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75)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75화(175/193)
| 175화. 간담회 (4)
불이 켜졌을 땐 방금 본 뮤비 속 교복으로 갈아입은 스파크가 서 있었다.
장내가 과몰입한 사람들의 리액션으로 가득 찼다.
“저희 첫 팬송인데 어떠세요, 여러분?”
“X좋아!”
우렁차게 외친 스파클러 한 명이 입을 틀어막았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저희 무대 뒤에서 엄청 떨었어요. 반응 안 좋으면 어떡하나 하고.”
김이월이 정말 하나도 안 떨었을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떨긴 무슨, 매의 눈으로 팬석 관찰만 하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앉아서 팬송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 보자는 정성빈의 진행에 따라 스파크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메이크업을 수정하긴 힘들어서 그런지, 강렬한 분장을 했던 최제호나 박주우는 교복과 얼굴이 미묘하게 따로 놀았다. 그건 그것대로 웃긴 터라 원채희가 열심히 사진으로 남겨 주었다.
“저희 이번 곡 제목이 『세 번째 편지』인 이유가 있죠?”
김이월이 운을 띄웠다. 정성빈이 부드럽게 멘트를 받았다.
“『Flowering』이랑 『With List』 가사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는 모든 노래의 청자를 스파클러로 생각하고 쓰고 있거든요. 비록 첫 팬송이긴 하지만 스파클러에게 보내는 이야기로는 세 번째라는 의미에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됐어요.”
그런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스파크가 팬 사랑 하나는 알아준다더니, 데뷔곡부터 그런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건 놀라웠다.
이어서 정성빈이 팀의 작곡가를 치하했다.
“이번에도 청현이가 고생 많이 했어요, 여러분.”
“팬송인데 고생은 무슨. 신나게 작업했습니다!”
“그래 보이긴 하더라.”
강기연이 말이 이청현의 진정성을 더욱 높여 주었다. 곡이 공개되는 순간의 반응을 직접 목도해서일까? 이청현은 한껏 텐션이 올라가 있었다.
“고생한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던데.”
강기연이 옆쪽을 보며 말했다. 김이월과 최제호가 차례로 시선을 피했다. 대단히 흥미로운 떡밥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청현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스파클러도 다들 알겠지만, 우리 형들이 작문에 그다지 재능이 없잖아요.”
“역조공할 때 편지만 봐도…….”
박주우의 말에 모두가 수긍했다. 늦덕이라 그런 디테일한 정보는 모르는 원채희만 동공을 굴릴 따름이었다.
“그런데 저희가 이번에는 자기 파트 가사를 자기가 직접 쓰기로 했단 말이죠? 형들이 아주 고생을~.”
“즐거워 보인다, 청현아.”
김이월이 밝게 웃었다. 눈가엔 짙은 그늘이 져 있었다.
“형들이 좀 심하긴 했어요.”
“……가사에 모자라다는 말만 계속 넣어서 우릴 다 모자란 스파크로 만들었잖아.”
맺힌 걸 성토하듯 강기연과 박주우가 차례로 최제호를 힐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해낸 형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건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귀엽고 예쁘고 보석 같은 청현이 속상해지려고 하네?”
“응, 내가 잘못했다.”
원채희의 눈엔 이청현과 김이월의, 일명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티키타카’마저도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원채희가 자의로 결정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최애를 누구로 잡을지. 그것만큼은 이 팬미팅이 끝나기 전까진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 *
스파크가 교복 입고 말아 주는 『Flowering』을 직관하고, 최신 유행곡의 커버 댄스 몇 개를 보고 나니 질문 시간이 되었다.
식순에 맞춰 들어온 입간판엔 팬들이 손수 질문을 적은 포스트잇들이 붙어 있었다.
하나씩 뽑아서 읽어 보자는 정성빈의 제안에 멤버들이 우르르 입간판 앞으로 몰려들었다. 제일 먼저 질문을 고른 건 강기연이었다.
“‘전방에함성6초간발사’님께서 ‘룸메이트 바꿀 계획은 없나요?’라고 하시네요.”
“그러게. 우리 한 번도 바꾼 적 없지 않나?”
최제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 강견이랑 나랑 바꿨지. 전에는 형이랑 강견이 같은 방이었잖아.”
