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26)
626화 하지 않은 걸 증명하라고? (2)
[이건, 오늘 아침에 나온 일본의 신문입니다.와이케이 그룹 최윤기 회장의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가 일본제국에 의해 훈장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아니, 무슨 개소리야!>
“아니, 무슨 개소리야!”
최덕배와 최기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핏대를 세웠다.
[심지어 증거까지 제시하고 있는데요. 당시 일본 해군에 25만 원을 기부했다는 구 일본 해군의 기록이 있습니다.이로 인해 일본 육군에서 싫어했다는 기록까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과연 진실일까요?
본 방송국은 이번 건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더 파고들 예정입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집안이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매국은 안 했다고!”
최기현은 징집이긴 했지만, 6·25 전쟁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살아남은 역전의 군인.
더불어서 여기에는 최덕배라는 증인까지 있었다.
아니, 썅, 장난하냐! 내 아들놈이 천주교 때문에 모가지가 날아갈 뻔하다가 겨우 살아났는데 어떻게 25만 원을 모아! 거의 은둔하다시피 살았는데!>
일제강점기 후반, 1만 원의 가치는 현재 가치로 10억에 달했다.
그런데 25만 원을 기부?
그렇다는 건, 곧 250억을 기부했다는 말이 된다.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최덕배는 1820년에 태어나서 1898년에 사망한 흥선대원군과 함께 놀러 다닌 인물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외로 최기현과 연식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는다는 얘기.
따라서 천주교 박해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최덕배의 아들이 일제강점기 때 25만 원을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기본적으로 일제강점기 때 매국노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대부분 조선 때의 권력이 필요했으니까.
물론, 다른 방법도 존재하긴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경찰서장에게 맛깔나는 생선을 매일 바쳐서 부자가 된 매국노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최덕배가 장담컨대, 최덕배의 아들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후손들 역시 그러지 않았다.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역경의 충신은 아니었을지언정, 적어도 매국을 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아니, 무슨 다른 놈이 한 일을 우리가 한 것으로 말을 하는 거야!”
일제강점기 당시, 거의 끝물인 광산을 10만 원에 팔아서 이 돈을 고스란히 일본 육군에 국방헌금으로 헌액한 매국노가 있다.
이것이랑 상당히 유사한 뉴스의 발표.
아니, 한술 더 떴다.
역사적 사실로 존재하는 매국노는 10만 원인데, 뉴스에 나온 내용은 와이케이 그룹의 조상이 25만 원을 헌액했다고 나왔으니까.
“일제강점기에 25만 원을 헌액할 정도의 부자였으면, 나는 진작에 북한에서 모가지 짤렸어!”
광복 후, 매국노들 거의 대부분이 살아남았다.
그중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25만 원이나 헌액할 정도의 사람이면?
당연히 잘 먹고 잘살았겠지.
물론, 북한에서 도망치지 못했다면 인민재판에 의해 모가지가 잘렸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기현은 인민재판에도 걸리지 않았고, 지금은 남쪽으로 피난해서 이렇게 잘살고 있다.
“윤기야, 당장 방송국에 항의해! 당장 정정방송 하라고!”
“네.”
의외로 담담하게 대답하는 윤기.
물론, 윤기 역시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떤 미친놈인지 몰라도 걸리면 아주 찢어발겨 주마.’
* * *
농담이 아니라, 해당 방송을 내보낸 방송국 사장은 윤기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윤기의 앞에서만 꿇고 있는 것이 아니다.
화가 잔뜩 난 최씨 일가 대부분이 소파에 앉아 있는 윤기의 뒤에 서 있는 모습.
그중에서도 최기현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는데, 화룡점정은 최철준이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하지만, 방송국 사장이 무엇보다도 무서워하고 있는 대상은 윤기였다.
지독히도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기.
더불어서 최덕배 역시 마치 귀신처럼 서릿발을 풍기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방송국 사장은 늦봄에 지독한 오한을 느끼고 있었다.
“제가 왜 불렀는지 아시죠?”
윤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장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넙죽 엎드렸다.
무려 나이 차이가 30살 가까이 나는데도, 둘의 사회적 지위 차이는 나이로도 극복할 수 없었다.
하물며 죄를 지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회, 회장님. 절대 그럴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외신을 통해서 해당 내용을 접수했을 때, 그저 ‘이런 기사가 일본에 있다’라고 보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이걸 믿으려면 도대체 IQ가 얼마나 낮아야 할까?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한 최기현이 방송국장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철썩!
나이가 충분히 많은데도 정정함을 보여 주는 최기현.
이건 재벌이 일반인을 폭행하는 엄청난 일이 될 수도 있었지만, 사장은 감히 이 일을 공론화시키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걸 믿으라고? 국민들한테 관심을 유도하려던 것이 뻔히 보이는데, 뭐?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철썩!
“크억!”
왼쪽으로 돌아갔던 사장의 고개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그래, 네가 우리 최씨 가문이 매국노가 아니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 하지만, 그 내용을 방송하면서 생기는 시청률을 노린 것은 사실 아니냐!”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좌우로 마구 돌아가는 방송국 사장의 얼굴.
결국, 이것을 말린 것은 최기현의 오남 최철재였다.
“말리지 말거라! 이 새끼는 평생 빨대로 밥 처먹어야 돼!”
“아버지, 윤기의 사업에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최기현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최철재.
윤기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아요.”
하지만, 최기현은 씨근거리면서도 방송국 사장의 멱살을 풀었다.
