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67)
#67화 롸끈한 대우 (2)
윤기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류근태와 최철규가 절실하게 바라던 것이었다.
“와이케이 백화점의 지분을 각각 5퍼센트씩 구매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드릴게요.”
현재 와이케이 백화점은 윤기의 지분 100퍼센트로 이루어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1인 체제라는 뜻.
스톡옵션을 준다는 것은 비율이야 어찌 되었든 3인 체제로 간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내용이고, 실제로는 더욱 중요한 부분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류근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굽혔고, 최철규 역시 윤기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윤기야.”
진심으로 감사를 해 오는 둘을 바라보며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스톡옵션이 마음에 안 들면 ‘스톡옵션의 현재 가치’만큼 보너스를 지급할게요.”
당연히도 두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닙니다. 전 스톡옵션이 좋습니다!”
“나도! 스톡옵션이 무조건 좋아!”
둘의 반응은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다.
현재 신군부와의 연줄과 윤기의 능력을 생각해 보았을 때, 와이케이 백화점의 승승장구는 예정된 일.
류근태와 최철규는 10년 정도 지났을 때의 와이케이 백화점을 상상하고 있었다.
‘만약 와이케이 백화점이 주식 상장을 한다면……!’
류근태의 생각처럼 와이케이 백화점은 최종적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될 것이다.
주식 상장을 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주식을 팔기 위한 것.
2010년대에는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사서 대박을 노리는 금수저들의 돈벌이가 유행하지만, 적어도 80년대의 비상장 주식은 대부분 휴지 조각만도 못한 가치를 지녔다.
유력 기업의 자회사라거나 유력 기업 출신의 인물이 독립해서 기업을 세운 것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하청의 역할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그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주식이 상장될 일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거래량이 거의 없는 비상장 주식을 가지고 있게 되는데, 일부 쓰레기 사장들의 경우 관리자급 직원들에게 ‘퇴직 후 회사에서 주식을 재구매하겠다.’라는 명목으로 주식을 강매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와이케이 백화점 주식의 5퍼센트를 30년 동안 묵히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게 될까?
3억? 30억? 300억?
그야말로 상상도 못 할 액수가 될 것이 틀림없었기에 류근태와 최철규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스톡옵션의 발동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했다.
“어디 보자……, 지금 스톡옵션을 발동할 현찰은 가지고 있으세요?”
“어떻게든 준비하겠습니다.”
류근태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이 변호사한테 문의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금리로 저한테 빌려 가세요.”
“그, 그렇게 하셔도 괜찮으신가요?”
류근태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감동이 한 사발 담기다 못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어차피 와이케이 백화점이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게 되면 비상장 주식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럴 바에야 최대한 빠르게 스톡옵션을 구매해 두는 게 낫죠. 어차피 빌리고 나면 한동안 월급들 전부 상환에 올인할 것 아닌가요?”
“당연하죠!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상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윤기는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천천히 상환해도 상관없어요. 그 정도 배려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으니까요.”
회의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목하다 못해 꿀이 넘쳐흐르는 수준으로 류근태와 최철규의 얼굴에는 세상 최대의 행복이 떠올라 있었다.
“스톡옵션에 대한 일 처리는 류 비서가 최대한 빨리 진행하도록 하세요. 작은아버지 역시 류 비서한테 진행 상황 체크하시고요.”
“알았어!”
신나서 대답하는 둘을 보며, 윤기가 다시 업무로 화제를 돌렸다.
“류 비서의 보고도 끝났고, 중간 보수 이야기도 끝났고, 작은아버지는 무언가 말씀하실 게 있으신가요?”
바뀐 분위기에 최철규가 빠르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있지.”
* * *
“최 실장님, 김 사장님 들어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최철규의 말에 사무실 문이 열리며 조만간 미니 백화점을 운영할 김순호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유, 안녕하십니까. 최 실장님!”
최철규를 향해 한껏 쾌활한 웃음을 드러내며 안으로 들어온 김순호는 곧장 최철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최철규 역시 김순호의 손을 잡으며 친밀함을 보였기에 둘의 관계는 그야말로 끈끈한 것처럼 보였다.
“저야 덕분에 잘 지내고 있죠. 그나저나 오늘 사입품과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드디어 확정된 건가요?”
“예, 이제 슬슬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사장님도 빨리 확정이 나야 마음이 편하실 것 아니겠어요?”
“푸하하핫! 저야 최 실장님만 단단히 믿고 있으니까요.”
50대 초반의 김순호는 반년 전까지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를 하던 사람으로 승진 경쟁에서 밀려 퇴직을 한 참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와이케이 백화점의 미니 백화점에 대한 정보를 들었고, 그 기회에 뛰어든 것이다.
“일단 기본적인 계약서는 여기에 작성해 두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죠. 제가 아주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최철규의 말에 김순호가 계약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일단 명품을 잘 챙겨 준다고 듣기는 했는데, 내가 명품에 대해서 아는 게 있어야지.’
계약서에 나와 있는 브랜드 목록을 봐도 김순호는 속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나마 대기업에 일한 짬밥이 있었기에 의아한 표정을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계약서를 읽으면서 자신이 어떤 품목을 출하 받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능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녀석이랑 나랑 친하니까 알아서 잘해 줬겠지. 내가 그동안 이 녀석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부하 직원들의 고혈을 빨아 만든 퇴직금을 투자하는 것인데도, 김순호는 그러려니 하며 호탕하게 웃음을 흘렸다.
