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36)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36화(136/193)
| 136화. 사내 보복 (2)
회의가 끝난 후에는 연습만이 끝없이 반복됐다.
누구 하나 토하기 전에 정성빈이 음악을 꺼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우리는 지금쯤 다 같이 연습실 바닥을 닦고 있었을 거다.
“형…… 나 편의점 좀 다녀와도 돼?”
“편의점은 왜?”
“이온 음료 마시고 싶어…….”
박주우가 말라비틀어진 얼굴로 애원했다. 이온 음료가 없으면 사달 날 꼴이었다.
“사다 줄게. 12시 넘었다.”
메인 보컬의 목은 소중하니, 나는 친히 편의점에 대신 가 주기로 했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가까우니까 내가 가도 되는데.”
“애들은 밤에 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그럼 나랑 가.”
“최제호 넌 여기서 애들이나 보고 있어.”
그렇게 멤버들은 최제호에게 맡겨 두고 연습실을 나섰다.
건물을 나오기 무섭게 후덥지근한 바람이 온몸을 덮쳤다.
열대야라 그런지,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숨이 턱턱 막혔다.
‘곡은 제시간에 나올 것 같은데, 안무가 시간 안에 되려나? 액션 스쿨은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하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들은 이럴 때 쳐 내야 했다. 개같이 바쁜 시즌을 보낼 때 한평산업에서 얻은 지혜다.
바쁘게 머리를 굴리며 걷고 있는데 눈앞이 희게 빛났다.
+
[SYSTEM] ‘책임자’님의 업무 지시가 도착했습니다.▶ ☞
+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의 시스템이 나타났다. 이런 류의 메시지는 처음이었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봤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뭐…… 어쩌라고?’
그 순간.
머리 위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벽을 짚을 새도 없이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언가에 찍힌 것처럼 깨질 듯이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뜨거웠다. 피부가 불에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가로등 불빛 위로 길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누군가가 내 머리 위에서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얘기한 거지?”
광원을 등진 탓에 남자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고통으로 눈을 크게 뜨는 것도 힘들었다.
괴한이 내 등을 깔고 앉았다.
그러고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이듯 물었다.
“아까 그 작가한테 내 얘기 했지? 네가 내 뒷소문 내고 다니는 거잖아. 맞지?”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유한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유한수가 들고 있던 망치의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브랜드 제품이었다. 낮에 총무 팀 대리님이 찾던 공구가 이거였을 줄이야.
‘시스템이 아니었으면…….’
오른쪽을 보느라 고개를 돌리지 않았더라면.
화끈거리는 쪽이 왼쪽 두피가 아니라 뒤통수였을지도 모른다.
유한수가 쇳덩어리로 내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걸 진작 깨 버렸어야 하는데.”
“…….”
“쓸데없이 대가리 못 굴리게.”
우악스러운 손길이 내 머리채를 잡았다.
튀어나오는 비명을 참으려 억지로 입술을 깨물었다.
힘겹게 눈을 뜨자, 고개 숙여 내 쪽을 보고 있는 유한수와 눈이 마주쳤다.
살면서 본 적이 없는 부류의 것이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유한수가 진심이라는 걸.
한순간의 충동 따위가 아니라, 인생이 X되는 한이 있더라도 내 발목을 잡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생각해.’
이딴 식으로 당하려고 회귀한 게 아니잖아.
나는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았다.
‘일단은…… 무기를 뺏는다.’
나는 내 머리채를 쥔 유한수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놈의 손등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유한수가 소리를 지르며 나가떨어진 틈을 타, 나는 떨어진 공구를 줍고 상체를 일으켰다.
시야는 새빨갰고, 좀처럼 사물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머리로는 지혈을 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손으로 찢어진 부위를 누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X, 가만히만 있어도 아픈데 여길 어떻게 누르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숨을 고르던 내 눈앞에 유한수의 두 발목이 보였다.
불현듯 연습실에 남아 있을 녀석들이 떠올랐다.
이 인간이 나에게만 원한이 있다면 좋겠지만, 나 하나를 끝으로 순순히 자수할 생각이었다면 좋겠지만.
원망의 대상이 나 하나가 아니라 스파크 전체라면?
자기한테 방해라고 생각한 사람들 모두를 해칠 생각이었다면, 그리고…….
내가 아닌 박주우가 여기에 있었거나, 나와 최제호가 함께 나왔더라면.
나는 뒷걸음질 치는 유한수의 발목을 잡아챘다. 관성을 이기지 못한 유한수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죽도록 아프다. 당장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새끼를 여기서 놓치면.
주저앉은 놈의 머리를 남은 한 손으로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 놈의 몸 위에 올라타 제압했다.
손아귀 아래서 유한수가 무어라 외쳤다.
들리진 않았다. 귓가엔 심장 소리만이 울렸다.
머리에서 빠르게 피가 도는 느낌.
그러다 피가 전부…… 아래로 빠져나가는 기분.
어지러웠다. 꺼내지도 않은 이력서가 눈앞에 나타났다.
