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50)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50화(150/193)
| 150화. 재발 방지책 수립 (3)
≫ 프로 아이돌 김이월 어록 모음
인생 개빡세게 사는 내 돌 보고 감명받아서 모아 본 김이월 프로 아이돌 모먼트
※ 콩깍지 오짐 주관 뚜렷함 ※
『청현: 이럴 수가! 저 그렇게 괜찮아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예요?
이월: 단위 면적 당 85만 원 정도?
청현: 왜 하필 85만 원이에요?
이월: 지금 금값이 그래.』
『역광 뭐야? 팬분들 마음에 그늘지게 하고 싶어? 자연광의 가호가 우스워?』
『고칼로리 음식을 먹었으면 뛰어야지. 입에는 기름칠하고 활동엔 먹칠할 셈이야?』
『그 애교가 최선이야? 스파클러분들이 귀엽다 귀엽다 해 주시니까 혼자서 이 정도면 됐다고 자기 만족하는 거야?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일했지?』
『이월: 흐리게 봐야 예쁘다
이월: 너도 그렇다
제호: 나 또 왜
이월: 양심이 있으면 생각을 해 봐 내 눈에 네가 예뻐 보일 것 같은지
제호: 지금 내가 셀카 3장 올렸다고 이러는 거지 너?
이월: 4장까지 올릴 수 있는데 한 장을 덜 올린 시점에서 너는 아웃이야』
『기연: 이청현은 염색까지 하면 너무 튀지 않을까요?
이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미남이 염색을 해야 나라가 사는 거지.
주우: 형 그런 말 어디서 듣고 오는 거야……?』
내 눈엔 김이월이 최고 아이돌이니까 반박 안 받음 할 말은 일기장에ㅇㅇ
└ 85만 원ㅋㅋㅋㅋㅋ 국내 최초 얼굴이 시가인 아이돌
└ 화법이 X나 웃김 단어는 영애처럼 고급스러운데 말로 살 날림
└ 말하는 거 보면 독기 뿜뿜인데 실제로도 본인이 갓생 사는 거 같아서 뭐라 못하겠음…… ㅋㅋㅋ 하루에 서너 시간 잔다던데
└ 멤버 피셜 연습 제일 많이 하고 일 다 하는 아이돌……
≫ 까들도 김펩 팬서비스는 인정하더라
버블팝 팬카페야 많이 하는 돌들 많으니 그렇다 쳐도
팬싸 온 팬들 거의 다 기억해서 대화 이어서 해 줌
출퇴근길 오는 팬들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다고 새벽 사녹에도 맨날 헤메 다 된 상태로 출퇴근
팬들이 좋아하는 사진은 배경화면용으로 사이즈 다 잘라서 새로 올려 줌
팬들 브이로그 다 보고 꼬박꼬박 언급
이런…… 하나하나 공들인다는 게 느껴지는 일화가 되게 많은 듯
개인적으로 팬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한 손으로 하트 할 수 없다고 꼬박꼬박 양손으로 하트 하는 게 제일 웃김 레전드 유교
└ 난 놈이긴 함ㅇㅇ 아직 팬싸 몇 번 안 했다고는 해도 팬들 디테일 하나하나 기억하는 거 쉽지 않음
└ 엥 가끔 대기실에서 헤메하던 거 자컨에 나오던데 그건 뭐임?
└ 샵에서 1차 받고 대기실에선 무대 화장 느낌으로 보완한댔음
└ 양손 하트 뭔데ㅋㅋㅋㅋㅋㅋ
≫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데 댐이 터지면 어떻게 해야 됨?
└ 진정하고 떡밥부터 주워 먹어
└ 지금 배 터지기 직전이야
이외에도 비슷한 게시글이 수없이 많았다. 대부분 김이월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아 달라는 글이었다.
새벽에는 스파크와 내가 나란히 실시간 트렌드에도 올라간 듯했다.
얼굴이 뜨끈해졌다. 이런 민망한 감정은 오랜만이었다.
‘칭찬받는 기분이 이런 건가.’
속이 울렁거렸다.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거북해서 그렇지.
모든 게시글을 눌러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호의적인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손이 움찔거렸다. 뒤로 가기를 누르려다가도 멈칫, 제동이 걸렸다. 시선이 하염없이 작은 핸드폰 위를 맴돌았다.
노력을 인정받는다는, 어떠한 보상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경험.
생애 첫 인센티브였다.
* * *
몇 시간에 걸친 모니터링을 마친 후에는 텅 빈 숙소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릴없이 놀았다는 건 아니고, 나름 뭘 하긴 했다.
먼저 이청현이 약물에 쉽게 중독되지 않도록 구급상자에 있는 약들을 소량만 빼고 전부 다른 곳으로 치웠다.
무슨 약에 중독될지 알면 그것만 빼 놓을 텐데. 기억나는 게 없어서 모든 약을 일일이 소분해야 했다.
마땅히 둘 데가 없어서 일단은 내 작은 캐리어에 숨겨 뒀다. 여차하면 작은 금고라도 사야겠다 싶다.
스파크 친구들의 목소리에 먼지 한 톨 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청소기도 슬슬 돌렸다.
정산받으면 숙소에 공기 청정기라도 한 대 놔야……. 아니다. 공청기는 회사에서 지원 안 되나?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박주우가 안겨 주고 간 앨범을 다시 들으며 에어 베이스도 쳤다. 손이 근질거려서 회사에 있는 실물을 치고 싶었는데, 그거 하나 때문에 매니저님을 오라 가라 할 수 없어서 참았다.
