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88)
#88화 감히 나를 이용해? (3)
“현재로서는 후보들이 있긴 합니다만,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는 것보다는 저한테 이틀에서 사흘 정도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스스로 알아볼 생각이신가요?”
“예. 이번 자료는 종로경찰서의 서인표 경정에게서 얻은 것입니다.”
“서 경정을 확실히 휘하에 둔 건가요?”
“예,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류 비서.”
“예, 옛!”
무언가 분위기가 바뀐 윤기의 말투에 류근태가 바짝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서 경정이 누군가의 사주를 이미 받은 상태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
순간 류근태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미 류 비서는 자신의 휘하에서 스파이가 나왔다고 판단을 내렸어요. 그런데 서 경정도 스파이일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윤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저도 서 경정이 스파이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어요. 만약 서 경정이 스파이라면 서 경정은 지옥보다 더한 현실을 겪어야 할 테니까요.”
매실을 아그작 씹는 윤기의 모습에 류근태는 자신의 머리가 윤기에게 씹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심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요. 만의 하나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작은아버지.”
“으, 응?”
사실 최철규 역시 서 경정의 자료라는 말을 들었을 때 별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작은아버지는 군인 쪽에 라인을 만들어 뒀겠죠?”
“어……, 응. 그렇지. 아무래도 JSD와 연줄을 만들려는 군인들이 많으니까.”
“그중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류 비서가 원하는 자료를 조사해 달라고 하세요.”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확실히 할게.”
“봤죠, 류 비서? 그런 조사를 할 때는 한 곳에서만 조사를 받아선 안 돼요. 저는 류 비서에게만 보고를 들어도 되겠죠. 하지만 류 비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뜻이에요.”
“명심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러면, 누가 범인인지 나한테 알려 줘요. 확실히, 그리고 신속하게. 오늘 자리는 여기에서 끝내죠.”
윤기의 축객령에 류근태와 최철규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재에서 나갔다.
너는 누구인지 벌써 알고 있는 거냐?>
최덕배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제가 할아버지한테 류 비서 부하들을 감시해 달라고 한 적도 없잖아요?”
그렇기야 하지. 그런데 전혀 화를 내지 않아서 말이야.>
“측근이 저를 배신할 기미를 보인다면 도끼로 머리를 잘라야겠지만, 류 비서는 그다지 피해가 없을 실수를 한 것일 뿐이에요. 신이 아닌 이상 고용한 부하 중에 스파이가 섞일 수도 있죠.”
하지만, 서 경정 한 명한테만 일을 맡긴 것은 문책했잖아?>
“본능적으로 서 경정이 잘못된 정보를 가져왔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조금 문제니까요. 사실, 실수라고 하기도 뭣한 정도예요. 단지 미래를 위해 환기했을 뿐이죠.”
사업이 점차 확장되어 간다면, 류 비서와 작은아버지는 지금 자신 이상의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윤기는 끊임없이 둘에게 조언을 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현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측근은 그 둘이었으니까.
‘뭐, 인재는 찾을 때마다 그릇에서 매실 빼 먹듯이 데려오면 그만이니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말이야.’
웃으며 매실을 집어 먹던 윤기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최덕배를 향해 물었다.
“매실 드실래요?”
대추처럼 생겨서 싫어.>
취향이 확고한 최덕배였다.
* * *
‘젠장!’
류근태는 서 경정이 가져다준 두 번째 자료를 보면서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다섯 명 모두 계좌가 깨끗해.’
류근태는 2호점에 관한 이야기를 총 다섯 명의 부하에게 했다.
그 다섯 명이 자기 가족에게 떠벌리고 다니는 등신이 아닌 이상, 이번 스파이 혐의에 포함되는 것 역시 다섯 명 중 하나.
그렇기에 다섯 명의 은행 계좌를 조사했는데, 모두 계좌에 정체불명의 돈이 들어온 흔적이 없었다.