세상에는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사장님.”
“예, 옛!”
나지막한 윤기의 부름에 다시 넙죽 엎드리는 방송국 사장.
“다른 내용으로는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가십 기사야, 당연히 쓸 수 있죠. 하지만, 우리 가문이 매국노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그동안 윤기는 언론에 굉장히 관대했다.
당장, 윤기를 싫어하는 30퍼센트의 언론을 그냥 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참 실망이네요. 저를 싫어하는 언론도 아니고, 이번 기사를 가장 먼저 발표한 것이 사장님의 방송국이라는 게 말이에요.”
방송국 사장은 빌드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논란을 일으키고, 그 논란에 대해서 와이케이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빌드업을 말이다.
그런데, 방송국 사장은 아주 단단히 오판했다.
최씨 가문이 설마 이 정도로 분노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정정 보도를 하겠습니다!”
“늦었어요. 저를 싫어하는 언론들은 아주 신이 났을 테니까요.”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하아.”
윤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냥 거실을 떠났다.
거실에 남은 것은 다른 가족들뿐.
이어서 메릴이 뒤를 따랐고, 마침내 최철재를 제외한 다른 모두가 자리를 떠났다.
“쯧쯧쯧…….”
최철재 역시 지금 방송국 사장을 한대 후려 패고 싶었다.
단지,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그 관성 때문에 손을 대지 않을 뿐이었다.
언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그 관성 말이다.
툭 툭 툭
최철재는 비서에게서 돈다발을 받아 300만 원이라는 돈을 방송국 사장에게 대충 던졌다.
“오늘 여기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겁니다. 당신이 눈치라는 게 있다면 알아서 하겠지만요.”
이 말을 끝으로 다른 가족들이 사라진 곳으로 사라지는 최철재.
이제 자리에 남은 것은 저택 경호원들 정도였다.
잠시 후, 방송국 사장까지도 주춤주춤 사라지고, 경호원들 역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을 때.
자리에 남은 것은 돈다발 3개뿐이었다.
* * *
“그래서 전달이 늦었던 거군요.”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윤기의 서재.
이곳은 어지간해선 측근을 제외하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없지만, 오늘 하루, 신호준에 대해서만은 예외가 되었다.
JSD의 브레인이었으면서 지금은 국정원장을 담당하고 있는 신호준.
사실, 이번에 일본이 내보낸 기사는 국정원 역시 파악하고 있었다.
단지, 국정원이 이러한 기사를 파악하자마자 윤기에게 사실을 전달하지 않은 이유는 좀 더 명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CIA와 KGB 역시 마찬가지.
신호준과 거의 동시에 인편을 통해 문서를 전달해 온 CIA와 KGB였는데, 이들 역시 신호준과 같은 이유로 전달을 조금 늦게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찌라시다.
지금 일본 전체에 해당 기사가 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도 작은 신문사에 기사 하나가 올라왔을 뿐이다.
그런데 그걸 한국 방송국 사장이 지상파에 터뜨린 것이다.
주요 방송 3사 중 한 곳에서 신나서 뉴스를 내보냈으니,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해당 기사를 접했겠는가?
더불어서 해당 뉴스를 확인한 30퍼센트의 언론은 신나서 일본 인맥을 동원해 기사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이것이 바로 일본 문부과학대신의 빌드업.
작은 신문사를 통해 논란의 씨앗을 뿌린다.
직후, 조금 더 큰 신문사 여럿에서 해당 기사를 인용한다.
마찬가지로 이후에는 모든 신문사에서 해당 기사를 보도한다.
그러면 일본 전역에 기사가 퍼질 것이고, 이를 확인한 한국 언론이 해당 기사를 한국에 보도한다.
이렇게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멍청한 한국 방송국 사장 하나가 문부과학대신 입장에서는 고맙게도 작은 기사를 확인하기가 무섭게 한국에 터뜨려 준 것이다.
따라서 사실 전달이 늦었던 것은 결코 국정원, 그리고 CIA와 KGB의 잘못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단계를 거쳤다면, 일본 전역에 기사가 뜨기 한참 전, 윤기에게 사실 전달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아뇨, 지극히 이성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었어요. 애초에 그냥 찌라시로 끝날 문제였으니까요.”
윤기의 말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애초에 일본은 신문 기사를 쓸 때 ‘기자’를 기재하지 않는다.
한국 같은 경우, 어떤 기자가 썼는지 제일 마지막 줄에 기재되어 있지만, 일본은 그런 게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본은 찌라시를 만들어 내기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일본 총리는 문부과학대신과 애인 관계.]이런 기사가 보도될 수도 있다는 얘기.
물론, 일본 정부의 힘이 워낙 막강해서 언론을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지만 말이다.
“혹시나 해서 조사해 본 결과, 일본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즉, 이번 일은 단순히 기자 하나의 일탈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국가 단위의 역량을 동원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일본의 역량이라고 해 봤자 윤기 입장에선 코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행동 자체가 너무 추악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윤기라는 이름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원래 논란만 있어도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왜 그러는 걸까요?”
“솔직히 말해서 크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저 흠집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판단이 드는 상황입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신호준.
“CIA와 KGB도 같은 의견을 내어놓더라구요. 제가 일본 녀석들한테 아주 단단히 미움을 산 모양이에요.”
딱히 신호준에게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닌 윤기의 말.
그런데, 시대는 윤기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최윤기 회장,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이날 저녁, 윤기는 30퍼센트의 언론들이 일제히 내보낸 석간신문의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