그렇게 거실을 배회하다가 소파에 앉았는데…….
“형, 왜 여기서 이러고 자요?”
……익숙한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앞에 강기연과 이청현이 서 있었다.
“TV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나 봐.”
채널을 돌리다 아왕실 마지막 회 재방송을 해 주길래 본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중간부터 잠이 든 모양이다.
어쩐지 두 번째 순서부터 수천 명의 아이돌들이 300만 명의 관객 앞에서 아크로바틱 쇼를 선보이더라. 다 꿈이었군.
“피곤하면 들어가서 더 자요. 어차피 지금 밤이고.”
강기연이 TV를 끄며 말했다. 어느새 시계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됐어. 그런데 너희 일찍 왔다?”
평소보다 다들 귀가가 일렀다. 다 같이 들어온 걸 보면 서로 합의를 보고 일찌감치 돌아온 듯했다.
잠에서 깨기 위해 관자놀이를 누르는 사이 이청현이 내 발치로 다가와 앉았다.
“비상사태거든. 형 안 졸리면 우리 대책 회의 좀 하자.”
“왜. 뭔 일 있었어?”
“대박 사건이 있었지.”
이청현은 자못 비장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온 최제호가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장준후 왔었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이름이 튀어나왔다. 뇌를 거칠 새도 없이 질문부터 나갔다.
“어딜?”
“연습실.”
순간 머릿속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비속어가 스쳐 지나갔다. 거실과 현관 중간에서 정성빈이 애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이 회사에 쓰레기가 유한수만이 아니었지.
한숨이 나올 뻔했지만 꾹 참았다. 지금은 정성빈을 챙기는 게 우선이었다.
“성빈이 괜찮아? 놀랐겠네.”
“전 괜찮아요. 놀라긴 했는데…… 선배님께서 무슨 일을 하신 것도 아니고요.”
“지금 상황에 뭘 하면 그거야말로 자기 잡아가라고 시위하는 거지.”
빈정거리는 와중에 이청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녀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쫄렸나 보다, 그 인간.”
“그런 것 같지?”
이청현이 맞장구를 치며 실소했다.
자신과 함께 작업했던 PD가 아이돌을 갈구다가 열등감을 못 이기고 선을 넘었다.
이게 대서특필이 되었는데, 장준후 본인도 아이돌 하나를 갈궜던 이력이 있단 말이지. 심지어 장준후는 그 짓을 유한수보다 몇 배로 오래 해 먹었고.
회사엔 경찰이 드나들지, 언론은 매일 시끄럽지.
게다가 아이돌 K군이 유한수의 만행을 하나부터 열까지 폭로했으니, 언제 자기 이름이 나올까 걱정하고 있을 거다.
이청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음료수며 간식이며 바리바리 싸 오셨더라고.”
“다 개수작이지, 뭐.”
최제호가 캔 음료의 뚜껑을 땄다. 시원하게 탄산이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중요한 건 따로 있잖아.”
나는 자세를 바꿔 앉고 물었다.
“그 인간은 뭐래?”
내 말에 박주우가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성빈이랑 얘기를 좀 하고 싶대. 개인적으로.”
“그래서? 우린 무조건 2인 1조로 움직인다고 얘기했어?”
“아직 그렇게까진……!”
“성빈이 너는.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내가 묻자 정성빈은 애매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저번엔 굳이 일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했던 녀석이다. 내가 보기엔 정당하게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당사자인 정성빈에겐 사과마저 불편할 수도 있었다.
“천천히 고민해 봐. 조급한 건 저쪽이지, 네가 아니니까. 네 마음이 편한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거 잊지 말고.”
“네, 감사해요.”
정성빈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자마자 녀석은 우리 방을 찾아왔다.
“저, 형.”
“응?”
“저 선배님 만나 보려고요.”
각오를 단단히 한 얼굴로 말이다.
“괜찮겠어? 억지로 그러지 않아도 돼.”
정성빈이 빈말을 할 놈은 아니었지만 걱정이 앞섰다.
원체 예의 바른 녀석이니, 연장자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듯 정성빈이 웃으며 대답했다.
“많이 고민하고 정한 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다지 안심이 되진 않는다. 정성빈은 양잿물을 받아도 어른이 마시라고 하면 마실 놈 아닌가.
차라리 내가 보호자로 따라가는 편이 마음 편할 듯했다.
가서 장준후가 헛소리를 한다 싶으면 바로 성질머리를 개방하는 거지.
언제 끼어들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더니 정성빈이 운을 뗐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정성빈이 침을 삼키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어서 부탁하도록 해라. 난 너와 함께 장준후의 고해 성사 토크를 들어 줄 준비가 됐으니까.
“멤버들 중에 누구랑 가는 게 좋을까요?”
“뭐?”
나 말고? 다른 멤버 누구랑?
장준후랑 1:1로 맞다이 뜨고 괜히 약점 잡힐 최제호. 너보다도 말이 없는 박주우, 요즘 많이 바뀌긴 했지만 어른 앞에선 눈치부터 살피는 이청현, 얼굴부터 성깔이 남다른 강기연 중에 하나를 골라서 데려갈 생각이라고? 진심이냐?
하나같이 화려한 인선이다. 이놈들을 데리고 장준후를 상대한다니. 내 쪽에서 결사반대다.
“나랑 가자.”
순수한 놈들끼리 갔다가 다시 흠씬 털리고 싶어?
닥치고 나 데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