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35)
635화 펜을 칼보다 강하게 해 줄게 (4)
“국민학교 시절 말입니까?”
박해준이 되묻자, 김명환은 인상을 찌푸렸다.
“몰라,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야.”
사실 김명환은 지금 속으로 조금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윤기에게 엿 먹일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조폭 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들었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박해준에게 알려 준 것이다.
[어른한테 누구를 때리라고 하면서 돈을 주더라고.]지금은 칼 맞아 뒈진 누군가가 죽기 몇 달 전쯤 술에 취해서 한 말.
그때야 헛소리라고 치부했지만, 이번에 박해준이 찾아오면서 김명환은 그때 들은 말이 기억났던 것이다.
물론, 정말로 헛소리였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김명환은 윤기라면 충분히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고작해야 국민학교 3학년 시절이었겠지만, 윤기라면 가능할 거라는 느낌?
“아무튼, 난 일어난다. 잘해 봐. 절대 내 이름 적지 말고. 적어 봤자 내가 부정하면 끝이지만.”
그대로 자신의 뒤에 있던 문을 열고 나가는 김명환.
결국, 박해준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가 되었다.
‘국민학교 시절을 조사해 보는 수밖에….’
어쩐지 한숨이 나오는 박해준이었다.
* * *
박해준이 윤기의 유치원 때와 국민학교를 건너뛴 이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유치원생이나 국민학생이 사고를 쳐봐야 얼마나 치겠는가.
그래서 바로 중학교로 건너뛴 건데, 정작 중학교 때 뒤지게 맞은 김명환은 윤기의 국민학교 때를 조사해 보란다.
그야말로 한숨이 다 나올 일.
“야, 해준아. 뭐 진전은 있냐?”
사무실에서 빈둥거리던 편집장의 질문에 박해준이 비굴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최윤기 회장이 국민학교 때 뭔가 큰 사고를 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 바로 최윤기 회장 출신 국민학교에 가서 조사해 보려구요.”
“아, 그러냐? 열심히 해라.”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는 편집장.
박해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편집장님은 혹시 수확 있으십니까?”
“응? 나? 아니, 뭐, 딱히.”
말을 얼버무리는 편집장.
‘시발 같은 조별 과제!’
이번 일에 대해서 이리저리 뛰는 기자들의 숫자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부탁을 받고도 움직이지 않는 기자들도 많았다.
박해준 눈앞의 편집장이 대표적.
그렇다고 해서 박해준이 편집장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예, 혹시 편집장님도 뭔가 알게 되면 저한테 알려 주세요. 바로 또 확인해 볼 테니까요.”
“그래, 오케이.”
물론, 편집장은 대답만 잘하고 자신의 책상에서 다시 빈둥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박해준은 윤기의 출신 국민학교를 찾았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윤기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교감을 만날 수 있었다.
“아, 우리 회장님이 국민학교 때 딱 한 번 사고를 저질렀었지. 아마 그때 일을 알면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할 거야.”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힌 교감.
따라서 지금까지의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교감은 그때의 일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박해준에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도 당시 상황을 직접 본 게 아니라서 잘은 몰라. 하지만, 그때 애들 동창회에 몇 번 참석했었는데, 그때 아주 대단하게 맞았다지?”
교감이 되기 전, 나름 평판이 좋았던 교사였기 때문에, 이 교감은 학생들의 동창회에 종종 불려가곤 했었다.
‘심 봤다!’
그야말로 대박을 찾았다고 확신한 박해준.
당시의 일을 기억하는 데다가, 다른 사람의 말까지 들은 사람을 이렇게 쉽게 발견하다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녀석은 맞아도 싼 녀석이었어.”
“네?”
순간 다시 곤두박질치는 박해준의 기분.
“김찬열이라는 이름이었지 아마? 내가 담당하던 반의 옆 반 녀석이었는데, 아주 악질, 그 자체였거든.”
박해준의 기분은 아예 땅굴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계단에서 다른 애를 밀어버려서 크게 다치게 한 적도 있고, 문구용 칼로 큰 문제를 일으킨 적도 있고……. 애 하나가 돈 안 준다고 눈 한쪽 실명 만든 적도 있고…….”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가관.
‘아니, 썅. 이거 오히려 김명환보다 더 한 새끼가 맞은 거잖아?’
박해준은 김명환을 수소문하면서 평가가 대단히 안 좋은 녀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김명환을 통해 알게 된 김찬열이라는 녀석은 아예 한술 더 떴다.
아니, 한술 정도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학생이 그 정도로 잔인할 수 있는 거지? 실명? 문구용 칼? 계단에서 밀어?’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 박해준.
하지만, 지금 그나마 비벼 볼 만한 것은 이것뿐이었기에 지금까지와 달리 박해준은 교감의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그래서 별문제가 안 됐어. 아니, 오히려 그 반 담임선생님은 좋아했지. 최윤기 군이랑 같은 반이 되고서 그 녀석이 사고 치는 일이 사실상 없어졌거든.”
갈수록 태산.
박해준의 얼굴이 점점 침울해져 갔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교감은 박해준의 반응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지.”
“네? 누가요?”
순간, 고개가 번쩍 들리는 박해준.
“누구긴 누구야, 그 김찬열이라는 녀석이지. 그 녀석이 며칠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담임이 찾아가 보니까 가출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
“아…….”
살짝 반전이기는 했지만, 그다지 도움 될 것 같지는 않은 내용.
그런데 교감이 드디어 박해준이 관심가질 만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궁금한 게 있긴 해. 그 녀석의 아버지가 대단한 인간 백정이었거든? 그런데, 윤기 군이 그 인간에게 돈을 줬다는 것을 본 녀석이 있었어.”
“예? 진짜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는 박해준.
