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20)
620화 진상, 규명 (5)
“아니다.”
갑자기 윤기가 ‘아니다’라고 말을 하자, 이사들의 얼굴에 조금이나마 혈색이 돌아오려 했다.
하지만, 윤기의 ‘아니다’는 방금 한 말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왜 너희들한테 조용히 떠날 기회를 주려고 했지?”
사실, 윤기는 눈앞에 있는 이사들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계약 기간 동안의 ‘종전 연봉’은 보장 못 해도, 계약한 ‘기간’이라도 보장하는 것 말이다.
물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격시험 통과 유무에 따라 재계약이 결정되겠지만, 적어도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녀석들은 사람 새끼들이 아니었다.
상황을 좀 파악하고 앉을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그저 찾아와서 떽떽거리기나 할 뿐.
따라서 윤기는 스파르타식으로 이들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디스! 이즈! 스파르타!>
하지만, 윤기의 귀에는 최덕배의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너희들이 사용한 회사 재정, 하나하나 아주 탈곡기처럼 털어 줄게. 증명이 하나라도 없어 봐, 너희들은 그대로 민사소송이랑 형사소송을 아주 무더기로 맞을 테니까.”
서슬 퍼런 윤기의 말에 사장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장과 부사장을 포함한 5명의 임원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미 윤기는 마음을 정했다.
선을 넘은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 것이 윤기의 철칙.
따라서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에 의해 정문 바깥으로 쫓겨났다.
이제 사냥을 할 시간이다.
* * *
당연한 말이지만, 다섯 명의 임원들은 순식간에 경찰 고발이 결정되었다.
왜?
이건 2000년대까지의 대기업 생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법인카드, 아! 회삿돈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마법의 도구지!>
모든 것을 아주 완벽하게 요약하는 최덕배의 말.
“아주 화려하게들 썼네요.”
윤기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다섯 명의 임원들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이었다.
출장비 과다청구는 기본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장소가 하나같이 화려한 곳들뿐이었다.
그렇다고 업무 보고 일지가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과도한 액수, 업무인지 증명되지 않은 청구 사유, 여기에 근무 태만까지.
누군가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왜 국세청이 이걸 안 잡았지?’
안 잡는 게 아니라 못 잡는 거다.
국세청 직원 숫자에 비해서 너무나도 많은 기업 숫자.
따라서 국세청은 통칭 ‘이레귤러’라고 해서, ‘확연히 이상한’ 쪽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영원카드의 다섯 임원은 분명 과도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하긴 했지만, 국세청의 눈에는 걸리지 않을 정도.
따라서 지금까지 아주 마음 편히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장이 회장의 사촌이고, 나머지 네 명은 사장의 라인을 단단히 탔는데 무엇이 문제 되겠는가?
하지만, 영원카드의 소유자가 윤기가 된 이상, 사장의 인맥은 그야말로 증발.
따라서 내부 감사가 이루어질 수 있었고, 윤기는 이들을 그야말로 싹 밀어 버렸다.
민사든 형사든 조청우에게 전담시켰으니 조만간 뒷목 잡을 날이 다가오겠지.
그렇다는 것은?
사장부터 시작해서 임원의 자리가 공백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윤기는 사장 자리에 누구를 앉혔을까?
이길호 상무를 앉혔을까?
아니다.
아무리 이길호 상무가 영원카드의 임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었다고 해서 굳이 사장 자리에 앉혀 줄 이유 같은 건 윤기에게 없다.
그렇다면, 측근들 중의 한 명을 임원으로 임명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현재 윤기의 측근들은 나름대로 바쁜 상황.
그렇기 때문에 영원카드, 아니 와이케이카드를 맡기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그렇다고 마석일의 수제자인 김인수를 영원카드의 사장에 겸직시키자니 김인수의 나이가 다소 걸린다.
따라서 윤기는 와이케이의 중간층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영원카드는 임원들의 비율이 높군요?”
50대 초반의 사내.
이 사내의 이름은 바로 윤성일이다.
원래는 와이케이 삼강 영업1부 부장을 역임하고 있던 윤성일.
윤성일은 시험제도를 도입한 이후, 경영 쪽에 탁월하면서도 뒤늦은 재능을 개화했다.
따라서 해당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점이 눈에 띄어 와이케이카드의 사장이자 대표이사로 발탁된 것이다.
그리고 윤성일은 지금 이길호 ‘전무’ 앞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거의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대한민국의 평균 임원 비율은 직원 대비 1퍼센트 정도.
동기 100명이 입사하면, 1명만이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
임원을 안 뽑기로 유명한 기업 같은 경우, 직원 대비 임원 비율이 0.05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영원카드의 임원 비율은 어땠을까?
“직원 숫자가 220명인데 이사가 7명이었다라, 대단하군요.”
3퍼센트가 넘는 수준.
“원래는 6명이었는데, 저를 자르려고 7명으로 만든 겁니다.”
“아~, 무슨 의미인지 알 거 같습니다.”
한마디로 영원카드는 이길호를 자르려고 했다는 얘기다.
원래 부장이었던 이길호를 상무로 올려준 뒤,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자른다.
대기업에서 끈 떨어진 부장들을 퇴직시킬 때 쓰는 자주 쓰는 방법인데, 이게 바로 이길호가 기회가 오기 무섭게 윤기한테 돌아선 이유였다.
“나머지 상무 한 명은 나름대로 윗선의 평판이 괜찮았나 보죠?”
윤성일의 말에 이길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윗선에다가 그러면 안 된다고 꾸준히 건의하는 쪽이었다면, 그쪽은 그냥 시키는 거 다 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랬군요. 주로 어떤 걸 건의했죠?”