‘설마 다섯 명 중에 남에게 떠벌리고 다니는 등신이 있었나?’
스파이가 이유가 있는 등신이 확실하지만, 나머지 중에 이유가 없는 등신이 있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 류근태였다.
하지만, 서 경정에게 주문한 세 번째 부탁.
다섯 명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계좌 조사가 끝나고, 류근태는 한 명의 혐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와이케이 백화점 비서실 최종효 대리.
삼우 그룹 비서실 출신이고, 지금도 비서 역을 수행하고 있는 류근태였기에 류근태가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대단했다.
[시켜만 주시면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청년으로 원래는 와이케이 백화점 물류 쪽에서 일했지만, 그 건실함이 소문이 나서 류근태에게 발탁이 된 인물이었다.
심지어 넉 달 전에 결혼했을 때, 류근태가 직접 참석하여 상당한 액수의 축의금을 내줄 정도로 신뢰했던 인물 중 하나.
그런데 그 최종효의 아내의 통장에 500만 원이라는 정체불명의 돈이 입금되었다.
입금자는 당연히 1차 조사와 2차 조사에서 세스 소속으로 밝혀진 인물.
그 누가 봐도 최종효가 범인이라고 모든 정황이 말해 주고 있었다.
‘11시인가…….’
오전 11시.
류근태는 사무실 내선 전화를 들어 최종효를 호출했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20대 후반의 번듯해 보이는 청년.
눈이 조금 나쁜지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잘 정돈한 머리와 함께 기름기가 번들거리지 않는 깔끔한 하얀 얼굴이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입가에 은은하게 지어지고 있는 미소가 압권이었는데, 그 미소가 바로 류근태에게 발탁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 최 비서. 어서 와. 요새 이야기를 한 적이 별로 없어서 불렀지.”
류근태는 본심을 완전히 숨기고 최종효와 함께 응접용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요즘 어머니는 잘 계시나?”
류근태의 말에 최종효가 입가의 미소를 좀 더 짙게 만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계십니다. 제가 이렇게 잘된 것이 전부 사장님 덕분이라며 사장님을 잘 보필하라고 하시더군요.”
“어머님이 내 얼굴에 아주 금칠을 해 주시는군.”
“사실이니까요. 전 사장님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리고 보니 요즘도 신혼이 바쁜가? 너무 바쁘다 싶으면 근무 스케줄을 내가 조정해 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신혼이라는 말에 최종효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아직도 너무 신혼이라 힘들 정도입니다. 차라리 근무 시간이 늘어났으면 한다니까요?”
전혀 스스럼이 없는 대화.
최종효도 웃었고, 류근태도 웃었다.
“그런데 왜 그랬나?”
최종효가 전혀 상상도 못 한 타이밍에 튀어나온 류근태의 말.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왜, 그랬냐고.”
웃음기가 하나도 없게 바뀐 류근태의 표정.
반면, 최종효는 당황한 표정 그대로 다시 답했다.
“사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계속해서 모르는 척하는 최종효를 바라보며 류근태가 무릎에 달라붙은 바지를 손아귀로 구겨 잡았다.
“나에 대한 자네의 충성심은 겨우 500만 원밖에 안 되던가?”
“헉!”
최종효의 얼굴이 잿빛으로 물들자, 류근태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500만 원.
유망 대기업 신입 사원의 2년 치 연봉이 조금 안 되는 돈.
적은 돈은 아니지만, 주인의 등에 칼을 꽂을 정도의 돈은 아니다.
하지만 최종효는 류근태의 등에 칼을 꽂았다.
그리고 이 칼은 경우에 따라서 류근태가 윤기의 측근에서 실각되게 만들 수도 있는 독이 잔뜩 발린 칼이었다.
들키지 않았다면, 정보 유출은 이번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꾸준히 이루어졌을 테니까.
“사, 사장님……. 오해십니다.”
“오해? 웃기는 소리 집어치워!”
류근태는 접대용으로 놔둔 재떨이를 최종효의 머리에 던졌다.
