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38)
638화 정이 없네, 정이 없어! (2)
최철민을 향해 침을 튀겨가며 따지는 유통업체의 사장.
이 사장이 운영하는 유통업체는 와이케이 백화점에 돼지고기를 유통업체들 중 하나였다.
“어라? 왜 저희를 믿으셨죠?”
생각보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사장을 상대하는 최철민.
상대가 대단히 담담하게 나오자, 사장은 살짝 당황했다.
“예? 아, 아니, 와이케이는 의리를 저버리지 않기로 유명한 기업 아닙니까?”
“당연히 저버리지 않죠. 우리가 계약 기간 중에 파기를 통보하거나, 갑자기 환불을 요구하거나 한 적이 있었나요?”
와이케이는 절대 거래 업체에 갑질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 한 번 거래했으면 계속 거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누가 봐도 등신 같은 논리.
하지만, 지금 이 사장은 자신의 말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단지,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할 뿐이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
그럼, 그 말도 안 되는 말이 먹혔을 때 이득이 있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이득이 있다면 교활한 녀석, 이득이 없다면 등신, 간단한 판별법 아니겠는가?
이 구분법은 일상생활을 할 때, 생각보다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아니, 와이케이는 상대와 꾸준히 함께하는 것으로 소문났잖습니까.”
“그건 노동자에 대한 얘기겠죠. 업체 간의 거래는 계약 기간에 한정됩니다.”
최철민은 지난 6개월 동안 최철규의 도움을 받아 와이케이 그룹 내부의 상황에 대해 배웠다.
그룹 문화와 더불어서 일이 돌아가는 방식.
덕분에 지금 유통업체 사장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니, 이사님. 이번에 계약이 해지되면 저와 우리 가족들, 그리고 가족과도 같은 직원들은 모두 굶어 죽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좀 만만해 보인다 싶은 갑의 계약 담당자에게 쓰는 을의 필살기.
하지만, 최철민은 호구가 아니었다.
“아까 주차장에 있는 사장님 차를 보니까 그럴 것 같진 않던데요?”
“예?”
“그거 비싼 차잖아요.”
최철민은 이미 오랜 기간 식당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진상과 진상들의 감성팔이를 겪어 왔다.
그야말로 격전의 인생을 살아왔는데 유통업체 사장의 감성팔이에 당할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아니, 그거야 영업을 위해서 타고 온 차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사장은 아차 싶었다.
마음이 급해서 자신의 차를 타고 달려왔는데, 생각해 보니까 직원의 싸구려 차를 빌려서 타고 와야 했다.
하지만, 이미 주차장에 떡 하니 주차되어 있는 자신의 비싼 차.
결국, 사장이 할 수 있는 것은 변명뿐이었다.
“글쎄요. 비싼 차 탄다고 영업이 되나요? 영업에 중요한 것은 품질과 가격이죠.”
“아니…, 다른 건 둘째치고 갑자기 계약을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뭔가 쳇바퀴를 구르는 것 같은 대화.
“3개월 전에 해지 통보를 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언질이라도 주셨어야죠!”
“물어보셨어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최철민.
만약, 이 유통업체 사장의 직원 중에 충성스러운 사람이 있었다면 와이케이에 미리 재계약에 대해 물어봤을 거다.
그리고 와이케이가 확답을 주지 않는다면 ‘사장님,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했겠지.
하지만, 사장은 직원들에게서 이러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
물론, 충성스러운 자들도 있긴 했다.
사장의 친인척들 말이다.
하지만, 사장의 친인척들은 이러한 행위를 미리 할 정도로 똘똘한 자가 없었다.
그야말로 자업자득.
평상시 직원들에게 가, 족같이 대해 놓고, 뭔가 아쉬운 상황이 있을 때 가족같이 대했다고 주장하는 유형이 바로 이 사장이었다.
“아무튼, 우리 와이케이는 재계약 의사가 없습니다.”
“가격 때문이면 맞춰 드리겠습니다!”
“산지에서 매입하는데 어떻게 맞추시게요. 품질이라도 낮추시게요? 아무튼, 나가세요.”
최철규가 이 광경을 본다면 얼마나 감동할까.
결국, 유통업체 사장은 쫓겨났고, 최철민은 그야말로 끈덕지게 찾아오는 유통업체 사장들을 전부 막아 냈다.
이제 와이케이는 산지에서 들어오는 싱싱하고 값싼 식자재들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조금 귀찮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필연이었다.
* * *
[와이케이 유통 대책 협의회]중회의실 앞쪽에 걸린 플래카드.
그리고 지금 이 중회의실에는 지금까지 와이케이에 식자재를 납품하던 유통업체의 사장들이 모여 있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저온 창고들이 산지에서 수급하기 위한 창고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와이케이에 한우를 납품하는 유통업체 사장의 말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사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습니다. 그쪽으로 물류를 모아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자체 유통을 위한 장소일 줄이야…….”
와이케이가 지은 저온 창고는 총 두 개.
함양에 하나, 그리고 충주에 하나를 지었다.
함양은 남부 지방 담당.
충주는 북부 지방 담당.
동시에 전국에 있는 계열사에 물류를 보내는 역할도 소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통업자들은 처음 와이케이가 저온 창고를 짓는다고 할 때,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는 했다.
어차피 유통업자인 자신들이 와이케이 백화점의 각 지점에 물류를 배송해 주는데 왜 굳이 저온 창고와 물류센터를 짓는단 말인가?
물론, 함양군수와 충주시장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그들 역시 와이케이가 자기들 동네에 짓는 이유를 몰랐다.
