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83)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83화(183/193)
– 사무실 오픈: 1부 (1)
은은한 음악, 화사한 핑크빛 이펙트.
그리고…….
숙소 12계명
1. 집안일은 다 같이 하기 (성빈)
2. 대화 많이 하기 (청현)
3. 신발 가지런히 놓기 (기연)
4. 밤에 무드 등 끄지 않기 (제호)
5. 연습 분위기 망치지 않기 (이월)
6. 설거지 제때 하기 (주우)
7. 퇴근 시간 공유하기 (성빈)
8. 하루 30분 환기 (주우)
9. 계절 무관 씻고 나면 로션 바르기 (이월)
10. 부탁은 면대면으로 하기 (기연)
11. 약은 물이랑 먹기 (이월)
12. 공유 시트에서 동시 작업 시 함부로 뒤로 가기 누르지 않기 (시트 꼬이면 더 손대지 말고 나 부를 것) (이월)
……작은 화이트 보드에 정갈하고 빼곡하게 적힌 엄격한 규정.
여기가 아이돌 하우스인지 체육관인지 모를 12계명까지 나오고 나서야 영상에 옛날 예능 폰트로 타이틀이 등장했다.
스파크 드림 하우스 전격 공개
새벽 5시를 가리키는 벽시계에 이어 카메라가 부엌을 비췄다.
누군가가 장승처럼 서서 가스레인지 앞에서 요리를 하는 중이었다.
옆에는 열린 빵 봉지와 귀여운 접시들이 각 맞춰 놓여 있었다.
김이월이었다.
김이월(21세/첫째)
특징: 카메라 설치 소리에 깨서 기상 모습 찍는 데 실패함
‘너무나도 리얼하구나.’
스파크가 거짓말을 못하는 아이돌이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진솔할 줄이야. 덕분에 이월이가 검은 티 입고 팔뚝 보여 주면서 빵 굽는 것도 보고, 참 좋은 세상이다.
김이월은 노량진 유명 토스트 점포 주인처럼 익숙하게 식빵을 뒤집었다. 화구 하나에는 프라이팬을 새로 올려 계란프라이도 만들기 시작했다.
스태프 : 매번 이 시간에 이월 씨가 빵을 구워요?
이월 : 일찍 일어난 사람이 구워요. 성빈이가 구울 때도 많고요. 감독님도 한 쪽 구워 드릴까요?
숙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인원을 어림잡던 김이월이 거침없이 빵 봉지를 뜯었다.
잼이 있는 빵 세 개, 없는 빵 세 개 위에 계란까지 올리고 나자 양쪽 방에서 알람이 울렸다.
첫 번째로 화면이 비춰 준 곳은 현관 쪽의 큰 방이었다.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고 자던 이청현의 손이 타이머의 버튼을 내리치듯 눌러 껐다.
청현 : ……제호 형.
제호 : 어어.
서로 기상을 확인한 두 사람이 미적미적 이불을 걷어 내고 일어났다. 백해원은 잠긴 이청현의 목소리를 돌려 듣느라 이 장면에서 3분 정도 벗어나지 못했다.
2층 침대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던 이청현이 김이월의 자리를 확인했다.
청현 : 이 형은 언제 나갔대? 하여튼 미라클 모닝의 귀재야, 귀재.
이청현이 감탄하는 사이 최제호가 안경을 집어 들었다. 촬영 땐 언제나 콘택트렌즈를 끼더니, 오늘은 평소 숙소에 있을 때처럼 안경을 쓰기로 한 모양이었다.
한편, 다른 방은 조금 더 힘겹게 일어났다. 강기연이 버석한 얼굴을 열심히 문지르고 있었다.
성빈 : 기연아, 많이 졸려?
기연 : 아니에요.
주우 : 난 많이 졸려…….
성빈 : 아하하, 그래 보인다.
같은 방임에도 불구하고 이쪽 방은 불꽃 칼기상러들의 방과 다르게 사람 냄새가 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성빈 : 헉, 이월이 형 벌써 일어나셨나 본데?
( 빵 냄새를 감지하고 튀어 나가는 성빈 )
정성빈이 말벌 할아버지처럼 뛰쳐나가면서 부엌이 조금씩 소란스러워졌다.
스태프들에게까지 토스트를 전부 돌리고 나서야 스파크가 식탁 앞에 모였다.
세수만 하고 모인 멤버들의 쌩얼은…….
( 순도 100% 모닝 민낯 )
……팬 콩깍지를 뜯어내고 봐도 개쩔었다.
어떻게 사람이 자고 일어났는데 한 명도 붓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간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눈 크기를 키웠던 놈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잠버릇 때문에 뻗친 건지 박주우의 머리가 조금 개판이었던 것을 제외하면 스파크의 상태는 준수하다 못해 출근길 기사 사진에 찍혀도 될 정도였다.
성빈 : 형 오늘 촬영 없죠?
이월 : 응. 너희도 급건 없지?
