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37)
637화 정이 없네, 정이 없어! (1)
오, 그래?>
최덕배는 ‘호오’ 하는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네, 솔직히 말해서 그때의 행동을 후회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거든요.”
윤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자신의 행동은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
세상 그 누가 자신의 상황이 되었을 때,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과연 원래 역사의 김찬열과 지금 역사의 김찬열을 분리할 수 있을까?
만약, 지금 나이 때 김찬열을 처음으로 만났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때 윤기는 김찬열에 대한 원한을 한창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저는 그 녀석과 엮였을걸요? 아마 제가 건드리지 않았으면 그 녀석이 저를 먼저 건드렸을 거예요.”
윤기의 추측은 정확했다.
원래 역사에서도 김찬열은 뻔히 자신이 물려받을 기업인데 기다리질 못했다.
그리고 저지른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들.
그렇다면 윤기의 역사에서 윤기가 김찬열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윤기의 말대로 김찬열이 건드렸을 거다.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데다가 잔인하기까지 한 김찬열.
김찬열은 윤기를 능히 계단에서 밀어 버릴, 아니 차가 지나갈 때 충분히 윤기의 어깨를 밀어 버릴 수 있는 성정이었다.
윤기는 김찬열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존재였으니까.
“아무튼, 여기서 추가적인 복수를 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다만?>
“그 녀석 성격상 아직 살아있다면 아직도 저에 대해 이를 박박 갈고 있겠죠? 그 녀석이 저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면 저 역시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할 뿐이에요.”
지금도 행방을 전혀 알 수 없는 김찬열.
어느 날 갑자기 윤기의 앞에 나타날지, 아니면 자신의 성격 때문에 이미 어딘가에서 주검이 되어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 * *
윤기에 관한 이슈는 둘째치고 대한민국의 신문과 언론들이 기사를 작성하는 방법이 대거 바뀌었다.
[여자 탤런트 OOO, 심야에 한 남성과 같이 거니는 장면 포착!]이 문장을 본 순간, 헷갈리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바뀌어서 이 기사야? 아니면 바뀌기 전의 기사야?’ 하고 말이다.
정답은 바뀐 후의 기사.
그렇다면 새로운 의문이 들 것이다.
{아니, 그럼, 바뀌기 전은 도대체 어떤 수준이었는데?}
아마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여자 탤런트 OOO, 심야에 숨겨 놓은 애인과 모텔 거리를 걸어]차이를 알겠는가?
전자는 정말로 진실만을 풀어서 쓰고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고는 있어도, 기사 그 자체에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후자는?
쓰는 기자가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만약, 알고 봤더니 오빠랑 같이 슈퍼에 갔던 거라면?
기자들은 사과하지 않는다.
[아님 말고]심지어 이게 일본으로 가면 한술 더 뜬다.
[충격! 여자 탤런트 OOO, 정치인과 원조교제?]놀랍게도 이와 비슷한 기사가 일본에 실제로 존재한다!
기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희대의 장치 때문에 그야말로 기사가 아니라 배설물을 신문에 올리는 일본 신문.
덕분에 일본에서는 기존의 한국보다 기자들이 연예인 하나를 죽이는 게 훨씬 수월했다.
물론, 윤기가 법을 바꿨다고 해서 기사 쓸 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이제 기자들이 해당 사진을 가지고 양자택일을 하겠지.
하나는 처음 나왔던 전문 그대로 싣는 것이다.
여자 연예인이 밤중에 누군가와 거리를 걸었다고 말이다.
후자는 소속사에 찾아가서 사진에 나온 남성이 누군지 묻는 것이다.
그러면 소속사가 알아서 대응하겠지.
좀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선조치 후보고냐 선보고 후조치냐의 차이랄까?
더불어서 윤기는 사실만을 쓰는 기사 정도야 편히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애초에 언론에 관대한 윤기.
그래서 30퍼센트의 언론들이 무슨 기사를 써도 놔둔 것 아니겠는가?
