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38)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38화(138/193)
| 138화. 사내 보복 (4)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보였다.
이거 얼마 전에 봤던 웹소설에 나왔던 장면인데.
이러다가 다들 아이돌로 데뷔하더라고.
……잠깐, 이거 내 얘기 아닌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지나가던 여성분이 피범벅인 날 보고 소리를 지르시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어째서인지 한평산업 때의 일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꿈이라도 꿨나 보다.
그런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간호사님을 불러야 하나? 누굴 부를 만큼 아프진 않은데.
시스템 덕분에 통증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으니 편했다.
나는 이렇게 침대를 사랑하는 소박한 시민이었는데. 어쩌다 인생이 이렇게 꼬였을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보자 대충 상황 파악이 됐다.
손목에 꽂힌 링거나 머리맡에 붙은 낙상 주의를 보니 수술이든 처치든 급한 건 끝난 듯했다. 진짜 급한 상황이면 다들 내 머리맡에 모여 계셨을 거란 말이지.
‘살다 살다 입원을 다 해 보네.’
기이한 일이다. 회사는 한평산업이 더 X같았는데 생명의 위협은 UA에서 더 많이 느끼다니.
그보다 문제가 있다.
여기…… 1인실인 것 같다.
1인실 비용이 얼마지? 입원해 본 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엄청나게 비싸다고만 들었던 터라,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돈은 회사에서 내주려나? 이번 생엔 보험도 아직 안 들었는데. 상해로 인한 입원은 급여 처리가 되던가?
‘정신 나간 새X…… 내가 치료비 다 청구한다.’
유한수를 생각하며 아득바득 이를 갈았다. 웬만한 금액이 아니고선 합의는 어림도 없을 줄 알아라. 민·형사 다 걸고 인생을 조져 주지.
분개하고 있는 와중에 발치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누군가 다가왔다.
“매니저님?”
“이월아! 정신이 들어? 간호사님, 여기 환자 깨어났어요!”
그러고는 순식간에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인기척에 대답만 했을 뿐인데 혼이 쏙 빠졌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내 병실은 다시 평화로워졌다.
“수술은 잘 끝났대. 너 인마, 진짜 큰일 날 뻔했어.”
“그런가요?”
“당연하지!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알아? ……아니다, 내가 방금 일어난 애한테 괜한 말을 했네. 미안해.”
다친 곳이 하필 머리라 일이 좀 더 커진 모양이다. 쓰레기 같은 인간.
“진짜 아픈 데 없어? 너 많이 꿰맸는데?”
“진통제 덕분인가 봐요. 지금은 정말 괜찮아요.”
내 말에도 매니저님은 영 안심이 되질 않는 눈치셨다.
하지만 일부러 아픈 척을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 봤자 얻는 것도 없고.
괜찮음을 어필하기 위해 웃어 보이자 매니저님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애들은 잘 들어갔나요?”
경찰이나 구급차가 오면 회사에서 어련히 놈들을 귀가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해 연습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던 건데.
“애들? 지금 밖에 앉아 있어.”
“네?”
놀랍게도 놈들이 여기 있다지 뭔가.
“저 그렇게 오래 잤나요? 혹시 날짜가 며칠씩 지나고 그런 건.”
“아냐, 아냐! 애들이 너 걱정된다고 해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난동이 있었는데 애들은 좀 숙소에 넣어 놓지 그러셨어요.
“좀 더 잘래? 이월이 너만 괜찮으면 애들 잠깐 들어오라고 하고.”
“네, 네.”
아이돌을 병실 복도에 방치하는 것보단 안으로 들이는 게 낫겠다 싶어 냉큼 수락했다.
매니저님이 나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놈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곧장 내 쪽으로 온 녀석들의 얼굴은…….
“형!”
“형, 괜찮아요?”
……절반이 엉망진창이었다.
“너희 울었어?”
“형, 흐읍, 선생님께서 뭐라셔? 이제 괜찮대?”
이청현이 눈물을 줄줄 쏟았다.
자컨에서 5주년 기념으로 쓴 롤링 페이퍼 읽을 때도 이렇게까진 안 울던 앤데.
“수술도 잘됐다는데 왜 울어? 나 멀쩡해.”
내 말에 이청현이 손을 떨며 눈물을 닦았다.
“수술만 잘되면 다냐고…….”
이청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주둥이 산 거 보니까 멀쩡하긴 한가 보네.”
최제호가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X발, 시스템 도핑 해서 멀쩡하다. 왜.
“아니…… 넌 왜 그렇게 화가 났어?”
“그걸 물어봐야 알아?”
“그만해요, 형.”
최제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강기연이 말렸지만 최제호는 굴하지 않았다.
“너, 네가 어쩌다 실려 왔는지 몰라? 머리 깨져 놓고 뭐가 그렇게 태평하냐?”
“나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죽을 뻔해 놓고 그딴 말이 나와?”
“안 죽었잖아. 그럼 됐지.”
그리고 태평하지도 않아. 이런 일로 죽었으면 내가 제일 먼저 시스템 멱살 잡으러 갔을 거다.
“어쨌든, 난 아무 문제 없으니까 다들 얼른 숙소로 돌아가. 당분간 매니저님 없이 밖에 나가지 말고.”
“그래, 멀쩡해서 좋겠다 이 새X야.”
나를 노려보던 녀석이 신경질을 내며 병실을 박차고 나갔다.
“저도 잠깐 나갔다 올게요.”
“어어…….”
그런 최제호를 강기연이 쫓아 나갔다.
