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8)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8화(18/193)
| 18화. 대표 면담 (2)
매니저님과 함께 대표실로 온 지 5분이나 지났을까.
일하다 뛰어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민주경 님까지 도착하면서 기념비적인 첫 면담의 참석자가 모두 모였다.
“긴장할 필요 없어. UA 소속 아티스트면 한 달에 한 번씩은 얼굴 보고 인사하자는 취지로 보는 거거든.”
대표가 운을 뗐다. 과연 매니저님과 민주경 님 둘 다 경직된 모습은 아니었다.
‘UA 직업 행성 별점이 3.2점 정도였던가?’
악명 높은 엔터테인먼트계의 소형 소속사치고는 높은 별점이었다. 한평산업보다 두 배는 높았지 아마.
“저번 달엔 한창 적응 기간일 것 같아서 패스했는데, 이젠 적응 다 끝났지? 연습하느라 바쁠 텐데 잠깐 쉰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육체 단련을 하는 아이돌에겐 감사한 말씀이지만 주먹엔 핏대가 서는 것 같았다.
보통은 컨디션이 나쁘다고 하면 쉬엄쉬엄하라고 하지 대표실로 부르진 않는답니다.
대표가 직접 타 준 메밀차까지 받고 나자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잘 지내냐, 불편한 것은 없냐 등등의 신입 사원 면담 같은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늦게 시작했는데도 기 안 죽고 매일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한다고 찬영 씨가 항상 칭찬하더라.”
매니저님을 쳐다보자 매니저님이 내게 윙크를 해 보였다. 나머지 공부를 이렇게 포장해 주신 점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표와 민주경 님은 하하 호호 웃으며 내게 질문을 아끼지 않았다.
“숙소에선 제호랑 청현이네 방 쓰고 있댔나? 애들하곤 이제 다 잘 지내고?”
“자율 연습 시간엔 주로 뭘 하고 있어?”
“다음 평가 준비는 잘 되어 가는 것 같아? 대충 생각해 본 건 있어?”
처음 이쪽 업계에 발을 들인 20대 초반의 풋내기 연습생에겐 더할 나위 없이 세심한 질문들이었다.
그러나 인사 관리 교육을 진흙탕에서 배운 내게는 이미 짙은 색안경이 씌워진 뒤였다.
내게 두 분의 질문은 이렇게 들렸다.
→ 팀원들하고는 문제없이 소통하고 있는가?
→ 업무 역량 개발을 위해 보통 무엇을 하고 있는가?
→ 하반기 업무 계획안 작성 시작은 했나? 불시 점검할 거니까 미리 시작해라.
본의가 이렇지 않다면야 죄송할 일이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건실한 자세로 대답했다.
“룸메이트들이 다들 착해서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와 같은 식으로.
저 말은 ‘최제호 인성이 굉장하며 이청현은 새벽까지 노트북을 하지만 저를 갈구지 않으니 평화를 유지하며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몇 번의 담화를 주고받자 민주경 님이 크게 웃었다.
“대표님, 이월이 진짜 성실하게 말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주경 씨 말만 들었을 땐 우리 애들 다 성실한데 그게 특이할 일인가? 했거든.”
대표와 민주경 님이 말하는 성실함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과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굳이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이 말투, 남 부장 밑에서 일하면서 붙은 거라서 말이다.
아니면 이력서의 근태 관리 효과가 이런 데서까지 적용되는 걸 수도 있고.
아니나 다를까 시야 구석에 조그맣게 ‘근태 관리 우수가 인정되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옅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은 분위기에 호의가 가득하던 와중 매니저님이 의외의 말을 꺼냈다.
“이월이가 똑 부러진 면이 있어요. 애들도 금방 이월이랑 친해지더라고요.”
걔들이?
아닌 것 같던데.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고작 한두 살 많은 연상에게 무슨 대단한 매력이 있겠나.
그것도 상대가 나 같은 뚝딱이인데 말이다.
그러나 매니저님은 나를 상당히 사교적인 이미지로 밀고 싶은 것 같았다.
“적응도 빠르고 붙임성도 좋고. 다 같이 있으면 이월이가 은근히 분위기를 풀어 주더라고요.”
긴장된 연습실에 느슨함을 줘서 말이지. 덕분에 매일 눈칫밥을 두 그릇씩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다.
포장이 잘 된 매니저님의 이야기를 듣던 대표가 말했다.
