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68)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68화(168/193)
| 168화. 현장 업무 (2)
낙지잡이는 막내 작가가 찾아온 아이템이었다.
제철까진 아니었지만 예로부터 갯벌은 예능의 보물 창고였다. 장소 섭외에 드는 비용이 적어 평소보다 좀 더 급 높은 연예인에게 출연 제안을 넣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낙지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선 수십 번의 삽질을 해야 한다는 점도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하드함과 딱 맞았다. 그렇게 낙지잡이는 당당히 후보 아이템으로 선정됐다.
문제는 누가 낙지를 잡으러 갈 거냐는 데 있었다. 업무의 강도 때문이었다.
다년 차 베테랑도 몇 시간 빠듯하게 작업하면 숨이 차는 일이었다. 답사를 다녀온 카메라 감독은 빠진 다리를 빼내며 걷는 것만으로도 벅찼다는 후기를 들고 돌아왔다.
꼬막은 뻘배에라도 기대 쉬면 된다지만 낙지잡이에 들고 갈 건 낙지잡이 전용 삽뿐이었다. 그나마도 삽자루에 힘을 실을라치면 뻘에 삽이 박혀 버릴 테고.
그래서 근력이 부족한 연예인들은 후보 명단에 올리지조차 않았다. 가뜩이나 분량 뽑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 출연진이 일찍 퍼질러지기라도 하면 분량을 위해 목포 경매장까지 돌아야 할 판이었다.
출연자가 너무 과묵해서도 안 됐다. 적어도 낙지를 잡으며 어느 정도의 멘트는 쳐 줘야 했다. 다른 기술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현직자 토크를 이끌어 내거나 손님과 대화하는 장면은 기대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낙지를 잡을 정도의 센스는 있어야 했다. 삽질을 50번 해서라도, 구멍을 파다 낙지가 보이면 팔을 집어넣어서라도 결국 한 마리는 잡아서 방송에 쓸 장면을 만들어 줘야 했다.
‘그러니까 힘세고 체력 좋고 삽질 잘하면서 잘 떠들고 낙지도 잘 잡을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거죠?’
‘찾기 힘들려나?’
‘아뇨, 그냥 없을 것 같은데요.’
회의는 파경을 맞을 뻔했다.
힘세고 체력 좋고, 삽질 잘할 것 같으면서 자기들끼리 잘 떠들고 어쩌면 낙지도 잡아 줄 것 같은 스파크가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기사회생했지만.
‘그런데 스파크가 나와 줄까요?’
‘왜? 걔네 아왕실로 그렇게 떡상했어?’
아무리 프로그램 하나로 이슈가 좀 됐다지만 그게 급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닐 텐데.
의아해하는 PD를 보며 작가가 말했다.
‘PD님 방송 안 보셨죠? 이월 씨 후유증으로 생방에서 쓰러졌어요. 당분간 외부 스케줄 많이 안 뛸 것 같던데.’
‘진짜?’
PD의 표정이 절망적으로 변했다. 그는 스파크의 업무력이 김이월을 중심으로 발휘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제작진은 이번에도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출연 제안을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승낙을 받는 데 성공했다.
스파크의 열정에 부응하기 위해 이번에는 더욱 철저히 준비하리라. 장소도 미리 알려 주지 않고, 감도 못 잡게 해야지. 방심한 아이돌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그러나 제작진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들이 스파크를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는, 스파크가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그룹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말이다.
‘어우…….’
‘지혁이, 왜 그래?’
‘얘네 3시간 내내 떠드는데요?’
차량으로 이동하는 3시간 내내 대화를 멈추지 않아 오디오 감독을 질리게 만들지를 않나.
‘갯벌이다.’
어둑어둑한 고속도로만 보고도 목적지를 명확히 유추해 내질 않나.
‘헙.’
‘어떻게 알았지……? 기사님 내비 안 켜신 거 맞지?’
‘맞아요.’
제작진엔 비상이 걸렸다. 멤버들이 휴대폰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벌써 오늘 하루 뭐 하는지 아이템이 죄다 털릴 판이었다.
