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배신자는 두 종류 (2)
‘다, 당신들 누구…….’
김기덕이 하려고 했던 말이었지만, 그 말은 입 밖으로 전혀 나오지 못했다.
꽝!
“……!”
머리에 내리쳐진 몽둥이로 인해 김기덕은 그대로 기절했고, 그나마 사무실 안에 있던 임시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 있었을 뿐이었다.
“다, 당신들 누구야!”
하지만 임시찬을 향해 날아온 것은 자신을 둘러싼 경찰들에 의한 몽둥이찜질이었다.
180센티의 키? 건장한 몸?
그런 건, 이 상황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무장한 경찰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크억! 크악!”
그나마 김기덕처럼 머리가 내리쳐지지는 않았기에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역으로 그 때문에 임시찬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려야만 했다.
그리고 10분 후.
“끄윽……, 끄으윽…….”
고통에 겨워 바지에 오줌마저 지리고 있는 임시찬을 보며 서인표 경정이 부하들을 향해 짤막하게 외쳤다.
“끌고 가.”
* * *
종로경찰서의 지하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불문곡직 선풍기 약 코스가 임시찬과 그의 부하들에게 가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임시찬은 자신의 끈을 불라는 경찰들의 말에 억울해하며 외쳤다.
“정말 억울합니다. 저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그나마 타고난 체력 덕분에 약 코스를 당하고도 힘 있게 대답하는 임시찬이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줄에 양팔을 묶여 바닥에는 발끝만을 간신히 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이 새끼 안 되겠네. 야, 데려와!”
특별히 임시찬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서인표의 명령.
그러자 부하 경찰이 다른 방에서 한 인물을 데려와 임시찬과 대면시켰다.
“너, 너는……!”
임시찬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여기저기 피딱지가 앉은 최종효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다소 붓기는 했지만, 분명 자신이 예전에 직접 대화를 나눴던 최종효가 분명했다.
“이래도 발뺌할래? 이 녀석이 다 불었어. 네가 이 녀석한테 종북을 종용했다고. 그러니까 네가 큰손이라는 거 아냐!”
임시찬은 억울함이 극치에 달해 눈물을 흘렸다.
“아닙니다! 저는 진짜로 모르는 일이라고요! 이 녀석이 종북이었단 말입니까?”
“이 새끼가 계속……. 야! 최종효! 말해! 우리한테 했던 말을 이 녀석한테도 하라고!”
서인표가 다그치자 최종효가 푸들거리는 입으로 힘을 쥐어 짜내 답했다.
“이……, 임 부장……, 이……, 저한테 부, 북한을 믿으면 부……, 부자가 된다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겠다고……, 해, 했습니다……. 인공기랑 마르크스 책자도 이, 임 부장이 저한테…….”
여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푹 숙인 최종효였지만, 임시찬에게 상황을 인식시키기에는 아주 충분한 수준이었다.
‘이 새끼가 나를 물귀신으로 정했어!’
자세한 상황까지는 모르지만, 눈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최종효는 경찰에 종북으로 잡혔다.
그리고 경찰들에 의해 신문을 당하자 자신을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이, 이, 빌어먹을 자식이!’
그야말로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거미줄.
고문을 당한 최종효가 저렇게 말을 하는데 자신이 몸 성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바, 방법은 하나뿐이야.’
임시찬은 다급하게 서인표를 향해 말했다.
“저, 저는 세스 소속의 사람입니다. 아시죠? 대기업 세스 말입니다.”
“세스? 세스가 왜 너랑 관계가 있는데.”
“저는 세스의 지시로 잠실의 땅을 사고 있었습니다. 세스 밑에서 오래 일했단 말입니다. 제가 절대 종북이 아니라는 사실은 세스에서 증명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제발 한 번만 세스에 연락해 주십시오. 연락하시면 모든 게 밝혀질 겁니다.”
서인표 이마의 지렁이들이 마구 꾸불거리기 시작했다.
“흐음……, 진짜야? 세스에서 그렇게까지 해 준다면 우리도 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하긴 하는데…….”
고민하는 서인표의 모습에 임시찬은 살 가망이 생겼다고 확신했다.
“진짜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연락처로 전화하신 다음에 제 이름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다 설명이 될 거예요!”
“알았어. 그러면, 너랑 네 부하들 대접하는 건 일단 그만둘 테니까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전화번호부터 말해.”
“예! 번호가 뭐냐면…….”