“그런 사람은 진짜 귀해. 꼭 그룹이 아니라 조직에서도.”
“……네?”
당황스러웠다.
이제껏 회사에서 면담이란 걸 하면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유형의 말이었다.
심지어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만 하자’며 나를 독려했다.
저게 진심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칭찬뿐인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기계적으로 웃기만 했다. 생경한 기분이었다.
* * *
면담을 끝낸 보상으로 경험치까지 받은 후 돌아온 연습실엔 이청현 한 명밖에 없었다.
“왜 너 혼자야?”
내 질문에 이청현이 쾌활하게 대답했다.
“제호 형은 편의점 갔고 주우 형은 보컬 연습실이요!”
“성빈이랑 기연이는…… 오늘 학교가 늦게 끝나나?”
“증명사진 촬영일이라 그거 끝나고 온대요. 저흰 오늘 방과 후 수업 없어서 일찍 끝!”
“아, 사진은 중요하지.”
그 사진들은 아마 평생 인터넷 세계를 떠돌게 될 테니 말이다.
이청현의 말을 듣자 방과 후 수업 듣고 야자 하던 때가 떠올랐다.
우리 땐 야자가 의무였다며 라떼로 국을 끓이던 누나의 뒷골 잡는 모습도.
잊었다고 생각한 일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
“넌 오늘 뭐 할 거야?”
“랩 가사 쓰던 거 마무리해야 되는데 이건 밤에 할 거고……. 저번에 곡 써 보라는 말을 들어서 써 볼까 했는데, 고민되는 부분이 좀 많아서 오늘은 그냥 춤 중심으로 하다 갈까 봐요.”
대표부터가 싱어송라이터 출신인 UA는 작곡을 배우기엔 최고의 환경이었다.
어렸을 땐 클래식을 전공했던 이청현이 본격적으로 대중음악 작곡을 배운 것 또한 UA에 입사한 뒤부터였다.
걸출한 원석들이 모인 스파크의 멤버답게 이청현의 성장 속도는 데뷔 이후부터 크게 빨라졌다.
데뷔 앨범에 수록곡 하나를 싣던 새내기 작곡가에서 단 몇 년 만에 앨범 전곡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자로 자란 것이다.
그런 이청현이 아쉬워했던 점은 단 하나였다.
‘1103 님 질문입니다! 청현이는 과거를 딱 한 번 바꿀 수 있다면 뭘 바꾸고 싶어?’
‘이거 좀 고민되는데…… 하나만 꼽는다면 작곡 늦게 시작한 거요.’
‘이번 타이틀도 청현 씨가 만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아요?’
‘제가 작곡을 일찍 시작한 편이 아니거든요. 좀 더 부지런히 배웠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좀 더 작곡을 일찍 시작했다면.
당시에는 본인이 대중음악 만드는 데 재능이 있다는 걸 몰랐으니 장점인 랩에 집중했던 거겠지만, 막상 작곡에 손을 대고 나니 욕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주변에 춤이나 노래를 일찍 시작한 애들이 워낙 많기도 했고.’
나는 이청현이 만들었던 곡들을 쭉 복기했다.
연차가 차면 찰수록 스파크의 그룹 색과 맞아 들어갔던 이청현의 곡들을 말이다.
창작이라는 게 데뷔 일정 때처럼 날짜만 앞당긴다고 갑자기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
늦게 시작해서 후회할 거라면 이번에는 다른 길에 걸어 보아야 했다. 이청현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시기를 1년이나 앞당기고도 안정적으로 데뷔하려면 곡은 일찍 나오는 편이 유리해.’
자고로 도전과 채용 공고 업로드는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문제는 작곡이 일찍 시작하라고 해서 바로 마음 붙일 수 있는 범위의 것이냐는 점이었다.
‘창작의 영역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데.’
주입식 교육만 12년을 받다가 대학에서도 경영학만 익혔던 나다.
그런 내가 한평산업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라곤 남 부장이 금요일 저녁에 잡으려는 회식을 다음 주 월요일 점심으로 미룰 때밖엔 없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
“어떻게 하면 너를 작곡 천재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저를요?”
이청현이 되물었다.
나는 시스템이 내 말을 미래 운운하는 것으로 판정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응. 잘 키워서 팀의 작곡 머신으로 채용하려고.”
“희망 사항이 너무 구체적이고 원대한데요, 형!”
