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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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화 너 내가 다 봤어 (2)
“으, 으아아아아아!”
상식적으로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자신의 차 앞 유리에 미친 듯이 머리를 박는데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기자는 비명을 질렀지만, 사내는 계속해서 유리에 머리를 박는 데 여념이 없었다.
쿵! 쿵쿵! 쿵!
쩌적 쩌적 하고 갈라지는 앞 유리.
그리고 마침내, 사내가 갑자기 스르륵하면서 유리와 본네트에 흐르듯 미끄러져 차 앞에 쓰러졌다.
털썩
만약, 이 상황을 누군가 봤다면 그나마 목격자라도 있었겠지.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하필이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섰다.
“꺄아악!”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하이힐 신은 여성이 하필 지금의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아, 아냐! 아니라고!’
운전석 유리를 통해 아니라며 고개를 흔든 기자.
하지만, 여성은 그걸 ‘신고하지 마라’라는 가해자의 신호로 이해했는지, 다급히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필시 112나 119에 신고하는 것이겠지.
지금은 기자의 행동을 오해한 만큼, 119보다는 112에 신고했을 가능성이 컸다.
‘어, 어떡하지? 도망쳐야 하나?’
진정으로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도망쳤는데, 나중에 경찰에 잡힌다면?
100퍼센트 뺑소니로 조사를 받게 되겠지.
그런데, 지금 가만히 있는다면?
경찰이 와서 교통사고를 낸 것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야말로 머리가 어질어질한 기자.
잠시 후, 경찰이 도착한 순간, 기자는 다시 한번 머리가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단 서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살짝 뒤에 도착한 119는 쓰러진 남성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고, 기자는 경찰과 함께 경찰서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 * *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벌어진 기막힌 일에 대해서 대단히 이성적이다.
[나라면 안 그랬을 거야.]하지만, 이러한 생각만큼 위험한 생각이 없다.
직접 그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비슷한 행동을 하기 마련.
이것은 통계가 보증한다.
따라서 ‘나라면 안 그랬다’라는 표현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일종의 우월감을 가지기 위한 행위.
실제로 지금 경찰 앞에서 억울한 표정을 짓는 기자 역시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상황에 처하자, 당연히 논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기자였다.
“아니, 진짜 제가 친 게 아니라니까요?”
“아니…, 뻔히 피해자가 있는데 무슨 소리세요. 그냥 인정하세요. 횡단보도에서 사고 낸 거잖아요. 보니까 차량도 횡단보도를 침범해 있던데.”
2020년조차도 횡단보도 기다리다 보면, 횡단보도를 반쯤 침식하고 있는 차량을 흔히 볼 수 있다.
블랙박스와 CCTV가 편의점보다 많은 시대에도 이런데, 90년대에는 오죽할까.
대한민국에서 운전자 과실비율이 높은 이유가 바로 90년대와 2000년대에 벌어진 일들 때문이다.
[저 사람 무단횡단했다니까요.]사람 쳐놓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교통사고 가해자들.
이래 놓고 나중에 목격자, 우연히 있었던 CCTV, 과학 수사를 통해 거짓말임이 드러난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운전자 과실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거다.
CCTV와 블랙박스가 겁나게 많은 2020년에도 이유 없이 과실이 높은 것은 수정이 좀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 사람이 갑자기 달려와서 제 차에 박은 거라니까요?!”
기자의 말에 경찰이 피식 웃었다.
“아니, 세상에 그런 미친놈이 어디 있어요. 그냥 인정하세요. 여기서 이렇게 계속 부인하시다가 법정 가시면 형량만 높아져요.”
“아, 미치겠네.”
답답함에 환장하던 기자는 갑자기 휴대폰으로 걸려 오는 전화에 경찰을 바라보았다.
“지, 직장 상사인데 받아도 되죠?”
“뭐…, 받으세요.”
기자는 바로 휴대폰을 열었다.