성빈 : 네.
김이월이 드라마 촬영 중이라는 건 기사로 일찌감치 발표된 후였다. 김펩 벌써 1인 탈출각 재는 거 아니냐는 새X들과 키배를 뜨느라 며칠간 얼마나 고단했는지.
청현 : 설거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주우 : 안 돼.
청현 : 왜?
주우 : 청현이는…… 키보드 쳐야 하니까. 귀한 손에 물 묻힐 수 없지.
청현 : 형……!
이청현은 감동하며 식탁 닦는 쪽으로 역할을 바꿨다.
아왕실에서도 스파크만 X빠지게 돌아다니며 일하더니. 그게 다 숙소에서 각자 집안일을 분담하던 영향이었나 보다.
우리 애들 X나 기특해. 포도 알 스티커 600개 붙여.
이렇게 화목한 우애가 돋보이는 조합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조합도 있었다.
제호 : 세탁기 탈수 기능 고장 난 것 같은데.
이월 : 그래? 그럼 혹시 화장실에서 빨랫감 들고 빠르게 200번씩만 돌려 줄 수 있어? 쥐불놀이처럼.
제호 : 사람을 수동 탈수기로 아나.
김이월이 베란다로 가 세탁기 A/S 전화번호를 찾는 동안 최제호는 물끄러미 물이 뚝뚝 떨어지는 빨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고는 강기연과 함께 빨랫감을 전부 화장실 앞으로 옮겼다.
‘설마? 설마 진짜 빨랫불놀이 쇼 하나?!’
최제호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지 않을까 하면서도 백해원은 은근히 기대했다. 아니, 사람이 살면서 기대는 할 수 있잖아요.
아쉽게도 최제호는 빨랫감으로 풍차 돌리기를 하는 진기명기를 보여 주진 않았다.
대신…… 개쩌는 핏줄을 보여 줬다.
정확히 말하면 ‘빨래에서 물 짜내느라 핏줄이 터질 것처럼 도드라진 팔뚝’을.
백해원은 침착하게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자가딘 @vbkasi2123
유죄호 진짜 개돌았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어디 손님 와 있는데 팔뚝을 막 까고 빨래를 막 짜고 돌쇠 마냥 너 그러다간 쌀밥밖에 못 먹어
얼룩다람쥐 @QKsA_39kd
이월이가 말할 땐 사람을 수동 탈수기로 아냐며???? 그런데 왜 수동 탈수 해????? 이월이 말이 그렇게 말 같아?? 이월이 말이 그렇게 우습지 않아????????
토끼???? @V_12nnvka2
내가 잘못 읽은 줄 알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운 @fkvmd3w589
ㅋㅋㅋㅋㅋ순간 이 표현이 맞나? 이럼ㅋㅋ
삐삐 @kgoqwqw23
아 지금 당장 스샷 떠서 화질 빨아다가 인장으로 만들고 싶은데 킬포가 너무 많아서 멈출 수가 없음…… 개미지옥임 숙소 생활 100편까지 나오는 거지? 나 믿는다 UA
해녀 @UJ_sjgk10051
고자극 개돌앗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찌 이런 간악무도한 자컨을? 마구잡이로 뿌린단 말임? 그것도 전체연령가로?
김이월 빵 굽는 뒷태가 너무 은혜로워서 입시 비법을 물어보고 싶고 그럼 이게 맞음??
백퍼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할 듯ㅠ
???????????? @V_12nnvka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입시 비법이 거기서 왜 나오는뎈ㅋㅋㅋㅋㅋ
기름램프 @ajdhdq_QWR
ㅋㅋㅋㅋㅋㅋ님 주접이 더 도랏다고요
교양 있는 백해원의 감상기가 타임 라인을 가득 메웠다.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백해원은 다시 스파크의 숙소 생활을 탐방하러 떠날 수 있었다.
***
스파크의 요절복통 숙소 이야기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성빈 : 기연아, 택배 왔는데? 뭐 시킨 거야?
기연 : 모래주머니요. 발목에 차는 거.
이월 : 설마 네가 차게? 너 그런 거 함부로 쓰다가 관절 상하면 어쩌려고.
기연 : 걱정 마요, 형 거예요.
이월 : 아, 그래?
주우 : 형 거면 안심하는 거야……?
동생들을 향한 사랑이 극진한 나머지 본인의 어두운 미래도 직감하지 못하는 김이월이나…….
이월 : 다음, 최제호.
제호 : 이번에도 스케줄을 성실하게 공지한 점 칭찬한다.
청현 : 형 지난번에도 그 칭찬한 거 알아?
이월 : 간절함이 없어서 그래. 너를 멤버 전원 칭찬하기 형에 처한다.
제호 : 하…….
성빈이를 좀 더 다채롭게 칭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방에서 두들겨 맞는 최제호 등, 별의별 모습이 다 나왔던 것이다.
