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59)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59화(159/193)
| 159화. 인성 검사
“머리 많이 길었네.”
“그런가?”
“응.”
박주우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스파크 놈 중 안 그런 놈이 없다지만, 박주우는 유난히 내 외적인 상처가 낫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위쪽 머리로 덮으면 티도 안 나는데 뭘.”
“그래도.”
녀석은 못내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티 날까 봐 그래?”
곧 라이브 방송을 할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방송에 참여한 후로 오랜만이었다. 사고다 뭐다 해서 한동안 스파크가 5인조 방송을 진행한 탓이다.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조금 전 매니저님께 전달받은 베레모를 흔들어 보였다.
박주우는 별말 없이 내 머리에 모자를 씌우고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었다.
“이야기만 하면 되는 방송이니까 다행이긴 한데…….”
박주우가 중얼거렸다.
오늘의 방송 컨셉은 평화로운 노가리 까기다.
그렇다고 장소를 대충 회사 회의실로 잡는 경우 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컨셉에 충실하게 아늑한 우드 톤 스튜디오를 예약해서 사방에 보드게임을 세워 놓고 예쁜 담요도 구비했다.
완벽한 배경 설정을 위해 스파크 전담 팀께서 힘써 주셨다. 전담이란 건 참 좋구나.
의상은 캐주얼한 느낌이 나는 올드스쿨룩으로 통일했다. 그 안에서 조금씩 결만 달랐다.
내 경우 베레모에 어울리는 니트 조끼가 메인인 반면, 강기연은 90년대에 랩 좀 했던 반항아 같은 후드 티를 입었다. 만약 우리가 같은 반이었다면 절대로 친해지지 못했을 거다.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카메라 앞에 모이니 화면이 꽉 찼다.
성장기라 그런가. 이놈들, 무지막지한 속도로 크더라. 더 태울 지방이 없으니 가로로 부피를 줄일 수도 없고.
녀석들을 앉혀 놓고 매니저님과 핸드폰 카메라 각도를 이리저리 조절하는데 누군가 말했다.
“스파크 방송 시작까지 3분 남았어요!”
순간 긴장감이 몰려들었다.
‘다섯 명이 방송하는 걸 보던 분들께서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자리를 빼놓고 먼저 앉아 있는 다섯 명의 얼굴이 보였다.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면면들이다. 저 얼굴로 녀석들은 괘씸하게도 가운데를 비워 뒀다. 뒷줄인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저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
“형, 뭐 해? 빨리 와!”
이청현이 손짓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죄수처럼 녀석들 사이로 끌려갔다.
죽상인 얼굴을 보여 줄 순 없으니 열심히 웃었지만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생전 겪어 본 적도 없는 멀미가 나는 듯했다.
이런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방송이 시작됐다.
“스파클러, 안녕하세요!”
정성빈이 활기차게 인사했다. 라이브 방송 개시 전부터 올라오고 있던 채팅들이 화면에 뜨기 시작했다.
≫ 얘들아 안녕 ♥♥♥♥♥♥
≫ Hi~
≫ 빨리 시작해라 빨ㄹ리빨리
≫ 저 오늘 생일이에요ㅎㅎ 축하한다고 해 주세요!
≫ 아왕실 너무 멋졌다ㅠㅠㅠ 스파크는 최고의 아이돌이야
침이 절로 삼켜졌다.
나는 빠르게 눈으로 채팅을 훑었다.
‘아 다섯 명일 때가 좋았는데’ 따위의 댓글이 나오면 혼자서 물 쏟고 닦는 척이라도 하면서 앵글에서 빠져야…….
≫ 헉 이월아
≫ 이월아 괜찮아?!?!?!?!?!
≫ 이월아ㅠㅠㅠㅠ 얼굴 보니 좋다
≫ 드디어 6명ㅠㅠㅠㅠㅠㅠ
≫ 이월아 힘들면 누워서 방송해 너는 그래도 된다
≫ 이월아ㅏㅏㅏㅏㅏ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새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괜찮아?! 몸은 좀 어때???