다행히 매니저의 말에 의하면 스파크는 요즘 애들답지 않게 아직도 핸드폰 사용을 허락받지 않은 아이돌이었다. 그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심장이 세 번 정도 떨어질 뻔하긴 했지만 카메라 감독은 무사히 스파크의 깜짝 놀란 표정을 담을 수 있었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멤버들은 전문가를 따라다니며 진지하게 기술을 익혔다. 이청현에게서는 묘한 학구열까지 느껴졌다.
“내가 산지에서 뻘낙지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정말 발이 가늘고 길구나……!”
이청현은 입까지 틀어막고 감격했다. 막내 작가에게 해당 멤버의 관심사가 해산물인지 알아보라고 시켜야겠다.
“그럼 이제부터 각자 흩어져서 낙지잡이 시작할게요. 할당량 못 채우시는 분들에겐 벌칙 있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벌칙이란 말에 멤버들은 사색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메인 PD는 카메라맨 한 명과 함께 김이월 쪽으로 붙었다. 어쩐지 이쪽에 있으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김이월은 갯벌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굳게 삽의 손잡이를 쥐었다.
거기까진 ‘비장하게 낙지잡이를 시도하는 아이돌’이었다.
“이월 씨, 군필이던가?”
김이월이 미친 듯이 삽질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를 악물고 진흙을 파내는 동작엔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었다. 김이월이 퍼낸 흙이 산처럼 주위에 둥그렇게 쌓였다. 멀리서 삽질 중인 다른 멤버와 비교해 보아도 확연히 속도가 달랐다.
한 구멍만 집요하게 깊이 파내는 정확성. 뻘 안에서 도망 다니는 낙지를 쫓기 충분한 속도. 지치지 않는 체력.
삼박자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김이월이 크게 흙을 떠내자 낙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잡으면 될까요, PD님?”
“어어…… 네! 아주 훌륭해요!”
완벽한 상태의 뻘낙지를 두고는 칭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스파크는 오늘도 할당량을 채우고 곱게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PD는 조금 두려워졌다. 그래서 배 위에 있을 막내 작가에게 목포 수협 경매장이 몇 시까지 열리는지 알아 놓으라고 연락했다.
* * *
‘이제 일곱 마리짼가?’
메고 있던 바구니에 낙지를 집어넣으며 지금까지 잡은 낙지를 어림잡았다. 팔 근육이 터질 것 같았다.
지반은 또 어떻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통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포 앞바다에 말뚝을 박을 뻔했다.
“형, 얼마나 잡았어?”
이청현이 삽을 끌며 걸어왔다.
“여섯 마리 아니면 일곱 마리?”
“진짜? 어떻게 그렇게 많이 잡았어? 난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숨구멍 보일 때 죽어라 파면 돼. 다른 애들은? 좀 잡았대?”
“일단 주우 형은 틀렸어. 거의 갯벌에 잡아먹혔던데.”
이청현의 말만 듣고도 우리 메인 보컬이 얼마나 허우적거리고 있을지가 짐작이 갔다.
“그래. 뻘 먹고 목만 안 상하면 되지.”
“난 가끔 형이 주우 형을 아끼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어.”
“나 완전 박애주우자야.”
이청현에게 나의 진심을 토로하고 있는데 어디서 굵은 비명이 들렸다.
저 성질머리, 최제호가 틀림없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최제호가 삽을 애꿎은 뻘에 콱콱 찍고 있었다. 카메라가 없었으면 내동댕이쳤을 느낌이군. 인성 교육을 바짝 시켜 놓길 잘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낙지 다리가 계속 잘리잖아!”
분개하는 최제호의 발치에 다리가 두 개 없는 낙지가 떨어져 있었다.
“위치 조정을 잘못한 거 아니야?”
“진흙 속에 있는 걸 어떻게 파악해?”
“흔적을 잘 쫓아야 한다잖아.”
“그거 보고 있다간 놓치잖아.”
“그러니까 삽질을 더 빨리 해야지.”
“형들 진짜 덤 앤 더머 같다.”
구덩이 속을 보고 있는 나와 최제호를 두고 이청현이 중얼거렸다.
“결론은 무식하게 힘으로 퍼내면 안 된다는 거야.”
