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43)
643화 풍선효과? (2)
“아! 뭔지 알 거 같습니다.”
류근태는 최철민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따라서 바로 이어지는 류근태의 말.
“유통업자들이 대형마트에 밀어내기를 하고 있군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
기본적으로 대형마트는 유통업자들에게서 물건을 받을 때, 품질 검수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좀 애매하다.
대형마트가 엄청나게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납품받고 있는 상황.
따라서 품질이 개발새발이어도 대형마트 입장에서 유통업자들에게 뭐라고 하기가 뭣했다.
그렇다면 품질이 왜 낮아진 걸까?
뻔하다.
지금 유통업자들은 조별과제를 하고 있는 상황.
괜히 ‘나 하나쯤이야’라는 말이 왜 표어 대회에서 스테디셀러이자 밀리언셀러겠는가?
유통업자들은 손해 보기를 죽기보다 싫어해서 와이케이에 대항했다.
그런데, 와이케이와 싸우면서 출혈이 생긴다?
다들 모인 회의에서야 ‘옳소!’, ‘옳소!’ 하고 외쳤지만, 속내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유통업자들은 대형마트에 보내는 품질을 낮추고, 도매업자들에게 좋은 품질의 물건을 보냈다.
도매업자들에게서는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아, 이거 품질 보라니까. 요새 쉽게 못 구해.]심지어 정재필조차도 이러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
집단의 우두머리가 이 꼬라지인데 다른 유통업자들은 오죽할까.
덕분에 도매업자를 통해서 소매업자들에게 전달되는 식자재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대폭 상승했고, 두 곳의 마트에 전달되는 식자재의 품질이 대폭 하락했다.
그리고 이것은 곧 소비자들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 * *
“아니, 배추 상태가 이게 뭐야?”
그야말로 축 늘어져 형태조차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배추.
배추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이건 뭐, 영양실조 걸린 당근인가?”
그야말로 뼈만 남은 것 같은 당근.
“이 감자는 너무 작아서 입이 아니라 코로 먹을 수도 있겠다!”
씨감자도 아닌데 씨감자보다 작은 감자.
당연히 해양마트와 해피마트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어하며 바로 마트를 떠났다.
더군다나 이러한 악영향은 식자재에서 끝난 게 아니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동선은 어떻게 될까?
기본적으로 식자재는 가장 나중이다.
냉장식품, 냉동식품을 사야 하는데, 괜히 가장 먼저 사서 돌아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자재마트에 도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쇼핑카트에 일용품, 혹은 전자제품을 담은 상황이었는데, 상황이 변했다.
“여보, 이러지 말고 그냥 와이케이 백화점 가자. 거기 1년에 2만 원만 내면 싸게 살 수 있대.”
“좀 멀지 않아? 당신 운전하기 피곤하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선을 넘었지. 내 월급으로 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 사는 걸 용납할 수가 없어.”
“나야 당신이 괜찮다면 괜찮아.”
쇼핑하고 있던 카트를 그냥 마트 여기저기 방치한 채 떠나는 손님들.
덕분에 해양마트와 해피마트의 직원들은 난리가 났다.
심한 경우, 식자재가 들어있는 카트까지 두고 사라지는 고객들.
김응모는 이러한 상황들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저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습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김응모.
혹시 모를 해양그룹 회장의 괴롭힘에 대비하여 류근태의 집에서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었기에 류근태에게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확실히 선견지명이 있으셨네요.”
“솔직히 뻔했죠. 최윤기 회장님의 돈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유통업자들이 왜 나서서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하겠습니까. 다 꿍꿍이가 있으니 하는 거죠.”
한숨을 내쉬는 김응모.
그 모습에 류근태가 살짝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쉬우시죠…?”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응모.
“아쉽지 않다면 당연히 거짓말이겠죠. 제가 어떻게 키운 해양마트인데요. 와이케이 백화점의 지점들이 영향을 끼치는 지역을 일일이 분석하면서 일으킨 회사예요.”
김응모의 말이 이어졌다.
“와이케이 백화점의 경영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어떤 상품을 놓는 것이 좋은지 다 생각하면서 세웠죠. 그런데, 저 꼬라지가 나다니…….”
“그렇다면 해양마트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와이케이에 오면 대부분 잘 적응할 수 있겠네요?”
바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는 김응모.
“그렇습니다.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양 마트는 조만간 일부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구요.”
“맞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서 고객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매출이 하락했으니 분명 내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제가 아니라 그 머저리 형이 손대기 시작했으니 결국 망하게 되겠죠.”
류근태 입장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 와이케이로 데려올 수 있도록 회장님께 건의하겠습니다.”
“오, 그렇다면 제 마음이 아주 편해질 것 같습니다.”
“물론, 직책이 많이 달라질 거예요. 현재 와이케이에서 일손이 부족한 곳은 물류센터 쪽이거든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나 봐요.”
“애초에 돈은 쉽게 버는 게 아니니까요.”
원래 일하던 보직까지는 책임질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는 김응모.
“아, 물론 절대 영입해서는 안 되는 직원들도 있으니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알려 드릴게요. 이미 일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짜증 나도 쓸 수 있겠지만, 짜증 나는 백수를 굳이 영입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역시 어느 회사에나 지뢰는 있는 법이다.
* * *
지금까지 벌어진 세 가지 문제점.
그런데, 보너스로 네 번째 문제점이 벌어졌다.
“사장님, 와이케이 백화점 인천 1지점 인근 상인회에서 사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비서의 보고에 류근태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무언가 떠올렸다.
“상인회? 최근에 이야기를 들은 게 있긴 한데…, 구체적으로 왜 만나러 온 거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요.”
“내가 직접 만나긴 그렇지. 과장급 하나 보내서 이야기를 들어 봐.”