단지 와이케이가 하는 일이니까 뭔가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유통업체 사장들은 희망회로를 돌렸다.
[[[[[아! 저기로 배송해 달라고 하겠구나!]]]]]2020년에 이런 추론을 했다면 등신 소리 듣기 딱 좋았겠지만, 1993년에 이런 추론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장 택배 산업이 제대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이었으니까 말이다.
택배 산업이 발달하려면 전산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원래 역사에서는 90년대 후반에 가서야 이게 가능해진다.
그러나 와이케이는 90년대 초반에 이게 가능했다.
애초에 소련에 연구소까지 세워서 미친 듯이 기술을 쌓고 있는데 못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와이케이라는 거인의 위장이 작아서 그렇지, 와이케이는 국내 어떤 산업에 손을 뻗어도 능히 입에 넣고 씹어 삼킬 수 있는 거인이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러다가 우리 다 망하게 생겼어요.”
과일을 유통하는 사장의 말.
물론, 과일을 유통하는 업체가 한 곳이 아니다.
생각보다 꽤 많다.
다만, 이들이 하는 말은 딱히 누가 누구인지 구분을 하지 않아도 너무나 뻔했다.
“일단, 와이케이가 왜 산지 계약 방식을 택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쌀 유통업체 사장의 말에 잡곡 유통업체 사장이 답을 내어놓았다.
“당연히 가격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답은 간단한 거 아닙니까? 산지에 가격을 후려칩시다.”
그야말로 잔인하기 그지없는 쌀 유통업체 사장의 말.
다른 유통업체 사장들은 명안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우리가 현지 가격으로 납품을 해요? 이득이 안 남을 겁니다.”
닭고기 유통업체 사장의 말에 쌀 유통업체 사장이 미련한 곰탱이 보는 눈길을 보냈다.
“사장님, 상식적으로 와이케이가 우리 가격으로 산지와 계약을 맺었겠습니까? 지금 산지들이 괜히 우리에게 재계약을 안 하겠다고 소식을 전했겠냐구요.”
“아…….”
맞는 말이었다.
와이케이가 유통업체들과 재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전달한 것과 거의 동시에 산지들 역시 유통업체들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다.
“적어도 와이케이가 지금 가격으로 산지와 계약을 맺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이어지는 쌀 유통업체 사장의 말.
“우리의 이득은 줄겠지만, 와이케이에 가서 우리가 산지 가격에 납품하겠다고 협상하자구요. 이대로 이득 전부 버릴 셈입니까?”
[[[[[맞습니다!!]]]]]그야말로 입을 모아 합창하는 유통업체 사장들.
더불어서 쌀 유통업체 사장은 사실상 이들의 대표가 되었다.
* * *
물량을 계약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농장을 기준으로 든다면, 먼저 농장과 일정 분량에 대한 계약을 하는 것.
이것은 한 농장이 수확하는 전체 물량을 계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장은 유통업체마다 다른 가격으로 공급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유통업체와 농장의 관계가 자주 역전된다.
유통업체의 힘이 약한 시기라면 농장의 우세승.
유통업체의 힘이 강한 시기라면 유통업체의 우세승이 점쳐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만약, 와이케이가 산지와 ‘일부 공급량’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면 유통업체들은 산지를 후려칠 수 있었다.
[뭐야, 너 와이케이랑 직계약을 했다고? 좋아, 우리 너네랑 계약했던 거 전부 재계약 안 할게.]이러면 산지는 그냥 죽는다.
다른 공급할 유통업체라도 있으면 모를까, 유통업체들이 카르텔을 형성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납품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와이케이가 소요되는 물량 이상을 떠안아 줄 수도 없다.
그것은 경영 전략상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니까.
그래서 최철민은 두 번째 방법을 택했다.
그것은 바로 일부 공급량이 아니라, 산지 그 자체와 계약한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유통업체들이 해당 산지에 불이익을 줄 방법이 없다.
모든 물량을 와이케이에 주기로 했는데 무슨 수로 유통업체가 엿을 먹이겠는가.
다만, 이러한 계약은 와이케이 입장에서 마냥 좋은 방식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품질의 균일화가 어렵다는 점.
유통업체를 통해 물건을 받을 경우, 유통업체가 알아서 적당한 품질의 물건들로 정리해서 보내 준다.
하지만, 산지와 직접 계약을 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저품질의 물건도 섞이게 된다.
물론 고품질의 물건 역시 생기게 되지만, 고품질의 물건을 처리하면서 생기는 이점보다 저품질의 물건을 처리하는 데 드는 노고가 더 큰 게 보통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윤기는 산지 단위의 계약을 추진했고, 최철민은 이를 따랐다.
이것이 바로 상생하는 와이케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직 계약이 끝난 것도 아니고, 새로운 계약이 시작된 것도 아니다.
지금은 1993년 6월.
9월이 되기 전까지 승부수를 띄우려는 유통업자들과 그냥 이대로 9월까지 가려는 와이케이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 * *
쌀 유통업체 사장은 대표로 최철민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최철민에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배팅을 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산지와 맺은 가격을 말해 주면, 책임지고 해당 가격에 공급해 주겠다는 것.
솔직히 기업 입장에서 나쁜 제안은 아니었기에 최철민은 일단 윤기에게 가서 해당 제안에 대해 보고했다.
그렇다면 윤기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한창 숟가락으로 하윤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던 윤기는 싱긋 웃으며 딱 다섯 글자만 이야기했다.
“무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