“예, 편집장님. 아니, 제가 지금 사고가 나서요. 경찰서에 있어요. 네? 사람 쳤냐구요? 아니, 친 게 아니라…….”
기자는 상사에게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모습에 경찰은 가해자가 감성팔이를 한다고 여겼는지 한심하다는 눈빛을 지었는데, 갑자기 반전이 시작되었다.
“네? 블랙박스 있지 않냐구요? 아!”
갑자기 기자의 머릿속이 확 하고 밝아졌다.
그렇다.
사람에게 좋은 판단력이 생기는 것은 희망이 보일 때지, 절망이 가득할 때가 아니다.
이래서 ‘나라면 안 그랬을 텐데’라는 말을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거다.
[이 장치는 운전 중 평소와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상황을 제한적으로 기록해 주고, 짧은 시간이지만 영상을 녹화합니다.]기자가 기억해 낸 윤기가 했던 말.
“자, 잠깐만요! 제 차에 블랙박스 있어요!”
“블랙박스요? 그거 비행기에나 있는 거잖아요.”
“아니, 차량용 블랙박스요! 저 최윤기 회장님한테 받았어요!”
“예? 당신이 그걸요?”
윤기가 서준이와 하윤이의 돌잔치 때, 블랙박스를 공개했다는 것은 전국적으로 기사가 게재되었다.
따라서 경찰 역시 그걸 떠올리고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아, 통화하는 거 들어 보니까 기자인 거 같던데 그렇다면야…, 기자 신분증 있어요?”
“네, 네!”
조서 작성 중에도 경황이 없어 자신이 기자라는 것을 밝히지 못했던 기자는 빠르게 자신의 기자 신분증을 보여 주었다.
“아, 기자 맞으시네요. 그런데 정말 차량용 블랙박스가 있어요?”
“있다니까요!”
블랙박스를 설치받을 때 어떻게 분리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영상을 확인하는지에 관해서도 설명을 들었던 기자.
기자는 자신의 기억력에 감사하며 경찰과 함께 자신의 차량으로 향했다.
“일단 수갑은 어쩔 수 없는 거 아시죠?”
“예, 뭐….”
속으로 기가 차는 일이지만, 사실 이 경찰이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 맞다.
증거주의.
만약, 이 경찰이 정말 부패 경찰이었으면 기자에게 돈부터 요구했을 것이다.
무단횡단 사고로 만들어 줄 테니 돈을 달라고 말이다.
이 경찰은 단지 증거로 대부분을 판단할 뿐이다.
어쨌거나 경찰관이 발견한 최초의 상황이자 기록 증거는 기자의 차 앞에 피투성이의 쓰러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이게 블랙박스예요? 그런데 이걸로 어떻게 뭘 증명할 수 있어요?”
사고가 아니었기에 당연히 무사한 블랙박스.
“경찰서에 영상 출력 장치 있죠?”
“그게 없으면 경찰서라 할 수 없죠.”
“다시 가요. 거기서 보여 드릴게요.”
다시 경찰서로 향하는 두 사람.
“이거 제가 운전사가 된 거 같네요.”
경찰의 말에 기자는 솔직히 짜증이 났지만 참았다.
그야말로 극명한 온도 차.
경찰 입장에서는 그냥 자기 ‘평소 업무’를 하는 거고, 기자 입장에서는 ‘개빡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이거면 돼요?”
기자가 말한 영상 출력 장치를 가져온 경찰.
기자는 바로 블랙박스를 연결했다.
그리고 잠시 후.
좋지 않은 화질이지만 상황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프레임도 고작해야 24프레임.
하지만, 경찰이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갑자기 차를 향해 달려오더니 본네트를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박아대는 장면이 명확하게 찍혔다.
딱 20초짜리 영상.
시대 기술의 한계상 이것보다 긴 영상은 찍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20초짜리 영상이 경찰의 태도를 바꿨다.
“……죄송합니다.”
