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42)
642화 풍선효과? (1)
“알겠습니다. 회장님, 한 가지만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두 가지도 괜찮아요.”
씨익 웃으며 테이블에서 찻잔을 집어 녹차를 한 모금 마시는 윤기.
옆에서는 소소한 윤기의 농담이 조금 웃겼는지 메릴이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업이라는 게 원체 재밌질 않으니 일을 할 때 굳이 메릴과 함께하지 않았던 윤기.
반면, 요새는 메릴과 함께하는 일이 잦았다.
일반적인 인식으로 생각했을 때, 굉장히 의아한 모습.
[아니, 당신은 집에까지 일을 가져와?!]하지만, 메릴은 윤기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윤기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에 둘은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유통업자들은 회장님이 이러한 방식을 쓰실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걸까요?”
“상황을 보아하니 그런 거겠죠? 아마, 유통업자들 머리에는 ‘이익’이라는 단어가 꽉 차 있을 거예요. 그렇다 보니, 손해를 보고 판다는 생각 자체를 떠올릴 수 없는 거죠.”
윤기의 설명은 이어졌다.
“집단이 다양한 의견을 내지 못하고, 한 가지 의견이 중심이 되면 흔히 저지르는 실수예요. 물론, 다양한 의견을 내는 게 꼭 좋은 상황만 만들어 내는 건 또 아니지만요.”
윤기의 분석은 정확했다.
만약 유통업자들이 조금만 이성적이었다면,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면.
와이케이 백화점 뒤에 있는 윤기의 존재에 조금 더 집중했을 거다.
[우리가 돈으로 최윤기 회장을 이길 수 있을까?]물론, 유통업자들에게 처음부터 승산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윤기가 산지와 계약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저온 창고를 만들고 있을 때, 이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익을 내려놨다면?
발 빠르게 산지들에 납품가를 올려주고 했다면, 윤기는 ‘어라, 이거 좀 애매한데?’ 하면서 그냥 유통업자들과 다시 계약했을 거다.
하지만, 이들은 그러지 못했고, 상황은 이렇게 흘러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 그래서 유통업자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것이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류근태.
류근태는 와이케이 백화점 지점들에 해양마트, 그리고 해피마트보다 식자재 가격을 아주 쪼끔만 싸게 팔라는 지시를 내렸다.
* * *
백화점에서 물건의 가격이 실시간으로 본 적이 있는가?
아마, 푸드코너에서는 본 적이 있을 거다.
저녁 9시가 되면 20퍼센트짜리 세일 딱지를 붙이는 푸드코너 직원들.
물론, 20퍼센트 딱지를 붙여도 가격이 만만한 편이 아니기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고객들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10시까지도 안 팔리는 물건이 있다면 30퍼센트 할인 딱지가 붙는다.
이때부터 진정한 눈치싸움의 시작.
11시가 되면 붙을 40퍼센트 혹은 50퍼센트 딱지가 있는데, 이걸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못 사는 손님들이 존재한다.
남는다 하더라도 아무도 원하지 않는 맛없는 상품이 대부분.
그런데 와이케이 백화점은 푸드코너의 음식이 아니라 식자재에 시가를 도입했다.
[와이케이 백화점, 시가 이벤트!] [본 이벤트는 당일 종료될 수도 있으니, 이점 양해 바랍니다.]유통업자들보다 딱 1원만 싸게 파는 것이 목적인 이 이벤트.
따라서 가격이 올라갈 일이 없었기에 시가 이벤트라기보다는 세일 이벤트가 더 맞았지만,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류근태는 단어를 좀 보수적으로 사용했다.
더불어서 모든 식자재에 대해 이 이벤트를 도입한 건 아니다.
[류근태 사장님, 제가 밑의 애들 데리고 해양마트와 해피마트를 둘러봤습니다.아주 조은 품목과 더 조은 품목은 세일할 필요가 없겠어요. 지금 두 마트에 들어가는 식자재의 품질은 대부분 조은 품목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최철민이 해 온 환상의 어시스트.
덕분에 류근태는 불필요한 세일 품목을 줄일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윤기가 볼 손해 역시 줄어들었다.
그리고….
[[[[[야! 와이케이 백화점 물건값이 더 싸대!]]]]]기본적으로 와이케이 백화점은 멤버십 제도가 존재한다.
식자재 말고도 다른 제품 역시 12퍼센트 할인하는 제품들이 많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제품이 대한민국 최저가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경쟁에 있어서 우위를 가지는 제품들이 많은 것도 사실.
따라서 식자재 가격 때문에 해양마트와 해피마트를 가던 손님들이 순식간에 다시 와이케이 백화점으로 유턴했다.
그리고 당연히 유통업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 * *
윗대가리가 판단을 잘못 내렸을 때, 다음 일은 어떻게 진행될까?
윗대가리가 잘못을 인정하고, 빠르게 대책을 세운다.
윗대가리가 자신의 정책을 더욱 가열차게 밀어붙인다.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아마 쉽게 정답을 맞힐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이 2번이다.
그 이유는 역시 ‘책임’ 회피.
일단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제대로 안 해서 그렇다!’라며 자신이 추진한 정책을 더욱 가열차게 밀어붙인다.
당연히 정재필 역시 연합회 회장이라는 감투를 쓴 만큼, 딱 이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회장님, 이거 괜찮은 겁니까? 와이케이가 가격을 내렸어요. 아니, 저게 말이 되는 가격이에요?”
자신들이 말이 안 되는 가격으로 상대를 때리는 건 괜찮지만, 상대가 자신을 때리는 건 안 된다는 유통업자의 논리.
다른 유통업자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럽다는 눈초리로 정재필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찬가지로 걱정스러운 속마음과 달리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정재필.
