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22)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22화(122/193)
| 122화. 뒷소문 (1)
유려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무대는 시작되었다.
이청현이 허공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듯 손을 움직였다.
피아노 소리가 원곡의 반주에 흡수되면서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안무로 연결됐다.
『바람 부는 들판
포근한 하늘
나는 그곳에 서 있어
별이 뜨길 기다리며』
이청현은 이번 무대에 랩을 한 마디도 넣지 않았다. 대신 자신도 보컬로 참여했다.
노래를 곧잘 하던 녀석이었지만 장시간 랩을 연습해 온 탓에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 텐데, 놈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완성도를 위해 네 강점을 버릴 필요는 없다는 내게 이청현은 이렇게 말했다.
‘도전을 두려워하고 싶진 않아서요.’
그때의 엷은 미소가 지금의 얼굴에도 남아 있었다.
가성이 매끄럽지 않았다면 허락 안 해 줬을 거다. 이번만 봐준다.
『너는 모르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은하수를 타고 흘러가는지』
안경을 살짝 치켜올리는 제스처와 함께 박주우도 훌륭히 파트를 소화했다.
『어째서일까 밤하늘이
눈이 부시게 밝은 건
어둠은 이토록
아름답게 빛나』
나는 그런 녀석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다른 한 손으로는 망원경을 만들어 눈에 가져다 대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니 나는
뛰어들 수밖에
깊은 마음으로』
정성빈이 눈을 빛내며 어두운 객석을 한없이 쳐다보았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볼 위의 글리터가 오래된 느낌을 주는 낮은 채도의 옷과 대비되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원곡을 소화하는 동안 여섯 명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도, 다 함께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리고 2절이 마무리되었을 때.
이청현이 직접 고른 음악인 피아노 협주곡 5번의 3악장 일부가 흘러나왔다.
이 파트의 주인 역시 이청현이었다.
이청현은 무대의 가장자리로 물러나 있는 사이 챙겨 둔, 미리 준비해 두었던 플라스틱 전구를 들어 올렸다.
약간의 터치만으로도 열리게 만든 전구가 스위치 소리와 함께 이청현의 손끝에서 터져 나갔다.
전구에 가득 들어 있던 금빛 종이 가루들이 이청현의 얼굴 위로 흩날렸고…….
무대의 전광판과 바닥이 천체로 뒤덮였다.
하얗게 빛나는 별들 사이로 색색의 은하수가 흘렀다.
그토록 찾아다녔던 별이 드디어 눈앞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세 개 무대분의 예산을 때려 박은 미디어 아트가 빛을 발했다.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와 컨펌할 때, 리허설 때까지 몇 번씩 봤지만 다시 봐도 장관이었다.
쏟아지는 종이 별들 사이에서 이청현은 환하게 웃었다.
저 표정은 내가 이청현을 센터에 세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표정이었다.
이번 편곡을 마쳤을 때 이청현이 지었던 미소 말이다.
저게 환희가, 희열이 아니면 무엇일까.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스파크 중에선 이청현이 ‘미확인 행성을 발견한 열성적인 과학자’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그 기쁨이 모쪼록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 뒤로, 서로 연결되는 파트가 아니었던 오케스트라 반주가 절묘하게 이어졌다.
최제호와 강기연을 필두로 한, 무용에 가까운 군무가 시작될 타이밍이었다.
‘내가 클래식을 잘 몰라서 조심스럽긴 한데.’
‘음?’
‘이 곡은 좀 독특한 느낌이다.’
처음 이청현이 고른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청현이 이유를 물었을 때, 부족한 표현력으로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어느 한 악기가 주력이라기보단 서로 주고받는 느낌이야. 특히 3악장이.’
‘그렇지?’
내가 원한 것은 화려함과 유려함이었다.
그러나 이청현은 거기에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내가 그래서 이 곡을 좋아해.’
이청현은 정말로 소중한 존재를 대하는 것처럼 영상이 나오던 화면의 귀퉁이를 어루만졌다.
‘다 함께 노래를 만드는 느낌이라서.’