“지금 나 무식하다는 거지?”
“너의 힘에서 상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지.”
“표현만 바꾸면 내가 못 알아들을 것 같냐?”
“눈치가 늘었다, 너?”
그래도 최제호가 온전한 낙지를 잡을 수 있도록 옆에서 일대일 코칭은 해 줬다.
한 걸음, 한 걸음을 힘겹게 옮기고 있는 박주우도 구해 주고, 얼굴에 진흙을 다 튀겨 가며 최선을 다한 강기연의 얼굴도 닦아 줬다.
다 같이 모여 중간 정산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아홉 마리를, 최제호는 (온전치 못한) 여덟 마리를 잡았다. 정성빈이 여섯 마리, 박주우가 다섯 마리―엎어져 있는 동안 운 좋게 얻어걸렸다고 한다―, 강기연이 한 마리를 잡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청현 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청현은 텅 빈 바구니를 자랑했다. 너무 당당해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발소리가 조금만 들리면 얘네가 바로 도망을 가잖아!”
“그럼 걔들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잡혀 주겠니?”
나는 막내들의 바구니에 낙지를 두 마리씩 넣어 주었다.
남은 시간이 1시간인 걸 고려하면 내 몫은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 같았고.
무릎이랑 발목이 안 좋은 강기연을 진흙탕에서 오래 돌아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면 늦으니까 미리 힘내자. 알았지?”
“넵!”
기운찬 파이팅과 함께 우리는 다시 드넓은 갯벌로 향했다.
신경에 새겨진 삽질의 기술이 녹슬지 않은 듯, 낙지잡이 2부에서도 나는 삽과 한 몸이 되어 낙지를 잡았다.
박주우는 중반부터 스퍼트가 붙어 귀신같이 낙지가 있는 곳을 공략했고, 정성빈도 조용하면서 착실하게 바구니를 채워 나갔다.
아, 최제호도 완벽한 낙지를 잡는 데 성공했다.
요령을 찾은 건 아니고 그냥 흙을 갈아엎다시피 퍼내지 뭔가. 굴삭기인 줄 알았다. 역시 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할 필요도 없나 보다.
이청현은 기껏 새끼 낙지 한 마리를 잡았지만 대자연의 선순환을 위하여 그대로 방생했다. 안타깝지만 당연한 수순이었다.
“저희 조금 있으면 물 들어올 거라서요. 최종 정산은 배 위에서 하겠습니다!”
PD님의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멤버들은 전원 배에 집합했다. 누구 하나 꼴이 성한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낙지를 잡았는지는 충분히 전달될 비주얼이었다.
“중간 정산 때 우리 청현 씨 성적이 제일 저조했었죠?”
“네, 그리고 아마 지금도 그럴 겁니다.”
이청현이 당당하게 바구니를 쏟았다. 내가 줬던 걸로 추정되는 낙지 두 마리가 기어 나왔다.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사람이 완벽할 순 없잖아.”
이청현은 뻔뻔하기까지 했다. 강기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넌 얼마나 잡았는데?”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보단 많이 잡았지.”
이청현을 한껏 꼽 주며 강기연이 수확량을 공개했다.
“세 마리? 너도 이월이 형이 두 마리 나눠 주지 않았어?”
“어쨌든 너보단 많이 잡았잖아.”
두 명의 바구니를 깠는데 벌써 벌칙 수행자가 둘이나 나왔다. 방송이 심심하진 않겠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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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름: 최제호
생일: 11월 3일
출생: 광주광역시
신장: 187cm
MBTI: ISTP
별명: 센터 황제, 황제호, 대형 말썽쟁이, 상견례 파탄상
좋아하는 것: 몸 쓰는 것
싫어하는 것: 귀찮은 것, 액세서리
좌우명: (없음)
최애 음식: 고기
선호하는 향: 라벤더
즐겨 듣는 음악 장르: 펑크
좋아하는 스포츠: 농구
자신 있는 신체 부위: 허벅지(이후 누군가의 성화에 의해 등을 추가로 기재)
나만의 습관: 안경을 쓰고 있을 때 힌지를 자주 만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