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50)
650화 결말이지만 시작입니다 (完)
법정에서 블랙박스의 영상을 확인하는 9명의 배심원들.
고등법원이었지만, 한재용 입장에서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재판이었다.
일반인이 재판만 네 번.
얼마나 죽고 싶을까.
하지만, 드디어 한재용에게 구원의 빛이 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역주행 차량 때문에 사고 난 건데요?]배심원 9명 중 9명의 의견.
따라서 해당 증거는 ‘역주행 차량의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것이 바로 ‘증거 배심원제’.
윤기는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배심원제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게 된 윤기.
그 결정타가 된 것은 다름 아닌 L.A 폭동의 기폭제가 된 사건이었다.
분명 배심원제의 긍정적인 부분은 존재한다.
하지만, 배심원제는 판결을 시장 상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국민들이 보기에 불쌍하다 싶으면 무죄.
아무리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무죄가 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서 위조지폐범이 있다고 치자.
한 100억 원 정도 위조한 지폐범이면 어떨까?
그런데, 이 위조지폐범이 어려서부터 너무나 힘든 가정사를 보냈다.
그러면?
배심원제에서는 무죄가 뜰 수도 있다.
위조지폐란 한 나라의 경제를 개박살 내는, 있어서는 안 되는 범죄.
그런데, 국민들 입장에서 당장 감정적으로 공감되지 않는 범죄라면 배심원제에서 감성팔이로 사면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서 전과 5범 출신의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무고한데, 기소가 되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해당 사건의 증거가 아니라, 전과 5범이라는 이유 때문에 유죄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윤기는 배심원제를 수정하고 보완해서 증거 배심원제를 도입했다.
오로지 증거에만 배심원을 두는 방식.
변호사나 검사 모두 총 3개의 증거까지 배심원제를 신청할 수 있다.
9명 중 6명 이상이 같은 의견을 내어놓으면, 판사는 해당 증거를 반드시 배심원들의 의견대로 판단해야 한다.
반면, 5명 이하로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면?
해당 증거는 판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다.
그리고 이러한 증거 배심원제는 블랙박스나 CCTV 등을 판별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기소했는데 지면 승진이 막히니까 무죄가 명확한 CCTV를 보고도 무조건 유죄라 주장하는 검사.
운전해본 적도 없으면서 ‘피할 수 있었는데?’라고 주장하는 판사.
이러한 부류를 막기 위해 도입한 배심원제.
그 첫 번째로 한재용의 재판이 선택된 것이다.
그리고 9명 중 4명이 면허증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운전을 자주 하는 배심원들.
무작위로 선발하는 덕분에 면허증을 가진 배심원들도 적절히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배심원들이 보기에 한재용은 무죄.
따라서 한재용은 무려 네 번의 재판 만에 무죄 선고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두 달 이상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던 것에 대해 나름의 보상금을 받았다.
그야말로 억울한 사람을 없애는 데 주력하는 윤기의 사법개혁.
어찌 보면, 플랜A나 플랜B보다 지금 이 사법개혁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맑게 해 줄 것이 분명했다.
미래에 말도 안 되는 무죄로 끝날 사건들이 이 ‘증거 배심원제’ 덕분에 제대로 된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겠지.
더불어서 억울한 유죄 역시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흐아아, 정말이지, 한가하네요.”
테라스 의자에 몸을 눕힌 상태로 기지개를 쭉 켜는 윤기.
물론, 아직도 육아로 바쁘긴 했지만, 그래도 짬짬이 이렇게 휴식을 취할 여건이 생겼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 네가 생각할 거리가 많이 사라지긴 했네.>
“그렇죠?”
기분 좋게 포도 주스를 들이키는 윤기.
실제로 이제 윤기는 어떠한 일을 할 때, 누군가의 눈치를 볼 일이 많이 사라졌다.
그나마 눈치를 본다면 국민의 눈치 정도?
하지만, 윤기는 지금까지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마치, 유리한 게임의 종반부에 접어든 느낌이에요.”
바둑과 같은 느낌이겠네.>
“그렇죠. 돌을 던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돌을 던지지 않는 상대를 상대로 바둑을 두는 거니까요.”
이제 대한민국은 천천히, 윤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이끌어가면 된다.
더 이상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말이다.
재벌들?
이미 대영그룹이 망했을 때, 사실상 망했다.
이후로도 몇 번, 윤기를 이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와서 윤기에게 대적할 수 있는 재벌은 없다.