지금 우리와 어우러져 무대를 하고 있는 이청현이 과거의 일체감을 다시 느끼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녀석이 후회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즐겁게 음악을 하기를 바랐다.
* * *
이변은 없었다.
2차 경연에서도 스파크는 1위를 차지했다. 파르테가 2위를 하며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UA 내부 분위기는…….
말해 뭐 해. 축제였다.
맷돌처럼 박박 갈렸던 제작 팀 분들도 소식을 듣고는 역으로 우리에게 고생했다고 말해 주셨다.
전체적으로 무대들의 퀄리티가 높아진 덕에 이번 투표는 이전 경연 대비 치열했다. 순위 간에 득표 차가 크지 않았거든.
UA는 그런 환경에서도 스파크가 1위를 따낸 걸 대견히 여기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게 아왕실에서 스파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1위일 거다. 4차 경연은 형태가 특수하고, 파이널 라운드엔 온라인 투표가 반영될 예정이라서 말이다.
두 무대에서 스파크에 승산은 별로 없었다. 특히 온라인 투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그러니 이번까지는 즐기게 둬도 괜찮겠지. 나는 스파크 놈들이 직원분들에게 아낌없이 칭찬받는 모습을 기껍게 구경했다.
그런 녀석들과 내 사이로 시스템이 나타났다.
+
[SYSTEM] ‘책임자’님의 업무 지시가 도착했습니다.▶ 김 대리, 사회에선 눈에 띄는 게 능사가 아니야.
+
시스템의 말은 평소보다 훨씬 짧았다.
그러나 기묘했다. 몇 글자 안 되는 한 문장이 이상할 만치 불안했다.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
[SYSTEM] ‘을’에게 ‘내규 위반’이 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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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역사와 과도하게 다른 행보가 발견될 경우, ‘을’이 공정함 의무를 어긴 것으로 간주합니다.
▷ ‘을’의 행위가 역사를 바꾼 정도에 따라 ‘을’이 처한 환경을 이용한 제재가 가능합니다.
[SYSTEM] ‘을’에게 ‘내규 위반’에 따른 제재가 고지됩니다.▷ 내용: 평판 점수 신고 처리
▷ 사유: ‘아이돌 왕조실록’ 출연 및 활약
+
이날 밤, 내 이름은 온갖 커뮤니티에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팀 내 군기와 사내 갑질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단어와 함께.
* * *
인간에겐 저마다 평판 점수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직업 행성 별점처럼. 그래서 예전에 근태 점수가 높으니 좋은 평가를 준다는 문구도 떴던 거겠지.
그리고 시스템은 기업체처럼 인간이 받아 왔던 평판에 신고를 먹여 리뷰 가림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나는 트집 잡힐 일을 한 적이 없다. 따라서 평판 역시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 ‘평판 점수 신고 처리’ 이후, 좋은 후기가 사라진 기업의 리뷰 창처럼 나와 관련된 게시글은 부정적인 것들만 올라오기 시작했다.
≫ 김이월 군기 잡는 거 나만 느껴?
1. 애들 인터뷰 하다가도 이월 쪽 보고 자세 바로함 (눈치 계속 봄)
2. 작곡멤이 라이브에서 진도 매번 검사받는다고 한 적 有
3. 아왕실에서 자기 PR 무대 점수 줄 때 혼자 발언함
└ 1번은ㅋㅋㅋ 이월이가 눈치 준 것도 아니고 그냥 애들이 보고 고친 건데 왜 이월이 머리채야
└ 그럼 3번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ㅋㅋㅋㅋㅋ
└ 무지성 쉴드러 특: 맞말 나오면 도망감
≫ 근데 선배 무시 논란 뜨기 전부터 쎄했어
나이 제일 많고 프로듀싱 멤이라 그런가
정작 리더는 정성빈인데 발언권 많은 거 이용해서 팀 분위기 몰아가는 게 있음
└ ㄹㅇ 저게 안 당해 보면 모르는데 X같아
└ 같은 맏형 라인인 제호도 견제하잖아ㅋㅋ 제호한테만 일부러 개띠껍게 대해서 옛날부터 별로였음
≫ 멤버들이 잔소리 제일 많이 하는 형이라고 맨날 그러는데
솔직히 누구한테 잔소리할 실력이 안 되지 않아? ㅠㅠ
이월아 네 직캠 조회 수를 봐……
└ 애들이 보내던 게 구조 요청이었던 거임
└ 직캠 조회 수 차이 그렇게 많이 나?
