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43)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43화(143/193)
| 143화. 4차 경연: 비상 대책 회의 (4)
경찰 조사 이후 몸은 엄청난 속도로 회복했다. 의사 선생님들끼리 기적적인 일이라고 수군대시는 것, 다 들었다. 분명 화병이 나은 덕도 있을 거다.
반면 고통은 아주 완만하게 감소했다. 몸이 잘 낫고 있으니 처방되는 진통제는 줄었는데 통증은 그대로라 입술을 깨물고 참는 중이다. 이쯤 되면 뭐가 좋은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괴로워 보이는 면상 둘이 병실에 찾아왔다.
“너희도 어디 아파?”
“일하느라 그래…….”
이청현이 비척거리며 노트북을 꺼냈다. 오늘의 병문안 손님은 정성빈과 이청현, 방문 사유는 ‘최종 경연 대비를 위한 긴급 회의 요청’이었다.
“최종 경연 얘기한다면서 댄스 라인 놈들은 하나도 안 왔다?”
“그 둘은 지금 좀비 상태야.”
“피골이 상접해 있거든요.”
정성빈에 의하면 최제호와 강기연은 동선과 안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갈고 엎고 뒤집는 모양이었다.
“이젠 주우 형까지 붙잡아서 시뮬레이션 돌리고 있더라.”
이청현이 실실거리며 웃었다. 조금 실성한 것 같았다.
“아무튼, 이게 안무 시안 1번.”
“1번?”
“3번까지 있어. 형한테 뭐가 편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다 녹화해 봤지.”
이청현이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에 맞춰 정성빈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아왕실 생방송 무대 세트장 도면이었다.
“영상에서 빨간색으로 마킹된 곳이 메인 무대, 파란색으로 테이핑한 구역은 사이드 무대예요. 참고해 주세요.”
“응, 고마워.”
다들 준비성이 많이 늘었다. 덕분에 영상을 보는 내내 특별히 질문할 점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사이드 무대에 혼자 앉혀 놓겠다는 거야?”
내 포지션이 지나치게 눈에 띈다는 것 빼고는.
“별로야? 그럼 리프트 타고 메인 무대로 올라오든가.”
그것도 싫어!
쓱 나왔다가 쓱 나가는 거면 모를까 혼자서만 튀는 거 하기 싫다고!
왜 너희 놔두고 내가 원샷을 받아야 하는데!
“나 그냥 춤추면 안 돼? 최대한 뒤에서 안 보이게 출게.”
“말이 돼? 형이 지금 춤을 어떻게 춰.”
“출 수 있어. 엄청 빨리 낫고 있으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
“못 믿겠으면 내일 회진 시간 맞춰서 오든가.”
나와 이청현이 설전을 벌이는 동안 정성빈은 안무 시안 하나를 돌려 보았다.
그러더니 노트북 화면을 다시 내 쪽으로 돌리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괜찮다고 하시고, 회복 속도가 쭉 유지되면 3절 정도는 안무를 바꿔서 같이 해도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사실 댄브 때부터 들어오면 딱이긴 해. 이월이 형, 빨리 좀 나아 봐.”
“그게 마음대로 되면 내가 아이돌 하겠니? 벌써 자연 치유 연구소 차렸지.”
회의는 그 후로도 한참 더 이어졌다. 논의를 마쳤을 땐 우리 셋 다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다.
“아참, 형. 여기 TV 나와?”
의자에 널브러져 있던 이청현이 대형 TV를 가리키며 물었다.
“한 번도 안 봐서 모르겠네. 왜?”
“나오면 콘센트 뽑아 놓고 가려고 했지. 그냥 두면 형 또 아왕실 본방 사수할 거 아냐.”
“핸드폰으로 볼 거란 생각은 안 하나 보지?”
“형 TV로는 방송 보고 폰으로는 실시간 채팅 보는 거 다 알아.”
저 녀석,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최종 경연을 미뤘으면 이번 주나 다음 주가 결방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합숙 분량을 늘렸대요. 생방송 전 주엔 모아 보기 같은 방송을 한다고 하고. 그래서 결방은 안 할 것 같아요.”
정성빈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나만 빼고 다들 바쁜 시간을 보내셨나 보다.
펑크가 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조금 죄스러웠다.
“가뜩이나 방송도 밤에 하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은 그냥 자. 1인실이라고 신나서 본방 보지 말고. 모니터링은 우리가 할게.”
“내가 너희 모니터링 금지령 내리지 않았었나?”
“아, 그럼 제호 형한테만 보라고 하든가!”
이청현이 성질을 냈다. 걔는…… 모니터링 따위로 멘탈 갈릴 놈이 아니긴 하지. 인정한다.
“알아서 잘 쉴 테니까 너흰 피부 관리나 똑바로 해. 나 퇴원했는데 잡티 생겨 있으면 그날로 다들 피부과에서 4시간 동안 못 나올 줄 알아.”
내 말에 이청현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노트북을 정리했다. 말뿐인 협박으로 들리나 본데, 이참에 에스테틱의 참맛을 보여 줘야겠다.
* * *
요 며칠간 백해원의 상태는 심란 그 자체였다.
전대미문의 사태로 돌판은 뒤숭숭함의 정점을 찍었다.
어느새 스파크로 물든 백해원의 탐라는 말할 것도 없었다.
≫ 회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스파크 팬덤 일동은 UA의 책임감 있는 해명과 후속 조치를 요구합니다
#UA는_아티스트를_보호해라
#아이돌은_보호받을_의무가있다
#UA_정신차려
≫ 일하다가 우리 애 실트라 봤더니 날벼락……
좋은 일로만 보고 싶은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다행히 김이월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회복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제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시로 팬카페와 메신저를 들락거렸다. 메시지를 999개가 넘도록 보내면서 말이다.
