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76)
#76화 특이한 영업직 (2)
“쉬운 해결법? 그게 뭔데?”
윤기는 검지와 엄지를 말았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을 주면 돼요. 아주 간단한 이치죠.”
하지만 최철규의 표정은 회의적이었다.
“글쎄……. 지금까지 그런 기자들이 돈에 회유된 적이 없었을 거라고는 보기 힘든데…….”
그러나 윤기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많은 돈’을 준 적이 없었기에 그런 것이죠.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런 기자들에게 군부가 제대로 된 돈을 준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대부분 협박을 하거나 푼돈 정도를 쥐여 줬겠죠.”
“흐음, 그건 또 그렇네. 하지만, 군부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은 기자들이 정말 돈에 굴할까?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걱정 마세요. 돈을 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요.”
최철규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지만, 윤기는 그 방법에 대해서 바로 말해 주지는 않았다.
* * *
영업직.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휴대폰, 차, 보험 쪽이 영업직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이런 건 진짜 영업직이라 부르기 힘들다.
영업직이란 기본적으로 회사의 거래처를 늘리는 직종.
휴대폰, 차, 보험 계열의 판매원들은 한 번 팔면 얼굴 볼 일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1회에 많은 이윤을 내려 한다면, 영업직은 다르다.
해당 회사와 장기적인 거래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영업직의 목적이고, 그러려면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 자체가 매력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오늘은 왜 그 사람 안 왔나요?] [네? 그 사람 그만뒀다고요?] [아, 김 과장. 자네 왜 그 회사 그만둔 거야?] [뭐? 이직? 이번 회사랑 거래? 당연히 해 줘야지!]영업직이 그만둘 경우 벌어지는 상황을 요약하자면 바로 이렇게 된다.
특히 회사 간의 거래에는 사람과 사람이 엮어져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접대’가 들어가는데, 이 접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는 것 역시 영업직이 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직원이 싸가지가 없으면 아무런 효과를 못 보게 될 테니까.
윤기 녀석 생각은 참 신기하다니까.>
최덕배는 참으로 희귀한 면접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규모 회식.
널찍한 공터를 빌려서 그곳에서 야외 회식을 하고 있는 와이케이 백화점의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공터 곳곳에 놓여 있는 바비큐 불판과 달라고만 하면 무제한으로 주는 고기와 술.
특히 고기도 싸구려 고기가 아니라 이번 축제를 위해 축사와 직접 계약을 하여 얼마 전에 도축한 돼지고기와 소고기였다.
거기에 얼음을 가득 채운 통에 꽉 들어차 있는 술까지.
심지어 가족들을 데려오는 것까지 허용된 회식이었기 때문에 회식장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물경 천을 넘길 정도였다.
물론 아직 공사장 인부가 대부분인 와이케이 백화점의 특성상 독신자가 꽤 많았기에 가족들을 데려온 인부들의 숫자는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류 사장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여기 백화점 완공되고 또 다른 곳에 지으시면 꼭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40대 인부의 말에 류근태가 빠르게 다가가 종이컵을 집어 들고는 맥주를 따랐다.
“꼭 다시 오시죠. 기다리겠습니다.”
“이야, 그러면 2호점 짓는 겁니까?”
류근태는 대답 대신 뜻 모를 미소를 지었지만, 인부들은 2호점이 지어진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생각하는지 환호성을 치며 마주 잔을 들었다.
“크으, 일하고 마시는 맥주야말로 진짜 시원한 법이죠. 온종일 공사장에서 땡볕을 받으며 일하다가 뜨거워진 몸에 들어가는 시원한 맥주!”
“이야, 우리 류 사장님이 노가다 뭔지 아주 제대로 아시네! 이참에 쭈쭈바도 좋지만 일 끝나고 맥주도 좀 주시면 안 됩니까?”
“저도 그러고 싶지만 그러다 사고 나면 공사 중단해야 합니다. 그건 좀 참아 주세요.”
짐짓 우는 소리를 내는 류근태의 모습에 인부들은 다시 왁 하고 웃었고 저마다의 술자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동은 와이케이 백화점의 일반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
건설 사무소에 소속된 직원들부터 시작해서 류근태나 최철규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 역시 이곳저곳에 뒤섞여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일반적인 공사장이라면 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일.
하지만 와이케이 백화점의 건설 현장은 인부들의 재출석률이 굉장히 높은 데다가 인부들의 신상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회식이 가능했다.
물론 지나가다가 공터의 상황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을 야박하게 내쫓지는 않았다.
장소는 조금 구분했지만, 푸짐하게 술과 고기를 대접하고 있었으니까.
처음 사람들은 이곳이 어떤 곳이냐고 물었고, 이후에는 사장이 누구냐고 물은 뒤 칭찬했으며, 그다음에는 와이케이 백화점을 찬양했다.
“진짜 우리 회장님 통 큰 건 알아줘야 해.”
거대한 소고기 스테이크를 목장갑을 낀 채로 물어뜯던 파이크가 행복에 겨워 말하자, 옆에서 구운 닭 다리를 한껏 뜯고 있던 애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처음엔 월급이 그리 높지 않아서 실망했었는데, 보너스 계속 나오고, 집도 빌려주고 그러니까 오히려 미국에서 일할 때보다 돈이 더 잘 모인다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엄마한테 돈 송금하니까 요새 매일 편지 와. 처음에는 편지 같은 거 오지도 않았는데, 첫 월급 때 송금하니까 며칠 뒤부터 바로 편지 날아오더라.”