김명환이 말해 준 내용과 같은 내용을 교감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내 제자 중 한 명인데, 길을 잘못 들어서 조폭이 되는 바람에 일찍 죽었지. 후…….”
회상에 잠기는 교감이었지만, 박해준에게 있어서 교감의 회상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니까, 최윤기 회장이 김찬열이라는 녀석의 아버지에게 돈을 준 이후, 김찬열이라는 학생이 실종되었다는 거죠?”
“그렇다니까. 그런데 뭐, 별일 아니야. 당시에 애들 가출하는 건 흔한 일이기도 했고.”
교감은 박해준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살짝 ‘천연’에 가까운 성격이다 보니 아무래도 학생들이 좋아한 것이겠지.
하지만, 박해준의 머릿속에는 추악한 알고리즘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윤기 회장이 김찬열의 아버지에게 살인교사를 시켰을 수도 있잖아?’
내친김에 박해준은 개백정의 행방을 물었다.
하지만, 교감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어. 교도소에 들어간 이후로는 글쎄…?”
‘아, 또 교도소야?’
어쨌거나 박해준은 승리를 향하는 길을 찾았다고 확신했다.
* * *
당연한 말이지만, 박해준은 개백정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다.
지금도 북한에서 비명을 지르며 탄광 일을 하는 개백정을 무슨 수로 찾겠는가.
더군다나 개백정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신분을 숨기고 아이들을 착취해 가며 살았다.
당연히 행방을 찾기란 더더욱 요원한 법.
따라서 박해준은 더 이상의 정보 찾기를 포기하고, 자신이 얻은 정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증거도 있으니, 아무 문제 없어!’
교감이랑 대화를 나누면서 몰래 녹음을 하고 있던 박해준.
따라서 박해준은 자신이 넘쳤다.
[갑자기 사라진 최윤기 회장의 급우] [최근,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이 학창 시절 몇 건의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 밝혀졌다.중학교 시절, 최윤기 회장은 같은 반 친구인 김명환을 폭행해 몇 달간의 병원 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피해자 김명환은 학교에서 자퇴해야 했고, 이로 인한 부적응으로 인해 지금도 사회에의 적응을 힘들어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
본지의 다른 기자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최윤기 회장은 한 학생의 성 기능을 반쪽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이 내용들은 지금 나올 사실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갑자기 사라진 최윤기 회장의 급우.
최윤기 회장은 김찬열이라는 학생의 아버지에게 돈을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김찬열이라는 학생은 실종되었다.
김찬열이라는 학생이 당시 다른 급우들을 괴롭히고 돌아다녔다는 내용으로 볼 때, 최윤기 회장은 이를 해결하고자 김찬열 학생의 아버지에게 돈을 준 것으로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된 김찬열 학생.
심지어 김찬열 학생의 아버지도 모종의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된 후 갑자기 실종되어 버렸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어린아이의 실종과 어린아이의 실종과 밀접한 연관이 있던 자의 수감, 그리고 연이은 실종.
이것은 대단히 어두운, 한 편의 누아르를 연상케 한다.
………]
그야말로 이번에 개정된 법안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사.
심지어 대화들을 전부 녹음해두었기 때문에 추후 신문사가 책임질 비중은 대단히 적었다.
법이 개정되면서 발언 그 자체에 책임의 무게를 꽤나 주었기 때문이다.
“완벽해! 좋아, 이거 내일 조간신문으로 내보내자!”
그야말로 극찬을 하는 편집장.
일단 이렇게 논란을 일으키면, 국민들이 최윤기 회장을 의심하겠지.
더군다나 윤기가 초, 중, 고에서 각각 한 번씩 주먹을 쓴 것은 사실이었기에 증인들도 나올 것이 분명했다.
‘최윤기 회장이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최윤기 회장의 인생에 배알이 꼴리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란 말이지? 그 녀석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전염시킬 거야.’
이것이야말로 박해준이 노리는 상황.
하지만, 박해준의 이러한 상상은 절대로 현실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 늦었고, 또 너무 나댔으니까.
* * *
“호오, 이런 일이 있었네요?”
석간신문을 읽던 윤기는 기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최근, 최윤기 회장의 뒤를 캐는 자들이 늘어]MEV 계열의 신문사에서 나온 기사.
기사의 내용은 헤드라인에서 이어졌다.
[친일매국노 누명을 썼던 최윤기 회장이 또다시 누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최윤기 회장의 모교들에 일부 기자들이 들락날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윤기 회장의 특집 기사를 쓰겠다고 이야기한 후, 교사들에게 연신 최윤기 회장이 일으켰던 논란만을 물을 뿐, 생활기록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윤기 회장의 동창들에게도 전화해서 최윤기 회장이 일으켰던 말썽을 묻는 등……]
“진짜 몇몇 신문사들은 탄압할 필요가 있는 거 아니냐?”
최기현의 말에 윤기가 어깨를 으쓱였다.
“다 같이 지킬 규칙을 만드는 게 더 맞는 일이죠. 그나저나, 그 녀석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지금 알았네요.”
“국정원 애들은 뭐 하고 있었대?”
“지금 국정원 인력이 일본 쪽의 상황을 보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서 알아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아, 그런가?”
최기현은 어깨를 으쓱인 뒤, 갑자기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거 괜찮은 거냐? 어쨌거나 네가 학창시절에 몇 번 혈기왕성했던 것은 사실이잖냐.”
“흐음~, 그 녀석들이 쓴 기사가 먼저 나왔다면 모를까, 이 기사가 먼저 나왔기 때문에 아마 상황이 달라질 거 같아요.”
실제로 석간신문을 읽은 국민들은 최윤기 회장을 욕 보인지가 얼마나 됐다고, 또 황당한 짓을 저지르는 30퍼센트의 언론들에 분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