“쟤 왜 저래? 병실 밖에서도 저랬어?”
내가 인성 논란 막으려고 그동안 별의별 짓을 다 했는데. 나 의식 없는 동안 그새를 못 참고 깽판 친 건 아니겠지.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
정성빈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판도라의 상자를 눈앞에 둔 기분이었다.
“제호 형, 30분 전까지 유한수, 죽여 버릴 거라고, 흑, 차 안에서 소리 질렀어.”
이청현이 끅끅대며 말했다.
내 이 새X를 그냥. 애들 앞에서 흥분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잠깐. 그럼 지금 강기연이 걔 말리러 간 거야?
“최제호 이걸 확…….”
“형! 일어나지 마!”
“일어나시면 안 돼요, 형!”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뻔했다. 침대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걸 이청현과 정성빈이 기겁하며 말렸다.
분명 통증이 해소되는 중일 텐데 뒷골이 당겼다. 나는 목뒤를 짚으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쟤는 왜 저렇게 나 꼴받을 짓만 하냐? 부상이 문제가 아니라 화병으로 죽겠다.”
“그런 말 하지 마.”
이청현과 정성빈 뒤에서 박주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려져 있어 몰랐지만 박주우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박주우의 두 볼엔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난 형이, 진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박주우가 힘겹게 띄엄띄엄 말했다. 그러더니 옥구슬 같은 눈물방울을 떨궜다.
“……미안.”
나는 짧게 사과했다. 그러나 박주우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소리 없이 흐느끼던 박주우가 말했다.
“음료수 먹고 싶다고 해서, 미안해…….”
이불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참 별것도 아닌 말인데,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된 게 박주우 때문도 아닌데.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네 잘못도 아닌데 왜 그런 걸로 미안해하고 그래.”
내 말에 박주우가 소매로 벅벅 눈물을 닦았다.
‘……많이 놀랐나 보네.’
나만 해도 처음 맞았을 땐 무기 뺏어야 한다는 생각 말곤 아무것도 못 했다.
하물며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이놈들은 오죽하겠나. 나는 코를 훌쩍이는 녀석의 어깨를 몇 번 토닥여 줬다.
“정말 괜찮으세요? 마취 풀리면 많이 아플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정성빈이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괜찮아. 아직 마취가 덜 풀렸나 봐.”
마음 같아선 최제호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이놈들을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
이청현 얼굴을 봐라. 어지간히 울었으면 ‘눈물 흘리는 조각상–20XX년 作’이 되었을 텐데 지금은 완전히 풀빵이 되어 버렸지 않은가.
자세히 보니 정성빈도 눈가가 붉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울고 있으니 강기연이 최제호를 맡은 거로군. 막내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 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성빈아, 최제호랑 기연이 좀 데려와 줄래? 기연이 고생할까 봐 걱정된다.”
“……알겠어요.”
나는 우선 혼자서 애쓰고 있을 강기연을 불러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둘만 남은 박주우와 이청현에게 말했다.
“숙소 가면 다들 청심환 하나씩 먹어. 전에 마시는 걸로 사다 놨으니까. 구급상자 어딨는지 알지?”
“지금 제일 청심환 먹어야 할 사람은 형 아니야?”
“기운 없는데 했던 말 또 하게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이것 말고도 있었다.
나는 거칠게 문지르는 바람에 쑥대밭이 된 놈들의 얼굴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걱정 끼친 거, 미안해.”
“…….”
당장 내가 아프지 않으니 이 녀석들의 염려를 전부 과잉보호로 취급했다. 날 생각해서 찾아온 녀석들에겐 실례되는 행동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진심으로 사과했다.
“괜찮다는 거 거짓말 아니니까 믿어도 돼. 나 말하는 것만 봐도 평소 같아 보이지 않아?”
“그건 형이 형 얼굴을 못 보니까 그런 거지…….”
박주우가 힐난했다.
하지만 정말 하나도 안 아픈걸. 너희가 이렇게 걱정하는 게 양심에 찔릴 정도란다. 설명할 순 없지만.
“너희한테 놀랐냐고 굳이 물어본 것도 미안. 안 그래도 많이 놀랐을 텐데, 내 생각이 짧았다.”
“뭐라는 거야. 우리가 놀라 봤자 형만큼 놀랐겠어?”
투덜대면서도 이청현은 조금씩 울음을 그쳤다.
“형들이랑 강견한테도 무심하게 말한 거 사과해. 괜히 제호 형 긁지 말고. 걱정하는 사람한테 안 죽었으니까 됐다고 말하는 건 무슨 경우야?”
“최제호 걘 개인 면담해야 해. 어디 동생들 앞에서 화를 내고…….”
“제호 형 요새 안 그랬잖아. 형이 걱정되니까 그런 거지.”
“청현아, 너 누구 편이야?”
“오늘은 제호 형 편이다, 이 화상아.”
이청현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박주우도 말릴 기색은 없어 보였다.
두 놈들 눈물샘을 잠그고 나니 정성빈이 사포둥이들을 데리고 귀환했다.
세 명에게도 똑같이 사과를 건넸다. 정성빈은 근심이 아주 조금 가신 얼굴로, 강기연은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내 사과를 받아 주었다.
최제호와는…….
“…….”
“…….”
“내가 무신경하게 말한 건 미안한데, 너도 애들 앞에서 욕하거나 화내지 마.”
“정성빈, 나 먼저 숙소 가도 되냐?”
……순탄하진 않아도 어찌저찌 화해했다.
가해자인 유한수에 관한 이야기는 이 이후에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