≫ 이월이다♥♥♥♥♥ 너무 보고 싶었어 진짜ㅠㅠㅠ 고생 많아따 울애기ㅠㅠ
≫ 오랜만에 6인 라이브네ㅎㅎ 회복 축하해ㅎㅎㅎㅎㅎㅎ
≫ ㅋㅋㅋ이월이 있으니까 애들 표정에 안정감이 달라ㅋㅋㅋㅋ
다정한 말들이 쏟아졌다.
쌓이는 애정들을 보고 나서야 긴장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팬분들한테.
* * *
이번 방송의 주 콘텐츠는 멤버별 성격 유형 분석이다.
스파크 녀석들의 공식적인 MBTI는 알고 있다. 신빙성이 없었다는 게 문제일 뿐.
스스로를 파악할 줄 몰랐던 어린 스파크들은 MBTI 문항의 늪에서 현명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셀프 캐해가 잘못된 결과지를 들고 오곤 했다.
≫ 음……? 우리 제호가 E라고?
제호야 외향이 뭔지 몰라?
댄스 팀과 원만히 소통한다는 이유로 외향·내향을 구분하는 질문에 당당히 극 외향을 선택하는 최제호가 있는가 하면.
≫ 일주일 끼니를 미리 정해 두는데 소스를 아직 못 골라서 P인 것 같다고?
기연아 우리는 그런 사람을 J라고 하기로 했어
극강의 계획형 인간인 정성빈과 긴 세월을 함께하다 보니 자기 평가에 박해진 강기연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본인들이 하는 검사 대신 ‘멤버들이 봐 주는 내 동료의 MBTI’ 특집이다.
이러면 내가 또 망나니가 되는 불상사도 피할 수 있을 거다. MBTI에 광기의 청소부 같은 건 없었으니까.
전담 팀에서 ‘요즘 애들은 MBTI 테스트 이런 거 다 해 보지?’라고 물어보실 때 눈치 못 챈 척 구구절절 떠든 보람이 있다.
“그 전에, 자기 MBTI 아는 사람 있어?”
이청현이 물었지만 해당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니터링을 금지하면서 인터넷 문명을 단절시켜 버린 보람이 있다. 어디 가서 이상한 용어 배워 오느니 순백의 상태인 게 백배 낫지.
채팅창엔 벌써 ‘너희 MBTI는 CUTE야’부터 갖은 말들이 올라왔다. 이놈들은 드립인 줄도 모르고 그런 MBTI도 있냐며 진지하게 헛소리를 해 댔다.
외향형과 내향형을 구분하는 건 쉬웠다.
“주우랑 최제호는 I지. 둘 다 쉴 땐 혼자 있는 걸 선호하잖아.”
“주우 형은 I가 99% 정도 나오지 않을까요?”
내 말에 강기연도 동의했다.
“……그거 안 좋은 거야?”
박주우가 심각하게 질문했다. 덕분에 3분 동안 MBTI엔 좋고 나쁨이 없으며, 단지 성향을 구분하는 것일 뿐임을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다.
“강견도 I야. 너 취미 활동이 다 혼자 하는 거잖아.”
“그런 거면 너도 I 아니냐?”
“난 멤버들이랑 노는 거 너무너무 좋은데?”
기껏 박주우를 달래 주고 났더니 막내들이 네가 I네, 내가 I네 하며 입씨름했다.
“그럼 김이월 얜 뭔데?”
최제호가 나를 가리켰다.
“저 형은 그거야. 본인은 I라고 생각하는데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E.”
이청현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억울하다. 나도 혼자 있는 게 좋아. 내 작은 오피스텔에서 쉴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그러나 이청현은 내 항변을 들을 의사가 없어 보였다. 다른 놈들이 군말 없이 수긍해서 더 꼴 받았다.
스파클러분들까지 합세해 토의한 결과 나와 정성빈, 이청현이 E로, 나머지 멤버들이 I인 것으로 정리됐다.
