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97)
#97화 흔들어라 (3)
“진짜?!”
와타나베는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덕분에 음식을 트레이에 가져오던 종업원이 깜짝 놀라 넘어질 뻔했지만, 와타나베는 흥분하여 그런 것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너무 흥분한 거 아니야? 일단 앉아. 음식이 나왔으니까.”
“어……, 어!”
자리에 앉았지만 상기된 와타나베의 얼굴은 흥분이 식지 않았다.
“흐음, 나라면 이걸 먹느니 뜨끈한 국밥 1천 그릇을 먹겠어.”
애피타이저를 한 입 입에 넣은 윤기의 말은 한국말이었기에 와타나베는 순간 고개를 기울였다.
“방금 무슨 말이야?”
“아아, 내 입에는 역시 프랑스 요리보다는 일본 요리가 더 낫다고 했어. 역시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가?”
일본을 칭찬하는 말에 와타나베는 자부심 어린 표정을 지었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와타나베는 다시 흥분된 어조로 물었다.
“그나저나 정말이야? 나를 에르메스에 다시 모델로 넣어 줄 수 있어?”
“전속 모델은 힘들겠지. 하지만, 아쉬움을 없애도록 한 번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거야. 혹시 모르지, 그 한 번의 기회를 잘 잡으면 다시 전속 모델이 될 수 있을지도.”
“부탁할게!”
와타나베는 이마가 음식에 닿을 정도로 크게 굽혔다.
“야야, 이마를 음식에 토핑할 셈이야?”
“부탁할게!”
그야말로 절박한 와타나베의 모습에 윤기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너희 부모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봐야 해. 보아하니 너희 부모님이 일본에서 나름대로 힘을 쓰시는 편인 것 같은데. 아니야?”
와타나베의 얼굴에는 다시 자부심이 어렸다.
“부모님보다는 할아버지가 힘을 쓰시는 분이야. 일본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도호쿠에서는 ‘나름대로’ 힘을 쓰시는 분이지.”
“도호쿠라면 관동 위쪽을 말하는 거지?”
관동은 도쿄가 포함되어 있는 지역이고, 도호쿠는 그 위쪽을 뜻한다.
한국으로 치면 부산광역시 혹은 성남, 안양, 수원, 용인을 한 곳에 묶었다고 보면 약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응.”
“뭐 하시는데?”
와타나베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지역 유지셔. 치안을 담당하시는 분이지.”
언뜻 들으면 도호쿠 지역의 경찰 간부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윤기는 전혀 다른 쪽으로 추론했다.
‘야쿠자구나.’
실제로 예전 요정에 야쿠자들을 데리고 왔던 것을 생각해 보면 가능성이 상당히 컸다.
더군다나 사실이었고 말이다.
“외할아버지는?”
윤기는 혹시나 해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외할아버지는……, 음……, 어……, 돌아가셨어.”
“그렇구나.”
상당히 뜸을 들인 후에 나온 대답에 윤기는 예전 자신이 했던 욕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지 대답을 하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무엇을 하는지 대답한 걸 보면 확실해졌네. 진짜로 남매끼리 결혼한 것일 줄이야.’
윤기는 와타나베의 집안을 비웃는 게 아니라, 이 정보를 토대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와타나베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와타나베 본인은 할아버지에게 약간의 귀여움을 받고 있다고 봐야지. 하지만 와타나베의 부모들은 와타나베 할아버지의 눈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이 커. 손주는 귀엽지만, 자식들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
향후 방침에 가닥을 잡은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식사나 마저 하자고. 식사를 끝내면 너희 부모님을 만나러 가 볼까? 에르메스 재팬에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지 말을 해 두는 게 좋을 테니까. 좀 더 확실하게 힘을 쓰는 게 너한테도 좋잖아?”
두 시간 후, 윤기는 잔뜩 신이 난 와타나베를 데리고 일행과 함께 와타나베의 집으로 향했다.
* * *
살벌한 표정의 야쿠자들이 정문을 지키고 있는 집 안쪽으로 들어간 윤기 일행은 손님방으로 일단 안내되었다.
그리고 30분 후, 윤기는 다시 나타난 와타나베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번에는 우리 겐지가 큰 실례를 범했다고 들었습니다.”
와타나베의 이름이 겐지라는 것을 알게 된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나서 많이 희석되었습니다. 이렇게 고풍스러운 집에 들어왔더니 그나마 남은 안 좋은 기억도 거의 사라진 기분이 드네요.”
와타나베의 집은 상당히 넓은 일본 전통 방식의 전원주택이었기에 윤기의 말은 솔직한 감상을 포함하고 있기도 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와타나베 마사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아내인 와타나베 미츠코고요.”
마사오나 미츠코나 외모는 그야말로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마사오는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일본인이었고, 미츠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지 좋은 옷과 좋은 음식으로 인해 평범보다는 조금 더 괜찮게 보인다고 해야 할까?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온 최윤기라고 합니다.”
“앉으시죠. 조만간 차를 내올 겁니다.”
서로 간에 전혀 모르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마사오 쪽은 윤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삼우 그룹의 맏손자이자 콜슨 준장의 손자, 거기에 거스터 미군 전 대장과의 연줄까지 있다고 했지…….’
애초에 와타나베가 할아버지 휘하의 야쿠자들을 데리고 윤기를 협박하려고 할 수 있던 것도 마사오의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만큼 마사오는 일전의 일을 겪고 나서 윤기가 도대체 누구인지에 대해 미리 조사해 놓았던 것이다.
물론 와이케이 백화점의 실소유자라는 핵심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차가 참 맛있군요.”
“그렇습니다. 일본의 차 문화야말로 저희 일본의 자랑거리지요.”