임시찬은 살았다는 표정으로 서인표를 향해 빠르게 자신의 직속 상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좋아, 알아보고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서인표가 밖으로 나가자 임시찬은 아직 고문실에 남아 있는 다른 경찰에게 물었다.
“혹시 시간이 몇 시입니까?”
“그건 왜?”
인상을 팍 쓰는 경찰을 향해 임시찬은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너무 늦은 시간이면 연락이 되지 않을까 봐 그렇습니다.”
경찰은 귀찮다는 듯 손목시계를 보고는 내뱉듯이 답했다.
“9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경찰은 임시찬을 천장에서 내리고, 대신 벽에 붙은 수갑에 고정한 뒤, 최종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1시간.
시간을 모르는 임시찬이었지만, 서인표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달이 중천에 뜨고, 새벽이 되고, 아침이 되자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밥이라면서 경찰들이 아침에 주먹밥을 던져 주었고, 점심에도 주먹밥을 던져 줄 때 임시찬은 다급하게 물었다.
“연락은 어떻게 됐습니까?!”
“몰라, 새끼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짜증이 가득한 경찰의 대답에 임시찬의 불안은 마침내 부풀어 오픈 풍선처럼 되었다.
그렇게 다시 저녁 6시가 되었을 때.
“아무런 상관없다잖아. 이 개 같은 자식아!”
임시찬과 그의 부하들에게 불문곡직 강 코스가 시작되었다.
* * *
“윤기야, 세스와의 협상이 끝났어.”
서재 문을 열고 들어온 최철규의 말에 류근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죠?”
“우리 요구 조건을 전부 수락했지. 걔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 수락 안 하면 큰일 나는 건 지들이니까.”
“다행이네요.”
류근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윤기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이 정도로 만족해도 돼? 잘만하면 세스한테서 호텔 내 면세점을 빼낼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까지는 힘들었을 거라고 봐요. 최종효가 원래부터 종북이었다는 증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걸 세스와 강하게 엮는 것은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일이거든요. 서인표 경정 하나만 가지고는 실행하기 힘든 계획이죠.”
세스가 와이케이 백화점의 요구 조건을 수락한 이유.
그것은 바로 ‘종북 단체를 비공식적으로 고용했다.’라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세스가 종북 단체를 운영했다.’라는 화살이었으면 그게 가능했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어렵죠. 그러니까 지금 화살로는 이 정도로도 충분해요.”
세스는 임시찬을 비롯한 인물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증명을 받는 것을 대가로 와이케이 백화점에 여러 가지를 내놓았다.
하나는 자신들이 구매했던 잠실 땅들에 대한 소유권 이전.
물론 공짜로 이전한 것은 아니고 원래 시세로 류근태와 최철규에게 넘긴 것이다.
공짜로 넘길 경우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길 문제가 크니까.
그리고 두 번째는 현찰 10억.
액수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세무 기록에 남지 않는 돈이었기에 뒷돈으로 융통할 수 있는 메리트가 굉장히 큰 금액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향후 5년간 추가적인 백화점 건설 금지.
물론 이 조항은 ‘약속 조항’이기 때문에 와이케이 백화점과 신군부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곧바로 파기될 조항이었지만, 애초에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5년은 경쟁자 하나를 틀어막는 좋은 조건이었다.
더군다나 세스는 꽤 유능한 뒷조직을 하나 잃었기 때문에 이것 역시 추후 세스의 활동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다.
“최종효는 어떻게 됐죠?”
이번에는 류근태가 대답했다.
“애초에 자기가 홧김에 말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참작해서 풀려났습니다. 물론, 고난은 이제 시작이지만요.”
경찰에서 풀려난 최종효가 본 것은 굳게 잠긴 대문과 대문 밖에 나와 있는 세간살이.
그리고 그 세간살이를 지키려는 아내와 어머니, 세간살이를 마구잡이로 가져가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도둑이야, 도둑!!!] [도와줘요!]아내와 어머니가 마구 소리쳤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전혀 없었고, 세간살이를 가져가는 사람들은 그런 아내와 어머니를 밀치고 물건을 가져가기에 바빴다.
그나마 최종효가 도착하고 나서야 대놓고 물건을 훔치는 것은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간살이를 지킬 방법은 없었다.
어머니와 아내는 큰 세간살이를 옮길 힘이 없었고, 최종효가 옮겼다가는 남은 세간살이가 도둑맞을 상황이었으니까.