도청장치를 통해 만들어낸 살생부에 명단이 상당수 올라와 있는 재벌들.
이들은 연쇄 부도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윤기가 마른오징어 국물 짜듯이 아주 끝까지 쥐어 짜낼 것이다.
대통령?
N은 이미 윤기와 함께 열심히 일하다가 즐거운 여생을 보내는 중이고, YS는 한반도에 드디어 종전협정을 이끌어낸 대통령이 되었다.
이후 차례가 될 DJ 역시 윤기와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국회의원?
여당이건 야당이건 대부분 윤기의 손아귀에 있다.
예전처럼 국회의원의 힘이 강한 시절이 아니라, 뇌물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제 윤기는 대부분의 국회의원에게 뒷돈도 주지 않았다.
그들이 받는 것은 오로지 국회의원 월급과 복지뿐.
윤기의 역사에서 부정부패를 위해 국회의원이 되는 자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적들은 누가 있을까?
군인?
지금 군인들은 쿠데타를 일으킬 명분이 없다.
그야말로 국내에 적이 전혀 없는 윤기.
그렇다면 국외는 어떨까?
북한?
김평일이 이미 윤기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것이 바로 북한.
더군다나 김일성까지 서포터로 사용할 수 있기에 북한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중국?
애초에 민간 무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인데, 무슨 문제가 생길까.
만약, 전쟁 쪽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소련과 미국이 한국 편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본?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나중에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미지수.
하지만 제약회사의 이익을 꾸준히 밀어넣어 준다면 미국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그야말로 천하태평!
오히려 윤기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이제, ‘내치’였다.
사람이란 게, 마냥 잘해 주면 꼭 나쁜 생각을 하기 마련.
실제로 와이케이에서도 은근히 꼼수를 찾아서 쓰레기 짓을 하는 직원들이 은근히 생기는 중이었다.
집단이 커지니 절댓값 역시 많아지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랄까.
하지만, 이건 언제든지 쳐 낼 수 있는 일이니, 윤기 입장에서 굳이 급하지는 않은 일.
따라서 윤기는 이 한가로운 시기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너는 진짜 오래 살아야겠다.>
“그렇죠. 제가 죽는 순간, 제가 만들어 놓은 모든 법령을 분쇄하고 독재할 녀석이 생기는 건 일도 아니니까요.”
실제로 명군이 아무리 완벽한 제도를 정비해도, 암군이 나타나 모든 제도를 없애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명군은 살아 있을 때 비로소 가치를 발하는 법.
그런 면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축복받았다.
윤기의 가문은 그야말로 무병장수하는 집안이니까.
앞으로 최소한 60년은 이러한 태평성대가 지속되지 않을까?
그런데 말이야.>
“네?”
만약 태어날 때가 아니라, 네가 죽기로 결심한 날, 그때 죽지 않았다면 어떤 미래가 벌어졌을 거 같냐?>
“글쎄요…….”
윤기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메릴은 만나고 싶네요.”
너를 만나지 않은 메릴이라…. 47살의 메릴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지 궁금하긴 하네.>
“그러게요,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
픽 웃던 윤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메릴이 있는 장소로 향하는 윤기.
잠시 후.
윤기와 메릴은 체온을 나눴다.
혹시 셋째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내가 알고 보니 재벌 3세였을 줄이야.’
열심히 움직이고 있던 윤기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런 윤기를 마주 보며 함께 미소 짓고 있는 메릴.
그런데 갑자기 부부의 방에 노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회장님, 잠시 괜찮으십니까?”
류근태의 목소리.
갑자기 부루퉁해진 메릴의 표정에 윤기는 메릴을 향해 씨익 웃으며 검지로 입술을 가렸다.
물론, 몸은 계속 움직이면서.
그야말로 조용한 사랑.
하지만, 이어지는 류근태의 말은 그야말로 폭탄과도 같았다.
“지금 대마도에서 삼일절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대마도 사람들이 대한민국 만세를 주구장창 외치고 있다는데요?”
아, 한국 사람 입장에서 이건 못 참지.
‘이거, 아직 재미있는 일이 많이 남은 거 같은데?’
뭔가 기대감에 가득 차기 시작한 윤기.
인생은 죽기 전까지 끝이 아니고, 엔딩 역시 죽기 전까지 존재할 수 없다.
아니, 죽고 나서도 영향력을 준다면 엔딩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겠지.
