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76)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76화(176/193)
| 176화. 간담회 (5)
난데없이 숙소 공용 노트북 비밀번호를 묻는 질문에 멤버들의 시선이 김이월을 향했다.
정작 모두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이월은 당당했다.
“그래, 비번 뭐냐?”
태평한 김이월의 모습에 이청현과 강기연이 득달같이 꼬투리를 잡았다.
“이거 형이 붙였어?”
“언제?”
“내가 스파클러분들한테 고발하려고 붙였어. 너희가 나한테만 노트북 비밀번호 안 알려 줬잖아.”
“미안한데 그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 우리는 절대 안 져.”
이청현이 팔짱을 끼고 김이월과 대척점에 섰다.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선 김이월과 짝다리를 짚고 삐딱하게 선 이청현은 꽤 그림이 됐다.
“나만 회의록을 못 보고 있잖아, 지금.”
“형이 지금 회의록 봐서 뭐 할 거야? 그냥 쉬라니까?”
“나를 한량으로 만들 셈이야?”
팬석에서 ‘이월아, 한량 해!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이참에 편이나 갈라 보자. 이월이 형한테 비밀번호를 알려 줘야 한다는 사람은 이월이 형 쪽, 반대편은 내 쪽!”
“이렇게 팀을 분열시킨다고?”
김이월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심지어 멤버의 과반수가 이청현 쪽으로 이동하자 더욱 황당해했다.
“성빈아,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 네가 나한테 이래?”
절망적인 표정으로 김이월이 말했다. 그러나 정성빈은 단호했다.
“이게 저희가 형을 아끼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네가 지금 네 표정을 봤어야 하는데.”
확실히 누굴 아껴서 나오는 표정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사람을 시켜서 누굴 지하 감옥 같은 데 가둬 둘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친구랍시고 최제호는 김이월의 곁에 있었다.
김이월이 제 등 뒤에 선 최제호를 돌아보았다.
“넌 왜…….”
그렇다고 김이월이 딱히 든든해하진 않았다.
최제호도 깊은 생각을 가지고 온 것 같진 않은 표정이었다.
“계속 비번 안 알려 주면 사무실에서 한 대 더 빌려올 거잖아.”
“……들었냐?”
“어.”
최제호가 이젠 질리지도 않는다는 듯 대꾸했다. 아무래도 회사 직원에게 한 대 더 빌려 달라고 얘기한 것을 들은 모양이다.
김이월 독하다는 소리 말로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 못 해서 죽은 귀신이 들었나.
돌아 버린 형을 멤버들과 팬들이 고루 두들겨 반죽하고 나서야 김이월은 새 노트북을 대여해 오겠다는 결심을 취소했다.
우리 팀 과장 놈이 딱 김이월 반만큼만 일해 주면 좋을 텐데. 마음이 아팠지만, 원채희는 아무 생각 없이 지금의 행복을 즐기기로 했다.
* * *
“맞다, 저희 이번에 자컨 올라온 거 보셨어요?”
“봤어!”
원채희도 그 자컨은 봤다. 어린이집에 간 스파크 편이었다.
귀여운 아이들이 짧은 영상으로 돌아다니길래 안 볼 수가 없었다. 애들 뒤에서 허우적거리며 따라다니는 장신 남성들은 덤이고.
그런데 정작 스파크 멤버들은 놀란 눈치였다.
“진짜요? 어린이집 자컨 보신 거 맞다고요?”
“어!”
“어떻게요?”
어떻게긴, 미튜브로 봤지…….
멤버와 팬들 둘 다 영문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자 정성빈이 빔프로젝터를 가리켰다.
“이 비하인드, 진짜 보신 거 맞아요?”
처음 보는 썸네일이었다. ‘스파크의 요절복통 어린이집 적응기―뒷이야기편―’이었다.
“아니, 못 봤어!”
“처음 봐!”
“당장 틀어!”
이것들이 팬을 놀려? 쩔어 주는 리액션으로 혼내 줘야지. 스파클러들이 한껏 다짐했다.
이윽고 재생된 영상은 대환장 쇼 그 자체였다.
『고객님, 어떤 핀으로 꾸며 드릴까요?』
『아직 제 머리에 꽂을 곳이 남았나요……?』
선인장 같은 박주우부터 그 존재감이 남달랐다. 그 와중에 핀을 고르는 이유도 섬세했다.