결국, 최종효는 울면서 중요한 패물들만 들고 자신의 짐을 포기해야만 했고, 어디론가 떠났다.
“딱 괜찮은 수준이네요.”
보고를 들은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고, 류근태는 보고를 위해 돌렸던 몸을 원래대로 돌린 뒤, 약하게 한숨을 코로 내쉬며 자기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 윤기의 말에 류근태가 그저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뇨,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에요. 단체가 커질수록 어쩔 수 없다니까요?”
“하하하…….”
쓴웃음을 짓는 류근태를 향해 윤기가 말을 덧붙였다.
“다음에도 종북 몰이를 하진 않겠지만, 배신자는 확실히 처단한다는 기조만 지키면 돼요.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보니 서 경정하고의 얘기는 어떻게 됐나요?”
“아주 입이 찢어지려고 하더군요. 세스가 확보했던 2호점 부지 근처의 땅을 서 경정에게 팔고, 그 액수만큼의 현찰을 주었습니다.”
윤기는 이번 세스하고의 이야기에서 자신이 나서지 않기 위해 세스의 토지를 류근태와 최철규의 명의로 넘겨받았다.
그중 류근태가 받은 땅 중 약간을 서 경정에게 넘겨준 것이다.
당연히 서 경정은 다시 한번 류근태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와이케이 백화점은 충실한 개 한 마리를 얻게 된 셈이었다.
“그럼, 서 경정 쪽도 걱정이 없겠네요. 그렇다면……, 작은아버지.”
“응?”
윤기의 말에 최철규가 매실을 먹으려다가 조용히 내려놓고 윤기를 바라보았다.
“이번 일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해 주셔야겠어요.”
* * *
종로경찰서 지하실을 화끈하게 달군 이번 사건은 아주 간단하게 끝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최종효만 ‘집에서 북한 관련 물건들이 나왔다.’라는 소문이 주변에 조금 퍼졌을 뿐, 임시찬 일행은 그저 고통스러운 몸만 안고 경찰서 밖으로 나오면 되었던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행운.
종북과 연관되고서 신체적인 고통만 안고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이 시대에 행운이었다.
더군다나 류근태는 사전에 서인표에게 ‘병신은 만들지 마라.’라고 단단히 일러두었기에 이들은 멍이 들거나 피딱지가 앉은 부분은 있어도 추후 신체적 문제가 생길 여지는 거의 없었다.
“부장님……, 저희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김기덕의 말에 임시찬이 고통을 참으며 답했다.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자. 쉬고, 내일 생각하자.”
임시찬이 사용하는 사무실. 그곳에 힘겹게 찾아간 이들은 굳게 잠긴 사무실과 열쇠로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며 당황했다.
“이건 도대체…….”
임시찬은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하려 했지만 돈이 없었고, 이것은 임시찬을 따르는 20여 명의 사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찰서에 들어갈 때 가지고 있었던 물건들은 이미 경찰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진 후였으니까.
[동전 하나만 주세요…….]결국, 구걸을 통해 동전을 구한 부하들이 임시찬에게 동전을 건네주었고, 임시찬은 자신의 윗선에 전화를 걸었다.
수십 개의 동전을 날리고 나서야 겨우 연결된 전화.
[어떻게 종북이랑 연관되고도 우리한테 연락을 할 수 있는 거지? 너는 지금부터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남남이야. 그러니 다시 연락하지 말도록. 만약 계속 연락하면 이번엔 우리가 너희를 종북으로 만들 수가 있어.]버리는 패가 된 임시찬은 끊어진 수화기를 길게 늘어뜨린 채 처음에는 하하 웃었고, 이어서 눈물을 흘렸다.
결국, 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무실들에도 가 보았지만, 그곳들 역시 굳게 잠긴 것은 마찬가지였다.
“부장님…….”
“부장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몇 시간이나 걸어 다녔기에 피곤함이 극에 달한 상황.
“그나마 통금이 사라져서 다행이네요…….”
김기덕의 말에 습관적으로 손목을 들여다본 임시찬이었지만, 그곳에 시계는 없었다.
그러자 임시찬은 ‘넌 어떻게 시간을 안 거냐.’라는 표정으로 김기덕을 바라보았고, 김기덕은 근처 약국 안에 있는 시계를 가리켰다.
“하…….”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는 방법도 있었지만, 무일푼으로 모두가 자기 집에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갑자기 친근감이 가득한 목소리가 임시찬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 여기 계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