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
방구석 백수가 된 후, 새롭게 생긴 나의 취미 중 하나는 각성자들의 방송을 보는 것이었다.
크든 작든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육체와 기술을 가지게 된 만큼, 그들의 기상천외한 방송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푸흣. 저걸 실패하네.”
그런식으로 실없이 웃고 있자니, 신규 스트리밍 목록에 신경 쓰이는 제목의 방송이 하나 올라왔다.
[네크로맨서 뉴비 백만대군 양성 3일차]“…….”
지금의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헌터들이 존재했지만, 사령술 계열의 각성자는 흔치 않은 부류에 속했다.
그렇기에. 솔직히 흥미가 돋을 수밖에 없었다.
딸깍.
“자 보이시나요? 이게 어제 밤 새서 만든 스켈레톤 아처거든요. 짱 세보이죠?”
방송에 입장하자, 곧바로 산뜻한 분위기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보아하니 나이는 20대 초반, 첫인상은 굉장히 활기차 보인다.
시청자 수가 고작 스물일곱 명에 불과한 탓인지, 나를 눈치챈 스트리머가 인사를 건네왔다.
“앗, 지옥군주12님 안녕하세요! 오신김에 묘기 하나 보고 가실래요?”
대답할 틈도 없이 여성은 스켈레톤에게 고무 활 하나를 건넸고, 자신의 머리에 사과를 올린 채 어디론가 뛰쳐나갔다.
거리로는 5미터 정도일까?
명령을 받은 스켈레톤은 힘차게 활을 발사했다.
피잉!
퍽!
“아야!”
그리고 그것이 여성의 이마에 적중했다.
그야말로 형편없는 컨트롤이었다.
“에이 씨. 야. 너 어제는 잘 했잖아? 밥을 안 줘서 그런가?”
그러한 묘기 아닌 묘기에 채팅창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 아니 ㅋㅋㅋㅋ
– 저것도 못 맞추면 어떻게 싸울라고?
– 아 우리 스켈레톤 마력이 부족하대잖아 ㅋㅋㅋ
– 응애. 나 아기 스켈레톤 아처. 마력 조.
그렇게 장난식으로 호응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악질적으로 실력을 비하하는 채팅도 존재했다.
– 아니 개못하네 진짜. 뉴비 네크라길래 보러 왔는데.
– 님 그실력으로 헌터 할라 하면 민폐임 ㅋㅋ
소환수 계열은 등급 막론하고 피아식별이 젤 중요한데.
“이제 한창 연습중이니까요! 금방 늘지 않을까요? 헤헤.”
그러한 채팅도 유려하게 받아 넘기는 것이, 아무래도 멘탈은 수준급인 듯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어쩐지 흐뭇함을 느꼈다.
‘…확실히 뉴비가 귀엽긴 하네.’
열심히 재료를 모아 스켈레톤을 만들고, 밸런스를 맞춰나가며 컨트롤을 개선해나간다.
그야말로 입문자다운 느낌이 나서 좋았다.
‘그리고…….’
뭣도 모르는 이들은 형편없다 욕하기 바빴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사령술에 꽤나 재능이 있다고.
‘분명 초짜가 어거지로 기워만든 스켈레톤일텐데, 상당히 튼실해보인단 말이지.’
아무 생각 없이 심심풀이로 들어와 본 것이지만, 이제는 꽤나 흥미가 생겨버렸다.
나는 팔로우 버튼을 클릭한 뒤, 곧바로 귓속말 시스템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뉴비를 봤으면, 훈수는 못 참지.
#
‘대체 뭐지?’
송하연은 두 달 전 처음 각성한 뜨끈뜨끈한 신입 헌터다.
동시에 초보 스트리머이기도 했다.
그녀의 칭호는 무덤가의 시체애호가.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사령술계 각성자였다.
때문에 그 신선함을 이용해 방송으로 두각을 드러내고자 마음 먹었다. 어차피 고랭크의 헌터가 되는 것은 자신이 없었고, 그녀 자신은 적당한 부를 얻어 여유로운 생활을 얻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그렇게 방송을 시작한 지 삼 일차.
나름대로 준수하게 시청자를 모아가고 있던 그녀의 앞에 묘한 사람이 나타났다.
–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차근차근 스켈레톤 계열의 언데드부터 만들어가던 그녀에게 들어온 훈수.
처음에는 당연히 분탕이라 생각하여 가볍게 넘기고자 했다. 자칭 인터넷 전문가들의 조언은 언제나 믿을 것이 못 됐으니까.
그런 하연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이어진 시청자의 조언을 모두 읽은 이후였다.
‘해가 들지 않는 습한 토지에 소재를 묻어두라고? 동물의 피를 묻혀서?’
그리고 그곳에 틈날 때마다 사기(死氣)를 쐬여주라고 했다. 총 3일간.
‘사기 응집 스킬은 가지고 있으니 못할 건 없긴 한데…….’
듣기만 해도 굉장히 번거로워보인다. 만일 장난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날리는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즉석에서 생각한 헛소리로 치부하기엔, 조언의 내용이 너무나 상세했다.
시험 삼아 홀로 스켈레톤을 제작할 때 곤란했던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하니, 그에 대해서 막힘없는 답변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진짜 같은 계열 각성잔가?’
그것도 이 정도의 지식량이라면, 이런저런 어중이떠중이는 아닐 것이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던 하연은 지옥군주12라는 닉네임을 가진 시청자의 훈수를 그대로 이행해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어어?”
기긱. 기기긱.
그렇게 만들어낸 스켈레톤은, 확연히 이전과는 다른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였어?”
그때까지만 해도 하연은 그저 뜻밖의 행운에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우연히 방송에서 신선한 뉴비를 본 기성 헌터가 꿀팁을 전수해줬구나,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하지만.