엔딩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그 과정이 즐거워야 인생 살맛 나는 것 아니겠는가?
윤기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고, 우리 역시 그런 인생을 원한다.
그리고 윤기는 모두에게 그런 인생을 보여 줄 것이다.
그게 윤기니까.
-알고 보니 재벌 3세 완결-
에필로그
쿠당탕-!
절에 울려 퍼지는 육중한 소리.
43살의 윤기는 천장에 매달았던 밧줄이 떨어지면서 죽지도 못하게 되었다.
븅신, 그렇게 죽으면 누가 알아주냐?>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는 최덕배.
최덕배 입장에서 윤기와 같은 행동은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행동이었다.
“날 살린 거예요?”
그래, 임마. 그렇게 죽으면 누가 알아주냐? 도대체 왜 죽으려는 건데?>
“…살고 싶지 않아요. 부모님의 얼굴도 본 적이 없고, 살아남은 다른 가족들도 저를 인정해 주지 않죠. 돈이 무슨 소용이에요. 돈이…….”
실제로 윤기는 돈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뭐라도 될까 싶어서 산부인과에 소송을 걸어 3억을 받긴 했지만, 돈이 무슨 소용일까.
그래서 이렇게 절에 3억을 쾌척해 버린 것이다.
아니, 최덕배에게 쾌척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냥 죽게? 죽더라도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잖아.>
“그게 뭔데요.”
윤기는 방 벽에 등을 기댄 채 허탈한 음색으로 물었다.
나 같으면 죽기 전에 쇠 지레 하나 사서 도둑놈 머리 뚜까 패겠다. 그러고 죽어야 하는 거 아니냐?>
순간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윤기.
이윽고 윤기는 확실히 그게 맞다는 생각을 하며 주먹을 쥐었다.
죽더라도 네가 해야 할 일은 하고 죽어. 억울해서 원혼되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거다.>
“저, 죽으면 원혼되는 거였어요?”
그래, 구천을 떠돌면서 구원받지 못하는 영혼이 됐겠지.>
“하하하…….”
허탈한 표정을 짓는 윤기.
결국, 죽어서도 구원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허망했다.
해야 할 일을 해. 그러면 원혼이 되지 않을 테니까.>
3억의 대가.
최덕배는 윤기에게 죽기 전에 해야 할 목표를 알려주었다.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윤기는 속이 후련해지는 방법으로 도둑놈에게 복수를 마쳤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어느 날.
도둑놈이라는 마지막 목적의식까지 사라진 윤기는 하루하루를 덧없이 보내고 있었다.
어쩐지 다시 죽기는 싫어진 윤기.
그런 윤기의 눈에 작은 꽃집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게도 한국인이 아니라, 백인 여성이 운영하고 있는 꽃집.
다만, 규모가 워낙 작은 데다가, 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구경하는 손님조차 없었다.
그런 꽃집을 향해 자신도 모르게 걷기 시작하는 윤기.
꽃집 주인인 백인 여성은 4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로 보였는데,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다.
꽃집 화분에 꽂아놓은 얼마 안 되는 꽃들을 정성스레 다듬고 있는 여성의 모습.
그 여성을 보는 순간, 윤기는 갑자기 온몸에 발갛게 물드는 기분을 느꼈다.
“와, 와 츄어… 네임?”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로 상대의 이름을 묻는 윤기.
상대는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고, 이내 울먹이기까지 했다.
“메, 메릴….”
아주 작은 목소리.
그래도 메릴이라는 이름은 알 수 있었다.
“메릴!”
갑자기 메릴의 양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붙잡는 윤기.
도둑놈에게 정의구현을 하면서 윤기의 성격은 상당히 저돌적으로 변해 있었다.
당연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꽃집 주인 메릴.
“아, 아이, 러브! 유!”
평생 연애 한 번 못 해 본 남자의 급발진.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처음 본 여자에게 고백을 해 버렸다.
그리고, 이 말을 끝으로 윤기의 시야가 까맣게 흐려지더니, 이내 시스템 종료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푸슈-
머리에 쓰고 있던 가상현실 장치의 헬멧을 벗는 63살의 윤기.
윤기는 옆에 있는 최덕배를 보며 씨익 웃었다.
“저는 어떤 인생이든 메릴하고 이어졌나 봐요.”
길고 긴 인생.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수도 있지만, 살다 보면 언젠가 소소한 행복이라도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