“어리고 똑똑한 인재한테 기대하는 게 나빠? 아, 부담되는 것 같아서 싫으면 얘기해. 자중할게.”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청현 저 녀석이 이 정도의 말로 부담을 느끼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이청현은 날 이상하게 보긴 할지언정 부담스러워하진 않았다.
“어리고 똑똑한 청현이가 작곡 머신이 되면 좋긴 할 텐데. 개학을 해서 그런가 의욕이 안 나요, 형.”
“일하는 데 의욕이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마감 일정과 압박이지.”
“네?”
“난 강제성만 있으면 사람은 뭐든 할 수 있단 말을 믿어.”
나는 이청현의 양쪽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청현아.”
“……넵.”
“많은 고민을 담아서 우선 비트부터 찍어 보자.”
창작이라는 게 강압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영감이 왔을 때 모가지를 붙들어 놓을 수 있는 기초 정도는 쌓아 둘 수 있는 법.
창작의 고통까지 함께해 줄 순 없겠지만, 나는 응원의 의미를 담은 마감 일정을 손수 만들어 이청현에게 선물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간 이청현은 정말로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 상황을 내게 공유했다.
오늘만 해도 이청현은 어김없이 자정이 다 되어 가도록 작곡 프로그램과 씨름했다.
한참 혼자서 모니터를 보던 이청현이 잠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형. 그런데 강견한텐 늦으면 자라고 하면서 저한텐 왜 자라고 안 해요?”
“너는 잠을 좀 덜 자도 키가 클 관상이라 그래.”
“진짜 못됐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건 또 존심이 상해서 싫네요.”
물론 어린애를 늦은 시간까지 잠 못 들게 해 놓고 혼자서만 침대에 눕는 파렴치한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이청현이 곡 작업을 하는 시간에는 시스템이 앞으로 내게 할당할 업무를 예상해서 다음 날 일정을 세웠다.
무작위로 시스템이 뜨는 걸 기다리기만 했다간 경험치 채우는 데 10년은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빗자루 들라고 하기 전에 마당을 쓸어 두는 방법이었다.
보컬 피드백 예상했을 때처럼 그간 나온 업무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시도해 봤는데 제법 높은 확률로 맞아떨어지더라.
덕분에 지금의 누적 경험치는 90에 달했다.
‘하늘에서 딱 10만 떨어지면 좋을 텐데.’
애꿎은 알고리즘 위에 선만 죽죽 긋고 있는데 이청현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25분이 다 되었다는 알림이었다.
얼마 없는 시간, 집중할 때만 빡세게 집중하고 쉬라는 의미에서 뽀모도로 공부법을 도입한 영향이었다.
이청현도 막힐 때마다 하염없이 허공을 보는 것보단 할 때 하고 쉴 땐 쉬는 지금의 방식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고생했어. 이제 잘 시간인가?”
“그래야죠……. 형은요?”
“난 조금만 더 이따가.”
“이 형은 사람이 아니라 코끼리인가? 뭐 이렇게 잠을 안 자.”
난 네가 코끼리는 수면 시간이 적은 동물이라는 걸 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데.
그때였다. 익숙한 나머지 반갑기까지 한 문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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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숨겨진 업무’가 완료되었습니다.▷ 내용: 멤버에게 근성을 인정받기
▷ 보상: 경험치(10)
▷ 누적 경험치: 100
▷ 누적 포인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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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현아.”
“왜요?”
“넌 정말 기특한 녀석이야.”
“뭐라는 거야. 잠이나 자요!”
이청현이 질색을 하거나 말거나, 나는 빠르게 새로 얻은 복지 포인트를 숙련도로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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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평가(100)
― 보컬 숙련도: 6(▲)/20
― 댄스 숙련도: 5(▲)/20
― 자기 PR: 12/20
― 근태 관리: 18/20
― 조직 내 적응력: 10/20
누적 경험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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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보컬 숙련도는 이번에도 알아서 올라가 있었다.
옆집 보컬이는 혼자서 잘만 하는데 우리 집 댄스는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지 모르겠지만.
1에서부터 5까지 놀라운 성장을 보여 준 녀석이 대견해 한 번만 봐주기로 했다.
댄스 숙련도를 5까지 올림으로써 3월 월말 평가 전까지 댄스 숙련도를 높이는 업무도 함께 완료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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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업무’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 타 멤버 이력서 열람 체험권, 데뷔 앨범 기획을 위한 기획안 표준 양식 3종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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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초라한 이력서가 아닌 멤버들의 이력서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