“지금 와이케이가 하는 행동은 모두 허세일 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와이케이가 얼마나 저 가격을 유지하겠습니까? 영업이라는 게 돈을 벌려고 하는 건데, 저거 절대 오래 못 갑니다!”
이 말을 자신들에게 적용하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데, 왜 이것을 모르는 척할까.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애써 외면하는 건지는 정재필, 그리고 다른 유통업자들만이 알겠지.
“그렇다면 회장님 말씀은 혹시…?”
한 유통업자의 말에 정재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좀 더 가격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역시 손해를 봐야 합니다.”
“여러분, 조금만 더 하면 됩니다. 이번에 손해를 보면, 이기고 나서 그 손해를 메꾸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어지는 정재필의 말.
“그리고 우리는 다수입니다. 서로가 조금씩 손해를 감당하면 되는데, 와이케이는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정재필은 이미 연합회에서 자신의 세력을 꽤나 닦아 놓은 상황이었다.
이미 해피마트, 그리고 해양마트의 사장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끈이 생겼으니, 권한이 막강해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따라서 정재필은 이를 통해 이익을 볼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정재필에게 아부하는 유통업자들 역시 생긴 상황이었다.
“회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우리 다 같이 조금만 더 회장님의 말씀을 따라 봅시다!”
갑자기 일어나 정재필의 말에 동조하는 한 명의 유통업자.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조건 이깁니다. 우리는 다수이지 않습니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통업자 하나가 또 일어났다.
“그렇습니다! 사나이가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야말로 정재필의 말이 옳다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일부 유통업자들.
이에 따라 다른 유통업자들 역시 대세에 따르게 되었다.
[[[[[가즈아!!]]]]]유통업자들은 드디어 손해를 감수하기 시작했다.
* * *
“응, 또 내리면 돼.”
보고를 받은 류근태의 말.
원래 남의 돈을 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법이다.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겠지만, 그 어떠한 부담도 책임도 없다면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소고기는 법인카드로 동기들끼리 먹는 소고기인 것처럼, 예산의 제한 없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도 꿀잼을 보장한다.
[걱정 마세요. 와이케이 백화점은 돈이 많고, 만약에라도 그 돈이 다 떨어지면 제가 와이케이 백화점에 돈을 빌려주면 되니까요.]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샘물인 윤기의 자금력.
덕분에 류근태는 마음 편하게 유통업자들이 내린 가격만큼 가격을 실시간으로 내렸다.
애초에 최철민이라는 희대의 ‘시세 측정기’가 있는데, 무엇을 걱정할까.
하지만, 유통업자들은 포기하지 못했다.
또다시 가격을 내린 것이다.
“응, 또 내릴 거야~”
류근태는 큭큭 웃으며 다시 가격을 내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연히 좋아 죽는 와이케이 백화점의 손님들.
“와, 이 이벤트 천년만년 계속했으면 좋겠다!”
“나, 와이케이 백화점 사장님한테 뽀뽀해 주고 싶어!”
“나도!”
“나도!”
“나도오-!”
여기저기 빈 공간을 드러내는 와이케이 백화점의 식자재 매대들.
이러한 현상은 ‘더 조은 상품’과 ‘아주 더 조은 상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아, 싼 것들은 다 나갔네…….”
“그냥 돌아가기는 그런데, 이것들이라도 사 갈까? 품질은 확실히 좋잖아.”
“그래야겠지?”
그야말로 텅텅 비기 시작하는 와이케이 백화점의 매대들.
류근태는 페르난데즈에게 부탁해서 빠르게 대책을 강구했다.
“아, 그거요? 좋은 방법이 있죠.”
디자인을 통한 정보 전달에 아주 뛰어난 역량을 가진 페르난데즈.
이야기를 들은 즉시, 페르난데즈는 메릴랜드의 마스코트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곧바로 식자재가 품절된 매대에 설치되기 시작하는 메릴랜드의 플라스틱 마스코트 판넬들.
[고객 여러분 품절이에요. 내일은 다시 채워 넣을게요!]귀엽게 생긴 캐릭터, 메릴랜드의 마스코트가 이렇게 사용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덕분에 텅텅 빈 식자재 코너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을 일정 부분 상쇄해 주었다.
물론 100퍼센트 상쇄해 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백화점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성공.
그렇다면, 납품업자들은 여기서 가격을 또 내렸을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이미 가격이 너무 낮아서, 물건을 들여놓았다 하면 순식간에 다 팔리는 상황.
따라서 가격을 내리는 것에 대한 효과가 사라지는 경계에 이미 도착해 버렸다.
더군다나 세 번째 문제점이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장님, 유통업자들 이러다가 큰일 나겠는데요?”
최철민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직책 특성상 류근태하고 자주 만나게 되었다.
따라서 사장실에서 커피 한잔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요즘.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는 최철민을 향해 류근태가 궁금하다는 듯 반문했다.
“그래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네, 제 와이프가 와이케이 본사 직원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거 아시죠?”
“그냥 일하시는 게 아니죠. 얼마나 소문이 자자한데요. 직원들이 이쪽으로 데려오면 안 되냐고 할 정도예요.”
“크으, 어쩐지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아무튼, 와이프가 직원식당에서 밥 만들다가 가끔 재료가 부족해지는 일이 있어요.”
“아, 그러면 거기서 끝 아닌가요?”
“원래는 그런데, 윤기가 자율권을 좀 줬거든요. 그래서 제가 안 바쁜 시간에는 와이프 부탁받고 근처 시장 가서 급한 대로 재료를 사 와요.”
“오….”
박경자와 최철민의 성실성에 놀라는 류근태.
“그러다가 알게 된 건데, 지금 소매점들에서 팔고 있는 식자재들의 품질이 엄청나게 올랐어요. 이유가 뭐일 것 같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