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81)
#81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서비스업 (2)
‘됐어!’
매직미러를 통해 안에선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선 안을 볼 수 없는 7층 유일의 장소.
그곳에서 윤기는 7층을 돌아다니고 있는 JSD를 발견하고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JD의 방문이었지만, 그랜드 오픈 일에 JSD가 방문을 와 준 것만으로도 향후 사업의 안정성은 확정.
더군다나 JSD만 와 있는 게 아니라 중령 이상급의 미군들과 투 스타 이상의 국군 역시 상당수가 7층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이들이 구매력이 있어서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JSD와 JSD의 측근들을 제외한다면 모두 구매력이 있거나 혹은 구매력이 있는 자들과 연줄이 있는 인물들.
이들은 서로의 면면을 확인하고는 친분을 다지기 시작했다.
‘대성공이야. 됐어!’
와이케이 백화점의 7층이 권력 핵심층들의 사교 장소가 되었다는 것은 엄청나게 고무적인 일이었기에 윤기는 다소 좁은 사무실에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렇게 좋냐?>
‘당연히 좋죠.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고 성공시켜봤지만, 미래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을 성공시킨 것은 이게 처음이니까요.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경험한 것 같아요.’
하긴, 예전의 너는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았으니까. 아무튼, 축하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난 고맙다는 말보다는…….>
‘알았어요. 조만간 아주 뻑적지근한 제사상 한번 차려 줄게요.’
뭐? 진짜? 뻑적지근하게 차려 준다고?>
‘네, 진짜로요.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
캬!>
신나서 벽을 마구 뚫고 날아다니는 최덕배를 뒤로한 채, 윤기는 한동안 매직미러로 7층을 관찰했다.
그리고 11시.
마침내 JSD를 비롯한 고위인사들이 7층에서 빠져나갔고, 사방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두 시간이 더 지나자 류근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고생했어요.”
“아뇨, 아닙니다. 저로서도 정말 흥분되는 시간이었으니까요.”
류근태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윤기의 맞은편에 앉았다.
작은 사이즈의 테이블과 두 개의 작은 의자. 그리고 사무용 책상 하나와 의자.
단지 이것만이 존재하는 사무실은 7층의 간이 창고지만,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류근태뿐이었다. 매직미러의 존재는 극소수만이 알아야 하니까.
그렇기에 굉장히 좁은 장소인 이곳은 윤기와 류근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금방 습해졌다.
하지만, 둘은 습해진 실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흥분에 가득 찬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JSD가 뭐라고 하던가요?”
“정말 고맙다고 했습니다. 백화점 사업과 관련해서 통관 등 문제 생기는 게 있으면 무조건 자기한테 말하라더군요. 그리고 점포에서 군인들이 문제 일으키면 경찰이 아니라 자기 부하한테 연락을 먼저 하라고도 했습니다. 그게 훨씬 해결이 빠를 거라면서요.”
“아아, 진상과 관련한 문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래요?”
“네. 아까 2층에서 아주 재밌는 광경을 봤거든요.”
박 소령 이야기를 해 주자, 류근태는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며 눈물까지 흘렸다.
“이야, 그렇지 않아도 직원들 퇴근시키면서 표정을 봤는데 하나같이 밝더라고요. 처음에는 군인들이 주 손님이라고 해서 긴장하더니만, 진상이 없으면 다들 편한 표정 지을 만하네요.”
“그렇죠. 와이케이 백화점은 적어도 군부가 유지될 동안에는 진상 없는 백화점이 될 거예요. 군부가 무너지는 순간, 일반인에게도 오픈할 것이기 때문에 진상은 어쩔 수 없이 생기겠지만요.”
“그래도 지금 없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지금 상황을 잘 이용해야죠.”
“제가 바라는 게 그거예요.”
윤기는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오늘 매출이 얼마나 되죠?”
“놀라지 마십시오.”
“이거, 기대가 되는데요?”
“폐점 시간 두 시간도 더 지나서 여기에 온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류근태는 한 번 크게 씨익 웃더니 윤기를 향해 손가락 아홉 개를 쫙 펼쳤다.
“무려 9억입니다. 9억! 일 매출이 9억이라고요!”
“크아!”
윤기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류근태 역시 얼마나 행복한지 자신의 양쪽 무릎을 주먹으로 마구 치며 몸까지 들썩였다.
“작은아버지가 이 말을 들었으면 아마 입이 떡 벌어졌을 거예요. 일본으로 출장을 보내서 안타깝네요.”
현재 일본 법인과 관련해서 서종훈의 교육이 필요했기에 최철규는 출장을 간 상황이었다.
“아마, 출장에서 돌아오면 굉장히 놀라겠죠. 크으, 제가 출장을 가는 게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9억……, 진짜 꿈 같은 숫자네요.”
이 시대의 9억이면 현시대의 가치로 30억이 넘어가는 액수였다.
1인당 국민 소득이 연간 1만 불이 되지 않는 시대에 백화점 하나의 매출이 9억이라는 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
40퍼센트가 가볍게 넘어가는 마진율을 생각해 본다면, 오늘 하루 판매 이익이 무려 3억 6천이 넘는다는 말이 되었다.
이 금액이면 인건비나 유지비 등을 생각하더라도 그야말로 엄청난 이문이었기에 윤기와 류근태의 흥분은 쉽게 식을 줄을 몰랐다.
‘진짜, 시원한 맥주가 한 캔 있었으면 단숨에 들이켜고 싶을 정도야.’
미성년은 미성년답게 지내자고 스스로에게 각오한 덕분에 실제로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윤기도 어쩔 수 없는 공사판 출신인지라 시원한 맥주를 좋아했다.