쌉쌀하면서도 진한 맛을 내는 녹차의 맛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너희가 아니었으면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참 많았을 텐데 말이야.’
실제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던 시절에 없애 버린 한국의 전통문화가 수천 가지는 우습게 넘어가기에 윤기의 생각은 절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물론, 윤기가 애국자라서 마사오나 겐지의 이러한 우월감에 분노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윤기가 짜증 내는 이유는 이들의 우월감 그 자체.
그것이 마음에 안 들었기에 속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물론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겐지에게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겐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고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맞나요?”
윤기가 중학생이 명확함에도 마사오는 윤기에게 상당한 존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윤기가 아니라 윤기 뒤에 있는 거스터와 콜슨, 그리고 삼우를 보고 있을뿐더러, 아들 겐지의 미래라는 명줄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이 자리에서 절대적인 갑은 윤기.
그렇기에 마사오는 눈치껏 자신이 먼저 본론으로 들어갔다.
‘겐지와 달리 마사오와 미츠코는 기본적인 개념이 잡힌 사람들이네. 재벌 2세까지는 그래도 능력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 부모의 눈 밖에 났다고는 해도 말이야.’
2010년대의 금수저들의 문제가 일본에서는 80년대, 그리고 그 전부터 빵빵 터지고 있었기 때문에 겐지 같은 재벌가 자식이 생기는 것은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저는 에르메스 재팬과 관련된 일 때문에 일본에 처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아……, 그런가요?”
“예. 그리고 일본에 들어오자마자 겪은 일이 겐지와의 일이었지요.”
“그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안……, 아니, 죄, 죄송합니다.”
마사오를 따라 사과를 해 오는 미츠코와 겐지를 보며 윤기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디까지나 설명을 하기 위해서 방금 내용을 말한 것뿐이에요. 아무튼, 저는 일본에 별다른 인맥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주일 미군에 대한 인맥은 존재했지만, 그게 일본 사회에 대한 인맥은 아니었기에 마사오는 수긍하며 윤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는 분이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중인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고 말이죠. 그래서 떠오른 게 와타나베였습니다. 안 좋은 인연도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인연이 되는 법 아니겠어요?”
사업의 확장을 도와주면 겐지의 에르메스 재팬 복권을 도와주겠다.
이러한 윤기의 말에 마사오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물었다.
“그분의 사업이 어느 정도이신지……?”
“겐지가 저한테 말한 할아버지의 능력이 사실이라면 능히 도와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일본 한 지역의 패자.
이 정도면 현재 세스 홀딩스의 장남인 박기수에게 있어서 차고도 넘치는 연줄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한국에서는 조폭과 손을 잡고 사업을 한다면 리스크가 반드시 생기지만, 일본은 톱 클래스 야쿠자와 손을 잡으면 날개를 다는 격이지.’
물론 박기수가 호랑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으음……. 제가 바로 여기서 ‘가능합니다.’라고 대답을 하면 좋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집안과 관련된 일은 제 아버님과 상의를 해 봐야 합니다. 잠시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혹시 지인분의 기업명이 무엇인지 알려 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그것은 답변을 들은 후에 알려드리도록 하죠. 혹시 요청 사항이 생긴다면 부담 없이 말씀하도록 하세요.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도록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일주일……, 아니 사흘 안에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접근은 일단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 * *
‘후우.’
본가로 향하는 마사오의 가슴은 답답했다.
저번에 겐지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목검으로 죽도록 맞았다면, 마사오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예 관심을 받지 못했다.
죽음보다도 무서운 무관심.
아버지가 그토록 반대한 결혼을 억지로 강행하고 나서 마사오가 얻은 것은 시베리아의 눈서리보다도 더 차가운 무관심이었다.
가문의 힘을 아예 못 쓰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비서를 통해서 적당한 수준의 힘은 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신 아버지는 자신에게 그 어떠한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사오는 윤기의 부탁을 수락했을 때, 솔직히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젠장……, 겐지가 윤기라는 녀석의 반, 아니 반의반만 되는 녀석이었어도…….’
윤기가 자신에 대한 호의만으로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계속해서 찡찡대는 겐지에게 다시 한번 목검 세례를 가한 참이었다.
분명 마사오는 겐지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게 굴절된 방식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이번에도 그저 ‘겐지를 위해서’라는 생각과 함께 본가에 들어가 차를 주차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버지의 비서 중 한 명의 환대에 마사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데…….”
비서의 얼굴이 바로 곤혹스럽게 변했다.
“마사오 님. 아시다시피…….”
“거스터 대장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달해 주게. 부탁이야.”
거스터라는 말에 비서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전달해 보기는 하겠습니다만…….”
“그 정도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비서는 잠시 뒤, 미소를 지으며 마사오에게 돌아왔다.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휴우.”
마사오는 한숨을 내쉬고 잠시 뒤, 비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아버지가 평상시에 거주하는 방으로 들어섰다.
“아버지, 저 왔습니다.”
주변머리가 날카롭게 외부를 향해 뻗어 있는 백발의 사내.
굉장히 날카로운 눈매에 왼쪽 볼이 입에서부터 길게 찢어진 적이 있는 것 같은 흉터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와타나베 야스다.
도호쿠 지역을 꽉 잡고 있는 조직인 우미구치구미(海口組)의 수장으로 전체 조직원의 숫자가 1만 명을 가뿐히 넘어가는 유력 야쿠자 조직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해구파’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우미구치구미의 수장.
탁!
야스다는 말을 꺼내기조차 싫다는 듯, 응접실의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한번 가볍게 두드렸다.
그야말로 처음 꺼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쫓아내겠다는 의미.
그렇기에 마사오는 자신이 생각해 본 최고의 조건을 바로 아버지에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주일 미군의 브로커와 무기 거래를 성사시켜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