‘남자 팬, 여자 팬들에게 연애 안 한다고 구라치는 건 사기지.’
실제로 사기가 맞다.
팬들에게 유사 연애와 비슷한 감정을 줘 놓고, 뒤로 몰래 연애를 하는 것은 팬을 우롱하는 일이니까.
유사 연애 전략을 써서 돈은 벌고 싶은데 연애는 하고 싶다?
윤기는 이것 역시 사기로 분류했다.
더불어서 윤기는 뷔페식 관심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한창 관심 끌어서 돈 쓸어 담아 놓고, 슬슬 귀찮으니까 ‘여러분의 관심이 저한테 피해인 것도 몰라요?!’라고 하는 연예인들.
그래놓고 슬슬 돈 떨어지면, 기자들한테 술 사 주고, 밥 사 주고, 돈까지 주면서 기사를 부탁한다.
은퇴한다면서 자기한테 신경 쓰지 말아 달라 해 놓고, 돈 떨어지면 어물쩍 다시 관심을 구걸한다니 참으로 웃긴 일.
그래서 윤기는 딱 기준을 정한 것이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 상상력을 쓰지는 못하게 말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중요한 법이고, 관심으로 돈 벌려는 자는 그 선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클린하네.’
조간신문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
뭔가 아슬아슬한 줄을 타는 기자들이 점점 생기겠지만, 적어도 지금 기사들은 윤기가 보기에 말끔했다.
따라서 이번 일은 완벽하게 종료!
언론에 대한 개혁과 더불어서 과거에 있었던 일도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했기에 윤기는 최철민을 찾았다.
그렇다.
드디어 와이케이 백화점이 산지와 직계약을 할 때가 된 것이다.
* * *
“작은아버지 일은 할 만하세요?”
갑자기 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저온 창고 내부에서 식자재를 점검하고 있던 최철민이 깜짝 놀랐다.
“아니, 윤기야,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슬슬 때가 되었거든요.”
“아, 드디어, 그때야?”
씨익 웃는 최철민.
그 모습에 윤기가 저온 창고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정말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네요.”
“사람이 먹을 음식인데 잘 관리해야지. 까딱 잘못해서 관리가 부실해지면 그 순간 계열사 하나 마비되잖아?”
“크으, 진짜 작은아버지 맞나요? 혹시 외계인하고 몸 바뀐 거 아니에요?”
“이런, 들켰구만기래?”
““푸하하하하핫!””
아예 농담까지 주고받는 윤기와 최철민.
지금 이곳은 서울이 아니다.
전국에 존재하는 와이케이 각 계열사에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배송하기 위한 저온 창고.
게다가 규모 역시 상당했다.
과장 좀 많이 보태서 ‘공단’ 느낌이 나는 규모.
야채와 과일이 보관되어 있는 냉장 창고만 있는 게 아니라, 육류 보관을 위한 냉동 창고까지 있는 것이 그야말로 본격적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진짜 와이케이의 자금력이 느껴진다. 이런 초대형 규모의 저온 창고들을 6개월도 안 되어서 짓다니 말이야.”
“어차피 보관 용도로만 쓸 거라서 복잡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았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래도 놀랍다, 놀라워….”
이미 자신은 여기서 일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지금 있는 창고를 한번 둘러보는 최철민.
창고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사람이 없어서 한산한 게 아니라, 식자재 자체가 적다는 의미.
저온 창고를 운용하자마자 대량의 식자재를 보관했다가 문제가 생겨선 손해가 크기에 지금은 시험적으로 약간의 식자재들을 들여놓았을 뿐이다.
“준비는 되셨어요?”
“그럼! 지난 6개월 동안 본사 식당에서 쓸 식자재들 구입하면서 눈을 더 갈고 닦았지!”
최철민은 그야말로 자신감이 넘쳤다.
식당을 운영할 때야 쓰는 식자재만 쓰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보는 눈은 있어도 그 범위가 넓지 못했다.
