에게 할당된 연봉 테이블을 보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의 특징 하나.
그것은 바로 임원과 일반 직원의 연봉 차이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당장 부장과 상무의 연봉 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기본 2배 이상의 차이.
그리고 상무와 전무의 연봉 역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마찬가지로 전무에서 부사장,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가면 또 2배에서 3배씩 차이가 벌어진다.
물론, 기업의 규모가 작다면 어쩔 수 없이 이 비율이 좀 줄어들긴 하지만, 그만큼 임원과 일반 직원의 연봉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당장, 2020년 기준으로 부장의 연봉이 1억이 안 되는데, 상무의 연봉은 2억, 전무의 연봉은 5억, 부사장의 연봉은 10억, 사장의 연봉은 20억인 경우가 존재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와이케이는?
부장의 연봉이 1억이라고 가정한다면 사장의 연봉은 3억쯤 될까?
그렇기에 지금 영원카드의 사장은 그야말로 길길이 날뛰었다.
부사장, 전무까지도 마찬가지.
이들은 그야말로 눈이 돌아가서 윤기를 만나기 위해 윤기의 저택으로 향했다.
[[[[[부아앙-!]]]]]우렁찬 배기음을 내며 용인으로 달리는 7대의 법인 차량.
하나같이 고급 차량인 것들이 일렬로 질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했다.
그리고 마침내 윤기의 대저택 앞에 도착한 이사들.
[[[[[회장님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윤기는 의외로 허락했다.
다만, 평상시와 달리 윤기의 주변에는 경호원들이 즐비했다.
윤기의 전후좌우는 물론이고, 거실에 입장한 이사들의 주변 역시도 물 샐 틈 없이 막은 경호원들의 모습.
특히 차필규의 모습을 본 이사들은 살기등등하게 찾아왔던 처음과 달리 숨이 확 죽은 부추처럼 기세가 오그라들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죠? 자세한 내용은 서면으로 전부 전달했을 텐데요?”
지금 거실에는 1인용 소파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서서 살짝 떨고 있는 이사들의 모습.
그들 중 그래도 사장이자 대표이사가 나름대로 용기를 내어 볼멘소리를 내었다.
“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영원카드에서 받던 연봉이 얼만데, 어떻게 이렇게 확 깎으실 수가 있습니까?”
“얼마를 받으셨는데요?”
순간, 사장의 말문이 막혔다.
“얼마를 받으셨냐니까요?”
되게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2014년부터는 연봉 5억 이상의 이사들은 연봉 공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1993년.
당연히 연봉에 대한 공개 의무가 없다.
그렇다는 건?
지금 여기 있는 이사들은 연봉이 서로 완전 다를 거라는 얘기다.
연봉 테이블을 공개하는 와이케이와 달리, 다른 기업들은 절대다수가 ‘연봉 협상’이라는 이름의 호구 낚시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저…, 그게…….”
눈을 데룩데룩 굴리는 사장.
당연한 일이다.
어지간한 한국 대기업은 임원직에 창립자의 가족, 친척, 지인들을 배치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그들의 연봉이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가문의 재산을 늘릴 수 있으니까.
반면, 같은 이사여도 가족이냐, 친척이냐, 지인이냐, 그것도 아니면 오른팔이냐에 따라 연봉이 뚝뚝 떨어졌다.
괜히 2020년에 상무는 2억이고 전무는 5억이겠는가.
연봉 공개 의무화 전에는 오른팔에게 연봉 2억 부사장직을 주는 경우도 있었겠지.
사실상의 명예직이다.
하지만, 연봉 공개 의무화 후에는 사실상 신라 시대의 골품제도가 도입되었다.
오른팔은 상무까지, 친척은 전무까지, 가족은 사장과 부사장에 앉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왜 말씀을 못 하시죠? 얼마를 받으셨냐니까요? 그래야 제가 상황을 파악하죠.”
그야말로 가불기에 걸려 버린 사장.
이건 사장뿐만이 아니었다.
이들 중, 자신이 연봉을 높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그저 눈을 데룩데룩 굴리며 눈치만을 보고 있었다.
“하아, 뭐 됐습니다. 연봉이 얼마인지는 나중으로 넘어가죠.”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장.