“크으, 부럽구먼. 나도 돈 부치는 건 똑같은데 편지는 안 쓰시던데. 한번 써 달라고 해 볼까?”
“해 봐. 너도 집이 그리울 거 아냐.”
“그립기는 한데 여기도 나쁘지는 않아. 아직 배울 것도 많고.”
“하긴, 나도 치킨 안 먹어도 되니까 살 것 같아. 엄마 치킨이 맛없는 건 아니지만, 매일 먹으면 물리거든.”
다시 크게 한 입 스테이크를 베어 문 파이크가 소고기를 오물거리며 애런을 향해 핀잔을 주었다.
“너는 왜 싸구려 닭을 먹고 그래. 어우, 나는 닭은 보기만 해도 토 쏠린다. 맛있는 소고기 먹어.”
“나는 오히려 소고기가 지겨워. 남미는 소고기가 엄청 싸다고. 그래서 닭이 오히려 좋아. 난 오히려 네가 이해 안 되는데?”
파이크와 애런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회장님은 어디 계시지?”
파이크의 말에 애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까 류 사장님이랑 안쪽으로 들어가시던데? 우리는 지금 외곽이잖아.”
애런의 말처럼 윤기는 류근태의 옆을 따라다니며 회식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괜찮은 사람은 보이냐?>
‘찾고 있는 중이에요. 예선을 통과한 사람은 많이 보이는데, 본선을 통과한 사람은 보기가 어렵네요.’
예선은 뭐고 본선은 뭔데?>
‘예선은 자기가 말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죠.’
호오.>
영업직은 기본적으로 감정 노동의 진수를 보여 주는 직종이다.
타인의 비위를 맞춰서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뽐내고 싶어 하는데, 자기 말만 주야장천 하는 사람을 좋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윤기는 현재 회식 자리에서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걸러내고 있었다.
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을 기억해 두기 시작했다.
자기 자랑이 아니라 남들을 즐겁게 해 주는 사람은 어때?>
‘그것도 괜찮기야 하죠. 하지만, 영업직은 말을 해서 즐겁게 해 주는 사람보다는 들어주면서 즐겁게 해 주는 사람 쪽이 더 어울려요. 전자는 실수할 가능성이 좀 크거든요. 더불어서 자기 능력을 과신할 가능성도 크고요.’
흐음, 말이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 그건가?>
‘뭐, 예선을 통과한 것은 둘 다 똑같지만요.’
그럼, 본선은 뭔데?>
‘말을 그냥 들어주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들어주는 사람이죠. 그런 거 있잖아요? 말 들으면서 추임새 넣어 주는 사람들이요. 그야말로 영업직에 최적화된 사람들이죠.’
윤기는 노가다 시절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에는 자기 말만 하려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
어차피 공사장에 일용직을 하러 온 사람들.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면 모를까, 잡부로 일을 하러 온 사람들 중에서는 자기 자랑을 쓸데없이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기가 원래 사업을 크게 했었는데 사기를 당해서 망했다느니, 왕년에는 술집에서 하루에 천만 원을 썼다는 식의 자랑 말이다.
사실 여부는 둘째치고, 그런 자랑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참으로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자존감이 쓸데없이 높아서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사람들이 있었지.’
단순히 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
윤기는 굳이 공개 면접을 하기보다는 혹시 그러한 인물이 와이케이 관계자 중에 있는지 미리 선별을 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번에 고용하려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매출의 증진이 아니다.
[이런 기사를 쓰면 그 사람한테 조금 미안한데…….]기자가 이렇게만 생각해도 OK.
이번에 영업직으로 뽑히는 직원들은 순수 100퍼센트 기자들만 관리하게 될 것이었기에 윤기는 밑바닥의 밑바닥에서조차도 타인을 등쳐먹는 쪽보다는 타인의 호감을 사는 쪽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애초에 처세술이 정말 뛰어났다면 밑바닥으로 뛰어들 일이 없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말이야.’
낮부터 통금 한 시간 전까지 이어진 회식 시간 동안 윤기는 그래도 하나의 보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
“이야, 진짜요?”
20대 초반의 청년이 40대 후반의 남자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렇다니까? 내가 월남에서 베트콩들을 얼마나 많이 때려잡았냐 하면…….”
술이 거나하게 취해 얼굴이 붉어진 사람 주위로는 청년을 제외하고도 다른 사람들 역시 있었다.
물론 술 취한 사내의 말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모든 것은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 주는 청년 때문.
“진짜 대단하시네요.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으셨어요?”
“어떻게 살아남긴! 총 한 자루 들고 베트남의 밀림을 말이야……, 참, 잔이 비었네. 민관아, 한 잔 따라봐.”
“어유,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술 따르는 것도 잊었네요.”
손민관의 말에 사내는 더욱 흥이 난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고, 손민관은 중간에 다른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형님들,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그 밀림에서 그렇게 빠져나오셨다잖아요.”
“이야, 김 씨 진짜 대단하네. 나였으면 죽었을 거야.”
“맞아. 진짜 김 씨가 애국자네, 애국자야.”
모두의 맞장구에 김 씨는 신이 나서 두 번째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손민관의 말이 더 빨랐다.
“그리고 보니 용식이 형님은 광복 직전에 죽을 뻔하셨다면서요? 그 이야기 좀 자세히 해 주세요.”
손민관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이들은 바로 손민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습.
윤기가 이를 지나칠 리 없었고, 회식이 끝난 뒤 류근태에게 지시했다.
“아까 제가 이름 물어봤던 사람 있죠? 그 사람과 약속을 잡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