“그랬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눈치였다. 여러 의미로 대단한 무던함이다.
“바꿔도…… 재밌을 것 같아.”
박주우가 아기 햄스터처럼 뒤에서 중얼거렸다. 모두가―심지어 스파크 당사자들까지―박주우의 말에 집중했다.
원채희가 스쳐 가며 보기에도 박주우는 대단히 사교적인 편은 아니었다.
그런 멤버가 룸메를 바꿔도 된다는 걸 보면 스파크가 전체적으로 모두 친한 그룹이라는 건 확실했다.
멤버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건 이어진 대화에서도 드러났다.
“대신 제호 형이랑 주우 형은 다른 방 써야 해요. 주우 형은 불빛 있으면 잠 잘 못 자잖아요.”
“나 안대 사서 괜찮아……!”
룸메이트의 습관을 살뜰하게 챙기는 강기연이나, 최제호의 밤눈이 어두운 점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박주우가 그랬고…….
“나나 이청현이랑 방 쓸 사람은 잠귀 어두워야 하지 않을까.”
“형이랑 청현이가 제시간에 자면 되죠. 저는 인간적으로 해 뜨기 전엔 자야 한다고 봐요.”
수면 패턴이 박살 난 것으로 보이는 김이월과 이청현을 웃으면서 호되게 혼내는 정성빈도 그랬다.
“여러분은 어떤 조합 보고 싶어요? 지금 얘기하면 회사에서 룸메 짜 주실지도 모르는데!”
이청현은 무대 맨 앞까지 와서 팬들과 소통하기 바빴다. ‘막내즈 룸메 시켜 달라’, ‘미라클 모닝조와 올빼미 조로 나눠 달라’는 등의 요구가 빗발쳤다.
“그렇게 나누면 여러분, 저는 방을 두 개 나눠서 써야 해요.”
잠을 적게 자기로 유명한 김이월이 대답하자 여기저기서 그냥 잠을 자라는 원성이 빗발쳤다.
룸메이트 변경 건 외에도 질문은 많았다. 질문이 아닌 다른 것에서 대화 소재가 생기기도 했다.
“‘스파크섹시댄스정권1386일차’님께서…… 잠시만요, 이 닉네임 쓰신 분 누구세요?”
제대로 보지도 않고 뽑았는지, 최제호는 닉네임을 소리 내어 읽다가 뒤늦게 신원 미상의 정권 마스터를 색출했다.
“심지어 우리 데뷔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1,386일…….”
“스파클러 폭죽에선 빛이 나잖아. 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시간조차 스파클러의 빛보단 느렸던 거지.”
“그거 물리적인 범위에서 통용되는 이론 아니야?”
스파크섹시댄스정권은 이제 ‘정권을 빨리 지르면 시간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가?’까지 흘러갔다.
대화가 걷잡아질 수 없게 되기 전 정성빈이 커트했지만, 김이월과 이청현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며 다음을 기약하는 지독한 모습을 보였다.
“‘다녹은푸딩’님 질문입니다. ‘스파크 섹시 컨셉 안 하나요?’”
역시 리더. 품격 있는 질문을 고를 거라 믿고 있었다. 원채희가 기특한 정성빈을 향해 연달아 셔터를 눌렀다. 주위의 모두가 팬송이 나올 때와 비슷한 비명을 질렀다.
“섹시 컨셉 그때 제호 형이 한 번 했었잖아. 아왕실에서.”
“이제 본격적인 팀 활동에서 섹시 컨셉이 나오길 원하시는 거지.”
“흐음.”
강기연의 대답에 이청현이 심사숙고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테이블 끝에 있던 김이월이 뛰쳐나와 멤버들을 등 뒤로 숨겼다.
“아니 여러분, 아직 섹시는 안 되죠!”
“왜!”
“왜 안 되는데!”
“얘네가 이렇게 생겼어도 아직 다 애기들인데! 민증 나오고 잉크 말라야 생각이라도 해 보죠!”
애기들이란다. 지네 팀 평균 신장이 180cm 넘는 걸 알면서도 이 얼마나 오만한 발언인가.