『그럼 가을이니까 밤을…….』
『안 돼요. 수박으로 할게요!』
……물론 전부 헤어 디자이너인 박 원장님(5세)에 의해 거절당했지만. 어쨌든 선택하는 체험은 했다.
옆옆 사람이 손에 쥔 친칠라 인형을 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주우가 최애인 모양이었다. 조만간 저 친칠라 인형의 머리 위엔 수박 머리핀이 꽂힐 것이다.
그래도 내성적인 성격인 것치고 최선을 다해 놀아 주려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특히 박주우가 머리 끈이 풀린 아이의 한쪽 머리를 다시 묶어 주는 장면에서는 사방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정성빈은 또 어떻고. 그간 리더의 온유한 모습만 보던 팬들은 어린아이에게 엄격한 성빈이와, 그럼에도 스파크 어른들과 달리 말을 들어주지 않고 외면하는 아이들의 깊은 골을 목도해야 했다.
『선생님 자꾸 혼내서 싫어!』
『하지만 양치질을 해야 충치가…….』
『양치질도 싫어!』
눈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는 정성빈은 제법 애처로웠다. 그런 정성빈이 육아의 달인이 되어 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원체 상냥한 성격이다. 그 마음을 아이들은 꽤 금방 알아줬다. 어린이 중 한 명이 자기도 커서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했을 땐 화면 속 정성빈도, 화면 밖 스파클러들도 개 같은 오열을 참았더랬다.
하지만 어린이집 자컨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제호가 아니었을까.
원채희는 감히 그렇게 생각했다. 누구도 최제호가 (자기 멤버들하고도 단답으로 대화하면서) 아이들과 원만히 소통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을 거다.
『선생님 다리도 길고~ 손도 크다~!』
정작 애는 최제호의 손과 다리를 말하고 있는데 카메라는 얼굴을 잡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얼굴…… 얼굴을 집중적으로 찍으십시오……!’라고 주문이라도 들은 듯했다.
그 와중에 숨소리 90, 본성 10의 목소리가 뒤통수를 뚫고 들어왔다.
“X나 잘생겼다 XX…….”
남의 혼잣말인데도 원채희는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최제호가 꼬리빗과 머리핀을 가져와 아이들의 머리를 저와 비슷하게 세팅해 줄 땐 팔뚝밖에 안 보일 정도였다. 여기가 팬미팅인지 안구 치료원인지 슬슬 헷갈리기 시작한다.
꽃님반 슈퍼스타 강기연과 꽃님반 마에스트로 이청현도 훌륭했다. 세상 사람들 뭐 하나, 어린이들이랑 스파크 데려다가 광고 안 찍고…….
『애기들 너무 작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김이월이었다.
동시에 김이월은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이에서 제대로 걸음 한 번 내딛지 못하고 휘청이며 피해 다니는 진기명기를 보여 주었다.
같이 영상을 보고 있던 이청현이 폭소했다.
“형 대체 왜 저러고 다닌 거야?”
“부딪칠까 봐 그랬지.”
“하긴, 애들 너무 작더라.”
183cm 남성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김이월은 그 후로도 온갖 표현을 써 가며 카메라 구석에서 어린 존재에 대한 감상을 멈추지 않았다.
『얼굴에 묻은 거 닦아 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아이고, 볼이 너무 말랑하다. 깜짝 놀랐네.』
『아까 봤는데 요만한 컵을 두 손으로 잡더라고. 손이 완전 아가 손이야.』
『왜 손수건을 목에 감고 있는 거예요? 침 흘릴까 봐? ……아아, 감기 걸리지 말라고요? 애기구나, 다들.』
『이게 간식 식판이에요? 어떡해, 너무 귀엽다.』
김이월이 주접을 떠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 큰 남자애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주된 표현 역시 ‘잘생겼다’나 ‘신이 빚었다’였다.
하지만 입에 ‘귀엽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김이월? 이건 흔히 볼 수 없지.
김이월이 진심으로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팬들은 흐뭇하게 김이월의 ‘우리 애들 짱 귀엽죠?’ 토크 쇼를 감상했다.