뙤약볕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일한 다음에 컵라면과 먹는 맥주는 꿀맛이었으니까.
“회장님, 그런데 더 대단한 게 뭔지 아십니까?”
“뭔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본점’ 매출이라는 겁니다.”
“아!”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꽉 말아 쥐었다.
“미니 백화점 매출은 현재 시간이 부족해서 취합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다만 오늘 매출이 잘 나온 점포는 1,500만 원을 넘겼습니다.”
“에르메스를 팔았군요!”
“그렇습니다!”
국민 소득 3만 불 시대에도 에르메스의 장벽은 높다.
하물며 1만 불 시대에서 에르메스를 팔았다는 것은 벌써 미니 백화점이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게다가 미니 백화점의 숫자를 생각하면, 상권의 매출이 본 백화점을 능가할 기대도 충분히 해 볼 수 있었다.
“류 비서!”
“네!”
윤기와 류근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예! 알죠!”
말이 끝난 순간 윤기의 표정과 분위기가 평소처럼 돌아왔다.
“그러면, 다시 평소의 우리로 돌아가 볼까요?”
“예.”
류근태 역시 흥분을 안으로 갈무리하며 윤기를 따라 작은 창고를 나섰다.
하지만, 둘의 걸음걸이에서는 어쩔 수 없는 환희가 묻어나고 있었다.
* * *
첫날 9억이라는 매출을 올린 와이케이 백화점의 저력.
물론 이러한 매출액이 외부로 흘러나가지는 않았지만, 와이케이 백화점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매출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랜드 오픈 일에 맞춰서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의 호황.
당일 청계천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사람으로 가득 찼다.
상권에 식당까지 미리 준비했음에도 식당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상권 바깥의 식당들까지 만석이었을 정도니까.
이러한 와이케이 백화점의 호황을 주시하고 있는 집단 중에는 당연히 백화점들도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현재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수입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와이케이 백화점뿐.
윤기조차도 몇 년에 걸쳐 심계가 깊은 계획을 통해 달성한 목표를 이들이 단 며칠, 몇 달 만에 달성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권력층에 만남을 요청했고, 브랜드 본사들에 직원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와이케이 백화점 외부의 업체들이 와이케이 백화점과 별 관계가 없는 일을 하는 것.
매출 분석을 통해 와이케이 백화점과 거래하고자 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은행.
와이케이 백화점에 흐르는 막대한 매출을 본 은행들이 와이케이 백화점과 거래를 트고자 한 것이다.
지점 단위로든 본점 단위로든 여러 은행에서 와이케이 백화점에 전화로 약속을 잡을 수 있는지 의견을 물어왔고, 개중에는 직접 본사로 찾아오는 경우까지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모든 약속을 거절했고, 방문자 역시 돌려보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급할 거 없잖아요?]현재까지 윤기는 단 한 건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사실, 윤기가 과거 경험이 전혀 없었다면 오히려 대출을 적극적으로 이용했겠지만, 서민의 경험이 대출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었던 것이다.
서민 입장에서 대출이라는 건 사실상 평생 갚아야 하는 상환 지옥.
실제로 생활비 때문에 소액 사채를 여러 번 써 봤고, 그로 인해 고통도 받아 봤던 윤기였기에 와이케이 백화점의 완공까지 단 한 번도 은행 대출은 받아 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에게서 돈을 빌려본 적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간의 거래이기에 대출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물론, 과거로 돌아온 지 14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경영에 대해 심도 있는 공부를 했기 때문에 윤기는 대출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더 이상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부채가 왜 자산에 들어가는지 이제 알겠단 말이지.’
만약 부채가 순수하게 나쁜 거였다면, 자산에 포함되지 않았을 터.
대출을 통해서 대출 금리보다 더 높은 이문을 끌어낼 수 있다면 대출을 받는 게 맞다는 것을 윤기는 드디어 ‘체득’하게 된 것이다.
“아직 정해 둔 은행은 딱히 없다는 거지?”
회의실에서 최철규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던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급할 거 없잖아요?”
저번에 했던 말을 반복하는 윤기를 향해 최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거래 은행은 아마 애가 닳기야 하겠다. 걔들은 내부적으로 너와 와이케이 백화점의 관계를 다 알고 있을 테니까.”
2010년대야 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면 인터넷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80년대는 전혀 다르다. 상장 기업조차도 거래소에 방문해서 서류를 제출한 다음에야 볼 수 있었는데, 비상장 기업인 와이케이 백화점은 오죽할까.
국세청 공무원들이야 알고 있고, 국세청 공무원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힘 있는 자들이 있었지만, 와이케이 백화점을 판다는 것은 JSD의 뒤를 캔다는 뜻.
그렇기에 권력층은 와이케이 백화점의 실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권력층이 이럴진대, 일반적인 기업은 오죽할까.
국세청 직원들까지 함구하고 있는 이상, 일반 기업들은 더더욱 와이케이 백화점의 실소유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나마 윤기의 주거래 은행만이 윤기가 와이케이 백화점에 굉장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추론할 뿐, 다른 은행들은 이마저도 알지 못했다.
사실 주거래 은행조차도 삼우 그룹이 ‘상속 꼼수를 쓰는 것이 아닌가?’하고 추론할 정도였으니, 다른 은행들은 어떨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나저나 연락이 온 곳이 정말 화려해. 민국은행에 내환은행, 선한은행, 농련에……, 하여튼 열거하기가 귀찮을 정도야.”
“당연하죠. 우리 와이케이 백화점의 연줄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데다가 사실상 신생 회사라 끈끈한 거래처가 없으니까요.”
이미 밥은 다 되었지만, 윤기는 더 맛있는 밥을 위해 뜸을 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