원채희는 김이월의 왕고슴도치 모먼트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강경한 김이월의 발언에 팬들도 주춤했다. 비록 우리 애들이 얼굴만 보면 여름에도 서리가 내리고, 문 앞에 서면 문짝이 가려지는 멋진 아이돌이지만 아직은 핫가이보단 핫바가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나이니까.
“그럼 대신 형들이 벗자!”
누군가가 소리쳤다. 원채희가 추측하건대 앞에서 정권 지르기 하셨던 분일 것 같았다.
게다가 김이월은 이 제안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나름 합리적인 중간 지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김이월이 교복 셔츠 위로 제 팔뚝과 가슴께를 더듬듯 만졌다. 그러더니 최제호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리고 최제호에게도 똑같은 행위를 한 다음, 무언가 확신을 얻었다는 표정으로 어깨에 팔을 걸쳤다.
“제호야.”
“어.”
“복근은 잘 있지?”
김이월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해 보이는 미소로 물었다.
“또 나만 내보내려고 그러지?”
당한 전적이 있는지 최제호의 견제가 매서웠다.
그런 최제호를 보며 김이월이 갸륵한 미소를 지었다.
“팬분들께서 원하시잖아.”
“…….”
“그런고로 여러분! 다음에 제호가 좀 더 어른스러워지면 섹시 컨셉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김이월의 당찬 포부는 열띤 성원을 얻었다.
그런데 그건 지금도 충분하지 않나? 이쯤에서 원채희는 제 머리가 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름 평범한 질문도 있었다.
“‘스파크 멤버들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어떤 동물이 좋을까요?’라는 질문도 있네요. 이 질문 너무 귀엽다!”
돌판에선 닳고 닳은 질문이지만 이청현은 재밌어했다.
“맏형부터 해 볼까? 일단 이월이 형은…….”
“판다.”
“독수리.”
“하악질 하는 고양이.”
“다 알겠는데 독수리는 뭐야?”
최제호, 이청현, 강기연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김이월이 떨떠름하게 묻자, 발안자인 이청현이 대답했다.
“독수리는 시야각이 340도 정도래. 형도 뒤통수에 눈 달렸잖아.”
그렇단다. 도대체 김이월이 멤버들을 얼마나 관찰하고 있는지 감도 잡히질 않는다.
최제호는 아나콘다가 됐다. 김이월이 ‘아이돌 상징 동물로 아나콘다 괜찮아?’라고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제 조만간 얼굴에 뱀 비늘이 그려진 최제호 팬아트가 우수수 올라올 것이다.
정성빈은 진돗개가 됐다. 이만큼 믿을 만한 강아지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이월이 중간에 리트리버부터 오만 견종을 다 들이미는 게 요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진돗개로 결정이 났다.
박주우는 친칠라, 이청현은 하피이글―김이월이 강력히 주장했다―, 강기연은 흑표범으로 정해졌다.
조합이 범상치 않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내셔널 인바이런먼트처럼 되긴 했지만, 그냥 스파크가 생각보다 더 돌아이라는 걸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독수리만 둘인데 괜찮아? 종간 다툼 이런 거 없겠어?”
“거주지가 다르니까 괜찮을 거야.”
독수리들끼리도 평화 협정이 맺어졌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렇게 요지경 Q&A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여기 수상쩍은 질문이 있는데…….”
박주우가 쪼그리고 앉아 맨 밑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을 떼어 냈다.
“……‘우리 숙소 노트북 비번 뭐야?’라는데?”
“응?”
닉네임 없는, 그리고 누가 봐도 팬이 쓴 게 아닌 것 같은 질문이 나와 버렸다.
―
프로필
이름: 이청현
생일: 1월 31일
출생: 서울특별시
신장: 178cm
MBTI: ENFP
별명: 큐티 프리티 비주얼리, 현름다움, 골드 페이스, 인간 폭죽
좋아하는 것: 작곡, 랩, 피아노, 요리 브이로그 보기, 독서
싫어하는 것: 연주회, 시험, 지각
좌우명: 한 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자!
최애 음식: 한정식
선호하는 향: 워터리 계열
즐겨 듣는 음악 장르: 오페라, 대중음악, 힙합
좋아하는 스포츠: 야구
자신 있는 신체 부위: 눈
나만의 습관: 관심이 가는 내용은 습관적으로 외우려고 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