그보다 너희 이렇게 빨래 개면서 서로를 칭찬하곤 했구나. 정말 가정적이고 단란하며 귀엽다. 거실이 좀 비좁아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기연 : 오늘은 운동도 숙소에서 해야 하는 거죠?
제호 : 그렇지. 손님을 초대했는데 우리만 헬스장에 갈 순 없으니까.
정성빈의 말에 강기연이 운동 매트를 몇 장 들고 거실로 나왔다. 옷방처럼 쓰는 건지, 열리는 걸 본 적이 없는 방문도 개방됐다.
가장자리엔 분명 옷걸이가 있었다. 하지만 가운데는 그저…… 스파크 GYM 본점이었다.
먹은 건 식빵밖에 없으면서 스파크는 죽도록 운동했다. 생긴 건 제일 맹한 주제에 헬스 글로브까지 끼고 턱걸이를 하는 박주우를 봤을 땐 백해원도 딱 죽고 싶었다.
청현 : 기연쓰, 플랭크로 바닥 걸레질 담당 정하기 콜?
기연 : 고.
‘막내들 주제에 고자극 플랭크 같은 거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마! 할 거면 머슬핏 티셔츠 입고 해 줘!’
이쯤 되면 백해원도 본인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게 분명했다. 정신이 뭐라도 씐 것처럼 오락가락했다.
그러나 김이월만큼은 그런 백해원의 마음을 귀신처럼 잘 알아채 주었다.
이월 : 플랭크 할 거면 운동복 입고 거실 가서 해. 조명 잘 받게.
동생들은 순순히 몸에 딱 붙는 옅은 검정색의 운동복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더불어 군살이라곤 조금도 없는, 고등학생이라고는 믿을 수도 없는 근육을 보여 주며 플랭크 대결에 들어갔다.
‘김이월. 당신은 대체…….’
스파크의 육체미를 사랑하는 팬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백해원 본인도 별의별 괴성을 지르는 중이었으니까.
그래도 동생들은 아직 소년의 느낌이 있었다. 아직……. 약간이나마.
맏형들의 운동 강도는 그 이상이었다.
이월 : ( 속도 변화 없음 )
제호 : ( 속도 변화 없음 22 )
한 손으로 푸시업을 하는 김이월이나, 물구나무를 선 채 한 팔로만 팔굽혀펴기를 하는 최제호의 팔 근육은 경이로웠다.
카메라를 등진 탓에 반쯤 내려간 최제호의 티셔츠 밑으로 굴곡진 기립근이 보였다. 백해원이 이마를 짚었다. 손님이 아니라 괴도가 된 기분이었다.
‘이러니까 형들끼리 헬스장 가면 한 마디도 안 한다고 하지.’
백해원이었어도 저렇게 운동을 하면 누구랑 말 섞을 겨를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이 숙소라 그렇지, 저 체력으로 저 근육을 만들려면 얼마나 헬스장을 휘젓고 다녀야겠는가. 오고 갈 때나 같이 나오면 다행이지.
스파크는 그 후로도 꼬박 두 시간 내내 운동만 했다. 다행히 영상은 센스 있는 시점에서 빨리 감기와 클로즈업을 반복하며 백해원의 음습한 욕망을 채워 주었다.
주우 : 우리 이번 주에 회의해……?
성빈 : 응, 해야 해. 저번에 ─스포 방지─ 얘기하다 말았던 거 있어서. 우리 의견 통합해 달라고 하셨거든.
스포 방지라는 네 글자에 백해원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큰 거 오나? 얼마 전에 팬송으로 사람 광광 울려 놓고 또 뭐 오나? 나 추석 용돈 이벤트만 기다리고 있으면 되나?
성빈 : 형은 바쁘시면 나중에 회의록 보시고 의견만 달아 주셔도…….
이월 : 안 바빠. 대본은 다 외웠어.
청현 : 멋져, 대단해, 우리 형은 천재야.
이월 : ……요즘 단체로 나 칭찬하기 깜짝 카메라 같은 거 해?
김이월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하지만 어이없네. 김이월 너는 멋지고 대단하고 천재가 맞아. 그리고 X나 잘생겼지. 알았으면 가만히 앉아서 칭찬이나 받아라.
화면은 곧 흐리게 블러 처리되었다. 스포 방지 글자가 크게 중앙에 나타났다.
이 정도 사이즈면 적어도 컴백이다. 다년간 쌓아 온 백해원의 빅데이터가 말하고 있었다.
‘팬송도 디싱이라 무대 한번 없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사골처럼 우려먹어야지.’
1기 스파클러의 권한으로 사녹 방청 신청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 눈 밑도 함께 떨리는 것 같았다. 이게 다 피로 때문이야, X발…….
마그네슘이 부족해 보이는 눈꺼풀을 비비며 백해원은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성빈 : 그럼 이제 멤버 한 명 한 명의 생활 구역을 볼까요?
이거지.
최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이런 거 한번 나와 줘야지!