“하하핫! 아주 마음에 드는 내용이네요.”
“좋습니다. 이제 거기에 도장만 찍으시면 김 사장님께서는 아주 안락한 노후를 보내시게 될 겁니다.”
“좋아요, 좋아.”
김순호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들어올 때 가지고 왔던 쇼핑백에서 한과 세트를 꺼냈다.
“이거 별것 아니지만, 퇴근하실 때 집에 가져가서 드세요. 저도 먹어 보니까 아주 맛이 좋더라고요.”
“아유, 뭘 이런 걸 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철규는 정말 스스럼없이 한과를 받았고, 잠시 뒤 김순호는 다시 호탕한 미소를 흘리며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20분 뒤.
최철규는 내선 전화로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 사장님 아직 안 오셨어?”
[아, 지금 입구로 들어오고 계십니다.]“정중하게 모셔.”
[예!]잠시 뒤, 사무실 문이 노크 소리와 동시에 열리자 최철규가 먼저 허리를 45도 정도 숙였다.
“장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띠며 접객을 하는 최철규의 모습은 아까 김순호를 응대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태도였다.
“내가 올 때마다 최 실장이 이렇게 환대를 해 주니까 그야말로 몸 둘 바를 모르겠어.”
주변머리는 존재하지만, 윗머리에는 그야말로 가로줄 5개만 존재하는 장병철은 최철규를 향해 근엄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장병철의 원래 직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리어카 과일 장수.
하지만, JSD가 JD의 측근이 되고서부터 장병철의 인생 역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JSD와 6촌 친척 관계인 장병철은 JSD의 도움을 통해 리어카 장수에서 작은 점포의 주인이 되었고, 어느새 나름 괜찮은 규모의 상회 주인이 되었다.
그러던 중, 이번 미니 백화점 건에 대해서 JSD에게 소개를 받았고, 그로 인해 최철규와 면식을 나누게 된 것이다.
리어카를 끌 당시에만 해도 넝마가 되다시피 한 옷을 입고 입에는 욕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JSD의 도움으로 인생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외양만큼은 완전히 바뀐 사람이 되었다.
쫙 빠진 양복에 탈모 끼가 있지만 포마드로 가지런하게 정리한 머리. 거기에 근엄한 태도와 어투까지.
‘역시 사람은 여건이 품위를 만들어 준다니까.’
공사장 구설수를 통해 장병철에 대해 대략적인 과거사를 알고 있는 최철규였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고 바깥을 향해 외쳤다.
“여기 커피 두 잔, 맛 들어지게 타서 가져와!”
잠시 뒤, 프림과 설탕이 듬뿍 들어간 달달한 커피 두 잔을 여직원이 가지고 들어와 둘 앞에 내려놓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오늘 계약서를 작성할 거라고 해서 왔는데, 계약서는 준비가 되었나?”
묘한 하대.
실세 JSD의 친한 6촌이라는 사실은 충분한 권력이었고, 장병철 역시 이 사실을 즐기고 있었기에, 최철규는 그러한 장병철의 태도에 맞추어 주었다.
“당연히 준비가 되었지요. 제가 장 사장님을 모신 이유가 그것인데요.”
웃음을 띠며 계약서를 내밀자, 장병철은 계약서를 손에 들어 잠시 보다가 미간을 찡그렸다.
어디까지나 이전 직업은 리어카 장수.
외견은 아무리 꾸밀 수 있어도, 대부분의 사업적인 능력은 JSD의 실권을 통해 얻어 낸 것이었기에 장병철의 사업 감각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좀 쉽게 설명해 줄 수 없어?”
“아, 그건 어디까지나 한번 확인하시라는 차원에서 보여드린 거고, 이거랑 비교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최철규는 김순호와의 계약서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장병철의 계약서를 나란히 놓았다.
“다른 내용은 다 똑같습니다. 하지만, 여기 부분을 보십시오. 사입 가능한 브랜드 품목의 차이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정산 비율도 우대해 드리고 있고요.”
단순 비교 정도야 장병철도 쉽게 가능했기에 딱 봐도 자신에게 훨씬 많은 품목이 출하된다는 사실에 웃음을 지었다.
장병철은 잘 모르겠지만, 아까 김순호의 계약서에는 에르메스를 비롯한 고가 라인업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에르메스보다 최소 두 단계 밑의 제품이 최고가 제품이었을 정도로 김순호와 장병철의 대우는 확연히 달랐다.
“그래, 역시 최 실장이야.”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건 정말 장 사장님이라서 특별히 보여드리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로 다른 계약서를 봤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안 그러면 제가 잘리거든요.”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데 그걸 깰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장병철 역시 최철규가 계속 남아 있어야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기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사업하는 사람은 입이 무거워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
장병철이 손을 내밀자 최철규는 허리를 숙이며 그 손을 붙잡았고, 이내 손을 위아래로 확확 흔든 장병철은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최철규의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자 최철규는 픽 하고 웃음을 흘리며, 아까 김순호에게 받은 한과 세트의 상자를 열었다.
“어디 보자~.”
개별 포장된 한과는 테이블 위로 대충 던진 최철규는 이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완충재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만 원짜리 지폐 100장이 흐드러지게 깔려 있는 것이 보였는데, 이를 보며 최철규 역시 미소를 흘렸다.
그때.
끼익-!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윤기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