└ 엇비슷한데 김펩이 항상 하위권이긴 함
└ 춤멤이나 센터 아니면 직캠 조회 수 잘 안 나오지 않나
└ ㄴㄴ 별 상관없음
└ 직캠이 춤 보려고 보는 건데 상관이 없긴 왜 없엌ㅋㅋㅋㅋㅋㅋ 빡대가린가
반응은 처참했다. 맞는 말이 적잖이 있어서 나도 좀 설득당했다.
그래서 제가 빨리 빠져 드리려고 했는데요, 시스템이 절 참 안 도와주네요…….
그래도 이런 반응이 올라올 때까진 괜찮았다. 내 주제에 아이돌을 하게 됐을 때부터 좋은 소리를 들을 순 없을 거라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상황은 그날 밤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포지션 대결인 3차 경연 준비를 위해 아왕실 측에서 전달받은 대로 출전 멤버를 구상하던 차에, 드물게 숙소 전화가 울렸다.
새벽 4시에 전화를 건 사람은 매니저님이었다.
─ 이월아, 혹시 인터넷 보고 있었니? 지금 여론이 안 좋아서…… 확인을 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나는 확인하고 연락 드리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SNS는 그야말로 불바다였다.
≫ 유에이 안에서는 이미 ㄱㅇㅇ 인성 유명함
직원들 말 개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걸로 말 많았는데 이번에 터진 듯
대표가 엄청 밀어준다던데
└ PD랑도 마찰 많았다고 소문 쫙 났더라
└ 걔 혼자만 연생 1년하고 데뷔한 거 보면 밀어주는 거 확실함
≫ 센터 리더 다 놔두고 왜 그 멤부터 개인 예능 잡아줬겠냐고 빡대가리들아
특별 대우 받고 있는 거 맞고 네 최애가 푸쉬 몰아 받느라 딴 멤들 찬밥 되고 있는 게 팩트임;; 제발 현실을 좀 봐
└ 이런 거 하나씩 확인할 때마다 다른 애들 너무 마음 아파서 눈물 남…… 그 멤보다 훨씬 더 오래 준비하고 실력도 있는데 정치질 때문에 차별 대우 받는 게 너무 속상해
└ 제 말이요ㅠㅠ 내 새끼가 멤버들 너무 좋다니까 뭐라고는 못하겠는데 자기 몫은 충분히 챙기면서 일했으면……ㅠㅠㅠ
사실에 가까운 소속사 내부 이야기부터 실제로 촬영한 단독 예능까지, 사실에 살을 붙이니 가설이 주는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자기 PR 점수 좀 올리겠다고 단독으로 술방 같은 데 나가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 그럼 거기에 최제호가 나갔어야 하잖아, XX…….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몇 개의 게시글을 더 읽었다.
막무가내 논란도 큰 문제지만 고작 이 정도로 매니저님이 새벽에 전화를 하진 않았을 터였다.
그렇게 몇 분을 더 뒤적거린 끝에, 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종류의 이슈와 마주하게 되었다.
≫ 팬들은 김이월 모범생 캐라고 빨아 주는데
학교 생활 찐 양아치같이 했던 게 웃음 포인트ㅋㅋ
수학여행 같은 단체 생활 다 면제에 석차 안 되는 데도 성적 좋은 애들만 들어가는 자습실 받아서 특별 대우라고 말 많았음
집 잘 살았는데 선생들이 엄청 챙겨 주고
본인은 지 잘난 거 알고 ㅆㄱㅈ도 없어서 반 애들이랑 말도 안 섞음
+ 졸업 앨범 인증함
생전 받아 본 적이 없던 특혜 논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