“알겠습니다.”
인천 1지점 부근의 상인회 사람들이 본사까지 찾아와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전국 연합이라면 모를까, 인천, 그것도 1지점 근처의 상인회가 만나자고 한 것이었기에 류근태는 과장 선에서 일을 처리했다.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본점 과장쯤 되면 할 일이 엄청나게 많기에 바로 본론을 물어보는 박 과장.
약속을 잡고 온 것이 아니라 대뜸 찾아와서 ‘사장 나와’를 시전한 상대였기에 박 과장은 통성명조차도 하지 않았다.
물론, 상인회 회장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여지가 사라졌기에 못내 아쉬운 상황.
하지만, 아쉬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인회 회장은 지금 이 자리에 놀러 온 게 아니라 많은 상인들의 희망을 안고 이곳에 온 것이었으니까.
“이렇게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점으로 찾아갈까 하다가 이번 일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들어서 이런 행동을 해 버렸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갑자기 찾아온 것치고는 생각보다 예의를 갖추는 상인회 회장.
이 사람도 자신이 결례를 저질렀다는 것쯤이야 알고는 있었다.
단지, 지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럴 뿐.
“네, 말씀하세요.”
박 과장 역시 상대의 행동에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아까는 쌀쌀맞은 기계와도 같았다면 지금은 중립적인 기계와 같은 느낌이랄까?
“감사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세일이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걸 물어보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물어보시는 것을 모두 답변해 드리기는 어렵기에 이유가 필요합니다.”
박 과장의 말에 상인회 회장은 바로 울먹였다.
“진짜…, 미치겠습니다. 요즘 와이케이 백화점 지점이랑 대형마트 두 곳에서 미친 수준의 출혈 경쟁을 하고 있으니 손님들이 시장으로 안 와요.”
이어지는 상인회 회장의 말.
“게다가 유통업자들이 가져오는 물건들이 하나 같이 상등품이라서 가격도 만만치도 않은데, 손님이 안 오니 고스란히 재고로 남고 있습니다. 이러다 우리 다 망하게 생겼어요. 제발 살려 주십시오…….”
허리를 깊이 숙이는 상인회 회장.
실제로 지금 시장 상인들의 월 매출은 그야말로 바닥을 찍고 있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구하지 못해 시장으로 온 사람들도 왜 이렇게 비싸냐며 어깃장을 놓는 상황.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전국의 시장들이 싹 망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아, 우리 와이케이 백화점은 현재 해양마트와 해피마트의 가격보다 1원만 더 싸게 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두 곳이 갑자기 이유 없는 출혈 경쟁을 시작했으니까요.”
순간 상인회 회장은 굉장히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이 해양마트와 해피마트 때문이란 말인가요?”
“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와이케이 백화점이 먼저 가격을 올리면 두 곳에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습니까?”
박 과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우리 와이케이 백화점은 식자재의 산지 구매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유통업자들이 해양마트와 해피마트에 식자재를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납품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상인회 회장은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유통업자들은 와이케이가 먼저 시작한 거라고 우리한테 말했는데…….”
“아닙니다. 유통업자들에게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가격과 관련한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요구해 보십시오. 지금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건 해피마트와 해양마트가 아니라 유통업자들입니다.”
“이런, 씨…….”
유통업자들을 조져야 가격이 정상화된다고 정확하게 전달한 박 과장.
“죄송합니다만, 제가 그리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서요. 이만 일어나도 되겠습니까?”
“아…, 네! 만나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상인회 회장 역시 뭔가 할 일이 떠올랐는지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 * *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발생했다.
하나는 해피마트와 해양마트의 경고.
너무 심각할 정도로 납품되는 물건들의 상태가 메롱해지자 유통업자들을 향해 경고한 것이다.
더불어서 일부 유통업자들은 소매상인들에 의해 골통이 박살 났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박살 났다.
[개색갸! 네가 마트끼리 싸우는 거라매!]도매상인을 거치지 않고 유통업자에게서 바로 물건을 떼오는 소매상인들도 많았던 만큼, 그 분노는 어마어마했다.
갑자기 시작된 유통업자들에 대한 폭행 사건.
덕분에 경찰들이 바빠졌다.
“이야, 유통업자 연합회 회장이라 그런지 많이도 맞으셨네.”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연합회 회장 정재필의 모습.
그만큼 소매상인들의 분노는 매콤, 아니 매서웠다.
“이거 지금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겠는데요?”
보조하는 순경의 말에 경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다음에 다시 오자.”
연합회 회장이 이 꼬라지가 되었으니, 다른 유통업자들은 오죽할까.
그렇기에 유통업자들은 겁에 질려 어물쩍 기존처럼 상황을 돌렸다.
다른 두 곳의 마트 역시 싸게 납품받는 계약을 파기했다.
계속 유통업체를 조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봤자 제대로 된 물품이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승리한 것은 와이케이 백화점.
그리고 고객들은 너무나 아쉬워했다.
“아…, 진짜 행복했는데….”
“그러게…….”
순식간에 원상 복구된 가격.
그러나, 미래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해양마트 상품 쓰레기야.] [해피마트도 똑같아.]한번 박힌 이미지를 되돌리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더군다나 좋은 식자재를 들여오자니 지금 유통업자들 상태도 영 좋지 않아서 해당 방법을 쓰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유통업자들 역시 위험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계약이 많이 남은 산지들조차도 와이케이에 찾아가 자신들과 거래해 줄 수 있냐고 묻는 판국이었으니까 말이다.
“회장님, 식자재 가격을 기존보다 살짝 올려볼까요?”
류근태의 현실적인 조언에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국민들한테 선물한 셈 치죠.”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윤기.
그렇다.
서준이와 하윤이의 돌잔치가 바로 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