그러자 재떨이는 최종효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 벽에 부딪혔고, ‘푹’ 소리와 함께 벽에 반쯤 파묻혀 버렸다.
그야말로 류근태의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드러났기에 최종효는 질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그만 욕심에 눈이 멀어서…….”
비록 앞에서 사죄를 받고 있지만, 류근태는 알았다. 아니, 알게 되었다.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안 들켰으면 이런 사죄를 미리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을.
류근태의 생각대로 최종효는 설마 자신이 들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기업 직원들이라고 해서 행동이 완벽하지 않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었고, 이번 일을 추진하고 있는 세스의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종효의 약점을 남겨 놓아서 이후에도 이용하려고 했던 계획이 최종효를 들키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너에 대한 처분은……, 조금 더 후에 결정하도록 하지.”
류근태는 다시 내선 전화를 집어 들었고, 그러자 다른 비서들이 사장실 안으로 긴장한 표정과 함께 들어왔다.
“이 녀석, 창고 하나에다 가둬 놔. 물이랑 먹을 것은 충분히 주고. 다만,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그리고 죽지도 않게 잘 감시해. 다른 모든 일보다 최우선이야.”
[[[알겠습니다!!!]]]류근태의 서슬 퍼런 모습에 비서들은 최종효를 끌고 나갔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사장님!”
하지만 류근태는 그런 최종효를 다시 부르지 않았고, 덕분에 최종효는 와이케이 백화점 본사 창고 중 하나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젠장…….”
욕을 씹어 삼킨 류근태가 윤기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 * *
“고생했어요.”
윤기의 말에 류근태와 최철규 모두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류근태는 최철규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서 경정의 자료를 교차 검증하게 도와준 것이 최철규였기 때문이다.
“회장님, 최종효 대리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담담한 슬픔을 담고 있는 류근태의 말에 윤기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류 비서.”
“네, 사장님.”
“지금, 이 상자를 들고 최종효의 집에 가서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적당히 두고 나오세요.”
그리 크지는 않은 상자.
우체국 4호 박스 정도 되는 크기에 류근태가 어쩔 수 없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안을 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어차피 보게 될 테니까요. 놀랄 거면 미리 놀라는 게 낫기도 하고요.”
무언가 칼을 담고 있는 윤기의 말에 류근태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보았다.
“헉!”
“엥, 왜, 그……, 헉!”
궁금증에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상자를 확인한 최철규 역시 기겁을 하며 벽 쪽으로 물러나 마치 매미처럼 벽에 등을 붙였다.
“회, 회장님…….”
“류 비서.”
윤기는 류근태를 바라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실수를 한 사람은 관대하게 용서할 줄 알아야 해요.”
섬뜩한 표정은 섬뜩한 미소로 변했다.
“하지만, 배신자는 배신을 후회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처절하게 짓밟아야 해요.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이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 하지만 이건…….”
“류 비서!”
윤기가 드물게 류근태를 향해 엄한 표정을 지었다.
“예, 옛!”
“최 대리가 과연 그 한 번만으로 정보 유출을 끝냈을 것 같습니까?”
말투까지 바뀐 윤기의 질타에 류근태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닙……니다.”
“최 대리는 배신자예요. 배신자에게 온정을 베풀 여유 따위는 저에게 없습니다. 류 비서는 이러한 나의 지침을 따라올 수 없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그건……,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 제 지시를 수행하세요. 만약 못 하겠다면 말씀하세요. 못 하겠다면 작은아버지가 하게 될 테고, 작은아버지도 못 하겠다면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류근태는 천천히, 그리고 잠시 뒤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해야 하는 일입니다.”
류근태는 처음에는 슬픔을 삼켰다가, 잠시 뒤에는 분노를 삼키며 상자를 들고 서재를 나섰다.
‘최종효……!’
류근태가 들고 나간 상자.
그 안에는 JSD가 필요할 때 쓰라며 건네준 종북 몰이용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