윤성일이 말을 잘 들어주는 상사인 것으로 보이자, 이길호는 그야말로 신이 났다.
“제가 행동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에 기반한 분석을 위에 자주 보고를 올렸었는데, 이해를 하지 못하더군요.”
“단순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자르려고 했다?”
“보고서 중 하나를 안재익 회장이 우연히 본 것 같았습니다. 원래 그룹 회장실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해당 약속이 취소되고, 상무가 되었죠.”
“아아, 자기들 자리가 혹시라도 위험해질까 봐 빠르게 싹을 제거하려고 한 거군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와이케이에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연봉 테이블은 마음에 들어요?”
“제가 군식구가 좀 많아서 복지형을 선택했더니 오히려 약간 좋아졌습니다. 거기다 와이케이는 이사라고 해서 함부로 자르는 일이 없다고 하니,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와이케이 최고의 장점이죠. 이 전무, 앞으로 우리 잘해 봅시다.”
“앞으로 말을 놓아 주십시오. 제가 최대한 모시겠습니다.”
사장 윤성일에 전무 이길호, 그리고 살아남은 상무 하나.
영원카드일 때는 임원이 7명이었지만, 와이케이카드로 변하고 나자 임원은 3명이 되었다.
* * *
2월 중순.
와이케이 백화점의 지점들은 최근 들어 더욱 북적북적했다.
이유는 당연히 7퍼센트 할인 때문.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야 7퍼센트 할인 때문에 어딘가 가거나 하지는 않지만,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7퍼센트도 크다.
당장,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1시간, 2시간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던 시기가 이때였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웃음꽃을 피우면서 쇼핑에 전념했다.
그리고 또 하나.
[4월부터 신용카드는 와이케이카드만 사용 가능합니다.] [4월부터는 멤버십에 가입해야 쇼핑을 할 수 있습니다.] [1년에 2만 원만 내면 상시 12퍼센트 할인!]따라서 고객센터는 멤버십에 가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대형 마트들의 평균 마진율은 34퍼센트.
반면 코스트코의 마진율은 15퍼센트다.
대충 66원에 들어온 물건을 100원에 파느냐, 78원쯤에 파느냐의 차이.
물론, 코스트코는 멤버십 비용이 존재하고, 윤기가 설정한 2만 원보다 1만 원 이상 더 비싸다.
그렇다면 윤기가 설정하려는 마진율은 얼마일까?
멤버십 기준 12퍼센트 할인을 설정했으니, 25퍼센트의 마진을 남긴다고 보면 된다.
대형 마트와 코스트코의 중간 수준.
애초에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납품가격을 맞추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상품을 들여오는 원가는 다른 마트나 와이케이 백화점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
따라서 마진율 계산에 오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정말 멤버십 가입하면 4월부터 더 싸게 살 수 있는 거 맞아요?”
“그렇습니다. 1년에 2만 원의 멤버십 비용만 지불하시면 됩니다.”
“그 돈은 어떻게 내면 되는데요?”
“은행 자동 이체 혹은 와이케이카드를 만드시면 됩니다.”
구독제 서비스가 돈을 버는 방법.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귀차니즘’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동 결제를 유도해서, 사람들이 ‘해지하기 귀찮게’ 만드는 법.
이 방법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기였기에 당연히 이 방법을 택했다.
괜히 영원카드를 꿀꺽한 게 아니다.
멤버십 요금을 청구하는데, 다른 기업들의 배를 불려 줄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말이다.
“고객님, 이왕이면 와이케이카드를 만드시는 게 더 좋으세요. 어차피 매번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쇼핑하실 텐데, 와이케이카드로 요금을 결제하시면 혜택이 또 있거든요.”
장사를 아주 잘하는 고객센터 직원들.
이러한 장면은 전국에 있는 와이케이 백화점 지점에서 전부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갑자기 업무량이 폭증한 와이케이카드.
하지만, 영원카드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재익이 시장 점유율 대비 인력을 꽤나 많이 뽑아 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의외로, 어떻게 해서든 업무량을 맞춰 나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순항 중인 멤버십.
그렇다면 이게 어떻게 진상들을 처리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그 징조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이거, 환불해 줘!”
이제는 아예 당연하다는 듯이 환불을 요구하는 40대 아줌마 진상.
이 진상은 처음 환불을 요구할 때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기…, 귤이 곪았더라구요…….]당연히 와이케이 백화점은 귤을 환불해 줬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했다.
[사과가 곪았어요.] [저기요! 고기 상태가 왜 이래욧!] [야! 콜라 맛이 이상하잖아!]점차 진상력이 올라, 지금은 직원들이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의 진상이 된 것이다.
따라서 고객센터의 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썅년아! 지금 누구 앞에서 인상을 찌푸려? 개 같은 상품 팔아 놓고 지금 얼굴 찌푸리는 거야? 책임자 나오라고 해!”
진상들은 이렇게 악을 부려서 환불받으면 자신들이 아주 알뜰한 사람, 절약적인 사람이라고 자화자찬하기 바쁘다.
그리고 이런 행동에는 남녀구별이 없다.
단지 이 지점에 서식하는 진상 중 지금 찾아온 사람이 이 여자였을 뿐이다.
“아, 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저희 상품이 아무래도 부족했나 보군요. 바로 환불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평소와 달리 진상을 아주 환한 얼굴로 맞이해 주는 고객센터 책임자.
그러자, 진상은 자신의 목적이 일단 달성되었기 때문에 콧방귀를 한번 뀌면서 선심 쓴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오늘 한번은 용서해 줄게.”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겠습니다. 고객님, 저희가 상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지를 작성해야 하는데요, 서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
바로 이 일지가 윤기의 노림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