‘아…… 그냥 맨날 어린이집으로 출근했으면 좋겠다…….’
편안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원채희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눈물 나게 행복했다.
* * *
게임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나니 어느덧 팬미팅이 끝나 갈 시간이었다.
“스파클러, 팬미팅 끝나면 뭐 해요? 끝나고 바로 어디 가야 해요?”
“저희 여기 대관 완전 넉넉하게 해 놨는데…….”
강기연과 박주우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오버타임을 운운했다. 표정을 봐도 정말로 지친 기색이 없었다. 스파크가 아왕실에서 괜히 연습량으로 자부심을 보인 게 아니었다.
팬미팅 끝나고 곱창집에서 공구한 솜 인형을 흔들며 정모 시간을 가지려고 했던 팬들만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동시에 흘릴 뿐이었다.
“집 가는 데 얼마나 걸려? 우리가 너무 오래 붙잡아 두면 안 되나?”
“누나 자차 있으니까 너희 있고 싶은 만큼 있어!”
저 사람이 정권 지르던 사람인가? 이제 원채희에겐 모두가 프로 정권러 같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슬슬…….’
원채희가 시간을 확인했다.
예의 ‘그게’ 나와야 할 시간이었다.
“그럼 저희 조금만 더 이야기하고 놀아요. 괜찮죠?”
정성빈이 의자를 무대 끝 쪽으로 끌고 나오려던 찰나, 홀의 조명이 전부 꺼졌다. 팬들이 준비한 사전 이벤트의 일환이었다.
“어?”
당황한 멤버들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렀다.
놀랐구나, 자식들. 하긴 갑자기 조명이 다 나간다면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다.
그 순간 김이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잠깐 문제가 생겼나 봐요. 어두운 곳에서 다 같이 움직이면 다칠 수 있으니 우선은 잠시만 자리에 그대로 앉아 주세요. 스태프분들은 바깥 상황 확인 부탁드립니다.”
김이월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침착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저희가 바로 퇴장 안내 드릴 거니까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습니다. 놀라시게 해서 죄송해요.”
마이크를 입에서 뗀 것 같지만, 멤버들에게 ‘동요하지 마’라고 하는 소리를 원채희는 똑똑히 들었다.
그리고 조치는 아주 빠르게 이루어졌다. 팬들이 준비한 역VCR이 재생된 것이다.
『스파크의 첫 팬미팅 축하 VCR
(특: 이월이가 기획한 것보다 서툴 수 있음)』
“이게 뭐예요?”
최제호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물이야!”
팬들의 대답에, 멤버들이 하나둘 빔프로젝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여러 장의 사진과 응원 문구들이 스파크의 데뷔곡 Inst와 함께 지나갔다.
『최고의 맏형 이월아, 언제나 스파크의 지붕이 되어 줘서 고마워♡』
『스파크의 정체성은 제호 너야! 네가 있기에 스파크가 빛난다!』
『팬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리더가 되어 줘서 고마워, 사랑해 성빈아.』
『주우 네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해! 앞으로도 평생 노래하자!』
『세상에서 제일 눈부신 청현아, 너보다 네 미래가 더 눈부시길!』
『팀에 없어선 안 될 마지막 보물인 우리 기연이, 모두가 널 아낀다는 걸 잊지 마.』
영상이 끝나자 다시 회장에 불이 들어왔다.
“얘들아, 사랑해!”
객석에서 응원이 터져 나왔다.
돌아서는 멤버들의 표정이, 많은 걸 말하고 있었다.
―
프로필
이름: 강기연
생일: 12월 29일
출생: 인천광역시
신장: 176cm
MBTI: ISTJ
별명: 왕 귀여운 강기연, 확신의 북부대공자, 얼음탕후루, 모범 양아치
좋아하는 것: 만화책, 맛있는 음식, 달리기
싫어하는 것: 슬픈 영화, 부상,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
좌우명: 오늘의 노력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든다
최애 음식: 분식
선호하는 향: 시중에 파는 섬유유연제 향
즐겨 듣는 음악 장르: 힙합
좋아하는 스포츠: 미식축구
자신 있는 신체 부위: 복근
나만의 습관: 멤버들이 연습하고 있으면 가끔 뒤에서 혼자 지켜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