하지만, 윤기는 아예 신용카드를 하나 주면서 최철민에게 식자재 보는 눈을 익히라고 했다.
덕분에 어지간한 식자재는 슥 보는 것만으로도 그 수준을 감별해 낼 수 있게 된 최철민.
이미 2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좋아진 눈썰미에 윤기의 자금력까지 더해지자 그야말로 괴물이 탄생했다.
“좋아요. 그러면, 오늘부터 그동안 점찍어 두었던 산지에 가서 계약을 완료하도록 하세요.”
“맡겨만 줘!”
그야말로 활력이 넘치는 최철민.
그동안 식당 운영하면서 그룹 업무에 대한 꿈을 접었니 뭐니 해도, 최철민 역시 최기현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 * *
지금까지 와이케이가 직계약한 농가는 국내 밀농가뿐이었다.
그렇다면, 와이케이는 왜 6개월 동안 다른 곳과 계약을 하지 않았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다른 산지가 대부분 계약이 되어 있다는 것.
산지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상인에게 물건을 사는 것과 전혀 다르다.
시장에서는 누구나 아무 상인에게서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산지의 물품은 대부분 유통업자와 계약이 된 상태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것은 유통업자가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산지 입장에서는 유통업자의 존재가 절실하다.
당장 농사짓기도 바쁜데, 언제 도소매상을 만난단 말인가.
도소매상을 만나서 판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들에게 물건을 배송해 주는 것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유통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
그리고, 유통업자는 자신이 필요한 물량을 산지에 전달하고, 산지는 그것에 맞춰 농사를 짓는다.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저 물건 많이 살게요!’ 한다고 해서 산지 농가가 ‘여기요!’ 하고 줄 수 없다는 얘기다.
더불어서 유통업자는 기껏 뚫어 놓은 산지가 다른 곳에 물건을 돌리는 일을 막기 위해 계약을 맺는다.
이는 산지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계약.
기껏 유통업자 말만 믿고 농사짓고 있는데, 유통업자가 ‘아, 더 싼 곳 있네요ㅎㅎ’ 하면서 계약을 중단하면 산지는 그냥 망하겠지.
윤기가 국내 밀농가를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아무도 안 가져가니까.]그러나 이게 가능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국내 밀가루뿐.
동시에 와이케이 백화점 역시 유통업체들과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유통업체가 산지와 계약을 맺는다면, 대형마트 역시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는 것이 당연한 법.
그 계약이 올해 9월을 기점으로 거의 종료되기에 윤기는 계약 종료되기 3개월 전 최철민을 출격시킨 것이다.
물론, 그동안 최철민은 산지들을 돌아다니며, 가계약을 맺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이제 계약만 맺으면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지금 최철민이 있는 저온 창고.
윤기는 와이케이 백화점들의 지점, 그리고 계열사 직원들의 식사에 산지 재료를 쓸 작정을 했기 때문에 전국에서 모이는 식자재를 보관할 대형 창고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사실상 완성된 저온 창고.
따라서 최철민은 신나서 산지에 찾아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사장님! 드디어 우리 와이케이와 계약을 맺을 때가 왔습니다.”
“아, 드디어 그때가 왔습니까?!”
최철민의 방문에 아주 신이 난 산지 농장의 주인.
최철민은 단순히 농장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항구와 목장까지 돌아다니면서 다방면의 식자재 계약을 완료했다.
이제, 곡류, 육류, 어류, 채소류, 과일류 등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식품이 9월부터 와이케이 소유의 대형 저온 창고에 모이겠지.
하지만, 경제라는 것은 누군가 이득을 보게 되면 누군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그것은 바로 기존에 와이케이와 유통계약을 맺고 있었던 유통업체들.
이들은 계약만료 3개월 전, 와이케이가 갱신 계획이 없다는 통보를 보내자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니, 와이케이만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계약을 안 한다고 하면 어쩌자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