* * *
[블랙박스가 운명을 바꿨다.]이 기사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블랙박스를 선물 받기가 무섭게 발생한 엄청난 사건.
[감사합니다, 최윤기 회장님.본 기자는 얼마 전,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님에게 차량용 블랙박스를 선물 받았다.
블랙박스는………….
…………하여 본 기자는 무죄를 증명할 수 있었다.
공갈 협박 가해자는 최근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이었으며……]
실제로 차량이나 오토바이 전문 공갈 협박단이 거의 멸종한 이유가 바로 블랙박스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흔히 발생했던 공갈 협박 사례.
그냥 천천히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에 갑자기 뛰어들어 놓고 협박하는 것들이 정말로 많았다.
그런데 2010년대에도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바로 교도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기 때문.
공갈 협박으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출소한 자들이, 출소하기가 무섭게 정차한 자동차에 달려들어 공갈 협박하다가 산지 직송으로 교도소에 가는 경우가 은근히 발생한다.
만약, 윤기가 블랙박스를 선물하지 않았다면?
해당 기자는 보도를 횡단하는 무고한 민간인을 차로 친 희대의 쌍놈이 되었겠지.
하지만, 윤기가 살렸다.
그렇기에 기자는 정말 감사를 가득 담은 기사를 써 냈고, 이러한 기사가 전국을 강타했다.
[블랙박스 어디서 살 수 있어요?]기자가 근무하는 신문사에 미친 듯이 들어오는 문의.
안타깝지만, 블랙박스는 아직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가격도 너무 비싸서 판다고 해도 서민은 도저히 살 수 없는 물건.
그런데, 또다시 블랙박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사건이 발생했다.
* * *
저번 돌잔치에 참석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부자인 것은 절대로 아니다.
애초에 윤기의 직계 혈족과 그 혈족과 결혼한 사람들이 유복한 거지, 그냥 핏줄로만 단순히 연결된 경우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윤명철처럼 윤기의 사촌의 외사촌인 경우도 존재한다.
물론, 윤명철이야 집안이 부자였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윤명철의 사례.
따라서 그냥저냥 소시민적인 일상인 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한재용이 이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냥 평범한 회사의 평범한 영업직.
운 좋게 추첨에 당첨되어 블랙박스를 받았기 때문에 한재용은 요즘 기분이 좋았다.
[여보, 그냥 블랙박스 팔면 안 돼요? 그거 요새 부자들이 못 구해서 안달이라는데.]당연히 한재용은 거절했다.
‘이거 팔았다가 나중에 내가 팔았다는 거 들키면 어떻게 하려고?’라고 말을 했더니 바로 납득한 아내.
더군다나 최근 기자 하나가 쓴 기사 덕분에 아내는 마음을 확실히 바꿔서 한재용에게 ‘절대 팔지 마세요’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무래도 남편이 영업직인 만큼 여러모로 걱정이 되었겠지.
“사고 나도 난 아무 문제 없어~”
좋은 기분에 그냥 적당히 흥얼거리는 한재용.
하지만, 이런 말이 ‘해치웠나’와 같은 효과를 불러왔다.
“뭐, 뭐야!”
자동차 전면 유리를 통해 보이는 자동차 한 대.
문제는 그 자동차가 트렁크를 보이는 게 아니라, 본네트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도로를 역주행해서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말이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따라서 한재용은 급하게 운전대를 돌려 상황을 모면했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폭주 역주행 차량.
하지만, 동시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쿵-!
한재용의 귓가에 들려오는 아주 묵직한 소리.
“으, 으악!”
시야에 보이는 것은 자신의 차량에 치인 여고생의 모습이었다.
정신은 분명히 잃은 상태지만, 몸에서 경련까지 일으키고 있는 여고생의 모습.
한재용은 기겁하며 차에서 튀어나와 여고생이 쓰러진 위치로 향했고,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폭주 차량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폭주 차량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