윤기는 그런 사장을 향해 두 번째 치명타를 날렸다.
“그래서, 당신은 왜 그렇게 높은 연봉을 받은 거죠?”
“네…?”
“연봉이 높다면서요. 그렇다면 당연히 그 이유가 있겠죠? 들어 보죠. 당신의 연봉은 왜 높았던 건가요?”
사장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
영원카드 사장은 안재익의 4촌.
[미안하다. 지금 우리 그룹으로서는 너를 다른 계열사로 보낼 여력이 없어.]사실상의 해고 통보.
그래서 지금 사장이 길길이 날뛰며 윤기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지금의 영원그룹에는 자신의 자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처음 안재익이 ‘우리 카드 회사가 와이케이에 팔렸어’라는 말을 했을 때, 사장은 잠깐이지만 망상에 빠졌다.
‘뭐? 와이케이? 그럼, 나도 100억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망상, 그리고 몽상.
안재익에게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적으로 공지된 자료를 보고, 사장은 그야말로 목젖이 튀어나오는 기분이었다.
기존에 비해 반 토막을 넘어서 반의 반 토막, 그 이상으로 줄어들어 버린 연봉.
사장은 지금 상황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정 안 하면 어쩔 것인가?
“하아.”
윤기는 경호원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모처럼 모래시계가 등장했다.
“이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는 순간 당신들은 나가야 합니다. 저는 한가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대답? 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모래는 떨어질 겁니다.”
그제야 사장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제, 제가 회사를 키웠습니다!”
“풋!”
윤기가 웃은 것이 아니다.
차필규가 웃은 거다.
다른 경호원들 역시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
당연하지만, 윤기는 차필규를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윤기와 함께했던 만큼, 차필규는 자신이 이래도 될 때와 안 될 때를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사장은 그런 차필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가 눈을 아래로 깔았다.
‘뒤질라고 어딜 쳐다봐?’라는 뜻을 가득 담은 차필규의 눈빛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키웠다고요? 어떻게 키웠죠?”
“네…?”
“어떻게 키웠냐고요. 지금 여기가 초등학교인 줄 아는 겁니까? 회사를 키웠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키웠는지 이야기해야 맞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사장은 할 말이 없었다.
2000년대가 되면 대한민국의 기업들도 나름 CEO를 제대로 도입하긴 한다.
물론, 이 CEO들이 항상 일을 제대로 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전문 경영인’을 뽑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90년대.
안재익의 사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장 자리에 앉은 녀석이 과연 능력이 있어서 사장이 된 걸까?
당연히 아니다.
“그거야 회사를 잘 운영해서…….”
“그러니까 어떻게 잘 운영했냐고 묻는 겁니다. 당신, 컴퓨터는 쓸 줄 압니까?”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하는 윤기의 미간.
하지만, 사장은 여전히 말을 못 하고 있었다.
뒤에 서 있는 자들 역시 마찬가지.
다만, 차이점이 조금 존재했다.
사장과 부사장, 그리고 전무들은 사장과 같은 이유로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두 명의 상무는 지금 윤기의 말에 나름대로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거기 당신, 직급이 뭐죠?”
윤기는 손바닥을 펼침과 동시에 손짓으로 상무 한 명을 지목했다.
‘십중팔구 직급순으로 선 거겠지.’
윤기의 추측은 정확했다.
홀로 앞에 나와 있는 사장.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부사장.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다른 전무 이사들.
마지막으로 맨 뒤에는 상무들이 있었다.
그리고 막줄의 상무들은 둘 다 나름 능력이 있었다.
물론, 전무가 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예? 사, 상무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는 상무.
윤기는 그런 상무를 향해 물었다.
“당신도 제 연봉 테이블이 마음에 안 듭니까?”
지금 윤기에게 지목당한 상무는 ‘어떤 이유’로 와이케이의 연봉 테이블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을 기회라 여기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
동시에 지금 대답을 한 상무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대부분의 다른 이사들.
“그런데 여긴 왜 온 거죠?”
윤기의 말에 상무는 지금이 기회라 여기고 외쳤다.
“회장님의 존안을 보고 싶었습니다!”
이야, 쟤 IQ가 170은 되나 보다.>
씨익 웃는 윤기와 상무를 번갈아 보던 최덕배의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