+
.
.
.
누적 피로도: 70% (근로 지원 서비스 적용 중)
+
죽기 직전이란 뜻이네. 근로 지원이 없으면 90%가 될 테니까.
그래도 지금은 안 된다. 이 인간을 완전히 막기 전까지는.
그러나 모든 일이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라.
유한수를 제압한 게 무색하게,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
반대로 궁지에 몰린 유한수는 크게 발악했다.
힘을 써서 유한수를 찍어 누를 때마다 골이 울렸다.
누적 피로도가 75%를 넘어서던 그 순간.
+
…….
+
시스템이 나타났다.
무어라 적혀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흐려지는 초점으로, 더듬더듬 새롭게 나타난 문구를 읽어 내렸다.
+
[SYSTEM] ‘을’에게 ‘4대 보험-산재 보험’이 고지됩니다.▷ ‘을’이 업무 중 중대 재해를 입었을 경우, 1회에 한해 ‘산재 보험’이 적용됩니다.
▷ ‘산재 보험’ 적용 기간 중 ‘을’은 ① 업무상 재해로 인해 얻은 통증 해소, ② 업무상 재해로 얻은 부상의 빠른 회복(부상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음)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습니다.
▷ 보험 혜택은 1회에 한해…….
+
‘지금 부상이 나으려면 얼마나 걸리는데.’
시스템에게 묻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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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책임자’님의 업무 지시가 도착했습니다.▶ 김 대리, 출근하다 사고라도 났어? 얼마나 쉬어야 되는데? 2주 이상은 못 빼 준다?
+
지금 당장 이 인간을 묶어 놔도 모자랄 판에 2주?
나는 망설임 없이 1번을 골랐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모든 통증이 사라졌다.
유한수의 얼굴도 똑똑히 보였다. 놈이 웃고 있었다.
“시XX이, 재밌냐?”
유한수의 멱살을 잡자, 유한수가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김이월 넌 벌 받아야 해.”
“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누가 봐도 내가 해야 할 말을 유한수가 지껄이고 있으니까.
“너 같은 놈이 나보다 더 인정받는 게 말이 안 돼. 네가 뭔데 나를 모욕해?”
“제정신 아니구나, 너?”
“너 같은 게 함부로 이름을 알리면 업계가 우스워지잖아. 그러게 까불지 말고 내 말 잘 들으면서 얌전히 배웠어야지. 어린놈이 XXX 없게…….”
더는 들을 것도 없었다. 나는 무릎으로 유한수의 목을 눌렀다.
“컥…… 너 이 새X, 사람 죽이려고.”
“너도 나 죽이려고 했잖아, 개XX야.”
숨이 찼다. 고통만 없어졌을 뿐, 손끝이 점점 차가워지는 건 변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간 과다 출혈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었다.
‘시간이 없어.’
내가 기절하면 유한수는 정말로 날 해칠 것이다. 본인의 명예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
+
[SYSTEM] ‘책임자’님의 업무 지시가 도착했습니다.▶ 김 대리, 그간 고생 많았다고 인센티브 나온다네. 사유가 그 뭐냐, 어려운 상사 밑에서도 최선을 다해 일했다는 거였나?
[SYSTEM] ‘을’이 ‘직업 윤리’를 준수함에 따라 보상이 제공됩니다.▷ 역지사지 체험권: 희망하는 대상에게 감각 또는 감정 등을 한 가지 체험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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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윤리.
장준후의 사내 괴롭힘을 목격한 당시 딱 한 번 봤었던 종류의 메시지였다.
도덕적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는 기능만 있는 줄 알았는데, 기준에 맞게 열심히 일하면 보상도 준다 이건가. 타인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통증이 해소된 상태에서 체험권을 쓰면 어떻게 되는데?’
내 질문에 시스템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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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책임자’님의 업무 지시가 도착했습니다.▶ 김 대리는 지금 통증이 없는 상태인 게 아냐. 못 느끼는 상태인 거지. 그 왜, 있잖아. 슈뢰딩거 뭐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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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개처럼 일한 보람이 있네, X발!
나는 끈적한 얼굴을 닦으며 물었다.
“유한수 씨. 혹시 자기 머리가 깨지는 상상은 해 본 적 있어?”
그리고 체험권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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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유한수(프로듀서)’에게 ‘역지사지 체험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추천 프로그램: 통증
▶ 예 /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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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선택하자 유한수가 한쪽 머리를 쥐어뜯었다. 표정에서 괴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는 비명을 지르려는 유한수의 입을 막고, 망치를 잠시 내려놓은 다음 놈의 겉옷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우선은 유한수의 핸드폰으로 신고부터 했다. 괴한을 만나 머리를 맞았다고 하자 바로 출동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음으로는 내 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저장명 ‘UA잡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성 논란이 터졌을 당시 임시로 핸드폰을 받았지만, 아직 반납하지 않아 내 핸드폰은 연습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 유한수의 번호로 내 핸드폰에 연락이 간다면.
─ ……여보세요?
아마도, 그놈들이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