S와 N도 어떻게 잘 정해졌다. 현실주의자인 최제호와 정성빈, 강기연이 S로 지목됐다.
샤워할 때 시스템이 대가리 위로 떨어지는 상상을 하는 나나 밤마다 머릿속에서 키보드를 치고 있다는 이청현,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몽상가 박주우는 N을 맡기로 했다.
애초에 나처럼 특이한 상황에 처해 어쩔 수 없이 짱구를 굴려야 하는 사람도 N으로 쳐 주는 건가? 기준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여기까진 나름 평화롭게 이야기가 전개됐다.
오디오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건 T와 F를 가르는 질문에서였다.
“이걸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질문이 있대요. 다들 누가 ‘나 오늘 우울해서 빵 샀어.’라고 얘기하면 뭐라고 말할 거예요?”
정성빈이 물었다. 그러자 이청현이 끼어들었다.
“그 질문을 누가 하는데? 친한 사람? 아니면 적당히 알고만 지내는 사람?”
“N 아니랄까 봐 까다롭네.”
자타 공인 S 판정을 받은 최제호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질문을 누가 하는지…… 중요한 거 아니야? 너한텐 그게 하등 중요하지 않냐?
하지만 이 정도는 새 발의 피였다.
“내가 질문했다고 가정해 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빵을 사 가지고 온 거지.”
“너 아침에도 빵 먹는데 탄수화물 괜찮냐?”
대답이 더 경악스러웠거든.
“제호야, 인성 괜찮아?”
“터진 거 아니야?”
나와 이청현은 차례로 최제호의 터져 버린 인성을 염려했다. 박주우는 이미 제가 더 상처받은 표정이었다.
주변 반응을 본 최제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왜?”
“아니, 애가 우울해서 빵을 샀다잖아.”
“그래서?”
“그럼 적어도 왜 우울하냐고 물어는 봐줘야 하지 않을까?”
내 말에 최제호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더니 제 딴엔 좀 더 개선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새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빵 먹으면 좀 나아져?”
“됐다.”
한숨이 나왔지만 참았다. 다 똑같은 사람만 나오면 보는 분들도 재미가 없을 테니 콘텐츠의 재미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겠다. 속은 터지지만 말이다.
그러나 복병은 또 있었다.
“……우유 꺼내 드릴까요?”
“기연아, 너까지 왜 그래.”
“성빈이 형이 우울함을 빵으로 달래려는 상황이잖아요. 좀 더 맛있게 드시고 빨리 기분 전환하시라고…….”
≫ 댄라 확신의 T
≫ 성빈이 형 기분 전환 못 할 거 같아……
≫ 제호랑 기연이 피드백이 본론만 딱딱 말하는 스타일이다 싶긴 했는뎈ㅋㅋㅋㅋ
≫ 빵 먹으면 좀 나아져? ㅋㅋㅋㅋㅋㅋ
≫ 빵 먹을 때 우유 없으면 기분 전환 못 하지 기연이 말이 다 맞아
“그, 저 안 우울해할게요…….”
ISTP 최제호와 ENFP 이청현, ISTJ 강기연의 박 터지는 토론을 듣던 ESFJ 정성빈이 해탈한 듯 웃었다. INFP 박주우는 관망하기 바빴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숙소 내에 MBTI 바람이 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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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름: 김이월
생일: 2월 14일
출생: 서울특별시
신장: 183cm
MBTI: ENFJ
별명: 잔소리 머신, 저승쿨톤, 군기반장, 인간 CCTV, 점잖은 망나니
좋아하는 것: 베이스, 배도라지차, 짧은 회의
싫어하는 것: 잔업, 법에 저촉되는 행위, 예의 없는 행동
좌우명: 앞가림은 하고 살자
최애 음식: 쫄면
선호하는 향: 그린 계열
즐겨 듣는 음악 장르: 메탈
좋아하는 스포츠: 축구
자신 있는 신체 부위: 손
나만의 습관: 생각할 때 허벅지나 책상 톡톡 건드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