– 마석 가진 거 없나? 마법진 알려줄테니 각인한 다음 그거 들고 무덤 가서 틈틈히 사기 모아두면 다른 애들 만들 때 여기저기 쓸 수 있을텐데.
– 지능 딸리는 계열은 그런 방식으로 훈련시켜봤자 아무짝에도 쓸데없어. 이게 다 매커니즘이 있으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 꿀팁이 한 번에서 끝나지 않고 더욱더 상세해지자, 하연은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이 사람 뭐지?’
이건 무언가 정상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현재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령술 계열 헌터조차 B랭크 상위권에 불과했고, 그의 전투 영상에는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었으니까.
즉, 저 지옥군주12라는 이름의 시청자는 그저 단순한 기성 헌터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 이런 사람이 대체 왜 나를……?’
지금의 현대 사회에서는 힘이 곧 법이었으며 권력이었다. 그에 따라 이러한 정보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굉장한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그것을 그저 훈수라는 명목으로 퍼 주고 있었으니, 하연은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종의 음모가 있나? 나 이제 어딘가 끌려가는 건가?’
갑자기 스며들어온 불안감에 은근슬쩍 떠 보는 질문을 던지자, 지옥군주12의 대답은 간단했다.
– 그냥 심심해서 알려주는건데. 싫음 말고.
납득이 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거짓말같지는 않았다.
즉, 하연은 지금 태어나서 둘도 없는 인생의 찬스를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 아뇨 선생님! 제발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평생 따를게요! 혹시 뭔가 따로 원하시는 건 없으신가요?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재차 메시지를 보내려던 찰나 지옥군주12의 대답이 돌아왔다.
– 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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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네.”
저쪽에서도 제자는 들이지 않았건만, 오히려 힘을 잃은 지금에 와서 뜻밖의 제자가 생겨 버렸다.
나는 한시적으로나마 사제의 연을 맺은 송하연으로부터, 모종의 물건을 부탁해 건네받았다.
바로 송하연이 직접 사기를 모아둔 마석 세 정이 그 내용물이었다.
‘따지고 보면 불법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한 저급 마석일 뿐이고, 들키지만 않으면 장땡이었다.
‘역시 여기서도 안 느껴져.’
사령술사가 힘을 운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에너지, 사기(死氣).
지금의 나는 왠지 모르게 그것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누군가 이미 정돈해둔 사기를 사용한다면.’
혹시 지금의 상태로도 사령술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내가 지금 이 추운 날 후드티를 눌러쓰고 동네 뒷산에 나와 있는 이유였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사실 이 방법을 생각해 둔 것은 꽤나 예전이다.
허나 가뜩이나 사령 계열 각성자가 없는 한국에서 조력자를 구하기란 어불성설이었고,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결국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의미가 없다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분명 지난 주에 옆동네에서 갑작스런 게이트 브레이크로 중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했지…….’
소형 몬스터인 고블린 던전이라 그 정도에서 그쳤지만,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문제였다.
그러니 혹시 누가 아는가?
진짜로 미치도록 운이 없어서 어느 날 발생한 돌발 상황에 픽 하고 죽어버릴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렇지.’
지금의 꼬라지만 봐도 내가 운과는 연이 없는 것이 확실했으니, 최소한의 대비를 해 두어 나쁠 것은 전혀 없었다.
만약을 위한 보험. 단순히 그런 이유였다.
‘때마침 적당한 게 있네.’
오늘 막 생을 마친 듯한 참새의 시체가 하나 있다. 테스트에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소재였다.
터억.
시체 앞에서 무릎을 쪼그린 나는, 사기가 가득 담긴 마석을 꺼내든 채 행동을 개시했다.
후우웅.
지금은 사기를 느끼지 못하는 몸. 때문에 생각대로 잘 되어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쪽에서 질리도록 해 보았던 일이기 때문에 실수는 없었다.
부스스.
그렇게 술식을 완성하자, 시체에 남아 있던 살가죽과 깃털이 빠른 속도로 먼지처럼 흩어졌다. 성공이었다.
“일어나 봐.”
한순간에 뼈만 남긴 채 되살아난 참새는, 그 앙상한 몸체를 움직여 제자리에 섰다.
“오른손.”
긱.
“왼손.”
기긱.
완벽하다. 내 명령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잠시 침묵한 나는, 곧이어 전신에 고양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진짜로 성공했다.’
솔직히 확률은 반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해보였지만, 그동안의 실패 사례에서 미루어 볼 때 이 세상은 철저히 그 가능성을 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러나 결국 성공했다.
별 의미가 없는 성과라고는 해도, 이곳에 떨어진 이후 처음으로 얻어낸 승리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후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싱글벙글 미소지으며 실없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래. 뭐가 어찌 됐든 나는 죽음의 군주. 명계의 주인이다.
결국 한 차원의 법칙 따위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나는 진짜배기 네크로맨서다!
나는 시체를 지배할 수 있다!
내 감정 변동에 따라 참새 역시도 날개뼈를 퍼덕거리며 그에 동참했다.
기긱. 기긱!
“그래. 네 말이 맞아. 오늘은 축제다.”
나는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가 치킨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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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맛있게 먹네.’
오늘도 고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백서하는, 제 오빠가 시킨 치킨을 함께 먹으며 생각했다.
“후흐. 자, 다리는 너 먹어.”
“아, 응. 잘 먹을게.”
어지간히도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인지, 백은하는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헤실헤실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보인다는 것을, 과연 오빠는 알고 있을까?
그런 와중에도 연장자의 배려라는 듯 치킨의 다릿살을 제 접시로 옮겨주는 백은하를 보며, 백서하는 생각했다.
역시 뭐가 됐든, 이런 생활도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