백해원은 말해 무엇 하랴, UA에 찾아가 계란이라도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김이월은 자신은 괜찮다는 첫 안부 글 외엔 이 일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팬덤 안은 시끄러웠지만 수년간 덕질을 해 온 백해원과 동지들은 눈치챘다.
아, 얘 팬들 한 처먹을까 봐 이러는구나……라고.
본인의 얼굴만큼이나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많은 스파클러들도 김이월의 부상을 일부러 끄집어내지 않고자 자중했다.
이월
[오늘 아왕실 보실 건가요?] [전 볼 거예요!] [혹시 애들한텐 비밀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청현이가 TV 콘센트 뽑아 버릴 거라고 협박하고 갔거든요.]오늘만 해도 김이월은 프로그램 본방 사수라는 평소 같은 소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월이가 보라는데 어떡해. 봐야지.
백해원은 스파클러라면 애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아왕실을 틀었다.
‘이번 주도 악편하면 죽인다…….’
개노잼 방송이지만 1화를 참고 봐 줬더니 우리 애들을 X같이 편집하질 않나, 무대를 발캠으로 찍질 않나.
방청을 가서 직접 스파크의 무대를 봤던 백해원으로선 환장할 노릇이었다.
스파크가 쩔어 줬던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방송에선 하반신만 잡고 있었다.
≫ 이 무대가 어떻게 현장 1등을 한 거지
아무리 봐도 그 정돈 아닌데;;;;
└ 무대 버전 영상 보면 확실히 얘네가 잘함ㅇㅇ 방송이 좀 ㅈ같이 나옴
└ 방금 보고 왔는데 ㄹㅇ이네ㅋㅋㅋ 본방이 억까하기 있냐
그간 백해원이 얼마나 피눈물을 쏟으며 무대 버전 영상 링크를 퍼다 날랐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XX 아왕실 제작진이 편집을 처음부터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2차 무대부터는 정신 차린 것 같긴 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불안했다.
그나마 이번 주에는 평화로운 합숙 에피소드가 나온다는 게 위안이 됐다. 아무래도 덕후는 떡밥이 풀릴 때 생기를 되찾는 법이니까.
지난주만 해도 스파크의 엄청난 무대로 피드가 불타지 않았던가? 그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생생했다.
버스 안에서는 거의 창밖만 보더니, 차에서 내려서는 동생들한테 치대고 다른 그룹 멤버들과도 소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월이 너 아주 인싸구나.
짐작은 하고 있었다. 스파크에서 연습생으로 있었던 기간이 가장 짧았다는 것 치고 김이월과 멤버들의 일화는 차고 넘치게 많았다.
‘청현이 가출했을 때 이월이 형이 찾으러 갔었잖아.’
‘성빈이 형, 그 얘길 지금 꺼내는 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니야?’
‘제호 형, 이월이 형이랑 헬스장에 제일 오래 있잖아요. 둘이 있으면 무슨 얘기 해요?’
‘운동하는데 얘기를 왜 해?’
‘저희가 숙소에서 제대로 요리하는 일이 별로 없긴 한데, 하면 거의 다 이월이 형이 주도해요.’
‘이월이 형이 부친 동그랑땡 맛있어요, 여러분……!’
‘동그랑땡은 또 언제 부쳤대? 그리고 왜 주우 형한테만 부쳐 줘?’
‘저 얼마 전에 이월이 형 때문에 가방 다 바꿨잖아요. 백팩으로.’
‘왜? 어깨 기울어진다고?’
‘어. 가방 하나에 30분씩 혼났어.’
‘어쩐지 강견 네 가방이 다 처음 보는 거더라.’
중간에 함정 카드가 끼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워낙 남에게 서글서글하게 구는 데다, 타인을 세심하게 챙기는 만큼 김이월의 주변에 사람이 많을 걸 예상은 했다.
당장 제 오빠만 해도 김이월과 크게 친하지 않았음에도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인성 논란이 터졌을 당시 앓았던 마음의 상처가 씻은 듯 나은 기분이었다.
어렵게 치유된 백해원의 마음은 김이월이 장 보기 조에 합류하면서 다시금 심란해졌다.
『아까 보니까 찬장에 고추장 있더라고요. 쌈장만 사죠.』
『그 상추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옆의 걸로 담을까요?』
『인원이 많으니까 대용량으로 사는 게 싸겠어요. 큰 걸로 담아요.』
화면 속의 김이월은 그냥…… 엄마였다.
모든 동료들을 포근하게 품어 주는 그런 엄마 롤 말고, 같이 장 보러 가서는 나물만 잔뜩 사 오는 현실 엄마 말이다.
돌아온 후에도 김이월은 바빴다. 드럼통 꺼내 오고 숯 깔고 불붙이느라.
아왕실의 편집의 축복을 내려 준 건 좋았다. 우리 애들 많이 나오고 좋으니까. 요 며칠 난리가 난 스파크를 배려한 모습이 엿보였다.
하지만 파르테 놈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우리 팀 맏형들만 드럼통에 토치 조지고 있는 모습은 좋으면서도 서러웠다.
복잡한 백해원의 마음은 고기와 쌈을 열심히 배달하는 정성빈을 보며 사르르 녹았다. 아기 새처럼 김이월이 자리에 앉아 밥 먹길 기다리는 멤버들도.
그래, 너희가 행복하면 됐다. 정말로 화목해 보이는 스파크의 모습에 백해원도 백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